단단한 독서 - 내 삶의 기초를 다지는 근본적 읽기의 기술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 유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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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파게의 책, <단단한 독서>를 읽고 있다. 프랑스어로 L’Art de Lire. 영어로는 The ART OF READING독서의 기술이다. 원제가 이런데도 굳이 단단한 독서로 번역한 이유는 모티머 애들러의 동일한 제목의 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단단한 독서란 제목은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단단하다는 말이 왠지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 차라리 내용처럼 느리게 읽기나 차별된 제목을 정하고 싶으면 천천히 책 읽기등으로 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 출판사 정한 제목을 배나라 감나라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넘어가 보자.

 

저자인 에밀 파게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인문학자로 생몰연대는 1847-1916년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접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생을 마감했다. 이 시기는 대체로 근대화가 꽃을 피운 시기이자 제국주의가 극성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때다. 인간의 이성이 극대화된 시기인 동시에 가장 잔인하고 포악한 시기였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수가 그 이전의 모든 사람들의 사망한 사람들의 수보다 많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는 바로 이런 시기에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가를 집필(執筆)했다. 그는 1차 대전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죽었다.

 

그는 소르본 대학의 교수였고 코르네유, 라퐁텐, 볼테르, 플로베르, 루소 등 프랑스의 뛰어난 문학가와 철학자의 글과 생애를 연구했다. 에밀 파게는 명제보다는 저자에게 주목했다. 그의 삶과 기질 등을 충분히 살폈다. 이 책은 번역된 지 오래 되었다. 191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후 1959년 양문사에서 <독서술>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이휘영 선생이었는데, 그는 탁월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학자였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전 번역된 탓에 현대인들에 읽기 문장이 딱딱하고 젊은 독자들이 읽기에 어색한 곳이 많았다. 그래서 유유출판사에서 최성웅의 번역으로 다시 출간했다. 역자인 최성웅은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방송에서 프랑스 번역을 감당한 적도 있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책 말고도 <창조적 사진 전략> <, 행복을 찾아서> <돌아온 검은 고양이 네로> 등을 번역한 바 있다.

 

목차를 살펴보자. 특이하게 구분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머리말

1장 느리게 읽기

2장 생각을 담은 책 읽기

3장 감정을 담은 책 읽기

4장 연극 작품 읽기

5장 시인 읽기

6장 난해한 작가 읽기

7장 조악한 작가 읽기

8장 독서의 적

9장 비평가 읽기

10장 거듭하여 읽기

맺음말

역자 후기

 

머리말과 1장은 서론에 해당 된다. 책의 전체 주제이기도 한 1느리게 읽기의 첫 문장은 이렇다.

 

책 읽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우선 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도 천천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게 될 소중한 책에 이르기까지 계속 천천히,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게 될 소중한 책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천천히 책을 읽어야만 한다. 그리고 책에서 배움을 구하거나 비평할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위해서도 책은 매우 천천히 읽어 나가야 한다. p17

 

어떤가? 책을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중하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그리고 즐거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책을 천천히읽어야 한다. 속독(速讀)을 강요받는 시대에 천천히 읽기는 시대에 걸맞지 않는 읽기 법이다. 그러나 느리게 읽기가 가장 빠르게 읽는 법이다. 모든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럼 모든 책을 천천히 읽어야 할까? 아니다. 빨리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 있다. 무슨 책일까? 에밀 파게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러한 책은 존재 하는데, 우리가 읽어야 할 필요가 조금도 없는 책들이다. p19

 

그러니까 책을 빨리 읽고 싶다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고르라는 말이다. 그게 가당치도 않지만 말이다. 그러니 빨리 읽고 싶거나 빨리 읽으려 하지 마라. 그런 책은 없다.

 

2장의 제목을 생각을 담은 책 읽기로 정했는데, 적절한 제목이다. ‘논문 읽기주장하는 글로 정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나 몽테뉴의 [법의 정신] 등을 생각을 담은 책으로 분류했다. 논리적인 주장을 펴기 위한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저자의 탁월함인 돋보이는 곳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논하면서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아테네 민주 정치에 대한 혐오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논증은 감정의 포장지에 불과한 것이다.

 

모럴리스트 라로슈푸코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천천히 읽기의 탁월함이 드러난다. 는 어떤 종류의 덕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여 독자들은 대개 반감을 가진다. 개론적으로 그는 아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저자와 가까워 질 수 없다고 말한다. 제대로 읽으면서 그가 사용하는 말투가지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언제나 작가와 거리를 둔 상태라면 작가의 내면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 단지 작가의 말을 재단할 뿐 진정한 읽기는 할 수 없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자. 무엇이 점차 드러나는가? 글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라로슈푸코는 상당한 자주 언제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못지않게 많이 가끔이라고 말했다. 처음 봐서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작가는 생각보다 훨씬 덜 단호하다. p33

 

이 정도의 관찰까지 이러지려면 천천히 읽기는 불가피하다. 또한 이것이 진정한 독서다. 이태주 시인이 말했던 풀꽃처럼 말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러한 책은 존재 하는데, 우리가 읽어야 할 필요가 조금도 없는 책들이다. 19

언제나 작가와 거리를 둔 상태라면 작가의 내면세계에 들어갈 수 없다. 단지 작가의 말을 재단할 뿐 진정한 읽기는 할 수 없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자. 무엇이 점차 드러나는가? 글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라로슈푸코는 상당한 자주 ‘언제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못지않게 많이 ‘가끔’이라고 말했다. 처음 봐서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작가는 생각보다 훨씬 덜 단호하다.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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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2-02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그 뒤로도 천천히 ..와 글의 미묘한 차이 라는 글귀가 참 좋아요 이책 읽고 싶었는데 덕분에 좋은 정보 알게되었어요^^

낭만인생 2014-12-03 09:30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좋은 책이라고 극찬을 하더군요. 더도 덩달아 동참했는데 잘했다 싶습니다.

2014-12-02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4-12-03 09:31   좋아요 0 | URL
초반은 읽지 않았습니다. 서평을 준비하면서 찾아낸 것이라 함께 실었습니다. 오자를 잘 찾으시는 것을 보니 천천히 읽기의 대가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