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한림아동문학선
김종렬 지음, 신은숙 그림 / 한림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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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더이상 버리지 마세요


개학날 아이들은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친구들을 만날 것은 생각하니 즐겁고, 더이상 마음 편하게 놀지 못해 아쉽다. 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은 학교 적응이 쉽지 않아 더 마음이 무겁다. 둘째는 워낙 낙천적이라 금새 학교 생활에 적응한다. 그리고 한 달 후.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엄마 잠깐만!"

"왜"

"야옹~~~"

"????!!!"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야옹하며 힘없이 운다. 그것도 두 마리나. 아내는 질겁을 하고 외친다. 


"야~ 왜 데려왔어?"

"불쌍하쟌아요!"


길고양이 들이다. 아마도 어미가 죽은 모양이다. 며칠 째 길에 버려진 것은 어떤 친구가 주워서 집에 데려가 키우다 새끼가 너무 많아 분양을 했다고 한다. 말이 분양이지 분배가 맞을 것 같다. 아내는 버려진 고양이라는 소리에 다소 격한 감정을 가라 앉혔지만 그래도 쌕쌕 거린다. 


"그래도..."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냥 키우기로 했다. 이렇게 이 녀석들은 우리 식구가 되었다. 


 


반년이 지나고 나니 제법 늠름하다.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제목에서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침대에 누워 한 참을 읽어 내려간다. 할머니 반지를 훔쳐간 고양이를 뒤 쫓다 우연히 발견한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이라는 레스토랑. 그곳은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개와 고양이들의 만의 레스토랑이다. 꼬마는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곳은 개와 고양이들의 즐겁게 만찬을 즐기고 있다. 


냉정하지만 으리있는 피터, 요염하고 딱부러지는 고양이 엘리자베스, 호기심 많은 젊은 고양이 바바라. 늠름한 브래들리 등 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는다. 할머니의 반지를 찾으려 시작된 모험이 도심 속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의 애환을 듣는 신비로운 공간으로 초대된다. 


"거리로 내몰린 우리들은 많은 것을 잃어 버렸어. 개의 자부심과 고양이의 품위가, 차가운 거리에서 다 무슨 소용이겠어. 살아남으려는 본능뿐이라고. 케네스의 일은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인간들에게 학대와 해코지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잊지마."(p72)


주인이 버리고 간 집에서 결국 죽음 맞이한 충직한 베베의 이야기로 흘러간다. 베베는 주인들이 이사가면서 옛집에 버려진다. 주인들은 베베를 버려두고 떠났다. 목줄도 풀어주지 못하고 말이다. 베베는 주인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이한다. 개들은 베베를 기억하며 개의 자존심을 지킨 개라고 칭송한다. 한쪽에서 어리석었다고 비판한다. 


"아니야! 베베는 목줄이 풀려 있었어도 그 집을 끝까지 지켰을 거야. 그 집은 베베의 모든 것이었어. 주인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 주인을 지키기 위해 언제나 귀를 세우고 잠든던 곳. 집의 냄새. 주인의 발걸음 소리 하나하나 베베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곳이야. 베베의 죽음은 슬프지만 베베는 단 한 번도 주인과의 신의를 어기지 않았어. 우리게게 개의 자부심이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 준 자랑스런 베베였어. 그 사실까지 잊어서는 안 돼!"(p89)


베베의 이야기는 듣는 순간 마음이 아프다. 몇 년전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상을 가면서 다이상 고양이를 키울 수 없어 시골 부모님께 갖다준 적이 있다. 모두 세 마리였는데 두 마리는 얼마 후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 마리는 죽고 한 마리만 살아있다. 아마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우리도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국 두 마리는 죽고 말았다. 죽으면서 우리를 원망했을까? 


도시, 인간이 만든 환경이다. 그러나 그곳에 버려진 고양이들과 개들이 있다. 쓰레기나 뒤지며 어지럽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살아 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어린이 동화인데 읽으면서 이리 마음이 아픈건 처음이다. 어쨋든 이 책을 읽으면서 길고양이들에 대한 생각을 좀더 아끼고 사랑해야 겠다 싶다. 난 그렇게 이 책을 읽었는데, 사실은 추리동화이다. 스토리는 책을 통해 접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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