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 책 팔기


난생처음 책을 팔았다. 그것도 알라딘 중서서점에. 책을 살 수는 있으나 팔 수는 없다는 지금까지의 금기를 깨고 과감하게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지난 주 팔려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가지 못했다. 어제는 작심하고 서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책을 팔기 위해 주차장에 책을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팔려고 모아둔 책을 한 아름 안고 서점으로 향했다. 책을 팔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대기표를 받으니 앞에 두 사람이 더 있다. 십여분을 기다리니 나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로웠다. 직원에 의하면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내가 들었던 말을 이렇다. 정확한지 모르겠다.


1. 밑줄이 5곳 이상 그어진 것은 안 된다.

2. 재고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 

3. 증정도서이면 안된다. 

 등등


가지고 간 책 중에서 절반이 증정도서였다. 그리고 밑줄을 긋는 습관 때문에 팔지 못한 책도 여러권이다. 팔려면 일일이 다 밑줄을 지워야 했다. 다행히 볼펜이 아닌 연필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우는 수고를 하면 다음 기회에 팔 수 있을 것 같다. 파는 입장에서 싼 값에라도 팔고 싶지만 사는 입장에서 상품성을 고려해야하니 어느 정도의 기준을 갖는 것이 좋은 듯 싶다. 




어쨋든 가지가 간 책 중에서 2/3는 가져오고 두 권을 팔 수 있었다. 정확하게 10,100원을 벌었다. 그리고 다시 사갈 책을 골랐다. 교육을 위해 아내가 고른 책과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샀다. 마일리지에 만원을 더 붙이니 8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캬~ 책도 읽고 돈 버는 재미도 있다. 이게 무슨 재수란 말인가?





곽재구 교수의 책은 무조건 사모은다. 지금까지 모은 책을 보면, <포구기행> <예술기행>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산문집인 <길귀신의 노래>다. 맨 처음 구입했던 <포구기행>을 읽으면서 곽재구라는 인물에대해 사방팔방으로 알아 보았다. 예전에 느낌표에서 "책 책을 읽읍시다"에 선정될 만큼 인기를 누렸던 분이다. 난 그의 명성 때문이 아니라 그의 문장 때문에 구입했다. 서정적인 문장들은 읽는 이의 영혼을 도둑질할만큼 흡입력이 좋다. 이번에 구입한 <길 귀신의 노래>는 자전적 산문입인 듯하다. 앞의 몇 장을 읽어보니 자신의 유년시절의 추억과 근래에 들어와 여행 후기들이 뒤섞여 있다. 앞 선 두 권의 책에서 묶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쨋든 그의 문장은 깊이 돼새겨도 좋을 문장들이 즐비하다.

















박완서의 <나목>를 보는 순간 주저 없이 집어 들었다. <나목>은 박완서의 가장 최초의 소설이자 등단 소설이다. 박완서의 글은 문장력보다는 리얼리즘의 힘을 받고 싶어서이다. 삶의 생채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실존적 작가이다. 그래서 더 좋고, 돌아가신 분이라 그런지 애뜻한 마음까지 있다. 돈이 되는 대로 사 모을 작정이다.


<통영 섬 부엌 단디 탐사기>는 통영에 살았다는 추억 때문에 저절로 손이 간 책이다. 저자인 김상현은 통영 토박이다. 통영에서 나고 통영에서 자랐다. 통영 신문인 '한산신문'의 기자이기도 하다. 취재차 떠난 섬들에서 만난 섬 부엌을 단디(확실하게, 꼼꼼하게) 촬영하고 인터뷰한 내용이다. 


가을이 익어간다. 벌써 겨울 냄새도 난다. 가을이 더 가기 전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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