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문장 앞에 이리 마음이 설레니 어찌 할거나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문장들이 넘쳐나는 게 김훈의 책입니다." 박웅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줄을 치고 또 친다. 어떤 곳은 모든 문장에 줄이 쳐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이 문장에 대한 탐욕이라면 인정할 밖에. 오랫동안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중고나 헌책이 아예 없었다. 아마도 나처럼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구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김훈의 탁월한 문장을 마음것 만날 수 있어서이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첫 문장이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평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이 역시 프롤로그에 나오는 말이다. '여수 돌산도 향일암' 여행의 한 구절이다. 

"7세기의 봄과 13세기의 봄이 다르지 않고, 올봄이 또한 다르지 않다. 그 꽃들이 해마다 새롭게 피었다 지고, 지천으로 피어 있다."


설요라는 신라시대 여승이 꽃 피는 봄 산의 관능을 견디지 못하고 시 한 줄을 써놓고 절을 떠난다. 결국 대책 없는 충동에 사로잡힌 설요는 속세를 떠돌다 시 쓰는 사내의 첩이 되었고, 당나라를 떠돌다가 통천에서 객사 한다. 그렇게 7세기의 봄은 한 여자를 흔들었고, 지금도 봄은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다.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김훈의 문장 앞에 이리 마음이 설레니 어찌 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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