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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넓다 -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
유승훈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평점 :
부산은 넓다, 부산의 민낯을 보여준 책
올 것이 왔다. 필자는 부산에 산다. 어언 23년이 지났다. 오지랍 넓은 성향 때문에 부산에 살면서 부산을 연구?했다. 부산의 지명과 도로, 부산의 역사와 정서, 부산 시민의 삶과 의미를 찾았다. 이제 나도 부산 시민이 아니던가. 그렇게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다 더이상 진전이 없다. 먹고 살기에 바빠 중도하차한 것이다. 부산역을 지나 부산항을 지나치지며 시모노세키에서 오는 배에서배고동이 울리는 환청을 듣곧 한다. 수정을 산복도로를 지나면 정말 수정이 있는가 늘 궁금해 한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수정이 많아 수정동이라 한 것 같은 강력한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늘 아쉬운 부산이다.
드녀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 한 권의 책이 출간 되었다. 저자의 이름은 유승훈, 낮에는 부산박물관에서 진시기획을 하고 밤에는 역사 속 민중 풍속을 연구한다. 학예연구사이자 역사민속하자 노릇을 자처했다. 2007년에 고려대 대학원에 낙동강 하구의 염전을 조사해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부산에 정이 많다. 고작 10년 전에 부산에 내려왔음에도 지독한 학구열이 오늘 이 책을 펴내게 했다.
그야 말로 부산의 민낯이다. 어제 지인이 말한다. 해운대는 부산이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지가 꽤 오래다. 마천루가 즐비한 빌딩 숲이 되어버린 해운대. 그러나 불과 15년 전만해도 해운대는 오지 같은 곳이며, 해수욕보다 온천이 더 유명한 곳이었다. 심지어 센텀에 들어서 자리에 비행장까지 있었다면 믿겠는가. 시대가 이렇게 변한 것이다.
저자는 부산의 온 역사를 훑어 내려 온다. 고대와 근대, 그리고 오늘의 부산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침울했던 낙동강 전투, 한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너무 닮아 삼면이 바다인 부산이다. 한 때 한국의 패션을 주도했던 곳이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유명해진 곳이다. 부산은 아직도 유명하다. 제2의 도시라서가 아니다.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접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드디어 영도 다리가 완공 되어 개폐된다고 한다. 즐거운 일이다. 보존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인해 재건축하기로 했다. 롯데에서 맡이 직접 시공 완공 한 것이다. 한 때 영도다리에서 보자는 말이 있다. 폐허가 된 부산에서 유일하게 상징처럼 남은 건물이 영도다리라 영도다리는 만남과 이별의 교차로 역할을 한 공간이다. 40계단은 어떤가. 자갈치 시장 또한 역사는 면면히 우리를 대면하고 싶어 한다.
부산을 사랑한다면 이 책을 꼭 사라고 부탁한다. 부산의 맨 얼굴을 볼터이니 말이다. 가을이 웅숭하다. 한 권의 책으로 사유와 추억의 깊이를 더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