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암수를 구별하는 법


"아빠!" 

다그치며 아들이 온다. 

"왜?"

느긋하게 답하며 아들을 안았다. 아들은 뭔가 보여준다며 비닐 봉투 연다. 

크악... 매미 수십마리가 들어있다. 봉투를 열자 벌써 서너마리가 날아 도망간다.

아빠, 매미 암수 구분하는 법 가르쳐 줄까요?

"응"

"자 보세요"

매를 뒤집어 보인다. 

"배 밑이 아무 것도 없는게 암놈이고, 이상한거 달린게 숫놈이에요."

"정말이네"

"신기하죠?"

"그래"

"우리 아들 똑똑하네"

"숫놈은 이걸로 암놈을 꼬신데요. 짝짓기 할 때 사용하면 암놈들이 반해서 온데요."

 



더운 줄만 알았지 시끄러운 줄 몰랐던 여름이다. 올 여름 제법 시끄럽다. 주변이 산이다 보니 온통 매미 소리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들린다고 생각하니 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도로가로 이사간 지인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한 달 가까이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새 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 했단다. 익숙해진 것이다. 당연히 들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이상 소음이 들리지 않은 것이다. 참 이상도하지!


아들 때문에 하나 배웠다. 매미 암수 구별하는 법. 

삶이란 소소한 발견으로 재미를 더한다. 시끄러운 소리도 듣지 않는 법도 알았다. 그건 당연하게 생각하면 들리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보이지도 않을까? 과연 그렇다. 그러니 익숙함이란 죽는 것이라 했던 어떤 철학자의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이렇게 생각하니 다시 매미 소리가 들린다. 의식적으로 듣지 않으려 하니 들리고, 생각하지 않으니 들리지 않는다. 결국 낯설음이란 의식적이란 뜻이다. 


매미 암수 구별법도 그렇다. 생각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생각하면 보인다. 내가 언제 한 번 매미의 암수를 구별하려 한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러니 보이지 않은 것이다. 아들은 낯설게 보았고 그러니 보인 것이다. 세상이란 이렇게 마음 먹기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법이다. 삶이 점점 재미있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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