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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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의 창고도 정리 안 한 사진 더미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집박죽이고 어둠 속에 방치되어 있고 나라는 촉수가 닿지 않으면 영원히 무의미한 것들이다. -- 아무리 어두운 기억도 세상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115쪽

그 극한 상황에서 왜 하필이면 소설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설화가 풍부한 고장에서 태어나서 옛날 이야기를 잘하는 가족과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 내가 심심해할 때 그것을 풀어내개를 즐긴 어미니 밑에서 자라서 이야기가 지닌 위안과 치유의 능력에 대해 은연 중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21쪽

그러나 잊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있었고, 그 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보통으로 평범하게 산 동안이 길었기 때문이고 했다.
-22쪽

또한 이 나이까지 꾸준히 소설을 써온 건, 이야기가 지닌 살아낼 수 있는 힘과 위안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23쪽

여기서 젊다는 건 체력이나 용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감수성과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고, 옳지 못한 일에 분노하고 부조리에 고뇌할 수 있는 정신의 능력을 말하는 데, 이런 정신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각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글쓰기가 아닌가 한다.
-28쪽

좋은 이야기는 상상력을 길러주고, 옳은 것을 알아보게 하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사랑의 능력을 키워주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39쪽

가장 힘든 것은, 적절한 한마디 말을 찾아 온종일 헤맬 때도 있다는 겁니다.
-57쪽

사람은 근본(根本)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그 흑백 사진집을 보고 받은 충격은, 잊고 싶은 내 남루한 근본과 불의에 마주친 충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05쪽

피천득 선생님과 만남에서
서재만이 아기자기했지만 서재라 부르기엔 책이 너무 없었다. ..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지금도 가끔 꺼내보고 싶은 최소한의 책만 소망하고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현명한 용기가 부러웠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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