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희곡집 - collection 1
장진 지음 / 열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연극 미친키스를 보고 조광화가 쓴 희곡 미친키스를 읽으려고 도서관을 갔으나, 도서관에 있는 조광화 희곡집에는 미친키스가 없어서 실패.


고민을 하다가 조광화 희곡집이 꽂혀있는 책꽂이 바로 밑에 있는 장진 희곡집을 발견하고 빌려왔다.


내가 아는 그 장진. 영화감독으로 더 유명한 장진 말이다.


장진 희곡집에 적혀있던 5개의 희곡 아름다운 사인, 박수 칠 때 떠나라, 택시 드리벌, 웰컴 투 동막골, 서툰 사람들 중 웰컴 투 동막골과 아름다운 사인을 제외한 3개는 내가 대학로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보았던 포스터였다.

- 웰컴 투 동막골이 영화로 제작되기 전 무대극이었다는건 처음 알았다.


포스터는 많이 봤는데, 딱히 연극을 봤던 기억은 없다. - 기억이 없는게 아니라 아예 안 봤다.


장진감독이 연출한 공연 중 봤던 것은 '얼음'이었고, '얼음'에 대한 기억이 나빠서 그 이후로 장진이 연출한 연극은 나의 선호도와 관심사 밖이었다.


희곡을 읽아보니, (내가 연극 얼음을 보고 느꼈던 불쾌한 감정과는 별개로) 장진 감독은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 희곡 5개를 연달아 읽으면서도 집중력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글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희곡의 내용보다 장진 감독이 맨 앞에 썼던 서문이 더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할 땐 정말이지 잘해야 합니다. 잘하지 못 하면 다같이 모여서 나라에서 도와줘야 된다고 외치게 되는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됩니다. 어차피 나라에선 잘 안 도와주니 우리끼리라도 잘해야합니다. 노력해서 만든 무대에 관객이 오지 않는다고 관객을 욕하면 안 됩니다. 볼 만하면 오니까 볼만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 속 편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할 땐 그래야 합니다. 잘하면 됩니다. 연극은 예술이라고 배웠는데, 어쩌면 예술이 아닐 수 있겠구나 의심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연극을 안 하게 될 거니까요.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할 땐 죽도록 잘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어제 연극 위저드 베이커리를 보고, 책을 읽고 쓴 후기에 "거의 100% 확실하게" 극단 관계자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 게시중단을 하고 그거가지고 네이버랑 왈가왈부 어쩌고 하다가 일단 게시 허용에 대한 것을 접었다. - 퇴근 무렵이기도 했고, 사무실에서 그거가지고 네이버랑 싸울 수도 없고, 오늘 다시 재개하려니 뭐가 잘 안되어서.


아무튼 여러 의미로 이 서문의 부분을 문장 하나하나 <장진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했다.


한국에서 연극을 할 때 죽도록 잘 해야하고, 그래야 살아남는다. > 연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예술관련 계통이 죽도록 잘 해야 하는데, 죽도록 잘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여부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만든 무대에 관객이 오지 않는다고 관객을 욕하면 안 됩니다. 볼 만하면 오니까 볼만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면 속 편합니다. > 이 문장에서는 책 위저드 베이커리가 나의 공감을 얻지는 못 하였지만 나름 청소년문학상도 받고 그랬는데, 연극 위저드 베이커리 티켓이 안 팔리는거는 사실 위저드 베이커리 연출도 별로고 내용 전개도 별로고 배우 연기도 별로라서 그런건데 그거를 내가 "위저드 베이커리 나는 공감 안되고, 내 기준에서는 여혐 연극 인 것 같고, 별로다."라고 썼다고 하면서 내 블로그에 쓰인 글을 네이버 게시 중단으로 쓰다니. 이거는 극단 관계자의 속이 매우 좁고 편협한건데 이거를 가지고 내가 아득바득 니들이 연극 못 만든거를 왜 내탓하나. 관객이 안 드는 것 같으면 관객이나 후기 탓 하지말고 니들이 연출 제대로 하고 연기 제대로 하든가 막 뭐라고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건 연극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다 비슷하다. 내가 지난 번에 사진전 했을 때, 사진전시를 보는 사람이 내 사진을 이해 못 한다 좀 투덜거린게 있는데, 이건 사진전시를 보는 사람 탓보다 내 탓이 큰거다. 내가 사진으로 사람을 설득 못했네.


장진 연출의 연극을 내가 또 볼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웰컴 투 동막골은 연극으로 한다면 한 번 관심을 가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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