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 상
메리언 키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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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맨스엔 세상의 슬픔과 기쁨이 담겨있다. 그리고 세상에 아직은 남아 있다고 믿고 싶은 고통을 감싸안는 사랑도 있다.
그래서 난 하루하루가 버거울때 멜로소설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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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이 필요한 순간 커피를 마시고, 단 것이 필요해 초코렛을 먹을 때처럼 로멘스소설을 흡입하고 싶을 때, 그런 순간이 나애겐 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읽은 책은데 로맨스가 필요한 지금 시선에 들어와 다시 읽다가 딱, 이 문장 앞에서 스르륵.. 마음이 주저앉았다.
이건 내가 늘 걸던 주문 아닌가.. 나아질거야. 이것보다는 나아질거야..



.....




"염병할, 신경쇠약에 걸렸나 봐."
그녀는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욕할 때가 한참 지난> 그녀의 몸이 <갈 때가 한참 지난> 시트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공 모양으로 뭉쳐진 축축한 휴지들이 깃털 이불 위에 널려 있었다. 서랍장 위에는 먼지가 곱게 앉은, 손도 안 댄 초콜릿 더미가 보였다. 바닥에는 도무지 집중해서 읽을 수 없는 잡지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구석에 놓인 텔레비전이 집요하게 그녀의 침대를 향해 방송을 내보냈다. 그래, 신경쇠약의 세계도 괜찮군.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 그게 뭐지...?
"난 늘.........." 그녀는 생각을 집중했다. "난 말야, 항상........"
퍼뜩 깨달음이 왔다. "난 늘 이것보다는 나을 거라고생각했는데......."

p.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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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드시는 분들을 위한 초밥 - 하
메리언 키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그녀는 립스틱을 상자에서 꺼내 매끈한 손가락 모양의 반짝이는 새 립스틱을 돌려서 뺐다. 근사했다. 그러나 립스틱에 감탄을 보내다가 갑자기 전혀 반갑지 않은 진실을 깨닫고 말았다.
"믿을 수가 없어." 그녀가 격렬한 어조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녀는 재빨리 립스틱 아래쪽을 확인한 뒤 정신없이 화장품 가방을 뒤져 원래 쓰던 립스틱을 찾아내 아래쪽을 살폈다. "빌어먹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녀가 절망해서 외쳤다.
"뭔데?"
"똑같은 립스틱을 샀어. 새 립스틱을 사려고 오전 내내 헤매고 다녔는데 원래 있던 것과 똑같은 색을 샀어"

p.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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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벤구르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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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처럼 말하는 걸 보니 노인도 똑똑한 게 틀림없구려."
"내가 똑똑한 건 그 때문이 아니오..."
"그럼 무엇 때문이오? 동지답게 내게 좀 가르쳐 주시오." 코푠킨이 부탁했다.
"부모도 없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없이 나 스스로 인간이 되었기에 똑똑해진 거요. 얼마나 많은 생명과 재료들을 얻고 또 버렸는지, 당신도 머리로 한번 소리 내서 크게 생각해 보구려."
"아마도 넘쳐났겠군!" 코푠킨도 소리를 내서 생각했다.
야코프 티티치는 처음에는 자신의 숨겨진 부끄러움 때문에 한숨을 쉬었지만, 곧 코푠킨에게 마음을 열었다.
"정말로, 넘쳐났다오. 노년이 되면 누워서 이렇게 생각해 보시오. 내가 죽은 후에도 지구와 사람들은 온전히 남을 것인가?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었고,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 냈으며, 얼마나 열심히 생각했는지, 흡사 전 세계가 마치 당신 손에서만 흘러간 것 같고, 다른 자들에게는 단지 내가 이미 씹어 버린 것만 남겨진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도 다 나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다른 사람들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수고로운 육신을 끌고 다니고, 모두 자기 육체를 견뎌 내야 하는 것이라오." p. 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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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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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이라는 부제의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그들의 인생에서 결정적 계기를 준 책들에 대한 인터뷰를 엮었다고 해야 하나?
가장 나의 마음을 잡아 끈 사람은 이진경. 호기심으로 읽은 건 정이경. 이진경의 책은 그 유명하다는 철학과 굴뚝청소부조차 읽질 않았는데 이 사람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바로 전에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으면서 정이경에 대해 어떤 작가인지 호기심이 생기던 참이라 정이경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가 말한 ˝불안˝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공감이 많이 됐다. 나도 그런 불안에 쫒기는 자이기에.
책 뒷면에 키프카의 글이 있기에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 봤다.
˝나는 오로지 꽉 물거나 쿡쿡 찌르는 책만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으로 정수리를 갈겨 우리를 각성 시키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책을 읽겠는가?
한 권의 책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참 무시무시한 말이지 않나. 끄응.

어쨋건 나의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었던 책은 어떤 책이 있었나 생각해 봤다.
초딩 6학년 여름방학 때 목표가 책 100권 읽기였던 기억이 나고 중학교 시절 문방구 구석에 숨어 김혜린 만화를 탐독했던 시절이 기억나고 A.J 크로닌을 좋아해서 그의 책은 전부 읽었고 책가방에 교과서는 빼고 하이틴 로맨스만 잔뜩 넣어 다녔던 시절도 있었고.. 토지가 출판되기를 기다리다 지쳐 출판사로 전화하던 시절도 있었구나. 그래. 나에게 도끼같은 한 권의 책이라면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 책을 읽은 후 내가 느꼈던 절망함.. 한동안 정말 미치는 줄 알았으니.

- 예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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