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1화

 '우웅-'  


어디선가 들려오는 묵직한 기계 소리에 빨래를 걷던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니다 다를까 제국군 군항기 의 엔진 소리였다. 군항기가 지나갈 때마다 흑막으로 뒤덮인 듯 커다란 그림자가 들판을 뒤덮었고 몰고 오는 바람의 세기또 한 엄청났다. 빨랫줄에 말려놓은 빨랫감이 바람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자 소녀의 안색은 급하게 굳어졌다. 바로 앞에서 날아가려는 옷을 간신히 붙잡은 소녀는 자그마한 한숨을 내뱉으며 사방으로 흩어진 빨랫거리들을 주워다 담았다. 

"린! 밥 안 할 거야?"

"미안~ 좀만 기다려봐 빨래가…." 

신경질적으로 문을 연 노파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소녀의 이름을 연방 불러댔다. 노파의 재촉 때문인지 옷가지들을 대충 바구니에 구겨 넣은 린 은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벽난로에 불을 붙이는 일이었다. 동생이 추위를 잘 타게 되면서부터 여름을 제외한 전 계절 난로 피우는 것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나무 더 넣을까?" 

"밥이나 줘! 난 성장기라서 항상 배고프다고!"

노파의 재촉에 린은 서둘러 밥 지을 준비에 들어갔다. 냉장고 안의 두툼한 페티 를 2장 꺼내어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 에 올려놓은 후 타지 않도록 먹음직스럽게 구워 접시 위에다 올려놓았다. 노파는 어느새 식탁에 자리 잡고 앉아 양손에 포크를 쥐곤 식탁을 내리치는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 

"밥! 밥! 밥 줘!" 

식탁에 음식을 전부 차린 린은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노파의 손등에 입을 맞춘 후 음식을 흘려도 옷에 묻지 않게 턱받이를 노파의 목에 매주었다. 노파는 며칠이라도 굶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음식을 해치워갔다. 다만, 특이한점이 있다면 노파가 음식을 먹을수록 쭈글거리던 살은 어린아이의 것처럼 탱탱해졌고 햐앟게 새어버린 백발은 생기 넘치는 흑발로 변모했으며 제구실하지 못하던 치아는 튼튼해져 질긴 고기 를 질겅질겅 씹을 수도 있게 되었다. 90세 넘는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재기 발랄한 소년의 모습으로 변모했으니 구경꾼이라도 있었으면 놀라자빠질 일 이 분명했다.    

"린. 밥 한공기더"

"로이 누나라 불러! 지금의 넌 노인이 아니잖아"

핀잔을 주면서도 한가득 밥을 퍼 담는 린이었다. 린 의 말을 들은 척만 척 재빨리 한 공기 다 비운 로이는 겉옷만 챙겨 들곤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해지기 전에 돌아와야 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뛰어가는 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린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