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호세 홈스 그림, 김수진 옮김, 스티그 라르손 원작, 실뱅 룅베르그 각색 / 책세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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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연휴에는 <밀레니엄> 시리즈를 봤다.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스릴러를 연달아 보다가 불현듯… 미뤄놨던 이 시리즈가 생각났고 완전히… 취향저격 당했다!👊 데이빗 핀처의 영화(1부만 개봉)로 시작해서 책세상에서 출간된 <밀레니엄> 1부 그래픽노블을 봤고, 주인공 리즈벳의 결말이 궁금해져 배우 누미 라파스를 세계적으로 유명케 만든 스웨덴판 <밀레니엄> 1부~3부를 연달아 봤다. 안타깝게도, 이 시리즈를 최종 10부까지 구상했던 원작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심장마비로 사망하여 4부 중간까지만 집필했고, 이후 작품은 다른 작가에 의해 쓰였다고 한다. 주인공 미카엘처럼 극좌파 언론인 출신이었던 스티그 라르손의 집필 의도가 순수하게 담긴 작품은 리즈벳의 법적 공방이 펼쳐지는 3부까지인 셈.

어쨌든, 1부는 앞서 말한 주인공 리즈벳과 미카엘이 스웨덴 재벌가의 실종 사건과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만나 이를 해결하기까지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배우 루니 마라가 활약했던 데이빗 핀처의 영화처럼 3부작 중 가장 장르적인 재미가 강한 작품이다. 리즈벳의 서사에 입문하기에도 좋다. 이 말은, 리즈벳의 서사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최소 3부까지는 다 봐야 한다고, 내가 지금 주장하는 것이다(^^)! <밀레니엄>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3부까지 봐야만 제대로 알 수 있다. 여성과 약자를 혐오하며 몸집을 키워온 사회에 여성 약자인 리즈벳이 어떻게 강력한 펀치를 날려대는지 말이지.

영화의 각색 지점을 그래픽노블을 통해 새로이 볼 수 있어 영화와 책을 비교하며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미카엘의 개방적인 관계형성(^^), 리즈벳의 쌍둥이 동생 카밀라의 등장, 범인의 끔찍한 동반 자살 엔딩 등. 특히, 영화에선 다소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던 미카엘과 리즈벳의 베드씬이 그래픽노블 속에선 ‘리즈벳의 호기심’으로 확고히 표현된 점이 내 머릿속을 비교적 간단하게 정리해줬다.

그나저나 여기서도 리즈벳이 홀로 쓸쓸한 엔딩이라 안타깝고 짜증나ㅠㅠ… 원작 소설을 언젠가 제대로 각잡고 달리고 싶다. 스티그 라르손 작가님 왜 진작 금연 안 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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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Viktor
자크 마에스.리서 브라에커르스 지음, 심선영 옮김 / 고트(goat)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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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부터 예뻐서 북펀드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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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쏜살 문고
아니 에르노 지음, 윤석헌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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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프랑스, 당시 23살 대학생이었던 작가 아니 에르노는 가벼운 데이트를 이어온 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다. 중절수술을 집도할 경우 의사 산파전문의 약사 면허가 박탈되고 중절수술을 감행한 여성은 금고형 혹은 벌금형에 처해지며 범법을 저질렀다는 사회적 낙인을 찍어대던 시대다. 애초에 피임부터 불법이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니 에르노는 중절수술을 했다는 지인의 소문을 물어물어 ‘천사를 만드는 여자’(임신 중절 시술을 해주는 여자를 가리키는 프랑스 은어)의 집을 찾는다. 천사의 도움으로 불법 중절수술을 하고 마침내 ‘태아’로부터 자유로워진 그. 아니 에르노는 본인의 중절 수술 경험을 30년이나 지난 90년대에 이르러서야 털어놓았다. “임신 중절이 이제는 금지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책 《사건》은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한 여성이 ‘임신 상태’에서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 사이를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다룬 르포에 가깝다. 패혈증보다 두려운 임신을 막기 위해 본인의 다리 사이로 낯선 방의 커튼, 누군가의 흰머리를 보면서 속 깊이 탐침관을 넣어야 했던,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 결혼한 여자들의 사회가 아니 에르노가 기록한 이 단편적인 에피소드 안에 응축되어 있다.

아니 에르노가 대학교 강의실에서 본인과 다른 여학생들을 비교해 보며 실패했다는 기분을 느낄 때, 의사에게서 ‘사생아는 늘 예쁘더군요’ 따위의 모욕적 언사를 들을 때, 논문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심경을 스스로 타락의 징표라고 여길 때, 탐침관을 질 안에 넣고 닷새 동안 고통을 견딜 때, 변기 물에 ‘물의 아이’를 흘러보내며 짐승같다고 자책할 때 아니 에르노를 임신시킨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다. 법이 구속하지 않았으며 신체적 정신적 자유가 보장되었고, 아니 에르노를 집어삼킨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기조차 싫어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했다. 낙태 후 오텔디유 병원에 입원한 아니 에르노는 이 불공평함과 억울한 감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세대를 거듭하며 여성들이 거쳐 간 사슬에 엮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이 글을 쓴 90년대에 아니 에르노는 17구 파사주 카르디네에 위치한 천사의 집에 가기 전 그가 잠시 들렀던 카페를 오랜만에 방문한다. 차를 마시며 약속 시간을 기다렸던 그 카페, 지하 화장실. 화장실 내부를 묘사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그의 끔찍한 경험은 다행히도 과거에 머문다. “삶과 죽음, 시간, 도덕과 금기, 법을 포함하는 인간의 모든 경험, 육체를 통해 극과 극을 오간 경험으로 여겼던 사건을 단어들로 표현하는 일을 끝냈다.” 글쓰기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물질적인 증거, 일시의 죄책감과 서글픔까지 끌어안는 순간이다. 아니 에르노의 실존적인 글쓰기는 또 다른 세대의 여성들을 반강제적으로 엮어버리는 사슬에서 탈출구로 작용할 것이다.

[문학과 사회학 수업을 들었고, 학생 식당에 갔고, 점심과 저녁엔 학생들만 다니는 파뤼쉬 바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제 그들과 같은 세상에 있지 않았다. 배 속에 아무것도 없는 여자애들, 그리고 내가 있었다.]

[따라가야 할 길도, 따라야 할 표지도 아무것도 없었다.
많은 소설들이 임신 중절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일이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방식에 대해서까지는 세부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여자가 스스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과 이제 더는 임신하지 않은 상태 사이는 생략되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분노나 혐오감을 자극할 수도 있을 테고, 불쾌감을 불러일으켜 비난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간에,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절대적인 권리를 부여 한다. 저급한 진실이란 없다. 그리고 이런 경험의 진술을 끝까지 밀어 붙이지 않는다면, 나 또한 여성들의 현실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데 기여하는 셈이며, 이 세상에서 남성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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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35
이소호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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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시집의 시각적 인상은 이번에 더욱 본격적이다. 하나의 미술관 전시실을 차용한 시집의 레이아웃은 의도된 여백과 '도슨트의 해설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설정으로 짜여진 각주를 선보인다.


시인은 핸드폰의 자동완성 기능으로 시를 쓰기도 하고(<소호의 호소>), 여성 공중화장실 칸 사진으로 사회적 문제를 환기하기도 하며(<공존 화장실>), 2020년 2월 1일부터 29일 동안 일어난 여성 대상 범죄 기사를 모아 시어를 건져올리기도 한다.(<누구나의 어제 그리고 오늘 혹은 내일>) 자해의 고통처럼 느껴졌을 언어 폭력들을 나열해 손목 위 차오르는 피처럼 표현하고(<일요일마다 쓰여진 그림>), 아스키 아트를 활용하고(<결말의 목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우리는>), 11세기 말 한 가톨릭교회 화장실 담벼락에 적힌 낙서를 각색하고(<쉽게 읽는 속죄양>), 음탕하고 미련하고 어리석고 모함하고 추하고 경솔한 등등등으로 낙인찍힌 '여자'인 나를 들여다 본다.(<위대한 퇴폐 예술전>)  


이소호 시인의 시를 읽으면 항상 어디까지가 시인의 진짜 경험담이고, 어디까지가 문학적인 허구인지 궁금해진다. 《캣콜링》의 경진이가 그랬듯 이소호의 뉴 뮤지엄 전시실도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언어 폭력, 여성 폭력을 고발하고 자해를 드러내고 고통을 호소한다. '경진'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소호 시인의 개명 전 이름인 데다, 시인이 경진이 연작시를 쓰게 된 계기("‘경진’이는 과거의 ‘나’지만 더 이상 내가 아닌 인물이잖아요. 또 중성적이고. 엄마 세대부터 제 세대까지 오랫동안 흔하게 사랑받은 이름이기도 하고요. 이만한 게 없다고 판단했던 순간부터, ‘경진이네’라는 소제목을 얹어 놓고 연작시를 쭉 써내려 나갔어요."-채널예스 출처)를 알게 된 후부터 나는 시인의 내밀한 속내와 경진이가 가진 보편성 사이에서 의식하며 줄타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이런 것까지 봐도 될까,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도 될까, 그런데 왜 이 이야기들은 이토록 낯익고 내 것처럼 사무칠까 하는 기분. 시인은 이것을 '소호'의 '시뮬라크르'("하나이면서 다수인, 영원히 반복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이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보려다 가려진 감추다 벌어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텍스트의 전시가 끝나면 이소호 시인의 짧은 에세이 <완벽한 실패를 찾아서>가 이어진다. 영화 <프란시스 하>에서 정식 무용단원이 되지 못한 채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뉴욕을 헤매던 무용수 프란시스처럼 등단하지 못한 채 시를 쓰는 시인 과거의 이소호가 그려진다. '여성' '동양인'이라는 정체성을 매일 실감하며 버티는 가난한 뉴욕 생활은 예술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예술을 향한 회의가 되기도 한다. 감자 한 포대를 사서 끼니를 때우고 사람이 그리워 교회에 가고 우정은 사치가 되며 위협은 일상이다.


가난하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가난하면 꿈조차 꿀 수 없다. 예술의 중심이라던 이곳에서도 시는 노숙자들이 쓰는 것이었다. 그들은 벽에 시를 전시해두고 적선하는 이에게 답례로 자신이 쓴 시를 적어 준다. 문학은 적선의 대가다. 그럼 돈이 되는 예술은 무엇일까. 즐비한 갤러리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그림을 집 안에 걸 수 있다면 저만한 벽이 집에 있다는 이야기겠지. 광활하다는 말밖에는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 캔버스와 거기에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들. 그리고 연주자보다 나이 든 악기를 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것이 생각난다. 음계를 짚는 손가락은 얼마나 진지한가. 목소리는 결국 넉넉한 자본과 세월에서 흐르는 것이었음을, 나는 생각했다.


시인은 당시 옆에 있던 '그'와 뉴욕 곳곳에서 전시를 감상하며, 자신은 진실을 전시하고 거짓말이라고 말할 거라고 그게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자전적 예술을 하는 방법은 재료를 '나'로 쓰는 방법뿐이라고 예술가의 작품에 공감한다. 시인이 현재 하는 창작 활동이 이때의 다짐과 공감을 재현하는 것이겠구나 싶었다.


뉴욕 생활이 담긴 에세이까지 읽고 나니, 시인이 텍스트로 펼쳐보인 전시실은 어쩌면 이 시집의 필연적인 구성일지도 모르겠다. 질문을 던지는 삶은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질문을 던지는 미술관의 경험은 인생의 파편으로 녹아들어 또 다른 예술의 자양분이 된다. 상호 호환 혹은 상호 교환되는 예술과 삶의 데칼코마니를 이소호 시집이 압축하여 표현해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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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면 벗으면 되지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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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 신간이 나왔길래 온라인 서점에서 책 미리보기부터 들춰봤다. 미리보기에서 마음이 사르르 녹아 바로 구매했다. 역시 요시타케 신스케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세상은 나름 귀엽다고 믿게 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금세 기분 좋아지게 만든다.

 

심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어느새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고 생각을 전환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이 불행했으면’ 하는 악한 마음은 파도에 흘려 보내고, 친구가 없으면 귤에 표정을 그려넣어 친구를 만들고 혹은 동물에게 말을 건다. 너무 뜨거워서 먹을 수 없다면 식을 때까지 다 함께 호호 불면 된다. 해결책은 우리의 고민보다 간단하다! 맞아! 간단해(^ㅠ^)(초코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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