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 재미있고 감각적이고 잘 팔리는
김은경 지음 / 호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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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밑줄긋기

24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구체적인 글쓰기‘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볼까요? 개인적 취향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에세이란 사적인 스토리가 있으면서 그 안에 크든 작든 깨달음이나 주장이 들어 있는 글입니다.
듣기에는 간단한 것 같지만 막상 써보려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나‘를 드러내는 것은 꺼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누가 써도 상관없을, 관념적이고 뻔한 글을 많이들 씁니다. 인생을 즐겨라,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마라,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은 아주 작은 것이다 등 어디선가 많이 본 글들의 변형 버전을 말이죠. 물론 그중 훌륭한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이야기에는 힘이 없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글을 읽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그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 술자리에서, 커피숍에서, 메신저상에서 지인들에게 그 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애초에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라면 어느 누가 그 글을 기억하겠으며 타인에게 어떻게 다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글을 굳이 타인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을까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지금 접속해서 베스트 글들을 살펴봅시다. 전부 놀랍도록 열광적이고 사적이고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요? 사람들이 열광한 글들 중 추상적이고 뻔한 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한 첫 번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단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는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거부감 갖지 마시길.
기억하세요.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나를 궁금하게 하는 유혹의 글쓰기‘이기도 합니다. - P24

195 괴로운 기억을 꺼내보는 용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굴욕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기억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겠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요.
지독한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글로 풀어내보세요. 글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어떻게 글로 풀어낼지를 고민하다 보면 그 사건이 나를 얼마나 단단하게 변화시켰는지를 깨달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아마 지금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질 것입니다. 또 이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피어나지요.
그런 마음은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더 멋있는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주지요.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련이 없는 히어로물을 누가 보고 싶어 할까요? 당신이 겪은 일들은 멋진 히어로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이제 그 과정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만 남았지요. - P195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것도 에세이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주제의 글들이 있습니다. 《너의 세계를 스칠 때》라는 에세이집에 삽입된 <이메일을 만드는 미래의 딸에게>라는 글도 그 중 한 가지인데요, 이 글은 제목 그대로 이메일 주소 만드는 팁을 열거한 것이 전부입니다. 한영 키를 바꾸어 타자를 치도록 설정하지 말 것, 생일을 넣지 말 것, 좋아하는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키워드를 넣지 말 것 등 생각보다 디테일한 조언을 꼽고 있는데요, 읽고 나면 주제의 신선함과 꽤 실용적인 팁의 조합에 빙그레 웃음이 나옵니다. 별 생각 없이 회사 이메일을 설정해놓은 탓에 땅을 치며 후회 중인 직장인들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베스트셀러 《사는 게 뭐라고》에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 욘사마가 나오는 DVD를 전편 구매한 이야기도 나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중에는 재미있는 러브호텔 이름을 나열한 것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헤어지던 당일의 기억을 100일 동안 글로 곱씹은 책도 있고, 자신의 찌질한 면만을 모아서 엮은 책도 있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뭐든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주제여도 좋습니다. 잘만 정리하면 세상 누구도 쓸 수 없는 독보적인 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더 이상하게, 더 신기하게 써 보는 겁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재미있게 읽히는가?‘

위의 조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과감히 도전하세요. 주제가 무엇이든, 위의 조건이야말로 좋은 에세이인지를 가늠하는 단 하나의 공식이니까요.

227 어떻게 작가가 될 것인가 3
출판사에 글을 투고하는 것만이 작가가 되는 길은 아닙니다. 매거진 투고를 통해 작가가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내일>에서는 매월 독자 투고를 받고 있고, 글이 채택되면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월간 에세이>나 <샘터> 같은 월간지에서도 독자 투고를 받고 있지요.
1회성이어도 좋으니 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문을 두드려보세요. 새 책 기획을 위해 위의 매거진들을 구독하고 있는 편집자도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또 그 매거진을 보고 다른 매거진에서 원고를 의뢰할 수도 있고요.
지금 당장 어떤 반응을 얻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찰스 부코스키와 스티븐 킹 역시 수많은 반려의 답을 받은 작가들입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한, 내가 한 모든 노력은 민들레씨처럼 어딘가에 가서 반드시 싹을 틔울 것입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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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1-06 0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디테일이 살아야합니다 시오노 나나미가 “신은 세부에 깃든다”는 말을 남겼는데 정말 디테일이 살아숨셔야겠네요 근데 그게 힘들죠 ㅎㅎ

베텔게우스 2019-01-06 09:06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좋은 아침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디테일한 주제를 글로 잘 풀어내는 연습을 차근차근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말에 다가갈수록 나아질거라 믿으며 ㅎㅎ

카알벨루치 2019-01-06 09:10   좋아요 1 | URL
디테일은 투명성과 연결되는데 과연 우리가 얼마나 타인 앞에 자신을 노출시킬수 있을지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굿모닝요^^

베텔게우스 2019-01-06 10:04   좋아요 1 | URL
음 뻔한 말씀이지만 결국 각자의 성향에 따르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생각했을때 얼마나 편하게 느끼면서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느냐... 가수로 예를 들면 서태지 같은 신비주의 컨셉도 있고 BTS처럼 활발하게 소통하는 이도 있듯이요. 글도 신문의 경우처럼 실명 기고를 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익명 게시판도 있고.. ㅎㅎ 저도 이런저런 생각해보게 되네요~

카알벨루치 2019-01-06 10:47   좋아요 1 | URL
그래요 올 한해 제대로 써봅시다 ㅋㅋㅎ화이팅! ㅋㅋㅋ

:Dora 2019-01-06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를 드러내기 싫으면 좋은 에세이를 쓰기 어려운 걸까요? ㅎ;;;

카알벨루치 2019-01-06 15:31   좋아요 2 | URL
소설이나 에세이나 글은 자기자신을 발가벗긴다는 아니 에르노였던가? 김탁환의 <천년습작>에서였던가 본 것 같아요 ㅎㅎ

베텔게우스 2019-01-06 16:20   좋아요 1 | URL
에세이가 일상의 체험을 토대로 단상을 간단히 적어가는 형식이라고들 하는데, ‘나‘가 잘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래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생각인지를 몰라서, 글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대학내일을 종종 읽는데, 게재된 독자 에세이를 보면 글쓴이에 대해 드러난 정보 하나하나가 주제에 대한 강력한 근거가 되어줍니다. 여담으로 저도 대학내일에 에세이를 투고했다가 광탈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이 책을 읽으니 나를 너무 숨겼구나.. 싶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