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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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밑줄긋기

46 지난 수십 년 신경과학과 행동경제학 같은 분야에서 이룩한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인간을 해킹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인간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 결과 음식부터 배우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어떤 신비로운 자유 의지가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에 확률을 계산하는 수십억 개의 뉴런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인간의 직관‘이라고 과시해온 것이 사실은 ‘패턴 인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좋은 운전사, 은행원, 변호사라고 해서 교통이나 투자, 협상에 관한 마술적 직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부주의한 보행자나 부적격 대출자, 부정직한 사기꾼을 알아보고 피할 뿐이다. 또한 인간 두뇌의 생화학적 알고리즘도 완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뇌는 어림짐작이나 손쉬운 방법, 그리고 현대의 도시 정글보다 아프리카 초원 시절에 맞춰진 시대착오적 신경회로에 의존한다. 좋은 운전사와 은행원, 변호사조차 때로는 멍청한 실수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 - P46

64 앞으로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노동자들을 재훈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인간이 그런 끝없는 격변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의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변화는 늘 스트레스로 가득하다. 21세기 초 세계는 미친 듯 바빠지면서 온 지구는 스트레스라는 유행병을 앓고 있다. 고용 시장과 개인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현실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사피에스의 정신이 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훨씬 효과가 큰 스트레스 경감 기술ㅡ약물부터 뉴로피드백neuro-feedback(뇌파 측정을 통한 조절 훈련-옮긴이), 명상에 이르기까지ㅡ이 필요할 것이다. 2050년 ‘무용’ 계급이 출현하는 원인에는 일자리의 절대 부족이나 관련 교육의 결여뿐 아니라 정신 근력의 부족도 포함될 것이다. - P64

71 그러니 인간이 생산자로서도 소비자로서도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면, 인간의 육체적 생존과 정신적 안녕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해답을 찾기 시작하기 전에 위기가 전면적으로 분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그때쯤이면 너무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전례 없는 기술적, 경제적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델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야 한다. 이런 모델들은 일자리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원칙을 따라야 한다. 많은 일자리들이 따분한 고역이고 구제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아무도 현금출납원을 평생의 꿈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을 보호하는 일이다. - P71

280 오늘날 과학자들은 도덕성이 사실은 진화 과정에서 나왔으며, 그 뿌리는 인류가 출현하기 전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한다. 늑대, 돌고래, 원숭이 같은 사회적 포유류는 모두가 윤리 규약이 있으며, 이는 진화 과정에서 집단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채택되었다. 가령, 늑대 새끼들이 함께 놀 때에도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있다. 새끼 한 마리가 놀이 상대를 너무 심하게 물거나 상대가 배를 보이고 누워 항복을 표시했는데도 계속해서 물면 다른 새끼들이 끼어들어 놀이를 막는다.

침팬지 무리에서도 우월한 개체들은 보다 약한 개체들의 소유권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 어린 암컷이 바나나를 발견하면 심지어 우두머리 수컷조차 대개는 자기가 먹으려고 훔치려 들지는 않는다. 이런 규칙을 어기면 자신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유인원들은 무리 안의 약자를 이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나서서 그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미국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에 사는 키도고라는 이름의 피그미침팬지 수컷은 심장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아 몸도 허약한 데다 어리벙벙했다. 키도고는 처음 이 동물원에 왔을 때 적응은커녕 관리사들의 지시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다른 침팬지들이 키도고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는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종종 키도고의 손을 잡고 어디든지 그가 가야 할 곳으로 이끌었다. 키도고가 길을 잃었을 때는 큰 소리로 조난 신호를 보내면 다른 개체들이 달려와서 도와주기도 했다.

키도고의 주요 조력자들 중 하나는 무리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수컷, 로디였다. 로디는 키도고를 안내했을 뿐 아니라 보호해주기도 했다. 무리의 구성원은 거의 모두 키도고를 친절하게 대했지만, 머프라는 이름의 나이 어린 수컷 한 마리만 자주 키도고를 무자비하게 놀려대곤 했다. 그런 행동을 알아챈 로디는 머프 녀석을 쫓아내거나 팔을 바꿔가며 키도고를 감싸서 보호할 때가 많았다.

훨씬 더 감동적인 일은 코트디부아르의 정글에서 일어났다. 오스카라는 별명의 어린 침팬지는 어미를 잃고 혼자서 힙겹게 살고 있었다. 다른 암컷들은 자기 새끼를 돌보느라 아무도 오스카를 맡아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 오스카는 갈수록 몸무게가 줄었고 건강과 활력을 잃어갔다.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무리의 우두머리 수컷인 프레디가 오스카를 ‘입양’했다. 이 우두머리 수컷은 오스카의 먹을 것을 확실히 챙겼고, 자신의 등에 오스카를 태우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유전자 검사를 해봤지만 프레디와 오스카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무엇이 이 무뚝뚝한 나이 많은 리더로 하여금 어미 잃은 젖먹이를 돌보게 만들었는지 우리로서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 유인원 리더들은 무리 중에서 약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구성원, 고아가 된 구성원을 돕는 성향을 발전시켜왔다. 성경이 고대 이스라엘인에게 "과부나 아비 없는 아이를 학대하지 말라"(출애굽기 22장 22절)고 가르치고, 선지자 아모스가 사회 지도층을 향해 "가난한 자를 억압하고 도움이 필요한 자를 학대한다"(아모스 4장 1절)고 책망하기 수백만 년 전에 이미 시작된 일이다.

고대 중동 지역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들 중에도 성경 속 선지자들보다 앞선 사례가 있었다. "살인하지 말라"와 "도둑질하지 말라"라는 계명은 수메르 도시 국가들과 파라오 이집트, 바빌로니아 제국의 법과 윤리 조항으로도 유명했다. 주기적인 휴식의 날도 유대인의 안식일 전통보다 훨씬 앞서 존재했다. 선지자 아모스가 이스라엘 지도층을 향해 압제적인 행동을 꾸짖기 1,000년도 전에 바빌로니아의 왕 함무라비는 위대한 신들이 자신에게 가르쳐주기를 영토 내에 정의를 증명하고, 악과 사악함을 분쇄하며, 힘 있는 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것을 막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 P280

307 그렇다면 세속주의의 이상이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세속주의의 가치는 진실이다. 단지 믿음이 아닌 관찰과 증거를 기반으로 한 진실을 말한다. 세속주의자들은 이 진실과 믿음을 혼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이야기에 대한 강한 믿음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심리와 유년기, 뇌 구조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줄 수 있겠지만, 그 이야기가 진실임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 때 강한 믿음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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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24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텔게우스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차가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베텔게우스 2018-12-25 19: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