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왕언니, 유카리 언니의 조언

작은미미

 

유카리 언니는 이제 갓 오십을 넘었다. 인생은 육십부터고 청춘은 팔십부터이니(내 맘대로) 아직 햇병아리시다. 미미는 언니에 비하면 아직 깨지 못한 알 속에 있다.

언니 역시 우리처럼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데뷔를 하셨다. 그전에는 옷가게의 사장이었고 한 밴드의 광팬이었다. 하지만 역시 노래 부르는 것이 제일 좋았던 언니는 서른하나에 결국 첫 앨범을 내게 되었다.

언니의 첫 앨범 사랑의 맛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성인가요 뺨치는 진득한 감정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언니의 농익은 목소리와 빈티지한 연주는 데뷔 앨범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원숙하다. 이미 언니는 준비된 가수였던 것이다. 그런 언니가 이제 데뷔 30주년이 되어간다.

 

오사카의 소울 여제라 불리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잘나가는 연예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언니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도 하고 있고 여전히 오사카에 살며 오사카 시장의 단골 밥집에서 밥을 먹는다. 언니와 오사카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하지만 어머, 유카리 여신이다! !” 이런 느낌이 아니라 ~ 유카리짱, 밥은 먹었어?” 하는, 동네 친구한테 건넬 법한 인사를 한다. 친숙한 느낌의 가수,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그 반대급부에 있는 것이 미미 아닌가. 미미는 태생이 신비주의라 애초에 동네 언니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우리는 좀더 도도해야 했고, 좀더 시크해야 했다. 말도 안 하고 표정도 없고, 게다가 눈이 안 보이니.

우리가 말을 하고 웃기도 하며 (선글라스를 벗진 않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것은 어쩌면 유카리 언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언니의 팬들은 언니를 그냥 동네 누나처럼 대한다. 친근한 오사카 사투리로 안부를 묻고 집에서 먹을 것들을 싸다가 준다. 우리도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벗었다. 선글라스 빼고 대부분의 것을 벗었다. 선글라스는 미미의 정체성이기에 그건 고수했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도 사람이고, 너희처럼 삶의 무게에 치여 살고 있는 평범한 한국의 여성이다, 그러니 우리의 노래를 같이 들어볼래? 하는 느낌으로 만든 게 2집의 노래들이다.

 

데모를 만들고 보니 죄다 연애 노래다. 그렇다면 아예 연애의 민낯을 보여주는 노래들로 추려버리자. 우리가 그래도 나이가 좀 되니 연애 혹은 연애 비스무리한 것들을 꽤 해보지 않았겠는가. 사랑까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좀 할말이 많았다. 그렇게 나온 노래들이다.

 

앨범 제목은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 여러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옛 남자가 아는 척할 때 정색하며 하는 말일 수도 있고. 그것보다 좀더 노렸던 것은 그동안 여러분들이 봐왔던, 여러분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그런 미미가 아니에요. 우리 이제 좀 느슨해질까 하거든요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느슨해지자. 그전에는 모든 것들을 통제해야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좀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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