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 - 차근차근 알려주는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계획
안정호.김성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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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업 특성상 낯설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낯설게 다가오는 게 있다. 인테리어. 나는 인테리어 회사를 꼭 두 번을 다녔는데, 아마 다시 시도해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는 인테리어를 정말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일부러 여백을 남기는 것이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당시에 여백의 미를 가진 확고한 나의 취향들은 늘 난관에 부딪혔다. 그러다 보니 선임 상사였던 실장님도 “땡땡씨 집을 꾸민다고 생각해 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간파할 줄 알아야 해.”라고 말을 바꿨다. 둘 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둘 다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라는 것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간극을 파고드는 요점이었으니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었다.



 

 

 

2.

내가 집을 꾸미게 된 것은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인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꼭 네 번째 집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서 살 수가 없다. 가장 우선시 되는 이유는, 사택이니까. 고작 몇 년만 살고 다른 곳에 가게 될 테니까. 그 기간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최종의 목적지가 있으니까. 그러면서도 늘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도배, 장판, 입주청소인데 이것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기본적인 요소다. 그리고 조금 더한다면 화장실 타일줄눈정도. 아마 내가 이곳에서 정해진 기간보다 좀 더 살게 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아마 똑같거나 아니면 집을 전세/매매하거나의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언제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는 굉장히 확고하게,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여 살고 싶지는 않다. 리모델링에는 많은 종류가 있겠지만, 그중 가벽을 철거하는 일이 특히나 그렇다. 나의 생각이 보수적일 수도 있으나, 나는 그것에 대해 성형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조금 꼬아서 생각하는 (굉장히 재수 없게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얼굴이 못생긴 사람의 예쁜 마음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그걸 생각하면서 방금 또 화가 났는데,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또라이같다.) 나는 낡은 외형에 손을 대는 것은 결국 그것에 주어진 시간을 좀 더 깎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보수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이제 계획이 차근차근 이루어진다면, 조만간 집을 매매할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다. 업무상으로만 찾아보던 잡지들을 하나둘씩 나의 상황에 맞춰 나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책들도 하나둘씩 가볍게 읽고 있기도 하다. 나는 타인의 집을 볼 때 집의 구조가 아니라, 본래의 집이 가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좀 더 중점을 둔다. 집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집은 이미 가치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나의 입맛에 맞게 스크랩을 하고 있다.



 

 

 

3.

<평생 살 거 아니어도 예쁜 집에 살래요>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오래된 아파트를 매매하고 인테리어를 하며 서로의 관점에서 기록한 일지였다. 건축 분야를 전공하는 남편과 건축 분야를 전혀 모르는 아내의 일지는 많이 달랐는데, 서로의 지향점이나 좀 더 중시하는 것들이 일지에 종종 보였기에 읽는 재미가 더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바닥마감재싱크대욕실 인조대리석이었다.


 

나도 바닥마감재를 타일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왔기에 좀 더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내가 우려했던 부분인 타일의 변형과 깨짐에 있어서 보수라든지 미끄럼이라든지 등등의 이야기도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타일의 장단점을 써둔 부분에서 내가 가장 눈여겨보았던 것은 난방 부분이었는데 보일러를 틀어두면 최대 이틀까지도 그 온기가 지속될 수도 있다니,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어떤 것을 제치고서라도 타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줄눈의 주기적인 교체와 심지어 유선 청소기를 돌릴 때 타일의 마모성이나 깨짐의 유무 등을 따져보게 되면서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싱크대는 대리석이 아니라 목재로 해두었는데, 색다른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목재 싱크대로 했을 때 예쁜 것 외의 단점들을 나열해보다가 코팅이 되어있어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주방이 예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싱크대만큼은 예쁨보다 실용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순위에 올려놓고 생각할 일은 없겠지만, 예쁘긴 정말 예쁘더라- 대신에 싱크대 상부장은 진심으로 없애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두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짐을 좀 줄여야겠지. 아니면 하부장을 좀 촘촘하게 배치하든지.


 

지금 내가 살았던/살고 있는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은 욕실이라 나는 내가 살았던/살고 있는 집의 욕실을 빼놓고 모든 욕실에 감탄한다. 집을 고를 때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공간도 1. 주방 2. 욕실일 정도로 나는 그것에 대한 크고 작은 로망이 있다. 우선 욕실에 욕실 용품을 놓는 일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이 부부는 인조대리석을 만들어두어 그곳에 욕실용품들을 다 올려두었다. 아직까지는 내 마음에 꼭 맞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기에 좀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싶어 참고가 많이 되었다.

 

 

 

 


 

 

늘 느끼지만, 역시 집을 잘 꾸미고 산다는 것은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다.

전혀 꾸미지 않았고 예쁘지 않은 우리의 집에 살면서도 이렇게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공간에 대해 순간순간 인지하고 가꾸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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