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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지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별이 된 사람을 볼 수 있을까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어도

알아 볼 수 있다면 좋겠네

 

 

 

2

 

목숨이 다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사람은

많은 사람이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땅에 신호를 보냈어요

 

반짝반짝

 

이건 오래오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져 온 이야기예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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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그리고 벤 (리커버 에디션)
미바.조쉬 프리기 지음 / 우드파크픽처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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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채 녹지 않은 이른 봄에 남자는 길에서 벌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거 보면 그냥 지나칠 텐데. 남자는 움직이지 못하는 벌을 조심스럽게 종이에 놓고 쌌습니다. 벌이 있을 공간은 남겨두었지요. 잘못하면 벌이 찌부러질 테니.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종이를 폈어요. 벌을 종이 위에 둔 채 볕이 드는 창가에 두었어요. 다친 새라면 어딘가 치료라도 해줄 텐데, 추워서 쓰러진 벌은 따듯하게 해주면 될까요. 벌을 돌보기로 하다니 신기하네요.

 

 남자가 병뚜껑에 물을 넣어서 벌 옆에 놓아두니 벌이 물을 마셨습니다. 벌은 정신을 차린 거지요. 남자는 벌 옆에 꽃도 놓아두었어요. 남자는 작은 벌을 보고 일찍 세상을 떠난 자기 아이를 떠올렸습니다. 아이는 여름엔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걸 좋아하고 언제나 남자를 졸졸 따라다녔어요. 아이는 겨울엔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냈어요. 그런 걸 떠올리는 건 마음 아플 것 같네요. 남자는 아이한테 뭐든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걸 아쉬워했어요. 남자는 벌한테 이것저것 해주었습니다.

 

 사람과 벌이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요. 아주 못할 건 없겠습니다. 남자가 차를 마실 때 벌도 차를 마셨어요. 그 모습 좋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남자와 벌이 오래 산다면 좋겠지만 그건 바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날 남자가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갔어요. 다행하게도 남자는 다시 깨어났어요. 남자의 친구가 집에 혼자 남은 벌을 병원에 데리고 왔어요. 벌은 화분 속 꽃에 있었어요. 벌을 옮기는 방법으로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습니다. 남자는 벌을 다시 만나서 기뻤어요.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병원에서 나오고 집으로 돌아갔겠습니다. 벌과 함께.

 

 벌은 여럿이 모여서 살기는 하겠지만, 남자가 구한 벌은 그 뒤로도 남자와 살았을까요. 벌은 몸이 건강해지고 다른 친구를 찾아갔을지. 그건 모르겠네요. 벌이 친구한테 돌아갔다 해도 괜찮을 거예요. 다시 봄이 왔거든요. 벌은 남자를 기억하고 남자를 찾아왔을 겁니다. 이건 제 바람이지만. 벌은 한해밖에 못 살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잠시 잊는 게 좋겠어요. 세상에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신비한 일도 일어나잖아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습니다. 남자가 구한 벌은 어려서 세상을 떠난 남자의 아이가 벌로 다시 태어나고 길에서 우연히 남자와 만나게 됐다고. 제가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건 무척 슬프고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때는 살기 힘들어도 시간이 가면 덜 슬프고 덜 아픕니다. 그렇다고 그게 아주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사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기억하면 죽은 사람은 자기 안에 살아 있는 거잖아요.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듯, 슬픔에 빠진 마음도 가끔 기쁨에 들뜨기도 하겠지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이어왔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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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이 리뷰 너무 재미있어요. 벌과 같이 지낸다는 발상은 참신한거 같아요~!!

희선 2021-07-30 02:26   좋아요 2 | URL
저는 벌이 작아서 사람이 돕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한 것 같아요 이 책을 보고는 꼭 그렇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도 함께 있으면 귀엽고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7-30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슬픈 이야기네요. 아이를 잃은 슬픔이 다른 생명을 돌보게 되고 서로 의지하게 되는...
그 대상이 벌이라고 하니 참신한 발상이네요. 하기야 그것이 무엇이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내 마음 한자락을 기댈 수 있다는게 중요하지...

희선 2021-07-30 02:28   좋아요 2 | URL
어쩌면 아이를 잃은 건 꽤 예전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아이를 기억하는군요 부모여서 그렇겠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고 하니... 책 맨 앞에 나온 아이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여전히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고 아주 떠난 건 아닐지도... 이런 거 보면 이렇게 생각하지만... 벌과 살기, 이 책을 보니 그것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희선

thkang1001 2021-07-30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람돌이 님과 희선 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자녀들은 자신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땅속에 묻는다고 하고, 부모님께서는 자신의 자녀들이 죽으면 그 죽은 자녀를 자신의 가슴 속에 묻는다고 합니다.감사합니다!

희선 2021-07-31 01:08   좋아요 0 | URL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해도 아이가 죽으면 부모 마음이 아주 아프겠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도 기쁠 듯합니다 죽음은 차례가 없다고는 하지만 아이는 부모보다 나중에 세상을 떠나는 게 더 낫겠습니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희선
 

 

 

 

버리고 싶지만 버리지 못해

지금까지 마음 쓴 시간이

아까운 걸까

 

시간도 마음도 다 부질없다

자기 만족일 뿐

 

그것도 괜찮지

거기까지만 해

그게 가장 좋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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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자기만족이라는 데 공감이 가네요 🤔

희선 2021-07-30 02:24   좋아요 1 | URL
자기만족으로 끝나야 할 텐데... 그래야 해 하면서도 다른 걸 생각하기도 하네요 여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희선

2021-07-30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31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좋은 생각

멋진 생각이

언제나 나를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세상은 늘 내게 속삭이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 걸까

 

세상이 속삭이는 말에

더 귀 기울여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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ゴ-ストハント4 死靈遊戱 (角川文庫)
小野不由美 / KADOKAWA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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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헌트 4   사령유희

오노 후유미

 

 

 

 

 

 

 천천히였지만 《고스트 헌트》 한권씩 보고 네권째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앞에 세권보다 책을 본 날수는 적다. 다른 때 며칠이나 걸린 건 하루에 책을 본 시간이 얼마 안 돼서다. 처음에는 잘 봐도 갈수록 조금씩 봤다.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사흘째에 많이 봐서 좀 나았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다니. 바로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그랬다. ‘고스트 헌트’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로 시작하고 두번째는 어느 집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세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이번 네번째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앞에 나온 유아사 여자고등학교와는 다르다. 지금 생각하니 갈수록 일이 커지는 것 같다. 이번에는 료쿠료(綠陸)고등학교다.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심령현상조사사무소 소장 나르(시부야 카즈야)는 료쿠료고등학교 교장이 의뢰한 일을 한번 거절했다. 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문기사에 나오기도 해서였다. 나르는 대중매체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3학년이지만 학생회장인 야스하라 오사무가 학생들 서명을 들고 일을 의뢰하러 왔을 때는 나르가 그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스님 타키가와 호쇼 무녀 마츠자키 아야코 영매사 하라 마사코 그리고 엑소시스트 존 브라운도 불러서 함께 일하기로 했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주 많아서 그랬다. 얼마전에는 어느 교실에 검은색 개가 나타나 학생을 물기도 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모두가 식중독에 걸린 것 같기도 했다. 탈의실에서는 저절로 불이 났다. 불은 12일을 주기로 일어났다. 료쿠료고등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지난해 가을쯤부터였다. 지금은 해가 바뀌고 일월말이다. 난 야스하라가 3학년으로 올라간 건가 했는데, 그게 아니고 곧 졸업할 거였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회장이라니. 마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타니야마 마이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으로 나르가 마이네 학교에 갔을 때 만나고 그 인연으로 같이 일하게 됐다. 지난번에 마이한테 초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에도 마이 꿈이 도움이 된다. 그렇다 해도 마이는 정말 자신한테 무슨 힘이 있나 하기도 한다. 마이 힘은 나르나 다른 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서 드러나게 됐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료쿠료고등학교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1학년 학생이 있었다. 사카우치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었다. 사카우치가 남긴 종이에는 ‘나는 개가 아니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사카우치가 죽고 나서 학교에서는 괴담이 퍼지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트가 되는 게 꿈이었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썼을 거다 했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사카우치는 고스트 헌터가 되고 싶었을지도.


 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다행이냐면 내가 다닌 학교는 학생한테 공부만 강요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분위기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걸 잘 느끼지 못했던 걸지도. 반을 등수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은 꽤 무서워서 숨 죽이고 살았구나. 다른 반보다 학교에 일찍 가고 쉬는 날에도 학교에 가야 했다. 그렇게 해도 공부가 잘 안 됐는데. 예전에도 한번 말했는데, 점심시간에 나오는 학교 방송도 못 들었다. 앞에서는 학교 생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구나. 난 학교 다니는 거 재미없었다. 그렇다고 안 갈 수 없으니 그냥 참고 다녔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그냥 공부만 하면 괜찮았던 때가 나았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한다. 그것보다는 그때 공부가 뭔지, 왜 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입시에 힘을 많이 쏟지 않나. 료쿠료고등학교는 그런 게 꽤 심했다. 엄한 학교였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따르기는 했지만, 다른 데 의지하기도 했다. 그건 ‘오리키리 사마’라고 지난번에 말한 콧쿠리(영혼을 불러서 물어보는 것)와 비슷한 거였다. 료쿠료고등학교 아이들은 숨돌리기로 오리키리를 했다. 그건 학교 전체에 퍼지고 그걸 안 한 아이가 없을 정도였다. 료쿠료고등학교에 영혼, 도깨비불이 많은 건 그 탓인 것 같았다. 그걸 해도 큰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료쿠료고등학교는 영혼이 벗어나기 힘든 구조였다. 오래전에 유적(무덤)이었던 곳에 학교를 지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이 사카우치 영혼도 학교에 남아 있었다. 마이는 꿈에서 사카우치를 보았다. 사카우치는 아주 많은 도깨비불을 보고 즐거워했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아직도 료쿠료고등학교 학생회장인 야스하라는 이번에 새로 나온 사람에서 눈에 띄었다. 야스하라는 대학에 붙었나 보다. 공부도 잘하고 뭐든 잘했다. 야스하라가 학생회장이 되고 학교를 바꾸려 애쓰기도 했는데, 사카우치는 죽었다. 이 학교에는 생활지도를 맡은 마쓰야마 선생이 있는데, 이 선생님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학생들이 이상한 일을 겪는 걸 믿지 않았다. 이 학교에 마쓰야마 같은 선생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나서서 학생을 돕는 선생님도 없었다. 야스하라는 오리키리가 어떻게 퍼졌는지 알아 보았다. 그건 1학년과 미술부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사카우치는 미술부였다. 오리키리는 콧쿠리와 다르게 누군가를 저주하는 거였다.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그걸 했다. 학교를 원망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저주하려는 마음은 없어서 그게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부른 영혼은 서로 잡아먹고 고독이라는 게 됐다. 이건 중국에서 전해져 오는 걸로 본래는 벌레끼리 싸우게 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걸로 저주하는 거다.

 

 이번 《고스트 헌트》 4권 보면서는 학교를 많이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만 강요하는. 지금은 더하던가.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 다른 아이를 괴롭히기도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못 갔겠지만, 하교에 가게 된다면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를 바란다. 인터넷에서도 따돌린다는 말 들었는데. 아이들이 그러는 걸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다. 부모뿐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한테 마음을 써야 할 거 아닌가. 공부가 다는 아닌데.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하는 일에도 책임은 따르겠지. 그것도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모두가 한다고 따라하기보다 그게 뭔지 알아보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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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7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왠지 살벌(?)하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아주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무서운 이야기도 많이 들리고 힘든것 같더라구요. 입시가 전부는 아닌데...그래도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희선 2021-07-28 01:21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학창시절 즐겁게 지내셨군요 학교가 그렇게 안 좋은 곳은 아니기는 한데, 학교폭력 같은 이야기나 입시만 생각하는 학교도 있어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니 즐겁기도 하죠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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