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선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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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사람은 왜 살까 하는 생각을 해도 답은 모르겠다. 날마다는 다르지만 많은 사람이 그날이 그날이다 생각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한 걸 기쁘게 여기고 사는 사람도 있겠지.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힘든 일이다. 어떤 일이 닥치지 않는 한은 되풀이되는 날들을 지루하게 여길 거다. 난 어떨까. 나도 나만의 규칙을 가지고 날마다 비슷하게 지낸다. 가끔 어떤 일 때문에 그게 깨지는 게 싫다. 꼭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날마다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구나. 어쨌든 난 심심하다고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지는 않다. 심심하면 심심한 대로 그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을지도. 이 소설에 나온 사람처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남자가 그걸 했는데, 여자도 하는 사람 있지 않을까.

 

 혼마 다카오는 아내와 딸이 있고 인쇄회사에 다녀서 사는 게 어렵지 않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누군가는 혼마가 행복하게 산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마는 아닌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 사카이가 만남 사이트라는 걸 가르쳐주자, 자극이 없는 자신의 생활을 생각하고 자신도 한번 해 본다. 조금 거짓말을 섞어 자신을 멋있게 꾸미고 여러 여자와 전자편지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해를 하고 딱 한사람만 만나고 그것을 그만두려 했다. 그때 혼마가 전자편지를 보낸 사람이 바로 리카다. 리카 느낌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혼마가 휴대전화번호를 가르쳐주자 리카가 자꾸 전화했다. 전자편지도 엄청나게 보냈다. 혼마는 그제야 리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리카는 혼마한테 전화하고 혼마가 전화번호를 바꾸자 혼마를 찾아낸다. 나중에는 집과 회사 그리고 아내와 딸까지 알아낸다. 그런 거 참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일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 아니 내가 모르는 일이 세상에는 많으니 아주 없다고 할 수 없겠다. 처음 잘못한 건 혼마다. 아내와 딸이 있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다른 걸 바라다니. 차라리 취미를 갖지, 왜 모르는 사람을 만나려고 했을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게 다 안 좋은 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다.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끼리 모이는 일도 많다. 인터넷은 워낙 넓고 이런저런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이 솔직하겠지만 자신을 속이는 사람도 조금 있을 거다. 혼마는 겁도 없이 그런 걸 했다. 그래도 혼마가 안됐다 싶다. 리카는 정말 이상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글만 보고 그런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리카가 혼마한테 보낸 전자편지 조금 이상했는데, 어쩌면 난 리카가 어떤지 알고 그걸 봐서 그렇게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여자를 혼자 좋아하다 스토커가 되는 건 자주 봤지만 여자가 그러는 건 별로 못 봤다. 스토커가 되는 여자는 남자보다 많지 않아도 있을 거다. 무서운 여자. 마리 유키코는 무서운 여자 이야기를 잘 쓴다. 책 한권밖에 안 봤는데 이런 말을. 그 한권이 엄청났다. 《리카》를 보다보니 스티븐 킹 소설 《미저리》가 생각났다. 어떤 이야긴지 알지만 책은 못 봤다. 미저리에 나오는 여자(애니)보다 리카가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리카는 한때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어서 의학지식이 있었다. 그걸 이용해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리카는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망상이 심하고 자기애가 크다. 그런 사람과 마주이야기가 잘 될까. 리카는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말한다. 떼쓰는 어린이 같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말이 되어야 뭔가 해 볼 텐데 그런 게 안 돼서 마지막은 안 좋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정신이 이상해진다.

 

 스가와라 형사는 리카가 혼마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혼마는 아직 살았을까. 만약 리카가 경찰한테 잡혔다면 왜 리카가 그렇게 됐는지 나왔겠지. 사람이 처음부터 그렇게 꽉 막히고 잔인할까. 사이코패스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카가 그렇게 된 떠도는 이야기가 여기에 나오기는 했는데 그것일까. 리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나중에 볼 수 있을지. 어쩐지 여기 나온 게 다일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어둠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애쓸 거다.

 

 

 

희선

 

 

 

 

☆―

 

 “사람 마음속에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둠 같은 게 있어. 평범하게 살아가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해. 나도 자네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기회는 뭐라도 좋아. 아무리 시시한 거라도 상관없어. 어느 날 사소한 기회로 어둠이 두렷한 형태를 이루는 일이 있어. 그런 일은 누구한테라도 일어날 수 있지. 그런데 어둠이 갈수록 커져서 마음을 아주 뒤덮은 순간…….”

 

 그는 피곤에 지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람 자체가 어둠이 되어버리는 거야.”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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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17-12-27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리즈였죠^^ 소설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읽던데...

희선 2017-12-28 01:19   좋아요 0 | URL
세권으로 한국에는 두번째까지만 나왔네요 마지막에 리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나오는가 봅니다 두번째도 못 봤는데 세번째를 말하다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