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총파업 때문에 두달 넘게 MBC 라디오 방송이 쉬었다. 그렇게 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이런 거 오래 가지 않겠지 했다.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자 걱정스러웠다. 이러다 뭔가 하나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 걱정을 다했다. 지난 11월 19일에 <복면가왕>이 본래 방송하는 걸 보고 라디오도 하려나 하고 틀어봤지만 하지 않았다. 내가 늘 듣는 <음악캠프>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게시판에 라디오 듣는 사람이 쓴 글에 11월 20일부터 라디오 방송 다시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 말 보고 기뻤다. 며칠 전에 MBC 라디오 방송 올해가 다 갈 때까지 안 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이 맞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디오 방송 MBC만 듣는 건 아니지만(MBC EBS 두곳이구나), 그동안 날마다 듣던 <음악캠프>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음악만 나오는 걸 들을 때는 주인 없는 집에 놀러간 느낌이었다. 주인 없는 집에 놀러갈 수 없으려나. 음악만 나오는 것하고 진행자 말소리가 나오는 거 아주 다르다. 음악도 진행자가 있을 때 틀어주는 게 훨씬 좋다. 라디오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야 좋다는 걸 깨달았다.
MBC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캠프>만 듣는 건 아니다. 이 방송하기 전에 하는 <오후의 발견>이나 <두시의 데이트>도 가끔 들었다. <두시의 데이트>는 지석진이 하는데, 어머니 합창단 목소리로 노래하는 거 좀 웃긴다. 두시에는 못 듣겠지만 세시 넘어서 책 읽지 않는다면 가끔 들을지도. <오후의 발견>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음악캠프> 시작하는 음악 들으니 무척 반가웠다. 그날 내가 잠을 못 자서 집중해서 듣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와서 좋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기뻐하고, 다른 나라에서 MBC 라디오 방송 즐겨듣는 사람도 좋아했겠다.
오랫동안 MBC 라디오 방송 못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들으니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예전과 다르지 않아서였을지도. 십이월 첫날은 MBC FM 패밀리 데이로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방송을 바꿔서 한다. 이걸 한 지 몇해나 됐을까. 하루 내내 MBC FM을 들어본 적 없지만, 그런 거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그거 들을 수 있겠다. 음악캠프 하는 시간에는 누가 하든 라디오 틀어두겠지만, 다른 시간에는 누가 하는지만 알아볼 것 같다. 한해에 한번(진행자가 쉬면 한두주) 다른 사람 목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도 십이월이 다가오면 올해 패밀리 데이에는 어떤 방송을 할까 할 것 같다.
이렇게 오래 방송이 쉬는 일 또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앞으로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이 자유롭게 일하기를 바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