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날이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썼는데, 백일 다 채울 수 있을까. 아무 일 일어나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할 수 있을 테지만. 올해 지나간 백일 정도는 별일 없이 지내기는 했다. 지나간 날은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운이 좋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그만두겠다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다.

 

 책을 읽고 쓰는 게 하나하나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분 좋다. 책을 보고 쓸 때는 조금 힘들고 잘 쓰지 못해서 아쉽지만. 날마다 쓰는 것도 잘 쓰지 못했지만 쉬지 않고 써서 기분 좋았다. 책 읽고 썼던 거 다시 따로 정리한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하지만. 내가 관심 갖고 쓴 게 아주 많이 다르지 않아서 그럴 거다. 이것저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고 하나를 파고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가지를 깊이 파고든 건 아니지만. 이어지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도 어느 순간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거 소설에서 볼 수 있구나. 그런 소설은 정신차리고 읽어야 한다. 소설은 딱 맞아 떨어지기도 하지만 삶은 그렇게 안 된다. 그래서 글을 써서 정리하려는 걸까.

 

 날마다 글쓰기를 하고부터 쓸 게 없는 것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그런 내가 좀 우습기도 하다. 일이 생기면 생겼나보다 하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돼서 걱정한 거기는 하다. 아무 일 없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좋은 건지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모른다. 이런 말을 하는 나는 아는 걸까. 조금은 아는 거겠지. 내가 바라는 게 그것이니까. 지루하고 재미없다 해도 별일 없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만약 무슨 일이 생겨서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백일 채우지 못하면 어떤가 해야겠다. 앞으로 글을 아주 쓰지 않을 것도 아닌데, 책 읽고 쓰는 것도 여전할 거고, 생각날 때마다 써도 괜찮겠지. 어쩐지 마지막처럼 말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게 마지막은 아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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