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다. 언제쯤 난 바람을 가르고 달릴 수 있을까.
내가 왜 달릴 수 없는지는 아주 잘 안다.
몇달 전에 난 자전거 가게에 서 있었다. 그곳에 남자아이와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왔다. 남자아이는 종우라고 하고 곧 중학생이 돼서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준다고 했다. 종우는 가게에 서 있는 자전거를 둘러보다 나를 보았다. 난 잘 보이려 했다. 종우가 내게 다가왔다.
“아빠, 여기 이 자전거로 할래.”
“그래, 그게 마음에 들어.”
집으로 올 때 종우는 나를 탔다. 자전거 가게가 아닌 세상을 보는 건 즐거웠다. 이대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
한동안은 같은 길을 다녔다. 종우가 학교에 갔다 올 때 나를 탔다. 그때는 다른 자전거도 보았다. 다들 자기 모습을 뽐내고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종우가 처음 나를 타고 학교에 간 날 종우 친구가 나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그 자전거 멋지다.”
“괜찮지. 이거 타고 달리는 기분도 좋아.”
어느 날부터 종우는 학교에 갈 때 나를 타지 않았다. 종우 다리 한쪽은 하얗고 다른 쪽 다리보다 두꺼웠다. 종우는 학교에서 잘못해서 다리를 다쳤다. 그날은 종우 친구가 나를 타고 집에 왔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마다 종우는 나를 바라봤다. 타고 싶은데 탈 수 없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휘유. 다리 언제 다 나으려나.”
종우는 나를 보고 혼잣말을 하고는 학교에 갔다.
나도 종우 다리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 종우와 함께 파란하늘 아래를 힘껏 달리고 싶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