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정말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이고 같은 세상일까. 얼마전에 난 이상한 하루를 보냈다. 그게 잠깐이어서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난 이 세상에 없을 거다. 아니 지금도 난 가끔 내가 사는 곳이 어제와 같은 곳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가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많은 사람과는 다르다. 늘 날이 바뀌고 잠을 잤다. 그날도 새벽에 잠이 들었다. 아침이면 이런저런 소리에 잠깐 잠이 깨기도 했는데, 그날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을 달리는 차 소리도 세차장에서 크게 튼 음악소리도 집 안에서 들려야 하는 텔레비전 소리조차도. 조용해서 그랬는지 난 잠을 오래 잤다. 아침이 다 갈 때쯤 잠이 깼다. 그때는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난 잠에서 깨면 늘 라디오를 틀었다. 그날도 잠들기 전날과 똑같이 라디오를 켰다. 그런데 라디오 방송은 나오지 않고 ‘윙~’하는 소리만 들렸다.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춰봐도 다 그랬다. 그때서야 난 바깥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상한 느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가 보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 부모님은 어딘가에 나갈 때도 있고 집에 있을 때도 있었다. 부모님 방을 보니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이 없었다. 난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서 방을 둘러 보았다. 내 방이었지만 뭔가 좀 이상했다. 내 방이면서 내 방이 아닌 느낌이 들었다. 바깥은 어떨까 하고 나가 보니, 길에는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세상은 멈춰버린 것 같았다. 멈춰버린 세상에는 나밖에 없었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집으로 들어와서 나는 다시 내 방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기장을 찾아보았다. 일기장은 늘 내가 두는 곳에 있었다. 일기를 쓴 마지막 날짜는 어제였다.

 

 

 

 20XX년 9월 XX일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처음에는 뉴스에서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르자 뉴스를 만드는 사람까지 사라지고 이제는 방송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나 혼자 남은 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어쩐지 나도 곧 이곳에서 사라질 것 같다. 난 어떻게 되는 건지, 아주 다른 게 되는 건지. 이런 걸 써도 아무도 모를 텐데.

 

 

 

 내가 쓴 적 없는 일기라니. 어쩌면 여기는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잠이 깬 곳은 내 방이었다. 난 여러 가지 소리로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날 일은 꿈처럼 느껴지지만 꿈이 아니다. 난 분명 잠시 동안 다른 세계로 갔다. 그곳은 이곳과 아주 똑같아 보였지만 조금 달랐다. 어쩌면 이곳도 그곳처럼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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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9-27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 단편 소설 같네요 .
꿈같기도하고 , 정말 뭘까요?
전 가끔 깨어있으면서도 세상이 공간이 차원이 지금 잠시 단절된 것 같다거나 ..다른 공간이나 차원이 끼어들었다고 느낄때도 있어요 . 바로 그 소리들 때문에요 . 어느땐 생활 소음이 바로 윗층 것 같다가 어느땐 있을 루 없는 구조상에서 들려오는 것 같을 때요 .
ㅎㅎㅎ 웃기죠?

희선 2017-09-28 01:51   좋아요 1 | URL
예전에 지구에 혼자 남은 사람 이야기(그런 이야기가 아주 없지 않지만) 같은 걸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조금 다르지만 이건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떠올리는 것과 쓰는 게 좀 다르기도 합니다 뭔가 생각이 나고 언젠가 됐든 그걸 쓰면 좋을 텐데... 아주 더울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디에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소리라고 하니 자기 혼자만 뭔가 듣는 사람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희선

[그장소] 2017-09-29 00:18   좋아요 1 | URL
더 연장해서 단편 분량으로 써보셔도 좋을것 같아요 . ^^
혼자만 듣는 ..그거 미드였나 , 리스너? 였나.. 제목이 .. 드라마 있지 않았나요?
책도 있었던거 같은데..일본작가..였나요? 생각이 날듯 말듯..ㅎㅎ
암튼 , 희선님 글은 현실적이어선지 더 극적으로 느껴지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