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人の門 (角川文庫) (文庫)
히가시노 게이고 / 角川書店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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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문

히가시노 게이고

 

 

 

 

 

 지금까지 살면서 이제 그만 만나야겠다 생각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만난 사람과 연락하고 사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학교 다니기 전에 사귄 친구가 하나 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친구하고는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어렸고 아주 먼 곳으로 이사해서 그랬구나.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 친구는 어떻게 사귄 걸까. 내가 사람을 만나고 사귄 건 학교에서다. 학교 친구하고 오래 연락하고 살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은 나만 있었나 보다. 같은 학교나 같은 반이 아니면 멀어질 수밖에 없겠지. 그렇다 해도 한사람이라도 친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 난 그런 친구 사귀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는 친하다 여겼는데.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귀는 사이라 해도 다 좋은 관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살인의 문》에 나오는 다지마 가즈유키(田島和幸)와 구라모치 오사무(倉持修)가 그렇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건 다지마뿐일지도 모르겠다. 구라모치는 다지마를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단 한사람이라 여겼다. 그런 마음인데 왜 다지마를 힘들게 했을까. 정말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친구가 나보다 잘살거나 잘하는 게 있으면 그런가 보다 한다, 했던 것 같다. 친구가 잘해서 부러워한 적보다 다른 사람이 잘하는 걸 부러워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친구와 친하면 걱정했다. 친구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할까봐.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아직도 난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내가 나를 좋아하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 이 책은 이런 것과 별로 상관없다. 그냥 저런 게 생각났을 뿐이다. 다지마와 구라모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친해졌다. 다지마 집은 어느 정도 살고 아버지는 치과의사였다. 하지만 다지마는 집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꼈다. 그런 때 구라모치를 사귀었다. 구라모치는 자신도 아이면서 다른 아이를 어리다 여기고 사귀지 않았다. 다지마는 구라모치가 자신과 비슷하다 여겼지만 그건 아니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두 사람이 알게 되고 좋은 친구가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그런 것과는 다르다. 구라모치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다지마는 구라모치를 만나지 않는 게 나았을 거다.

 

 어렸을 때 집이 잘살아도 그게 오래 가지 않기도 한다. 다지마 집이 그랬다. 아파서 누워있던 할머니가 죽고 얼마 뒤, 동네에 다지마 집안 사람이 할머니한테 독을 먹여서 죽였다는 소문이 퍼지고 다지마 아버지와 어머니는 헤어진다. 다지마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와 살기로 한다. 이때부터 잘못된 걸까. 어머니와 헤어진 아버지는 술집 여자 시마코와 사귀다 시마코 애인한테 머리를 맞고 후유증으로 치과의사를 못하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이 치과의사인 걸 자랑스럽게 여겼는데 그것을 못하게 되고는 술만 마시는 날이 많았다. 아버지는 땅을 팔고 다른 데 아파트를 지어 집세를 받고 살려 했다. 좋지는 않아도 아파트를 지었다. 그전에 다지마는 중학교를 옮겼는데 거기에서 괴롭힘 당했다. 괴롭힘 당하던 다지마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싶다 생각한다. 그 아이들을 죽이기 전에 다지마는 구라모치를 떠올렸다.

 

 중학생 때 다지마는 아이들을 죽이지 않고 독약으로 겁만 주고 끝났다. 그때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떠올린 까닭은 구라모치가 초등학생 때 다지마를 속여서다. 구라모치가 다지마를 내기 오목두는 곳에 데리고 갔는데 구라모치와 내기 오목하는 사람은 아는 사이로 구라모치는 바람잡이였다. 그것뿐 아니라 구라모치는 다지마한테 저주의 엽서가 가게 했다. 구라모치는 왜 다지마한테 그런 걸 보냈을까. 다지마네 집이 잘살아서 그것을 부러워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초등학생 때는 그랬다 해도 나중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도 구라모치는 다지마가 괜찮게 살려 할 때마다 나타나서 다지마를 안 좋은 일에 빠뜨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다지마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나타나서 다지마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요코를 가로채고, 요코는 몇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지마 아버지가 술집 여자 시마코 때문에 빚을 지고 아파트를 팔게 되고 다지마는 여러 친척집에 얹혀 살았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다지마는 기숙사가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되는데, 구라모치가 한번 만나자고 한다. 이때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싫어하고 미워하면서 왜 만났을까. 그 회사에서 다지마를 괴롭히는 선배가 있었다. 어쩐지 중학생 때와 비슷하구나.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만나려 한 건 요코 때문이었지만. 다지마가 구라모치한테 요코 이야기를 했을 때 구라모치는 요코를 나쁘게 말했다. 다지마는 거짓말이다 하면서도 그 말 조금 믿었나 보다. 구라모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해야겠다.

 

 구라모치는 다지마한테 자신이 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일은 다단계 회사 바람잡이였다. 초등학생 때는 구라모치가 다지마를 속였는데, 나중에는 안 좋은 일에 끌어들이다니. 다지마가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다단계 회사 설명회에 자신을 괴롭히는 회사 선배가 있어서 다지마는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의지할 부모가 없는 다지마는 구라모치한테 도움받지 않겠다 마음먹었는데, 구라모치와 살기로 한다. 다지마가 구라모치와 살기로 한 건 구라모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함께 살아도 구라모치는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다지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겠다. 다지마가 쉽게 일을 구하지 못하자 구라모치가 또 자기하고 같이 일하자 한다. 거기도 사기 치는 회사였다. 구라모치는 잘도 그런 일을 한다. 구라모치는 남을 속이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다지마는 남을 속이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바로 그만두지 못했다.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때가 되자 윗사람은 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다지마는 경찰한테 조사를 받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 말한다.

 

 몇해 동안 다지마는 가구 옮기는 일에서 파는 일을 했다. 이제 자리잡고 살겠다 했는데, 구라모치가 또 나타났다. 구라모치는 다지마가 조금 마음에 둔 여자와 결혼했다. 그저 서로가 자기가 하는 일 하고 살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때 다지마는 구라모치를 죽일 기회를 엿보았다. 그것 때문에 구라모치를 자꾸 만나다 덫에 걸린다. 이번에는 여자였다. 다지마는 왜 몰랐을까. 책을 읽는 나도 그건 다 구라모치가 꾸민 일이라는 거 알겠던데. 다지마는 결혼에 실패했다. 다지마는 자기 삶이 엉망진장이 된 건 다 구라모치 탓이다 여겼다. 구라모치 때문에 죽은 건 요코만이 아니다. 그걸 생각하고 다지마는 구라모치를 죽이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구라모치를 칼로 찔렀다. 구라모치는 목숨을 건졌지만 식물인간이 되었다. 식물인간이 되는 걸로 하다니. 다지마는 어떻게 마음을 풀어야 할까. 구라모치가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했을 때 그거 정말일까 했다. 그것도 꾸민 거 아니야 생각하게 했는데.

 

 이것저것 많이 말했다. 구라모치가 다지마를 어떻게 힘들게 했는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다. 책을 보면서 구라모치가 속인 사람이 다지마뿐일까 했는데, 아니 속였다고 말하는 건 잘못된 건가. 구라모치는 말을 잘했다.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처음 죽이려고 한 중학생 때는 자신이 다지마한테 저주의 엽서를 보냈다고 말하고 미안하다 했다. 다지마가 구라모치를 죽이려고 마음먹고 만날 때마다 다지마는 구라모치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 다지마는 자신한테 뭐가 모자라서 구라모치를 죽이지 못할까 생각했다. 말을 들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지마가 구라모치 때문에 힘들었지만, 다지마 가까이에 자주 있었던 것도 구라모치였다. 미워하면서도 구라모치하고 인연을 끊지 못한 건 다지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만든 건 구라모치지만. 구라모치는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우습게 여겼다. 집이 두부를 팔았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은 돈을 아주 많이 벌 거다 했다. 그게 사기라니. 남을 속이고 그 돈을 빼앗는 건 좋은 일이 아닌데. 구라모치한테는 양심이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사람을 소시오패스라고 하던가. 처음에는 사이코패슨가 했는데 소시오패스에 가깝겠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 썼을 때는 소시오패스라는 말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구라모치 마음은 잘 모르겠다. 왜 다지마가 평범하게 사는 걸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는지. 다지마가 돈을 많이 번 것도 아닌데, 구라모치는 다지마를 친구라 생각해도 자신보다 행복해지는 건 볼 수 없었나보다. 그건 진짜 친구가 아닌데. 구라모치는 친구라는 것을 좀 다르게 생각한 것 같다. 구라모치가 그렇게 된 건 어렸을 때 만난 사람 때문일지도.

 

 초등학생 때 할머니가 죽고 사람의 죽음을 생각하고 사람을 죽이는 건 어떤 걸까를 생각한 다지마도 좀 이상했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지마는 이런저런 일을 겪고 평범하게 살려고 했는데. 구라모치는 다지마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아본 걸까. 구라모치가 다지마 앞에 나타난 건 우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는 것도 힘들 텐데. 구라모치는 다지마가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고 몇번이나 죽이려다 그만둔 걸 알았는지. 두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랬다면 다른 이야기가 됐겠다. 나름 재미있게 봤는데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건 왤까. 비뚤어진 구라모치 마음 때문일지도. 구라모치는 다지마를 자신이 바라는대로 만들고는 ‘그건 네가 결정한 거다’ 했다. 구라모치는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늘 만들어두었다. 구라모치가 다지마를 힘들게 만든 건 어렸을 때 느낀 질투로 정리할 수 있을지. 구라모치 말을 듣는다 해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고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도 않았겠다. 소설이어서 이렇게 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어딘가에는 구라모치 같은 사람 있을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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