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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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2016) 라디오 방송에서 이 책 이야기를 듣고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다. 지난해 알았는데 이제야 보다니. 그림책은 보는 데 시간 얼마 걸리지 않는다. 편하게 보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미루다가 드디어 보았다. 난 어렸을 때 책을 안 봐서 그림책도 못 봤다.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림책은 누구나 봐도 괜찮다. 이것은 어린이보다는 청소년부터 보면 낫겠다. 본래 단편소설로 썼다고 하니. 단편소설은 어떤지 보고 싶기도 하다. 오드리 니페네거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썼다. 그 소설 예전에 우연히 보았다. 책을 하나밖에 못 봐서 작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다. 작가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책 제목은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작가는 책을 보는 사람이 자기 이름과 책 제목에서 어떤 것을 더 기억하기를 바랄까.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이 책 보았다고 오드리 니페네거를 잊지 않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글뿐 아니라 그림도 그린다는 건 기억할지도.

 

 늦은 밤에만 나타나는 이동도서관이 있으면 거기에 가는 사람 있을까. 지금은 늦은 밤까지 잠 안 자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곳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내가 다니는 시립도서관은 주말 빼고 평일에는 밤 10시까지 한다. 늦게까지 문 여는 건 일하는 사람을 생각해서겠지. 여기 나오는 이동도서관은 여러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 말은 없었지만 한사람한테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한사람이 이동도서관을 처음 보기 전까지 읽은 책이 모여있다. 알렉산드라가 늦은 밤에 이동도서관에 가는 이야기만 나오지만, 다른 사람도 어딘가에서 자기가 읽은 책이 모여있는 캠핑카 이동도서관을 만날 거다. 자신이 읽은 책이 모두 꽂혀 있는 걸 보면 좋을까. 오래전에 자신이 읽은 책을 보고 잊었던 일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는 책뿐 아니라 전화번호부에 일기장도 있었다. 일기는 자신이 쓰는 것과 동시에 읽는 것이기도 하다. 일기장이 있다면 편지도 있어야 할 텐데, 편지 이야기는 없었다. 이건 그런가 보다 해야겠구나. 알렉산드라는 리처드와 싸운 날 밤 밖에 나갔다 우연히 이동도서관에 가 보고는 그 뒤로 그곳을 찾아헤맸다. 리처드는 떠나고 알렉산드라 곁에는 책만 남았다.

 

 알렉산드라가 이동도서관을 다시 만나는 건 아홉해 뒤다. 아홉해 동안 알렉산드라는 책을 많이 읽어서 이동도서관에도 책이 늘었다. 알렉산드라는 이동도서관 안을 채우고 싶어서 책을 읽었을까. 그런 마음이 아주 없지 않았겠지. 어쩐지 자신이 읽은 책이 가득한 이동도서관 안은 어디보다 편할 것 같다. 알렉산드라가 거기에서 일하고 싶어한 건 그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알렉산드라는 이동도서관에서 일할 수 없었다. 알렉산드라는 공부를 하고 보통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한다. 그것은 좋았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게 있었을까. 열두해 뒤 다시 이동도서관을 만나고 알렉산드라는 마음을 먹는다. 이런 말을 보면 알렉산드라가 어떻게 했을지 다 알지도. 나도 책 보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 내 생각과 조금 다르기를 바랐는데. 난 알렉산드라가 어떻게 하기를 바란 걸까. 이동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을 보고 즐겁게 살기를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건 다른 것을 희생하는 걸까. 책은 혼자 보는 거여서 사람을 만나기 어렵겠지. 혼자 책을 봐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한다면 그건 같이 보는 것이겠다. 길게 쓸 수 없어서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알렉산드라는 혼자서만 책을 본 것 같다.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어떤 책을 좋아하게 되면 그것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고 싶을 것 같다. 알렉산드라는 그런 일 없었을까. 책읽기가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만은 아닐 거다. 책을 보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고 세상을 넓게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해도 책읽기 말고 내가 즐겁게 하는 건 없구나. 책을 읽고 세상을 조금 안다 해도 몸으로 겪는 일에 견줄 수 없겠지. 균형을 맞춰야 할 텐데, 나도 그런 거 잘 못한다. 거의 한쪽으로 치우친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림책이라 해도 다 알아듣기 어렵다. 어린이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다른 사람 꿈같은 것이어서 다 알 수 없다고 하는 말이 있어서 다행이다. 꿈을 글로 쓰는 사람도 있구나. 이 이야기도 오드리 니페네거가 어릴 때 꾼 꿈과 상관있다고 한다. 꿈을 꿔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도 괜찮은 꿈 꾸고 싶다. 이 책 꿈하고는 별로 상관없다. 하고 싶은 것을 뜻하는 꿈과는 상관있을지도. 앞으로 책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늦은 밤에 이동도서관을 만날지. 늦은 밤에 밖에 나가지 않아서 만나기 어려울지도. 이동도서관 안을 내가 만난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으면서도 그것만 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그것과 무엇을 함께 해야 할까. 쓰기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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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5-20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지는 책으로 묶인 게 아니라 거기 없는 거죠.
집에 책장 가득 책, 일기장이 다 있는데 굳이 이동도서관이 필요한가 싶네요? 이젠 없는 책, 빌려 읽은 책의 기억을 보여준다고 해도 제겐 그다지 신선한 소재는 아닌 듯...
작가는 꿈에서 만날 듯한 그런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던 거라 싶군요.

괜찮은 꿈은 제 경험상 꿈 일기장을 쓰면 늘어납니다. 일어나자마자 꿈은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어서 복기하다 보면 꿈의 세부가 더 잘 보이고 더 기억을 잘하게 되죠.

희선 2017-05-22 23:38   좋아요 0 | URL
한때 누군가 나오는 꿈을 적기도 했습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 그런 일은 저한테만 일어나는 건 아니겠네요 가끔은 인터넷에서 만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해요 그 분들도 만난 적 없는데... 꿈에서 친구가 저한테 보낸 편지를 많이 받았는데 하나도 못 읽고 깨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좀 아쉽더군요 한때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는데, 지금은 연락이 끊겼어요

자고 일어나면 꿈을 적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한번 깼다가 다시 자서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건 나중에 생각날 거야 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면 생각나지 않더군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려도 누가 나왔는지는 생각나요 누가 꿈에 나온다고 달라질 일도 없는데, 그런 걸 좋게 여기는군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나오면 기분이 안 좋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