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으로 살기

 

 

 

그래도 괜찮은 하루

구작가(구경선)

예담  2015년 02월 23일

 

 

 

1

 

좋은 일만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이 세상에 와서 기뻐요

 

저도 어릴 때는 잘 웃었을까요

생각나지 않지만

처음 만난 세상을 보고

이것저것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빛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때 제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신의 어린시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겠습니다

어린시절을 본다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전 딱히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어요

지금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그냥 지금을 살고 싶어요

 

지난 시간이 조금 아쉽기도 해요

더 즐겁게 열심히 살지 못해서

이것은 바보 같은 일이네요

그렇게 아쉬워할 시간에 좋은 생각하는 게 낫겠지요

전 열심히 힘 내고 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렇게 정해버리다니,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걸 할까 해요

힘을 한꺼번에 다 쓰기보다

조금씩 오래오래 쓸래요

힘을 다 써 버렸을 때 느낌도 좋을 것 같지만

 

 

 

2

 

전 세상을 보고 세상을 듣고 세상을 말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어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누구나’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고

가끔 고마움을 잊고 삽니다

 

구작가는 두살 때 열병을 앓고 듣지 못하게 되고

지금은 눈까지 잘 보이지 않고

언젠가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더군요

그것을 알았을 때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구작가는 절망만 하지 않고 아직 눈이 보일 때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했어요

멋지네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더 잘 보아야 해요

그걸 알아도 ‘왜 난 못할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지 못하는 거군요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먼저 좋아하면 좋겠지요

저도 그래야 할 텐데요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나에 ‘나를 좋아하기’를 넣어도 괜찮을까요

생각해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작가는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구작가 자신대로 살아가겠지요

 

 

 

3

 

하루는 스물네시간이에요

짧은 것 같으면서도 깁니다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가 길기도 짧기도 하겠지요

하기 싫은 일 할 때는 시간이 잘 가지 않아요

바쁘게 보내면 시간이 빨리 가기도 합니다

알차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전 느긋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큰 걸 바라지 않고 작은 것을 하나하나 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 일 없으면 또 어때요

말은 이렇게 해도 마음속으로는 아쉬워할지도

꾸준함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은 아닐지라도,

자신이 좋은 하루를 만들면 되겠지요

자기 감정을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웃는 게 좋지만

울고 싶을 때는 울어도 괜찮아요

 

비 온 뒤 세상은 더 깨끗하고 예쁘게 보입니다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

맑은 하늘

전날보다 조금 차가운 바람

날마다 새로운 날입니다

 

좋은 일만 일어나는 세상은 아니지만 살아있음이 기뻐요

당신도 저와 같다면 좋겠습니다

 

 

 

 

 

 

 

오래 바라보기

 

  안도현의 발견

  안도현

  한겨레출판  2014년 10월 15일

 

 

 

 

 

 

 

 

 

 

 

 

 

 

 한가지, 한사람 지금까지 무언가 하나만 오래 바라본 일은 없다. 많은 것을 한번 스윽 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무엇이든 오래 바라봐야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텐데. 시인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은 한가지를 오래 보고 그것을 썼다고 한다. 말로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 하기는 어려울 거다. 하나에 한사람에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빨리 돌아가설까. 어떤 것 하나를 생각하다가도 마음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새로운 것을 바라기 때문인지. 그래도 언제나 마음속에 남는 것도 있겠지. 그런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떠오르는 건 없다. 그런 건 어느 날 문득 떠오를 때가 더 많다. 이건 오래 바라보기와 다른 걸까. 오래 바라보기는 천천히 살기와도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이 천천히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지. 가끔 자기 속도가 어떤지 들여다보고 좀 빠르다 싶으면 속도를 조금 줄이는 것도 괜찮겠다.

 

 속도 하니,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걷기가 생각난다. 아주 짧은 거리는 걸어다녀도 좀 멀면 거의 차를 타고 다니겠지. 차를 타고 다니면 많은 것을 볼 수 없다.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그것대로 괜찮지만, 그건 그저 흘러갈 뿐이다. 걸을 때는 다르다. 땅을 잘 보면 줄지어가는 개미가 보이기도 할 거고, 가끔은 죽은 곤충 둘레를 개미가 새카맣게 덮기도 한다. 그건 좀 무섭게 보인다. 예전에 본 어떤 영화에는 많은 개미가 사람을 순식간에 먹는 장면이 나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도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다. 개미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꽃, 나무, 사람……, 세상을 볼 수 있다. 그것도 한자리에 서거나 앉아서 보면 다른 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난 스쳐지나갈 때가 많다. 아는 것이라 해도 잘 보고 다른 점을 찾아내면 기분 좋다.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아서 아쉽다. 보려고 해서 보기보다 우연히 본다. 그것도 관심을 가져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니가 쓰고 싶은 걸

니 맘대로 써

니 말로 말야

니만 좋으면 돼

시 쓰면서 눈치 볼래면

뭐 하러 시를 써

세상에 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아무리 잘 써 봐

그래도 다 맘에 들어 하진 않아

그냥 니 맘에 들면 돼

니 맘에도 안 든다고?

그럼, 버려

 

-<니 맘대로 써>, 백창우 (90~91쪽)

 

 

 

 글은 자기 말로 솔직하게 쓰는 게 좋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가끔 멋지게 쓰고 싶기도 하다. 멋지게 쓴다 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자기가 쓴 글은 잘 못 써도 좋아하지 않던가.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동시 별로 못 보았다. 동시만 못 본 게 아니구나. 지금은 동시 많겠지. 그게 다 좋다고 말할 수 없을지라도,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보면 여러 가지 감성이 생기지 않을까. 감성은 키울 수 있는 거겠지. 이렇게 생각해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책을 자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는 산과 들에서 노는 게 더 좋기도 하다. 두 가지를 다 하기는 어렵겠지.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해야 할 테니까. 공부 잘해라보다 재미있게 잘 놀아라 하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부모는 자식을 오래 들여다봐야 한다. 오래 보지도 않고 요즘 애들은 모르겠어 하는 건 아닐지. 부모와 자식 사이만 오래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다. 친구,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을 오래 바라보면 조금 알 수 있겠지.

 

 세상에는 본래 있는데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치는 게 많을 거다. 예전에 몰랐던 것을 알거나 보면 기분 좋지 않은가. 그렇게 찾다보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겠다. 이런저런 안 좋은 일 때문에 아름다운 세상을 제대로 못 보면 참 아까울 것 같다.

 

 

 

 

슬픔과 아픔이

당신 마음과 눈을 멀게 하지 마세요

세상은 당신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지만

당신이 바라본다면,

늘 거기에서 당신을 반길 거예요

 

(마지막 말 예전에도 한 것 같다)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galmA 2017-03-24 0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영화 <일 포스티노>가 시인의 바라보기, 듣기, 쓰기 참 잘 잡아냈다는 생각을 합니다^^ 네루다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는ㅋ; 원작 소설 읽다가 아직도 끝을 못 봤어요ㅎ;

희선 2017-03-25 01:41   좋아요 1 | URL
영화 오래전에 한번 보기는 했어요 생각나는 건 마리오가 여러 가지 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네루다한테 남긴 거예요 소설도 예전에 한번 읽었는데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영화하고 좀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도 책을 잘 못 읽지만 예전에는 더했네요 올해 이 영화 다시 상영한다고 하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