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생각이 났어요 - 지친 마음을 토닥이는 세나의 감성 엽서북
굳세나 지음 / 로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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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아는 것일 텐데, 난 편지 쓰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쓴다. 초등학생 때는 어버이날에나 편지를 썼는데, 중학생이 되고는 친구와 편지를 나눴다. 편지로만 이야기하는 친구였다(언젠가도 썼구나). 난 책을 거의 읽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책을 좋아했다. 그 친구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걸 읽었는지 좀 물어볼걸 그랬다. 자주는 아닐지라도 조금은 말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그 친구가 준 책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친구하고 연락을 하지 않지만. 나보다 잘 살겠지. 편지를 주고받은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 거의 내가 썼다. 그래선지 그게 오래 가지 못했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전화를 자주 한다거나 말을 잘 했다면 좋았을지. 지금도 말 거의 하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말은 하지 않지만 쓰는 말은 하고 싶은가 보다. 그러니 아직도 편지를 쓰지.

 

색칠하는 엽서를 산 적도 있는데 다 칠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나중에 심심할 때 한장씩 칠하고 써야겠다. 심심한 건 늘이구나. 그 심심함은 다른 걸 하면서 달랜다. 편지 쓰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편지지를 사고 거기에 편지를 쓰려고 했는데, 또 이런 엽서를 샀다. 이건 뜯어서 바로 쓸 수 있다. 봉투는 없지만. 엽서가 좀 두꺼우면 좋을 텐데 얇다. 봉투를 두꺼운 종이로 만들면 좀 낫겠지.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냥 얇은 종이로 만들지도. 어쩌다 두꺼운 걸로 만들어야겠다. 봉투 만드는 건 아주 쉽다. 종이 자 가위 칼 풀만 있으면 된다. 난 엽서를 봉투에 넣지 않고 우표 붙이고 보내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쩌다 한번 그렇게 보내기도 한다. 그런 것도 받으면 괜찮지 않을까. 이건 얇아서 그렇게 하기 어렵지만. 글씨를 여러 가지로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건 잘 안 된다. 연습할 때는 손에 힘 주지 않고 흘려 쓰기도 하는데 편지지나 엽서에는 꾹꾹 눌러쓴다. 펜이 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 마음을 담아서일지도.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누군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편지가 막 쓰고 싶다. 그럴 때 다른 걸 하면 거기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걸 끝내고 써야지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그걸 뒤로 미루고 편지나 엽서를 먼저 쓴다. 중간에 할 때보다 하던 걸 끝내놓고 할 때가 더 많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그런 버릇이 든 건지도.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거의 쓰고 싶을 때 쓴다. 가끔 그렇게 써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재미없어서. 예전에는 좀 재미있게 쓰려고도 했는데, 지금은 좀 어두운 것 같기도 하다. 좋은 일이 별로 없어서구나. 별일 없는 게 더 나은 거기는 하다. 늘 무슨 일이 있어서 마음을 많이 써야 하면 힘들 거다. 나도 조용하게 사는 게 좋다.

 

 

 

 

 

 

엽서 다 예쁘고 글씨 쓰기도 괜찮다. 이름이 굳세나인데, 진짜 이름은 아니겠지. ‘굳세, 나’ 하는 말 같기도 하다. 나도 굳세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언가를 쓰는 게 좀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많은 도움은 되지 않는 것 같다. 쓰기만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려고 해야 하는데. 걸어야겠다. 갑자기 걸어야겠다고 하다니. 걸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좋다. 실제 걸을 때보다 책 속을 걸을 때가 더 많구나.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걸은 걸 세어보면 아주 많을 거다. 어렸을 때부터 걸었으니 말이다. 걷기는 내가 단 하나 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운동이 좋기는 해도 누구한테나 좋은 건 아닐 거다. 자기한테 맞는 운동을 알고 그것을 꾸준히 하면 몸이 괜찮겠지. 나한테는 그게 걷기다. 걷기 좋아하는데 많이 걸어서 무언가를 떠올린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걸어야 하는구나. 이 생각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하는 거다. 그런 건 거의 해 보지 않았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건 그냥 여러 가지다. 가끔 좋은 게 떠오를 때도 있지만, 그런 건 어쩌다 한번이다.

 

편지를 쓸 때도 뭔가 좋은 게 생각나기도 한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고 써야 할 텐데, 내 생각을 더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받을 사람을 더 생각하고 써야겠다.

 

 

 

 

 

덩그러니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한마디도 적지 못하고

하얀 종이만 덩그러니

봉투 속을 채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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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9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0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2-12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은 굿세나 스타일보다는 꿋꿋하게 쓰나 스타일 같으세요^^

희선 2017-02-14 02:0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꿋꿋하게 써야겠습니다 책을 잘 읽고 쓰면 좋을 텐데, 마음과는 다르게 될 때가 많네요 어쩌다 한번 하고 싶은 말이 잘 떠오르기도 합니다 써도써도 늘 어렵고, 같은 말 자꾸 쓰는 것 같기도 해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