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오랫동안 혼자 사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건 외로움일까.

 

너 : 그런 말이 많지.

 

나 : 쓸쓸하지 않다면 오래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까.

 

너 : 그건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아.

 

나 : 사람은 하고 싶고 바라는 게 있어야 살아가는 게 즐겁겠지.

 

너 : 그렇지 않을까.

 

나 : 무엇인가 자신이 좋아하는 거 하나라도 있다면 혼자여도 살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너 : 혼자라 해도 진짜 혼자는 아닐지도 몰라.

 

 

 

 

 

조용하고 쓸쓸한

 

  잘 지내라는 말도 없이

  김동영

  달  2013년 11월 19일

 

 

 

 

 

 

 

 

 

 

 

 

의학이 아주 발전한 세상은 어떨까. 지금도 사람은 오래 살아간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더 오래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수술을 해야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이 수술을 받을까.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실제 어떨지 나도 잘 모르겠다. 오래 사는 것도 가진 사람이나 하지 않을까. 있으니까 오래 살아도 걱정 없을 거다. 없는 사람은 오래 살면 더 비참해질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라니. 여기 나온 ‘나’도 아주 없는 사람은 아니다. 대학교수를 하다가 연구소를 다녔다. 나이가 여든일곱이 되어 정년을 맞았다.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하지 않았다. 남 말할 처지가 아니다. 나도 다른 계획없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여든일곱에 정년을 맞다니 하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소설속 세상은 의학이 발달해서 사랑니에 있는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그 수술을 한 나이에 겉모습이 멈춘다. 나이를 더 먹어도 늙지 않는다. 그것은 겉만 그렇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암에 걸려도 죽지 않았다. 가끔 의학에 도움을 받으면 젊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살 수 있다.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노인 일자리가 가장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진데. 그런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쩐지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은 거의 그것을 괜히 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사람 이야기가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수술을 하기 전에 제대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나’는 여든일곱을 맞고 연구소를 그만두었다. 어떤 연구소냐 하면 수학 공식 연구 아니 검토라고 해야 하나. 일을 그만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사는 곳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나’는 그곳에 가는 걸 잠시 늦추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글로 적기로 했다. 누군가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정리였다. ‘나’가 글을 쓰는 곳은 카페 ‘노웨어’다. ‘나’는 그곳에서 주인 J와 고등학생 여자아이를 만난다. J와 음악 이야기를 하다 친해지고 여자아이하고도 비슷했다. 여자아이한테는 지난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 책. 나이를 먹으면 지난 일을 떠올리고 살아간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다. 이럴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겉모습은 오십대고 진짜 나이는 여든일곱이라는 거다. 겉모습 때문에 여자아이는 ‘나’를 아저씨라고 했다. 여자아이는 ‘나’가 말해주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해주지 않는 이야기니까. ‘나’는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옛날 일을 생각했다. 첫번째 부인, 두번째 부인 그리고 딸과 아들. 지금도 식구가 참 멀어진 느낌인데 이 이야기에서는 더 멀다. 딸은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아들은 그것을 자연에 거스르는 일이다 생각했다. 나라라는 것도 없어졌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어버린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때가 지금과 같은 2014년이다. 연도를 좀더 뒤로 했다면 나았을 것 같기도 한데. 아니다, 우리 세계하고는 다른 세계라 생각하면 괜찮겠다. 세계가 여러개 있으면 과학, 의학이 저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이상하게 나이 많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쓸쓸한 느낌이 든다. 이 소설도 그렇다. ‘나’가 쓸쓸해했다. ‘나’와 친하게 지낸 사람들은 지금 거의 남아있지 않으니까. 이 점은 조금 이상하다. ‘나’와 친한 사람은 다 오래 사는 것을 싫어했다는 말이 되니까. ‘나’가 남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다른 사람이 하나 둘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그렇구나 할 텐데. ‘나’는 이제와서 왜 자신이 줄기세포 이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둘레에 사람이 없다 해도 그렇게 희망이 없을까. 오래 살면 사는 게 지칠지도 모르겠다. 함께 추억을 나눌 사람도 없다면. 사실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나’가 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잘하지 못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제대로 해 본 게 없다. ‘나’는 겉모습과 나이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지금도 나이하고는 다르게 젊은 모습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것은 성형수술로 그렇게 만든 거겠지. 사람은 나이 드는 것도 두려워한다. 어쩌면 죽는 것보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더 두려워하는지도. 책속에 나온 것 같은 시대가 올까. 아주 아니다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성형수술보다 안전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을 거스르면 거기에 따르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젊은 모습으로 오래 살 수 있다면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앞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구나. 오래 살아도 할 게 없으면 그 시간이 지루할 것이다. 친구가 있어서 가끔이라도 만나면 모를까. 나이 먹고도 지루하지 않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다른 것은 잘 안 할 것 같다. 지금처럼 책이나 보면서 살겠지. 알고 싶은 게 언제나 있으면 좋겠다. 가끔 뭔가 안다고 좋을 게 뭐가 있을까 하지만. 옛날을 기억하고 살기보다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게 좋겠다. 지나간 시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잠깐 그리워하는 건 괜찮지만 거기에 매이면 안 좋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때도 없다(슬프구나).

 

이 책을 쓴 작가를 아주 몰랐다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조금 알고 있어선지 작가 자신의 일도 썼다는 걸 알았다(작가는 나를 잘 모른다). 그것을 느낀 사람은 나만이 아니겠다. 다른 작가도 자기 일을 소설에 쓸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런 거 몰라도 상관없겠다. 글을 보는 거지 작가를 보는 건 아니니까.

 

 

 

 

☆―

 

“죽을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 거의 모든 친구들은 죽었거나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식구들도 어딘가에 있긴 하지만 이젠 만나지 못하니까. 철저하게 외톨이가 되었지. 마치 세상 모든 사람이 나만 빼고 모두 숨어버린 것 같구나.”  (64쪽)

 

 

“사람이 늙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겉모습은 바뀌지 않더라도 몸안에서는 나이가 들어간단다. 당연히 기억력도. 그리고 결국 죽어.”

 

“죽어요?”

 

“그럼 사람은 누구나 죽는단다. 그리고 녹슬어가는 기계처럼 노쇠해가고……. 오래 살긴 하지만 죽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구나. 이상하네요. 저는 그냥 그대로 멈춰 있는 줄 알았는데.”  (102쪽)

 

 

 

 

 

 

 

잠깐 시간 내줘

 

  말하자면 좋은 사람

  정이현   백두리 그림

  마음산책  2014년 04월 25일

 

 

 

 

 

 

 

 

 

 

 

*밑에 쓴 제목은 여기 실린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다른 건 소설과 별로 상관없지만, ‘비밀의 화원’ ‘시티투어버스’는 소설을 본 느낌에 가깝습니다.

 

 

 

 

견디다

 

 

사는 건

견디는 일

언젠가 좋은 날도 오겠지

그런 날이 오지 않으면 어때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멋진 일이야

 

 

 

 

 

비밀의 화원

 

 

여자가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 그때 찾아낸 곳에서 자신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곳에서는 자신을 누구 엄마, 누구 아내라 하지 않아. 아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일 잘하고 쉴 때는 여기저기 다니는 이십대 아가씨가 말이야. 거기에 잠깐 빠지는 것은 좋지만 그게 바로 나야, 하면 안 될 것 같아. 내가 그렇지. 집에서 식구들한테 자신이 지금 어떤지 솔직하게 말하고, 예전에 자신은 무엇을 좋아했는지 지금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자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건 아니잖아.

 

 

 

 

 

또다시 성탄절

 

 

멈추지 않는 시간은 또다시 그날을 데리고 온다.

다시 찾아와서 좋지만 그날이 언제나 같은 건 아니다.

어느 한 날을 정하고 해마다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자신이 태어난 날도 좋지만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온 성탄절이 더 좋겠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그날 추억만 떠올리게 될지도.

추억은 많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마음에 깊이 새기면 좋은 거겠지.

 

 

 

 

 

시티투어버스

 

 

새해 첫날에는 시티투어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것을 모르고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자기 혼자라면 쓸쓸하겠지. 누군가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조금 나을지도. 그렇게 모르는 곳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다.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나 소설 같다고 하기도 하는구나. 두 사람이 꼭 남자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 남자 둘은 좀 재미없을까. 그때는 나이 많은 아저씨와 고등학생 남자아이면 괜찮을지도. 두 사람은 잠시 그 도시를 함께 돌아보다 이야기를 나눈다. 아저씨는 아들을 남자아이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거다. 이것은 있을 것 같은 이야기 아닌가. 집에서는 자기 마음을 잘 말하지 못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는 스스럼없이 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큰눈

 

 

일백년 만에 내린 큰눈은 사람들 발을 묶어두었다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짧은 환상,

산골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가 보고 싶을 때는 밤하늘을 봐

 

 

 

 

 

그 여름 끝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그렇게 덥지 않았다. 입추가 지나자 벌써 가을이 온 것 같았다. 아침 저녁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한때는 여름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일 없는 여름이지만 간다고 하니 조금 아쉬웠다. 가을 겨울 봄이 지나면 다시 여름이 오겠지만.

 

그 여름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초등학생 아니면 중학생 때였던가. 그 아이를 마지막으로 본 건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다시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이 끝나갈 때마다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가깝지 않으니까. 가끔 어떤 말을 보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니 신기하다. 추억이 없어도 누군가를 생각할 수 있는 거겠지. 이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 해도,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좋은 거겠지.

 

 

 

 

 

잘 가 하는 말 대신

 

 

우리가 지금 헤어진다고 해도 이게 마지막은 아니겠지

살아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거야

조금 흔한 말을 했다

어떤 사람은 “잘 가”하는 말 대신 “잘 부탁해” 했어

이 말 좋지 않아

 

“앞으로 잘 부탁해”

 

 

 

희선

 

 

 

 

☆―

 

‘자신을 완벽하게 고백하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고백하지 않고서는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다.’  (198쪽)

 

 

 

 

 

  

반달가슴곰/가문비나무  산양/모데미풀   수달/산개나리   하늘다람쥐/솔나리   새홀리기/참배암차즈기

사향노루/설악눈주목   담비/노랑무늬붓꽃   꼬리치레도로뇽/금강초롱꽃   금강모치/구상나무   열목어/주목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2014년도 크리스마스 씰 그림은 우리 고유의 자연문화의 인식을 다시 생각함과 함께,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점점 본래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을 주의 깊게 살피어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이끌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 백두대간에서 자생하는 동식물을 소재로 살려 썼습니다. 백두대간을 총 10개 구간으로 구분하고 해당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20종의 고유 동물을 골라 동식물 저마다의 특징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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