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이상한 곳으로 간다. 마치 낮꿈 같기도 하다. 그건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언제부터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도 모른다. 어쩌면 갓난 아기였을 때부턴지도.

 

 내가 아기였을 때 일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누워서 천장을 보던 건 희미하게 생각난다. 천장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곳은 천장이 아닌 하늘이거나 내가 늘 보던 천장과 달랐다. 갑자기 내 둘레가 바뀌면 난 울었던 것 같다. 울면 천장은 본래대로 돌아오고 엄마 얼굴이 보였다.

 

 조금 전에도 난 아주 잠깐 다른 곳에 있었다. 그렇게 다른 곳에 간다 해도 큰일은 없다. 그곳은 다른 세계일까. 지금까지 사람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그곳에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생물 자체가 없는 것인지.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숲에 가면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새소리가 들리고 무언가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물은 있는 곳인 듯하다.

 

 내가 잠깐 길에 서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았다. 아주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이상하겠지. 조금 전에 갔던 곳은 언젠가 가 본 곳 같았다. 생각났다. 그곳은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 공원이다.

 

 다른 곳에 가는 건 하루에 한번 정도만 일어나는데 난 다시 다른 곳에 있었다. 둘레를 둘러보니 아까와 그리 다르지 않은 곳이었다. 내 앞에 높은 계단이 있고 계단에서 무언가 빠르게 내려왔다. 그건 유모차였다. 난 계단을 뛰어올라가 유모차 앞을 막았다. 곧 누군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난 그 사람을 보고 조금 놀랐다. 지금보다 많이 젊은 엄마였다.

 

 “아, 고맙습니다. 갑자기 유모차가 저절로 움직였어요.”

 

 난 유모차 안을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아기인 내가 누워 있었다. 아기인 난 별로 놀라지 않은 얼굴이었다.

 

 “아기가 순하네요. 울지도 않다니.”

 

 엄마는 다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유모차를 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도 다시 돌아왔다.

 

 내가 나를 구한 뒤부터는 갑자기 다른 곳에 가지 않게 됐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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