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스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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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니 어렸을 때 본 <전설의 고향>이 생각났다. 저승차사가 어떤 사람 혼을 데리고 저세상에 갔는데 사람을 잘못 데리고 간 거였다. 그 사람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냈지만 그 사람 몸은 땅에 묻힌 뒤였다. 그 사람한테 저승차사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라고 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잘못 죽은 사람은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살게 된다. 그 뒤에 잘 살았다고 했던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 쉽지 않았을 거다. 마지막에는 저승차사가 그 사람을 데리러 왔던 것 같다. 하나 더 생각난다. 그건 사고 때문에 엄마와 딸이 바뀐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비밀》이다. 거기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딸이 돌아올 수 있다고 하고, 어느 날 자신은 딸이다 한다. 정말 딸 영혼이 돌아왔을까. 진짜는 어땠을지 그건 그걸 쓴 작가만이 알겠다. 이런 소설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본 건 얼마 없다. 타임슬립하고 다른 사람으로 사는 이야기도 있다. 거기에서는 바뀐 상대가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 않았다. 지난날로 간 사람이 다른 사람 삶을 살고 그 사람이 죽자 다시 본래 시대로 돌아갔다.

 

 앞에서 사람이 바뀌는 이야기를 한 건 이 소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다. 《신의일보》 기자 이한나는 빌딩에서 누군가 불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그 일을 신문사에 알린다. 이한나는 거기에서 달아나려다 이대로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한나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한나는 병원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은 강유진. 강유진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7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강유진이 된 이한나가 병원을 나오자 이한나가 된 강유진이 찾아온다. 두 사람은 대체 어떤 힘으로 그렇게 서로 바뀌었을까. 두 사람이 만난 적은 없지만 아주 상관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강유진은 두 사람한테 일어난 일과 같은 걸 소설로 쓰기도 했다. 소설에서는 한해 뒤 본래대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한해 동안 바뀌어서 살기로 한다. 한해가 지나면 정말 둘은 본래대로 돌아갈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이한나와 강유진은 서로가 가지고 싶은 걸 가졌다. 이한나 아버지는 도박을 하고 빚을 졌다. 그 빚은 모두 이한나가 갚아야 했다. 이한나는 식구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엄마와 동생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강유진은 소설을 쓰고 부모는 일찍 죽고 혼자 살았다. 혼자였지만 돈이 많았다. 죽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겠지. 어느 쪽이 더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이한나는 이한나대로 힘들고 강유진은 강유진대로 문제가 있었다. 두 사람에서 어느 쪽이 더 나쁠까. 뜬금없는 말을 했구나. 두 사람이 바뀌고 한해가 다 되어갈 때쯤 이한나가 된 강유진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다. 그 모습이 예전에 일어난 사건과 닮아 보여서 경찰은 연쇄살인이라 여긴다. 예전 사건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두 사람에서 한사람이 죽으면 두 사람은 다시 바뀌는 일 없을까. 한해가 됐을 때 강유진 혼은 자기 몸으로 돌아오고 이한나 혼은 저세상으로 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 솔직하게 말하면 나중에 나온 여자가 이한나인지 강유진인지 잘 모르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이한나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강유진인 것 같은 말도 있어서다. 강유진 몸을 한 이한나겠지. 내 마음이 그러기를 바라는 걸까. 내가 잘 알아보지 못한 건 그것만이 아니다. 그건 두 사람이 가진 욕심이랄까. 몸이 바뀌고 조금 달라진 사람은 강유진이다. 강유진은 이한나로 신문 기사를 쓰고 이한나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남자친구하고도 잘 지냈다. 강유진은 지금까지 자신이 그렇게 살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반대로 이한나는 강유진 몸이 되고는 돈은 많아도 밖에 다니기 힘들었다. 강유진이 살이 찌고 건강이 안 좋아서였다. 이한나는 자신이 된 강유진을 시샘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이한나다. 강유진 마음은 알기 어렵다. 이한나가 강유진을 알려고 강유진 일기를 보는 모습이 나오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게 나오지 않았다. 책에 실린 강유진 일기는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강유진이 뚱뚱해지고 왜 집에만 있게 됐는지는 남은 이야기에 나온다. 그걸 보면 강유진한테도 동정이 갈지도. 두 사람은 정말 본래대로 돌아가면 다르게 살려고 했을까. 한쪽은 돌아가지 않기를 바랐구나. 두 사람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형사가 말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게 하기보다 두 사람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나았을 텐데. 일부러 그렇게 보여주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사람이 놀라기를 바라고. 난 이한나가 하는 말 다 믿었는데 거기에는 거짓말도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보나. 자신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나 일이 있으면 극단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 강유진이나 이한나는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찾기 힘들다 해도 극단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그럴 수 있을지. 자신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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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9-01-11 1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흔한 스토리인 것도 같은데, 여전히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인간 누구나의 공통된 욕망인)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가거나 시샘하거나 하는 욕망을 벗어날 수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근데 이 이야기도 비슷하겠지만 사실은 모두가 어느정도는 그렇잖아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중요한 게 결핍되어 있을 수도 있고...

희선 2019-01-12 02:43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하니 두 사람이 바뀌고 서로의 마음을 아는 그런 이야기 많군요 엄마와 딸이 바뀌거나 아빠랑 딸이 바뀌는 것도 있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바뀌는 것도 있었네요 그래도 그런 건 좋게 끝나기도 하는데 이건 별로 좋게 끝나지 않는군요 예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이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것도 연쇄살인이에요 그걸 그대로 배운 사람도 있고 두 사람에서 한사람이 그 피해를 입기도 해요 다른 사람은 그걸 이용하고, 아니 둘 다 이용했다고 할까 때로 사람은 바랄 수 없는 걸 바라기도 하죠 그래서 범죄가 생길지도... 많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다가도 그만둘 때가 더 많은데... 남을 부러워하기보다 자신을 좋아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