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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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 울까. 어렸을 때는 아파서 울었을까.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또 나이를 먹으면 언제 우는지가 아니고 언제 울고 싶을까일 것 같다. 그냥. 소설에서 슬픈 이야기를 볼 때도 눈물이 나오고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올 때 있다. 나이를 먹어서 울기 힘들면 슬프거나 감동스러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울면 좀 나을까.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울 때도 있겠지. 꼭 슬퍼서 우는 건 아닌데, 울음 하면 가장 먼저 슬픔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건 슬픔보다 다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안타깝게 여길 때도 우는구나. 그나마 그런 울음은 괜찮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우는 거니. 그래도 가끔 자신을 안됐다 여기고 울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어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어떤가.

 

 요새 난 조금 슬프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도 슬픔보다는 다른 감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나타낼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슬프다는 말밖에는. 시간이 흘러서 슬프다고 할까. 시간이 흐른다는 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내가 나이를 먹는 건,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아쉽지만 슬프지는 않다. 언젠가 내가 죽는다는 것도 그리 슬프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생각한다. 죽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일 때 슬프겠지. 이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구나.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아 슬퍼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남겨두고 가는 사람 때문에 조금 슬프겠다. 내가 갑자기 죽지 않고, 살다가 세상을 떠날 때쯤에는 남겨두는 사람 없을 것 같다. 나를 만난 적 없는 친구가 내 죽음을 안다면 조금은 슬퍼할까. 이상한 말로 흘렀다.

 

 이 책을 보고 박준 누나가 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았다. 누나가 있다는 건 시집에서 봤는데, 그 시집이 나왔을 때는 어땠을까. 그걸 몰라도 그 시집에서 슬픔을 느낀 건 그것 때문일까. 박준은 누나랑 사이가 좋았나 보다. 누구나 자기 형제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다. 세상 사람 아니 부모는 형제 사이가 안 좋으면 이런 말을 한다. 하나밖에 없는 형제니 잘 지내라고.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꼭 친하게 지내야 할까. 남은 만나고 싶지 않으면 만나지 않아도 된다 하는데 왜 형제는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좋은 사이로 돌아가기에는 아주 멀리 갔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남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일도 자신은 아주 크게 느낄 수 있다. 어떤 일이 쌓여 사이가 멀어졌다면 그냥 그대로 두면 좋겠다.

 

 난 딱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고 좋아하는 것도 바로 말하기 어렵다. 먹어본 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지금부터라도 맛있는 것을 찾아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도 난 과자를 더 좋아한다. 박준 이야기를 보면서 나랑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게 많구나 했다. 이건 박준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박준은 많은 곳은 아닐지라도 어딘가에 가고 그 지역 음식 먹는 걸 좋아한다. 난 어딘가에 다니는 거 싫어한다. 차 타는 것도 힘들고, 밖에서 밥 사 먹는 건 지금도 못한다. 이상하게도 밖에 나가면 별로 먹고 싶지 않다. 잠깐 다닌 게 힘들어서 그런가. 어렸을 때는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집에 아주 오래 있어서 그렇게 된 걸지도. 또 쓸데없는 말을. 좋은 것을 말해야 하는데 별로 좋지 않은 걸 말했다. 어딘가에 가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이 좋을까. 그건 아니다 생각한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러면 되고 그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안 해도 된다. 넓은 세상을 보고 넓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더 혼란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가 그렇구나.

 

 하루하루는 천천히 가도 한주 한달 한해는 참 빨리도 간다. 어쩐지 올해(2018)는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지난해뿐 아니라 올해도 울고 싶은 날이 많다. 해마다 그랬던가. 책 제목처럼 울어봤자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앞에서도 비슷한 말 했는데 또 하다니. 살다보면 좋은 일도 일어나고 안 좋은 일도 일어난다. 그건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든 일 괴로운 일을 겪고 다들 남몰래 울기도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낫겠다. 어느 누구의 아픔도 슬픔도 작지 않다. 이것도 잊지 않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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