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난 헤엄을 못 친다. 어렸을 때 바다에 들어가 놀아본 적은 있지만 헤엄치기를 배운 적도 쳐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볼 때는 마치 내가 물고기라도 된 것 같았다.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느낌이 그랬을 뿐이고 책을 잘 읽지는 못했다. 바다는 겉에서 보면 좋아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물 속은 차가울 테니 말이다. 여름에는 더워서 물 속에 들어가면 시원하겠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그리 깊지 않다. 사람이 다 알지 못하는 곳이 우주만은 아닐 거다. 바다 깊은 곳도 다 모르겠지. 아주아주 깊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아니 그곳에 물고기가 살기나 할까. 아주 깊은 바닷속에 사는 물고기는 눈이 잘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제목은 《대구》인데 잠깐 다른 걸 생각했다.

 

 대구는 서양 사람이 좋아하는 물고기다. 한국 사람 가운데도 대구 요리를 먹어 본 사람이 있겠구나. 난 먹어본 적 없다. 대구하고는 맛이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걸 먹었다. 그건 명태로 다른 이름은 왕눈폴란대구다. 명태도 대구에서 하나다. 명태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말리거나 얼리지 않고 잡은 그대로는 생태, 말린 건 북어, 얼부풀어서 더덕처럼 말린 건 더덕북어(황태), 얼린 건 동태다. 내가 아는 건 네 가진데 더 있으려나.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동태찌개를 가끔 끓였다. 언제부턴가 그건 하지 않았다. 동태가 비싸서 그랬을까. 강원도에는 황태 덕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없겠지. 한국이 바다로 둘러 싸여서 여러 가지 물고기나 해조류를 먹었는데 명태가 줄고 오징어도 잡히지 않고 고등어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들었다. 갯벌이 많이 사라지고 조개도 많이 없어졌다. 언젠가는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가 다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1000년 전에는 대구가 아주 많았다. 대구는 알도 아주 많이 낳았다.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대구가 바다에 넘쳐나서 대구를 밟고 바다를 건널 수 있겠다 생각했다. 대구가 알을 많이 낳는 건 그 알에서 다 자라는 대구가 얼마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스크인은 대구를 소금에 절여서 오랫동안 가게 했다. 바이킹은 대구를 말렸다. 소금에 절이고 말리면 훨씬 오래 갔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대구를 먹을 수 없었다. 옛날 사람은 여러 가지 지혜를 짜내서 먹을거리를 보관했다. 그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구 환경이 아주 많이 나빠진 건 19세기에 일어난 산업혁명 때문이겠지. 그래도 어부는 예전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았는데 증기선이 생기고는 달라졌다.

 

 세계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전쟁하느라 어부 배까지 가져갔다. 그때는 물고기를 덜 잡았다. 그게 좋은 영향을 미친 곳은 아이슬란드였다. 전쟁이 끝나고 몇해 동안 아이슬란드에서는 대구가 많이 잡혔다. 다른 곳은 줄어들었는데. 아이슬란드라고 언제까지나 대구가 많지 않았다. 저인망 고깃배는 바다속 물고기를 싹쓸이했다. 잡아야 하는 물고기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잡고 그런 건 다시 바다에 버렸다. 물고기가 살아있기라도 하면 괜찮겠지만 다 죽은 물고기였다. 인류가 동물이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런 걸 좀더 일찍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바다에서 줄어든 건 대구만이 아니다. 고래도 얼마 없고 많은 물고기가 줄어들었다. 인류도 모르게 아주 사라진 것도 있겠지.

 

 급속 냉동을 할 수 있게 됐을 때는 무척 기뻤을 거다.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에서 버리는 게 얼마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물고기가 사라지게 만들기도 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기도 했다. 지금 사람은 냉장고 없이 살기 어렵다. 물고기 잡는 일이 사라지면 어부도 사라지겠다. 예전보다 물고기를 덜 잡으면 물고기(대구)가 돌아올까.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그걸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있기를 바란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