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동무 푸른숲 어린이 문학 5
배유안 지음, 이철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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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동무>는 사도 세자의 빈이자 정조 이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책에는 영조의 아들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한중록>을 읽다가 사도 세자와 정조의 한맺힌 사연 사이에서 뜻하지 않게 '정후겸'이라는 인물을 만났다고 한다. 정후겸이란 인물은 본시 어부의 아들이었으나 사도 세자의 누이인 화완 옹주의 양자로 입양되어 대궐에 들어온 아이로 이산과 함께 하면서 열등감과 출세욕으로 끝내 자신의 명을 스스로 옭아 맨 인물인데 이 이야기는 정후겸이라는 인물의 눈으로 사도 세자와 정조를 보고 있어 좀더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만든다.

 

오백년 조선의 역사를 통틀어 제일 많이 만나는 인물과 이야기가 정조와 그 시대가 아닐까 한다. 문화혁명을 이룩하였고 누구보다도 더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정조 이산,그가 어릴적 동무로 함께 지내던 정후겸이란 인물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정후겸과 이산의 출생부터 살펴 본다면 정후겸은 고기를 잡아 그날 입에 풀칠을 하는 어부의 아들로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가 아버지 밑에서 그냥 고기나 잡았다면 그의 인생 또한 달라졌을 것이겠지만 화완 옹주의 양아들로 대궐에 들어오게 되고 세손 이산을 만나면서 자신 또한 꾸어서는 안되는 꿈을 꾸게 된다. 아버지 사도 세자가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아버지인 영조의 명에 따라 뒤주에 갇혀 죽는 불운을 겪게 되면서 이산이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산은 어떻게 되었거나 정후겸과는 하늘과 땅 차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지만 후겸의 야망은 점점 더 불타올라 어제는 친구에서 적군이 되어 그의 목숨을 노리게 되었다.

 

우리가 역사를 이야기 할 때에는 '만약에...' 라는 가정을 하면서 그가 다른 길을 선택하였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도 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지 않았다면? 정조 이산과 정후겸이 훗날에도 서로를 위해주는 다정한 친구로 남아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더라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후겸이라는 인물은 불행을 스스로 선택하였다.스스로 불나방이 되어 등잔을 향해 날아가 듯 어린시절 함께 막대기를 가지고 놀던 동무를 향해 열등감과 질투심에 벼리었던 칼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칼이 되고 말았다.

 

어부인 아버지와 가족을 떠나 홀로 대궐에서 입지를 굳히기엔 정후겸이라는 인물 또한 나름의 고충이 컸을 것이다. 그 든든한 배경이 되어 아무런 흔들림이 없게 만들어 주었던 화완 옹주,사도 세자보다 더 영조의 총애를 받으며 아버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옹주의 힘이 후겸에게는 어쩌면 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하지만 과함은 아니함만 못하다.모든 것이 너무 과하여 화를 불러 오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그런 후겸의 눈을 통해 사도 세자와 이산의 애틋한 부성애라든가 아버지의 죽음을 힘이 없어 지켜 봐야만 했던 이산의 처철함은 다시 역사를 들추어 보게 만든다.언제 기회가 되면 <한중록>을 읽어 봐야지 한것이 정말 시간이 많이 흐르고 말았다.진실성 보다는 합리화를 위해 쓴 글이라 하더라도 어딘가에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그런 속에서 이런 이야기도 탄생했듯이 역사에 좀더 열린 시선을 갖고 볼 일인데 어린이 책인데 누구나 읽어도 재밌는 이야기로 이산의 어린시절을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함께 했던 동무 정후겸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역사를 통해 너무 큰 욕심은 화를 불러 올 수 있음을 되새김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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