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아름드리나무 라임 어린이 문학 4
루이사 마티아 지음, 바르바라 나심베니 그림, 이현경 옮김 / 라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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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살던 고향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자리를 지키며 굳건하게 가지를 뻗고 있는 커다란 참나무가 한그루 있다. 어릴적 그 나무밑에서 동무들과 함께 술래잡기도 하고 사금파리도 주워다가 소꿉놀이도 하고 꽃이 피면 꽃 구경을 하고 곤충을 잡으며 놀기도 하는가하면 가을엔 참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를 줍느라 아침 일찍 혹은 학교에 갔다 오면 늘 나무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상수리를 주웠다. 주운 상수리는 마당에서 가을볕에 말리고 엄마의 손을 거쳐 맛있는 도토리묵이 되어 밥상에 오르곤했다.그런가하면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그 나무에는 신령함이 있다고 믿어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가 하면 태풍에 가지라도 부러지기라도 하면 걱정을 하곤 했다.혹시나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봐.어릴적 몹시 크게 보였던 나무는 지금은 어릴적 보았던 그 크기보다는 더 작아 보이지만 그 나무는 늘 같은 자리에서 마을을 지켜 주기도 하고 열매를 주기도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늘을 주고 있다.그런 나무가 소피아가 사는 달동네에도 있다.그 나무에는 앵무새가 살고 있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에 영혼이 있다고 믿고 있다.

 

달동네 사람들과 함께 한 신령한 나무 한그루, 비록 그 나무는 말을 못하지만 달동네 사람들과 언제나 늘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어느날 사람들이 불도저와 전기톱을 가지고 와서는 나무를 베려고 한다. 왜? 나무를 베려고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동네와 아름드리나무를 베고는 그 자리에 쇼핑센터와 주차장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라고.아니 늘 그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제일 먼저 바라보는 '아름드리나무'를 베고 그들만 살아가게 한다면 그들에게서 영혼을 뺐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것이 이루어질 것인가? 어른들도 물론 반대를 하지만 아이들도 반대다.

 

소피아를 비롯해서 술레이만 조콘다 윌슨 그리고 그들의 개 무어까지 아름드리나무가 베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도 하지만 아름드리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사는 앵무새가 알을 낳았다. 그 알이 부화를 하여 새끼가 탄생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새끼가 커서 날아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아니 앵무새 뿐만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한 아름드리나무를 쇼핑센터의 주차장에 내어주고 싶지가 않다.삶에 편리하다고 하여 우리가 빼앗기고 있거나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름드리나무가 베어지고 그들이 사는 동네를 빼앗기게 된다면 누군가는 집도 없이 떠돌아 다녀야 할 수도 있기도 하고 오랜시간 그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울고 웃고 뛰어놀았던 터전과 같은 아름드리나무를 비롯한 이곳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하여 소피아를 비롯하여 아이들은 나무를 지키고자 순수함으로 똘똘 뭉쳐 노력하기도 하고 마을사람들도 하나 둘 동참하다가 나무가 말을 한다고 하여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

 

그렇다면 말하는 나무로 알려진 아름드리나무를 벨 수 있을까? 잠시 중단이 된 공사,정말 나무가 말을 할까? 건설사 사람들에 의해 아이들의 순진한 장난과 같은 속임수라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 뒤에는 건설사 사장의 더 커다란 속임수가 세상에 폭로가 되면서 그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고 아름드리나무는 말을 하지 못해도 그 진심이 모두를 구하게 된다.앵무새의 알은 부화를 하게 되고 다시금 사람들은 아름드리나무 주변에 모여 달리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고 평화를 얻기도 하고 그렇게 하나가 되어 다시금 그들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게 된다.아름드리나무와 함께 일상을 다시 시작하게 된 사람들,그렇게 다시 시간을 흘러가고 언젠가 그 시간은 불도저로도 밀어버리지 못하는 전기톱으로도 절단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것으로 그곳에서 아름드리나무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며 뻗어갈 것이다.

 

뒤돌아보면 편리함에 지켜주지 못하고 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 꼬불꼬불 마을길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면서 정이 오가던 것이 편리함에 그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비록 나무 한그루 앵무새 한마리라도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은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든지 있다.하지만 현재의 편리성만 따지며 없애 버린다면 나중에 우리가 물려 줄 것은 과연 무엇이 남을까?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 기분 좋은 책이다. 어릴적 추억도 생각나게 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도 생각해 보게 하고 더불어 미래도 생각해 보게 한다.쇼핑센터가 생기면 분명 삶은 그만큼 편리해지겠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것들을 모두 버려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곳에 아름드리나무가 있었는지 그 나무에 앵무새가 살았는지 마을 아이들이 강아지와 함께 뛰어 놀았는지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노래를 하고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미래의 누군가는 모른다.때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있고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라 할지라도 보존하거나 지켜야 할 것이라면 한번더 그 가치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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