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소설작가로 알고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으로 추리소설과는 다른 여성심리를 다루고 있는 컬렉션중에 '봄에 나는 없었다'를 읽고 여자라면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이 책도 기대를 하며 읽게 되었다.나 또한 두 딸의 어머니이며 내 어머니에게는 영원한 딸이기에 늘 딸들과 겪는 애증의 관계를 이해하면서도 홀로 계신 엄마께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마음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딸들과 겪는 사소한 감정 싸움에서 늘 무언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내가 엄마께 못하는 것을 반성하고는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이유도 있지만 어느 정도 딸들이 나이듦에 따라 점점 느껴지는 공허함에서 어쩔수없이 시간에 편승하여 자식들을 이제 독립이라는 개체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내편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다는 것을,딸은 언제까지나 딸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딸은 가진 엄마라면 한번쯤 딸에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좀더 자신과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엄마의 마음,그런데 그런 엄마 곁에서 북박이가구처럼 달라붙어 변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딸이 있다면 엄마의 삶은 어떨까? 어느 정도 장성했다면 부모의 삶을 받아 들이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가면 사랑도 변하고 가족의 구성원도 변할 수 있다.사랑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가족 구성원을 딸이 반대한다면,그렇다고 자신이 언제까지고 엄마의 삶을 책임지거나 곁에 있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하지만 세라는 자신의 엄마인 앤이 어린나이에 자신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인지 엄마에게서 독립을 꿈꾼다거나 엄마가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를 하고 나선다. 앤은 오랜시간 친구로 지내온 남자는 있었지만 결혼을 생각하진 않고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남자를 만나 딸이 스위스로 스키여행을 떠난 뒤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만약에 앤이 스위스에 있는 딸에게 쓴 편지가 제대로 발송이 되었다면 상황은 또 다르게 변화할수도 있었을텐데 편지가 다시 반송이 되었기에 상황은 악화되고 만다. 엄마의 설명없이 새아빠가 될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혼소식을 접하게 된 세라,그녀는 새아빠라는 존재를 이름부터 자신 멋대로 지어 부르며 강력하게 그의 존재를 부인한다.아니 엄마와 자신의 사이에 그 누가 끼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집안에 가구의 위치조차 자신의 허락없이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엄마와 자신 이외의 존재를 가족구성원으로 받아 들이려 하지 않는다.

 

여자로서 사랑을 선택해야할까 아님 핏줄인 딸을 선택해야할까? 앤은 기로에 선다. 그들의 지리한 싸움을 제3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세라의 대모 로라는 이 문제의 답을 알고 있지만 지켜본다.결국 딸을 선택하여 안락한 집의 북박이 가구처럼 살아가기로 한 앤과 세라,그들의 삶은 앤이 사랑을 포기한 그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하여 그야말로 질서가 없어진것처럼 백팔십도 변하게 된다. 집안에서 조용하게 지냈던 앤은 밖으로 나돌며 겉모습은 무척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지고 세라 또한 사랑보다는 남자의 배경을 보면서 자신의 상대를 선택한다.그런 자신을 엄마가 강력히 부인해주길 바라지만 엄마는 그런 딸의 선택에 뒷짐을 지고 쳐다보기만 한다.왜 앤은 변했을까? 딸이라면 딸의 일이라면 악착같이 굴던 엄마 앤은 어디가고 남의 집 자식처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딸의 일에 아무 권한도 없는 엄마처럼 변한 것일까? 그랬다.딸은 엄마의 사랑을 부인했고 그의 이름조차 기억을 하지 못한다.그런 사람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딸은 엄마의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려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앤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던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딸을 선택하면서 자신이 삶이 변했으니 딸도 잘못되기를 바라는 엄마처럼 잘못된 선택인줄 알면서도 눈감아 버린다.시기,질투,증오가 한데 어우러져 딸과 엄마는 한참을 진창을 굴러 온몸의 진이 다 빠진 후에 서로를 보게 된다.비로소 딸과 엄마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 들이게 된다.

 

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시인하고 다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고 길을 떠나갈 때 앤은 달려가 딸을 안아준다. 그것으로 그들의 얼었던 지난날의 시간들은 해빙을 맞고 엄마로 딸로 다시 서게 된다.엄마의 여자로서의 삶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았던 딸 세라,그녀 또한 엄마처럼 여자의 일생을 살아가고 있음을.아니 선택은 엄마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엄마의 딸이고픈 딸.흔히 딸과 엄마의 관계를 애증의 관계라 한다.정말 미워할래야 할 수 없는,미워하다가도 뒤돌아서면 다시 받아 들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애증의 관계.나 또한 일상에 늘 이런 시간들을 겪고 있기에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어쩜 이렇게 여자의 심리를 잘 파헤져 나갔을까.추리소설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엄마로 그리고 딸의 심리묘사를 정말 잘했다는 것을 한 권 한 권 만날 때마다 느낀다.'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라는 말처럼 딸은 딸이면서 친구이면서 라이벌이면서 내 편이다.그런 딸들이 둘이나 있으니 엄마를 이해 못할 때는 '너희도 결혼해서 자식 낳아봐라, 엄마를 이해하지.' 라고 하는데 그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지만 늘 곁에 딸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세라가 비로소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와 삶을 선택하게 되고난 후 엄마인 앤은 비로소 이제 다시 예전에 그녀로 되돌아 온다.어쩌면 리처드와 헤어지고 난 후 그녀가 걸쳤던 옷은 그녀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고 시간이었는지 모른다,질투와 시기 증오라는 옷을 이제 훌훌 벗어 버리고 다시금 엄마와 딸이라는 편안한 옷을 걸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엄마도 딸도 집안의 가구는 아니다.그들은 생각을 하고 시간이 가면 변화하는,그리고 누군가의 변화를 받아 들여줘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늘 엄마가 혹은 딸이 집안의 북박이 가구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수는 없다.엄마에게는 엄마의 삶이 있고 딸에게도 딸의 삶이 있는데 어디까지 간섭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그 기준 때문에 가끔 우리집도 트러블이 생긴다.앤이 리처드와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에 세라는 자신의 엄마를 한심하게 생각을 하지만 그 또한 별수없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람을 선택하여 잘못된 길을 걷고 난 후에 엄마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딸,자신에게 자신의 인생이 있듯이 엄마의 인생 또한 엄마가 선택하게 놔두어야 하고 인정해 주었어야 하는데 어쩌면 성숙하지 못하여 북박이가구처럼 행동했던 시간들이 있었다.그 아픔이 있었기에 다시 담금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일어설 수 있게 된 세라는 더 단단한 딸로 앤 곁에 설 것이다.앤 또한 한차례의 폭풍우가 지나고 났으니 이제 따뜻한 햇살을 만날 것이라고 본다.<봄에 나는 없었다>와 <딸은 딸이다>를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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