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여 땅이여 1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개인정보유출'이라는 정말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고객과의 믿음과 신용이 깨지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심심치 않게 등장하여 고객의 뒷통수를 때리는 이런 사건들이 IT강국이라는 곳에서 다반사로 일어나야 하는지.은행도 보험사도 통신사도 정말 믿을 곳이 하나 없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절차를 이렇게 악용해도 되는 것인지 참 의문이다.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이런 뉴스도 너무 듣다보니 이젠 그런가보다 하는 무감각해지기도 하는데 지킬건 지키고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그런가하면 이 책에서는 한국의 주식시장의 궤멸을 노리는 미국의 핫머니 침투와 컴퓨터 해킹 그리고 종교와는 다른 우리가 미신이라 여기는 신비한 힘을 좇아 가며 우리의 '뿌리' 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만든다.

 

'기미히토 교수는 직접 그 현상을 목격했으니까 의문을 갖기 않겠지만, 사실 그 토우는 정말로 불길한 요물이오.'

 

일본의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에서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학교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모두 매달려 시스템오류를 찾아보고 수정해 보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원점이다.그렇게 하여 미국의 실리콘벨리에 가 있는 컴퓨터 천재라고 할 수 있는 기미히토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오게 되고 그는 이곳에 들어서며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컴퓨터 시스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얼마전 이곳에서 과로사를 한 교수의 죽음을 파헤쳐 들어가다 '토우'에 집중하게 된다. 토우 한 쌍,그것이 어떻게 하여 이곳에 오게 된 것인가? 평범한 토우처럼 보이지만 그 내력을 되짚어가다보니 결코 평범한 토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기미히토는 그 토우를 치우면서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를 없애게 되는데 이 토우가 어디에서 오게 된 것이고 왜 유독 죽음에 이른 교수가 연구하던 시스템에만 토우의 힘이 작용하게 되었는지? 현대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신비한 힘'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그 토우가 원래 있던 곳은 한국인데 그렇다면 토우가 지키려고 한 것은 무엇이고 한국인들은 그 토우에게 어떤 영적인 힘을 불어 넣은 것인가.

 

'터미널 다운 - 고통의 3분 27초.'

 

토우로 인한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의 컴퓨터 시스템의 문제가 하나의 사건이라면 또 하나의 사건은 누군가 컴퓨터에 들어와 악마와 같은 '3분27초' 동안 시스템을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돈을 인출해 갔다.그런가하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히겠다며 막대한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보안업체를 불러 시스템강화를 했지만 속수무책,컴퓨터 천재들을 불러 해 보았지만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미국 유학생인 컴퓨터 천재 수아가 맡게 되면서 해커와 해커와의 싸움에서 수아의 승으로 끝이나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숫자의 비밀' 속에서 그냥 넘기려 했던 무언가 그들의 음모를 찾아내는 수아,컴퓨터 해커까지 낀 그들의 거대조직은 한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수천 장의 경판은 반듯하고 정연한 모습으로 판대 위에서 오직 침묵으로 기나긴 세월을 여며오고 있었다.먼지 하나 쌓이지 않은 판고 안에 수천 장의 경판이 마치 생명처럼 기를 머금고 살아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져오자 일행은 옷깃을 여몄다.'

......

'이상한 기분이 드는군요. 마치 저 경판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토우의 비밀을 풀기 위하여 한국에 건너와 정신병원에 있는 사도광탄을 만나게 되고 해인사를 찾아 '팔만대장경'을 보면서 일제강점기 그들이 민족혼의 맥을 끊기 위하여 토우를 파헤친 곳은 이곳이 아닐까? 기독교가 현재에는 종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미신'이라 불리는 아니 어떻게 보면 모든 종교는 미신이라 할 수 있지만 우리 고유의 영적 존재와의 교감에서 오는 신비한 힘과 문화 민족으로의 그 뿌리는 일본인도 해내지 못했고 저지하지 못했던 팔만대장경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팔만대장경의 경판의 숫자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팔만대장경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 5천년 역사 동안 형성된 우리의 정신문화와 신비주의가 과학에 의해 철저히 부정당하고 폐기처분당하는 마당에, 이 땅의 작가에게 더 이상 절실한 문제가 어디 있는가. 반성은 의문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도 불교도 이슬람교도 굳건한데, 유독 굿이니 부적이니 서낭당이니 하는 우리 문화만 과학의 속죄양이 되어버린 것은 무슨 까닭인가.그들의 종교는 과학적이고 우리의 정신문화는 비과학적이기 때문인가.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졌다.' 우리 정신문화와 신비주의,우리 민족 깊숙히 차지하고 있는 정신문화,그 원천의 힘을 찾가듯 하면서 만나는 팔만대장경,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그곳에 우리의 힘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안성 청룡사 대웅전에 있는 팔만대장경 경판..딱 한 장 있다.

 

일제강점기 그들은 우리민족에게 갖은 만행을 저질렀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문화말살,문화의 뿌리를 뽑으려고 쇠말뚝을 박는가하면 문화재 약탈을 일삼았다. 저자의 <몽유도원>에서 다루고 있는 '광개토대왕비'의 비문과 '몽유도원도',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우리의 것이면서 우리에게는 모사본만 있고 일본 덴리 대학교에 진품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역사의 아이러니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이 우리민족의 정신문화,문화말살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는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우뚝 섰다.하지만 우리는 무언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느끼게 된다.과거의 역사 없이 현재의 역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닌데 우리는 너무 과거를 잊고,너무 등한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반성과 함께 좀더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내가 팔만대장경을 본 것은 그리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가까운 곳 그리고 자주가는 절의 대웅전에 딱 한 장 모셔져 있는 팔만대장경 경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적이 있고 그로 인해 더 찾게 된 곳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가야산 해인사에 가서 언제 팔만대장경을 한번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소설 2부에서는 일본 동양문화연구소의 슈퍼컴퓨터가 선택적 오류를 일으킨 것과 교황청의 파티마 제3의 예언 공개를 촉구하며 하이재킹의 배후로 지목된 사도광탄의 이야기며 한국의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라이언펀드와 싸우는 천재컴퓨터 소녀 수아의 이야기며 그 천재들이 우리나라에 모여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 우리의 과거 역사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아우러보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듯 하다. 저자의 소설은 역사와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로 과거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과거 역사와 이어져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좀더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소설을 읽으며 모르는 사건과 인물을 검색을 하며 읽다보면 더 재밌게 소설을 읽을 수 있고 역사공부도 되서 한 권 한 권 소설이 아니라 역사서처럼 읽게 된다.개인정보유출이라는 또 하나의 뉴스가 찌푸리게 하는 날에 소설과 함께 하니 기분이 묘하다. 현재 우리가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그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빨리 2권으로 달려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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