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중에 천만원이 모자라 외국 경매에 나온 문화재를 놓쳤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강탈 당한 문화재를 나라가 나서서 찾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단체가 나서고 있는 나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정말 씁쓸한 뉴스였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모르면 약이지만 김진명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하나 하나 수면위로 떠 오르는 진실들에 정말 애국심은 아니어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역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려고 하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들이 아니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낀다.

 

광개토왕비에 '백잔신라구시속민 유래조공 이왜이신묘년래 도해파 백잔000라 이위신민 이육년병신 왕궁솔수군토리잔국' 이라는 중요한 구절이 있는데,원래 이 구절의 해석을 놓고 한국과 일본 간에 심각한 대립을 해왔어요.

 

<가즈오의 나라> 라고 나왔던 책을 15년이 지나고 다시 수정하여 <몽유도원>으로 개정판이 나온 책이다. 왜 '가즈오의 나라' 였을까? 가즈오란 인물은 미술관을 하는 일본인을 양부로 둔 청년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 왜?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어보이는 청년,그에겐 비밀이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애국지사였고 그의 삼촌이 북한에 살고 있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본에 와서 살고 있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에서 양부를 두고 살아가는 가즈오,그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자신을 키워주고 있는 양부와 할아버지가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며 나라를 팔아 먹은 매국노와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키워주었기 때문에 가즈오는 그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뿌리는 무엇인가?

 

'조선 사람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알지 못하게 하라. 그들 조상의 무위,무능,악행을 들추어내 그것을 과장하여 조선의 후손들에게 가르쳐라.그리하여 청소년들로 하여금 실망과 허무감에 빠지게 하라.' -사이토 총독의 말.

 

일본의 시골 한 마을에서 비석을 연구하는 한 노인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살해 되었다.노인이 죽고 없어진 것이란 어느 책 뒤에 붙어 있던 메모지와 같은 종이 한장,도대체 범인은 누구길래 다른 것은 다 마다하고 겨우 종이 한 장 때문에 노인을 죽인 것일까? 노인의 정체는 그야말로 어느 곳에도 흔적이 남지 않은,그의 과거가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책은 정말 대단하다. 비문에 관한 그야말로 방대한 연구를 한 인물과 같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교수인지 연구원인지 신원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의심스럽다. 그 살인사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일본 대학원에 유학을 온 박상훈이라는 인물이 반장과 함께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상원은 비문에 관한,광개토왕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역사학도이다. 그가 하야코와 찾아가게 된 미술관에서 가즈오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더 넓은 범위로 펼쳐지고 역사 부분에서 실세라 할 수 있는 와타나베,그가 있는 대동아연구소가 등장하면서 사건은 더욱 광범위해진다.

 

역사는 일기장이나 거울과 같은 것입니다.

......

인간은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육신은 가지만 그가 살았던 인생,그의 이름,그 존재의 의미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즈오의 할아버지는 시베리아형무소에서 죽어갔다.왜일까? 그리고 '울란야호이'라는 단어에 뜻을 찾기 위한 노고와 광개토대왕비의 비문에 대하여 일본과 우리의 해석이 틀린 것에 대하여 상훈이 모든 노력의 시간들이 어쩌면 우리가 해야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역사의 오류를 밝혀내기 위하여 그리고 강탈 당한 문화재 반환을 위하여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오랜시간동안 왜 우리는 침묵하고 있는가? 아니 남의 일처럼 관심도 두지 않는 것에 대한 저자의 우리에게 보내는 경종이라 보여지는 일정은 그야말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 시베리아를 오가며 밝혀낼 수 있으면 발로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인들은 역사를 왜곡하면서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을 잘못된 역사를 교과서에 그대로 실어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잘못된 역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미화된 역사로 공부한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도태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살아나기를 포기를 한 것인지.그런 일들을 정부와 역사학자들이 손을 잡고 버젓이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역사학자들이 정부편에 서서 하지는 않는다고 따끔하게 충고를 하고 있다.바로 잡아야 할 것은 그것이 과거 조상이 잘못한 일이라도 그대로 진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참모본부는 일본의 국민을 전쟁터로 불러내기 위해 한반도는 본시 일본의 땅이었다고 조작했습니다...문제는 지금의 일본 학계입니다. 학문적 진리를 구하려는 겸허한 태도보다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하려는 얕은 발상이 일본의 학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과거 남의 나라를 지배한 것을 자랑으로 알고 역사를 조작했던 군국주의자들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의 학계를 위해 참으로 슬픈 일이며 일본의 국민들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역사도 시간이 흐르면 그 진실성이 떨어지지만 어딘가에는 진실이 분명 존재한다. 광개토대왕비의 비문이 세월이 흘러 글자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왜곡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보지도 못하고 꼭꼭 숨어 있거나 진실을 숨겨야만 하는 그런 잘못된 나라라면 미래의 인재들이 그곳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과거에 남의 것을 훔쳐 왔다면,그것이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문화의 뿌리를 훔쳐온다고 정신이나 혼까지 훔쳐올 수는 없는 것이며 역사를 고친다고 그 뿌리까지 모두가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이 모두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 우익이 있다면 반대편에 서서 잘못된 것을 수정하려는 아니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려는 이들도 분명 있다. 미술사 강의를 하는 하야코는 상훈을 만나며 몽유도원도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려고 하고 양심에 가책을 느낀 역사학자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양심선언을 하고 은퇴를 하려고 한다.그런가 하면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 잘못을 계속적으로 부풀려가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어느 순간에 정체된 한일간의 문제를 다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소설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도 변해야 하고 그들도 변해야 한다.

 

민족에게는 현재의 번영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역사도 중요합니다.일본이 그 어두운 역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면 결코 진정한 의미에서 앞선 나라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서울대 역사학자는 자신의 지식이 통하지 않자 목숨을 내놓듯 죽음에 이르렀지만 젊은 역사학도 상훈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세세히 캐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정정하면서 그들에게서 사죄를 받아낸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현재의 자세라고 본다.그런가 하면 일본인들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자신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양심적으로 행동하려는 깨인 사람들이 있다. 한쪽에서 움직인다고 될 일이아니라 함께 움직여서 잘못된 것은 바로 잡고 받아 들일 것은 받아 들이는 역사를 보는 바른 혜안을 제시한다. 가즈오처럼 자신의 정체에 혼란을 일으키면 그 뿌리마져도 흔들려 제대로 된 뿌리를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그것이 아무리 겉모습이 번드르한 성이라 해도 모래위에 성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역사는 상훈처럼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하나라도 더 배우게 되는데 그 밑바탕이 되는 교과서나 역사서등이 왜곡되었다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겠는가.

 

상훈이 생각하는 잘못의 출발점은 문화의 상실이었다. 고유문화의 맥을 잘린 겨레에게는 타락한 물질문화에 대한 노예적 종속이 있을 뿐이었다. 올바른 한국의 정신은 돈에 대한 무조건적 아부에,힘에 대한 이유 없는 복종에 있지 않았다. 통일을 완수할 건강하고 힘찬 정신은 문화를 회복하고 역사를 바로잡는 데서 얻어질 것이었다.

 

소설이지만 저자의 소설은 읽다보면 역사를 다루고 있어 더 맘이 아프다.주입식으로 공부한 역사는 늘 영어나 수학보다 더 관심밖으로 밀려 아이들은 국사에 별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사극이나 소설로 보여지는 역사를 믿으려고 하기도 한다.진실이 무엇인지 그 뿌리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문화아이콘이 되어야 관심을 보인다.'나는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독자들과 같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맹목적으로 일본을 매도하는 공허한 감정풀이 대신 성실한 자기성찰과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에게 발전이 올 것이다.비단 우리나라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선량하고 성실한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과도 역사를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감정풀이만 할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 잘못된 것은 함께 고쳐 나가고 21세기다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현대는 나 혼자 잘살아서 되는 시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역사이기 때문에 더 민감하고 감정싸움이 될 수 있는데 감정싸움이 아닌 상훈처럼 적확한 자료와 지식으로 맞써서 시정해야 한다.살인사건을 해결하고 역사의 오류,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 낸 것은 역사학자들도 있지만 역사학도 상훈이다. 그의 혁혁한 노력이 켜켜이 세월속에 파묻혀 있던 진실을 캐내 바로 잡았듯이 과거 역사를 관심 밖에 두었다면 이제 21세기 인재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과거의 역사가 꿈속이었다면 이제는 그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저자의 말처럼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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