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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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믿고 읽는 건명원 강의. 그동안 인문학이었다면 이번엔 과학이다. 하지만 제목과 표지 디자인만 보고 과학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울 듯 싶다. 책도 양장본이다. 무게감이 먼저 다가온다.

  이 책은 총 5강으로 구성된다. 1강 '뇌와 인간', 2강 '뇌와 정신', 3강 '뇌와 의미', 4강 '뇌와 영생', 5강 '뇌과학자가 철학의 물음에 답하다'로 이루어 진다. 문답인 5강을 제외한 각각의 강의는 주제와 함께 각각의 제목을 갖는다. 1강 '나'는 존재하는가, 2강 '나'는 합리적인 존재인가, 3강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인가, 4강 '나'는 영원한 존재인가 네 가지의 질문을 크게 다룬다. 각각의 질문 속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의 세부 내용을 갖는다.

  1강은 철학적인 문제 '나'의 존재에 대해 시작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나는 뇌의 피질에 존재한다'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가. 책을 읽으며 '나'라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서 답은 정해진다. 그 원류를 찾는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학파와 플라톤 학파까지 올라가는데 플라톤 학파의 승리! 다음으로 나오는 부분의 뇌 해석에서는 어디로 생각을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뇌실파와 피질파로 나뉘지만 결국 해부가 가능해지며 피질이 생각에 중요한 부분임을 입증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다음 부분의 질문 '나는 어떻게 생겼는가'에서는 신경세포 염색 방법과 결정적인 안셀로 모소의 논문이 큰 역할을 한다. 신경세포 활동으로 에너지가 소비가 되며 이동되는 피의 흐름으로 뇌의 활동이 표현되는 가설을 위해 준비한 침대가 흥미롭다. 사진으로만 보면 뭔가 허술해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으니 만들어 가설을 증명한 것은 아닐까.

  세 번째 질문 '생각이란 무엇인가' 이 부분에서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만날 수 있다. 데카르트의 뛰어난 철학 사고 방식이 얻어낸 결과다. 그러나 또 다른 뛰어난 철학자는 이전 세대를 부정하며 나오듯 책에 나오는 러셀의 주장은 생각해야 할 내용이다. 네 번째 질문 '나는 어떻게 나일 수 있는가'에서는 '자아의 핵심은 시공간적 연장성이다'라는 말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리 잠자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 질문 '감정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도 연결되는 답 '감정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최적화된 결과다'라는 내용을 본문에서 보여준다. 친가와 외가의 할머니, 할아버지 네 분 중 손자와 손녀들을 가장 사랑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투자하는 인물에 대한 내용은 우리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 외할머니도 그러고 보니 누나에게 피아노를 사주셨던 것을 보면 츤데레 같은 분이셨음을 생각하게 된다.

  2강 '인간은 합리적인가'에서 처음 만나는 소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닌 합리화하는 존재다'는 내용에 약간의 긍정을 하며 책을 읽어가며 강한 긍정으로 이어갔다. 너무나 익숙한 파블로프 박사의 개 실험은 익숙했다. 낯설지만 '악덕의 과학자'로 소개된 왓슨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되고, 저자가 사례로 드는 국내 예능 프로그램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파블로프 박사'와 '스키너 교수'등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자주 나와 익숙했고, 합리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도 나는 합리화를 시키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돌아본다.

  '믿음은 왜 생겼는가', '정신도 병드는가'에서 만나게 되는 예측 코드와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 질환들은 어떤 부분은 방송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고,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내용도 있었다. 뇌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정신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병증들과 마지막으로 나온 히스테리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뇌 손상이 아니라 편견도 어쩌면 병이 아닌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3강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뇌와 의미에 대한 부분이라 그런지 다섯 가지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내용들은 연속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의 '경험은 왜 중요한가'에서 저자가 만난 이스라엘 고등학생과의 대화는 생각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우리 나라 학생들의 생각과 많이 다른 모습이라 놀라웠고, 타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의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조언하는 부분 같았다.

  4강에서 영생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영생이 필요한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순환에 대한 부분이 와닿는 부분이다. 뇌만 살아 생명을 유지하는 내용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봤던 것 같은 장면이 떠올라 별로 생각을 해보고 싶진 않다. 내가 온전히 나와 주변을 인식하며 온전한 의식으로 살다 죽는 것을 원하는 입장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5강은 뇌과학으로 본 '나'-생각의 프레임을 바꾸는 방법, 뇌과학으로 본 '우리'-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두 주제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책을 마무리 한다.

  과학도 여전히 낯설지만 뇌과학은 더 낯선 분야다. 책을 통해 기존에 접하지 못한 뇌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게 됐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지나가 버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낯설기에 새로운 간접 경험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왜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인지에 대해서도 수긍 할 수 있었다. 뇌과학 책은 많이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나 이 책으로 시작해서 보다 넓혀가면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며 글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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