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이 돌아오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이제 다시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책을 검색하고 상호대차를 신청하고 대출하고 반납하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 하게 되었다.



 
















친구가 미셸 푸코를 읽는다 해서 준비해 봤다. <성의 역사> 2(1, 2)과 얇은 책 두 권(<자기 해석학의 기원>, <상당한 위험>) 읽어본 사람으로서 앞으로 험난한 시간이 예상되어 예습 차원으로 이것저것 빌려 보았다. 제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료 1. 맨 아래, 똑같은 책(만화책)을 각각 다른 도서관에서 빌렸다. 역시나 만화책부터 시작했는데 넘나 어렵다. 그렇다. 한국의 만화책은 만화책이 아니다. 그림 많으면 만화책인가. 내용이 이렇게 어려운데. 아이들을 공부시키려는 엄마의 열심을 반영한 출판사들의 획책. 민머리의 푸코가 나온다 한들 이 어려운 내용을 도대체 어쩔 것이냐.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부터 <우리들은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 다>까지는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은 책들이다. 제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자료 2.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를 다른 도서관에 각각 신청했다. 처리되어 내 손으로 들어온 시기도 같아서 똑같은 책이 두 권이다. 상 도의상 한 권은 일찍 반납해 주려 한다.

 















일단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를 펼쳤다. 서문을 읽는데, 레비나스도 궁금하지만 레비나스를 읽는 우치다 다쓰루도 궁금하다. 어떤 사람을 스승이라 부른다는 게 어떤 일일지 궁금하고, 또 한 편으로는 레비나스를 연구하는 우치다를 분석하는 번역자 박동섭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렇게 하염없이 여기 저기 떠돌다가 우치다의 책을 딱 두 권 읽고,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을 읽다 포기한 이유, 내가 남겨두었던 이유를 보게 됐다. 한편으로는 이해되고 또 한 편으로는 그래도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예상하는 지성이란 정확하게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 1분 정도 생각해 본다. 현실 정치에 대한 정확한 비판인가, 양비론을 넘어서는 대안 제시인가. 나의 정치적 입장과 유사한 듯 하지만 그와는 약간 다른 그 어떤 것인가.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를 끝까지 읽지 못한 이유와 겹치는 지점이다. ‘읽지 않음은 나에게 손해일 것이나, 그렇게 느끼는 나의 판단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의 카드 뉴스를 캡처해 두고 진짜 읽기에 들어간다.

, 주일이네. 오늘, 교회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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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09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보고 서울대 인문고전 푸코 편 혹시 이미 가지고 있진 않나, 하고 책장 봤거든요. 제가 나름 이거 몇 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ㅋㅋ 지금 보니 하이데거, 홉스, 칸트, 슈뢰딩거, 마키아벨리 이렇게 다섯권 이네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저 다섯권 중에 하나도 다 읽은 게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내가 싫다, 증맬루.. 저 이제 푸코 사러 갑니다. 슝=3 땡스투~ =3

단발머리 2023-07-10 21:44   좋아요 0 | URL
우아 다섯권 ㅋㅋㅋㅋㅋㅋ 슈뢰딩거 편이 궁금해요. 전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었거든요. 완전 캡숑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다락방님 책도 그 책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저 지금 푸코책은 중단 상태에요. 만화인데 중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ㅠㅠㅠ 중도포기 각입니다 ㅠㅠㅠ

책읽는나무 2023-07-09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코 만화책ㅋㅋㅋ
저걸 아이들은 무슨 재주로 읽어낼까요?
나도 못읽을 것 같아요.
이 만화책 전에 읽을만한 더 쉬운 책은 없을까요?^^
역시 이렇게 어려운 푸코 책을 읽어낼 수 있어야 희진 샘께 칭찬받을 수 있는 거였어요.ㅋㅋㅋ
단발 님도 언능 정신 챙기셔서 칭찬 받으시길^^

단발머리 2023-07-10 21:46   좋아요 0 | URL
지금 큰일 났거든요. 저 아무래도 중도포기 할 거 같아요. 완전 어려워요 ㅋㅋㅋㅋㅋㅋ 이걸 똑같은 책을 두 권이나 빌렸는데 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정신 챙겨도 희진쌤께 칭찬 받기 어려운데 지금은 자체 휴업 상태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7-10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0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7-11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의 돌아온 제정신 격하게 환영합니다!! (와락)

단발머리 2023-07-11 11:33   좋아요 0 | URL
은오님의 환대를, 어떠한 철벽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영합니다!!

icaru 2023-07-29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정신이 가출을 하셨었는지 알아보려고 지금부터 캐보겠습니다 ㅋㅋㅋ
시간 역순으로 페이퍼를 읽고 있는 바람에 ㅠ

2023-07-29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23-07-2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엔 특별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듯 특별한 일이서라기 보다는 몹시도 바쁘셨었다는 맥락으로 이해했어용
다른 게 아니고, 저 우치다 다쓰루요.... 저도 한때는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라는 책이 꽂혀서 우치다 작가 전작주의가 되려고 폼잡다가, 내가 한참전에 갸웃거리며 읽었던 책 하류인생(?)이 그의 책이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던 적이 있어요..

단발머리 2023-07-29 20:55   좋아요 0 | URL
전 우치다 다쓰루 책 중에서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는 참 좋았는데 요기 위의 보라색 책 인사말에 ‘한국과의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쓴 걸 보고 솔직히 좀 실망하기는 했습니다. 지성인이라 해도 역시 자신의 위치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구나,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요.

이제 이유를 찾아내셨지요?ㅎㅎㅎ 제정신은 슬슬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저도 알라딘에 자주 왔구요.
icaru님 많이 바쁘시겠지만 알라딘 자주 오시고 제 글에 댓글도 달아주시고 우쭈쭈도 해주시고요^^
더운 여름 지치지 마시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나의 의견이 어떠함을, 그래서 내 입장이 어떠함을 특정하지 못한 채로, 이 글을 쓰는 일이 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여기, 내 생각이 닿는 부분까지라도 정리하고 싶어서. 굳이 쓴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는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과 여성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때, 내 예시는 주로 미국의 백인 여성들이다. 첫 번째는 마사 누스바움. 똑똑한 딸을 교육시켜서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 그에 더해 하버드 법대에 입학시켰는데, 지도 교수가 대놓고 가슴을 만지려고 할 때, 교수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그 팔을 살그머니 미는 행동에 대해 말한다(<비평 이론의 모든 것>). 그리고 레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통계.

 


부연하자면, 총에 맞아 죽은 여성들의 3분의 2 가까이는 현 파트너나 전 파트너에게 살해되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49)

이 나라에서는 9초마다 한번씩 여자가 구타당한다. 확실히 짚어두는데, 9분이 아니라 9초다. 배우자의 폭행은 미국 여성의 부상원인 중 첫 번째다. (49)


동독 출신으로서 16년간 독일 총리로 일했고, 퇴임시까지 독일 국민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도패션 감각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세평을 피할 수 없었다. 꾸밈 노동을 등한시하는 여성에 대한 평이 그렇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변호인(또는 피의자)과의 전화 통화 중에 여자라서반말하는 경우를 많이 당했다고 그의 책에 썼다.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129) ‘개인적인 가정사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인정받는 혹은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더라도 그 사람이 여성이라는 점은 끝끝내 약점으로 작용한다. 가장 존경받는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이 여성이라는 점, 그가 페니스가 아니라 자궁을 소유하고있다는 점이, 그의 능력과 실력, 그리고 품성과 캐릭터를 유추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렇게 문장으로 써 놓고 보면 더욱 확실하다.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 2세대 페미니즘의 개척자 필리스 체슬러 역시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억압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나는 가부장제 문화와 의식이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형성해왔는가를 자료로 입증해나갔다하나의 계급으로서 여성은 생산 수단과 재생산 수단을 통제할 수 없었으며 게다가 꾸준히성적으로 또는 다른 측면에서 치욕을 당했다. (<여성과 광기>, 25)  

 


이 책, <성의 변증법>의 저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역시 여성이 역사적으로 하나의 계급-카스트로 실제하며, 여성 억압의 핵심은 생물학적 기능때문이라고 보았다.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 그로 인한 임신, 출산, 자녀 양육이 여성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되고 견고한 계급-카스트로 묶어 놓았다고 해석했다. 계급으로서의 여성은 여이라는 생물학적 규정혹은 정의에 묶여 있는 한 해방될 수 없다고 보았다. 파이어스톤(이름 쓸 때마다 희열을 느낍니다. 역시 사람은 이름이 중요해요. 파이어스톤, ~~ 짱입니다)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은 카를 마르크스가 노동자의 해방에 경제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던 것과 아주 똑같은 방식으로 여성 해방에 생물학적 혁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프롤레타리아가 경제적 계급체계를 타파하기 위해서 생산수단을 장악해야 하는 것과 같이, 여성들은 성적 계급 체계를 타파하려면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해야 한다. 공산주의 혁명의 궁극적 목표가 계급이 없는 사회에서 계급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듯이, 페미니즘 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양성적 사회에서 성의 구분을 종식하는 것이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P92, 밑줄은 단발머리)

 



재생산수단의 지배권을 장악하는 방식이 가능할까. 인간 본성을 무시한 채, 사유재산 철폐를 기치로 들었던 사회주의 혁명은 더 많은 농민을, 민중을, 시민을, 국민을 극빈 상태로 내몰았다. 소수의 부패한 관료들은 민중에게는 사회주의, 자신들과 자녀들에게는 자본주의를 실천했다. 계급 철폐와 노동자 해방을 기원했던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

 
















여성 해방 운동은 어떠할까.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경우 여성을 단일한하나의 집단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여성은 단일한하나의 집단이 될 수 없다. 먼저는 신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규범이지 현실이 아니며따라서 실체로서 남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12남성과 여성은 정확히 구분되는 어떤 것이 아니다. 또한, 복잡한 현대 사회의 여러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 여성과 멕시코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여성의 처지가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여성과 가사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동남아시아 여성의 처지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사이보그로 살아가기>의 저자 임소연은 급진 페미니즘의 주장이 서구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라고 보았다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여성들이 ‘자신이 아닌 여성'으로 의식화되는 순간 수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개별 여성은 거대한 하나의 여성에 가려져서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서구 가부장제가 원하는 것, 즉 남성 욕망의 산물로서의 여성일 때를 제외하고는 여성들이 주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다.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36)

 

 


그렇다면 유사점과 차이점 중 무엇에 방점을 찍어야 하나. 나는, 예전에는 여성이라는 단일한 집단에 더 굵은 밑줄을 긋는 사람이었다. ‘여성이 현재의 나를 규정하고 옥죄는 가장 강력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이슈를 자신의 의식 속에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들이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속박하고 있는 착취와 억압의 체제에서 자신도 공범자라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관계로 가고 싶다면 이제껏 해온 공모 행위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는 이 체제에서 특권을 가진 남성만이 아니라, 이 체제에 물질적 존재 기반을 두고 있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47)

 


나는 먹는 일을 좋아하지만, 정확히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먹는 일을 좋아하지만, 과식은 삼가는 편이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굶주리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이 지구에 살면서 , 배불러. , 너무 많이 먹었네.’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실천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원래 먹는 일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 일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에코 페미니즘을 읽은 후, 코로나로 온 세상이 어두울 때, 나는 지구와 자연을 위해 당분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다. 나는 새 옷 구경/ 새 옷 사기를 즐겨하니까 이건 내게 큰 결심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1년 동안 옷 사지 않기>. 하지만 바로 그해 봄, 나의 이 소박한 결심은 무너지고 말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요가 브랜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가복이 1+1 행사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해방을 노래하는 나는, 페미니즘의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는, 3세계의 10대 미만의 어린 여성이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쉬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저임금노동으로 인해 얻어진 수익의 일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 요가복을 내내 좋아한다. 이 요가복이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감탄한다. 이 체제에 물질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1세계에서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나는 우리나라가, 우리나라의 소비 수준이 가히 제1세계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착취와 억압의 공범자라고 느낀다. 나는 여성이어서 억압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성 억압적 체계 안에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의 일부를 편리함’(1 1회 건조기 돌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누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백인, 중산층, 이성애, 비장애인 여성들만의 페미니즘을 벗어나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의 자리는 어디까지인가. 어느 만큼 갈 수 있는가. 혹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 이 모든 일의 책임은 페미니즘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원래 그렇다는 말에 반박하려면, 모든 건 신자유주의때문이라고 쉽게 대답하지 않으려면, 그러면 어떤 답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희진의 공부> 2023 5월호 <자매애는 불가능하다>에서 형제애는 실재하지만 자매애는 관념이라는 선생님의 말뜻이 뭔지 알 것도 같다. 부패한 강자들은 서로를 돕지만, 약자는 연대할 힘이 없다. 오늘 하루, 먹고 살기도 팍팍하기 때문이다. 단일한 집단이라고 할 수 없는 여성, 집단으로 작동한 역사조차 전무한 여성이라는 집단이, 현재까지의 억압과 구속을 벗어나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가. 서로간의 차이를 넘어서 계급, 인종, 사는 지역을 초월한 전 세계적인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아니, 연대라는 단어조차 여성 집단에게는 신기루와 같은 것인가. 우리 앞에는 투명한 장애물 뿐이어서, 우리는 이를 넘어설 수도, 극복할 수도 없단 말인가.



 

P.S. 오늘 올라온(오늘 맞을까?) <정희진의 공부> 2023 7월호의 <남성 연대와 자매애의 차이> 듣고 돌아 오련다. 돌아와야 할 텐데, 꼭 돌아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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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녀평등을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3-07-07 09:55   좋아요 0 | URL
네!!

책읽는나무 2023-07-05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달 책에서 페미니즘 이론 중 나는 어디에 해당되나? 고민을 하다가 나의 관심사는 환경 쪽이니 에코 페미니즘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 자괴감이 퍽 드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발 님이 콕 꼬집어 주셔 아...ㅜㅜ 했네요.ㅋㅋㅋ
며칠 전 여름 반바지 온라인 앱에서 주문을 했어요. 바지를 사니까 윗 상의도 있어야지 않나? 하면서 줄무늬 상의도 샀구요.(줄무늬는 또 발랄함을 추구하여 젊어 보인다는 소린 어디서 또 들어가지구선..^^;;;)
식구들에게 고기 자제하자! 그래놓구선 기력이 없으니 고기 먹을까? 먼저 말 꺼내고....ㅜㅜ
지난 달였나요? 희진 샘의 강의 중 ‘여성들의 연대‘에 대한 정체성을 해석하실 때, 내가 생각해온 것과 차이가 있어...띠용! 했구요.
그래서 요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더군요.
아마도 아직 제가 이론 지식이 부족해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그런 건가?싶네요.
단발 님의 정리 정돈된 멋진 글을 읽으면서 조금 화들짝 했어요.
마치 ‘너 지금 공부 안하고 뭐하는 거니?‘이러는 것 같아서요.ㅋㅋㅋ
벌써 7월호가 나왔군요?
멍~ 때리고 있었네요.^^
더워도 부지런히 읽고 듣고 돌아오세요.
단발 님까지 돌아오시지 않음 진짜 울어버...ㅋㅋㅋ

은오 2023-07-06 02:15   좋아요 2 | URL
고기 자제하자! -> 기력이 없으니 고기 먹을까?의 흐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무님이랑 같이살고싶어요 너무재밌을거같다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06 08:52   좋아요 3 | URL
실제의 삶은 그닥 재미없어요!ㅋㅋ
왜냐면 식구들이 웃어주질 않아요.
다른 이웃들은 좀 웃어주는데...ㅜㅜ
아....울 식구들은 웃긴 합니다. 비웃음!!!!!
저렇게 고기 먹자고 하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웃더군요. 특히 남편!!!
그래서 남편은 저의 최대의 적.ㅜㅜ

은오 님이 울집에 오신다면 제가 성심성의껏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정리정돈하는 방법이랑 글쓰기 강좌 좀...😁☺️🤭

은오 2023-07-06 09:49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제가 나무님이랑 결혼해서 웃어드려야겠어요!! 나무님 진짜ㅋㅋㅋㅋㅋㅋ전 맨날 나무님 글이랑 댓글 볼때마다 저항없이 터지는데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7-07 09:59   좋아요 0 | URL
책나무님 / 발랄함을 추구하기 위해 여름 반바지 사는 마음을 저는 백분! 이해합니다. 저는 나무님의 말씀을 완전 이해해요.
저는 ‘에코 페미니즘‘에 관한 한, 한없이 죄인이라서요. 제 죄를 소상하게 아뢸 수 조차 없네요.
그래도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반찬가게에서 반찬 사지 않고 직접 해서 가족들 먹이는 것만으로도 책나무님은 1일 3회 박수, 그것도 기립박수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기는 가끔 먹어줘야 합니다. (먼 산)

은오님 / 책나무님이 은오님 초대해서 성심성의껏 요리 해드리는 그 날에.... 저도 같이 갈게요.
제 왼팔,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 다 데리고 가겠습니다. 하하하!!!

은오 2023-07-06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제가 사놓고 저 멀리 미뤄둔 책들과 담아놓고 저 멀리 미뤄둔 책들을 단발님은 이미 다 읽으셨고 자유자재로 인용하시는 걸 보면서 차오르는 결혼욕구를 눌러봅니다........ 단발님은 강명씨 외치면서 난 질투 계속 하라고 하고 ㅜㅜ ㅋㅋㅋㅋㅋ😫
그리고 앎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어려움을 저도 예전부터 겪고 있어서 공감하고 갑니다. 다른 부분에서긴 하지만. 어려워요 참. 가끔 자괴감도 들고.

단발머리 2023-07-07 10:01   좋아요 0 | URL
차오르는 결혼 욕구는 잠자냥님께만 발사해 주시구요 ㅋㅋㅋㅋㅋ 이래뵈도 제가 가정이 있는 몸 (뭐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앎과 실천 사이의 간극에 대해서는 각자 약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실제로 고기 많이 줄였고(고기를 겁나 좋아하던 1인) 식구들에게도 많이 해주지 않는 편이지만, 요가복 사기에서는 실패하는 사람이구요.
은오님의 고민 지점도.... 나중에 기회되면 들려주세요. 좀 근사한 항목일 거라 혼자 예상합니다^^

건수하 2023-07-06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통합적인 글 정말 좋아요. 요즘 한참 글이 안 올라와서 아쉬웠는데, 이제 적응하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급진적 페미니즘이 권위적이라는 문장에 저만 불편했던 게 아니었구나 하며 조금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직 앞부분 읽고 있는데, 남녀간의 성 차이에서 해방되면 일단 다 엎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인가... 기존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 의문이 생깁니다. 인류는 이미 체외수정 (시험관)에 동의했고 제가 인공자궁 반대하는 사람은 아닌데요, 근본적인 부분을 해결한다고 나머지가 알아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발머리 2023-07-07 10:07   좋아요 1 | URL
적응은 아니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기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하님, 제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제가 출근하면서 책을 예전보다 많이 사고 많이 읽었더라구요. 그니까... 많이 읽었다는 게 아니라 사면 바로바로 읽는 ㅋㅋㅋㅋㅋㅋ 뭐, 그런.... 글은 자주 못 써도 일단 읽고 있겠습니다. 헤헤!

여성의 재생산권으로부터의 해방이 어떻게 갈지는 사실... 좀 복잡해서요. 체외수정에 동의한 인간이 ‘장기‘를 목적으로 한 인간의 ‘탄생‘에 반대하리라고 저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읽지는 않았지만,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현실판이 곧 실현되리라 보고요. 오히려 저는 자본, 남성적 자본이 여성의 육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 갈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와 관련해서 제 친구가 글을 썼는데, 답을 제가 여기에다가 ㅋㅋㅋㅋㅋㅋㅋ 달고 있나요? ㅋㅋㅋㅋㅋ
일단 파이어스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바쁘네요, 더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7-07 10:32   좋아요 0 | URL
장기를 목적으로 한 인간의 탄생.. 은 사실 좀 두렵고요, 유전자 편집 아기가 조금 더 빨리 실현될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말씀대로 기술이 발전할 수록 여성의 육체를 필요로 하지 않을 거고, 그 기술도 남성 혹은 자본이 독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여성의 지위는 지금보다도 더 불안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로서는 출산 기능이 여성을 억압하고자 하는 원인이긴 하지만 여성만이 가진 특권이니까..

기술이 대안, 성 구조로부터의 탈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유토피아에 가까운 곳 아닐까...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는게 더 쉬운 저로서는 부정적인 생각만 듭니다.

어쨌든 저도 더 읽어보는 것으로... 3장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재해석은 좋더군요 :)

더우면 이것저것 귀찮지만... 책 읽는 건 안 귀찮은 것으로 ^^

다락방 2023-07-06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가진 책일듯 하지만,

‘결국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만큼이나 권위적이다‘ 라고 말하는 맥락이 궁금해서 <사이보그로 살아가기> 읽어봐야 겠어요. 문장 자체로만 보면 저는 딱히 동의되지 않는 문장이라서요. 맥락을 알고나면 또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책을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7-07 10:12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이 직접 읽어보시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일 거에요. 제가 그와 관련해서는...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291728 <사이보그와 페미니즘의 미래>라는 글을 썼는데 혹 참고가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링크 올려 둡니다.

정희진쌤은 최근 매거진에서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어느 측면을 ‘젠더 환원주의‘의 위험이라고 표현하시더라구요. 공부하고 알아가야 할 게 많다고, 그래서 더 부지런해야하는 게 아닌가..... 혼자 생각했더랍니다.
 
신기한 독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3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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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목을 정해 놓았던 게 5월 중순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로 이전의 쇼킹한 뉴스를 덮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그때는 일본에 대한 뉴스로 한참 시끄러울 때였다. 국민 전체 아킬레스건, 일본 문제를 건드린 윤. 오므라이스 먹으며 독도를 갖다 바치는 건 아닌지 심하게 걱정했었다. 그때쯤, 몇 개의 시국선언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옛날 일이라 요즘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대결 후보였던 이회창의 지지율이 밤낮으로 엎치락뒤치락하던 때, 그러니까 대선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 각종 단체에서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호남 지역 교수들에게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교육계와 노동계까지 오랜 기간 계속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이회창은 양호한 사람이다. 본인 포함 그 집 남자 3명이 모두 군대에 가지 않은 신기록만 아니었다면, 이회창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 그리고 IMF. 자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회창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한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을 기억하자. 이회창에게는 적어도 보수의품격을 조금은 기대해도 됐었으리라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패악, 무엇보다이해할 수 없는특이한 정책과 그 정책의 집행에 대해서 비판하는 소리를.... , 듣기에도 피곤하다. 그래서 뉴스를 안 보고, 안 읽고 산다. 엉망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건 모르고 당하는 고생이 아님을..... 힘주어 말하고 싶기는 하다.  


 

우리는 몰랐나. 우리는 정말 몰랐다고 말할 수 있나. 나는 사태의 결국, 윤석열의 당선에 언론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도 적대적인 언론 환경에서 싸웠고, 지난한 혈투 속에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그때는 종편이 없었다는 점, 그때는 티비조선이 없었다는 점, 그때는 임영웅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우리는 정말 몰랐나. 전 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사 토론회에 나오면서 손바닥에자를 쓰고 나타나는 사람인 것을,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인 것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없던 일이다.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이 아니어서 방사능 유출은 안 됐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음을, 정말 몰랐다고 할 것인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잊은 듯한 미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 중국/러시아/북한에 대한 막가파 외교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다음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였고, 이제 백년지대계 교육 문제까지. 대통령 투표 결과로,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이전 정부조차 반국가단체라고 부르는 호기. 그 결기 혹은 객기를.  

 


우리는 정말 몰랐나. 몰랐다고 말할 수 있나. 윤석열이 아니면 이재명이었을 텐데.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험한 인생에, 흠과 결격사유가 왜 없을까.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의 이 나라에서 윤석열 vs 이재명이라는 선택지 앞에 사람들은 윤석열을 택했다. 윤석열도 싫지만, 조국이 더 싫고, 국민의힘이 밉지만, 민주당은 더 밉고... 그렇게 우리는 윤석열 보유국의 희한한 역사 속으로... 

 



그 일, 그 정치적 결정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기 전까지, 그때까지는 그냥 모른 척 한다. 길을 걷다가 젊은이들 158명이 한 자리에서 죽었는데도 사람들은 모른 척한다. 멀쩡한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 해도 모른 척한다. 북한을 자극하고, 일본에 엎드리고, 미국 파티에서 대통령이 바보가 되어 돌아와도, 우린 다 모른 척한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수를, 우리 집 앞마당에 붓는다니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려고 하다가, 수능 문제 가지고 설레발을 쳐대니 그제야, 사람들이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한다. 진짜 이상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슬픔

 

 


이미 알고 있는 이 절망과 앞으로도 많이 남아있는 암담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신기한 독>을 읽어보며 생각해 보자. (유부만두님, 보소서!! 이 부분은, 유부만두님 특별 헌정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농사꾼 하나가 살았다. 괭이질하다가 괭이에 뭐가 걸려 살펴보니 커다란 독이다. (예의 그 주인공, 신기한 독이다) 모양이 찌그러진 헌 독이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아까워서(재활용 정신) 집에 가져와서는 그 속에 괭이를 넣어두었다. 다음날 일하러 가려고 괭이를 꺼내니 괭이 하나 나오고, 독 안에 괭이 하나 더. 그것마저 꺼내니 하나 더? ? 이건 뭐지? 1+1도 아니고? 신기한 마음에 엽전 넣어보니, 엽전에도 같은 현상이…. 농사꾼의 신기한 독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마을 부자 영감 귀에 들어간다. 부자 영감은 이 밭의 원래 소유자였던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신기한 독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마음씨 착한 농사꾼은 이 독을 부자 영감에게 주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부자 영감 행복해질 그 꼴이 보기 싫어 원님에게 재판을 받으라 권한다.

 


원님 앞에서 이루어지는 하나 더의 기적. 이제 부자 영감이 문제가 아니라 원님이 문제다. 신기한 독이 탐이 난 원님은 두 사람에게 이 귀한 물건을 나라에 바치라 명을 내린다






그러고는 그날 퇴근길에 그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간다. 무얼 넣으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대청 마루에 고이 모셔둔 소중하고 소중한 신기한 독. 독 안을 들여다보시던 원님의 늙으신 아버지, 독 안으로 쏙 들어가시고. 아버지 꺼내니 다시 아버지. 그 아버지 꺼내니 또 아버지. 마루 가득한 아버지들의 뜨거운 한 판. 아버지들의 야단법석에 신기한 독은 깨지고 마루에는 아버지만 그득. .

 

 



책은 선택에서부터 이미 하나의 경향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가게 되어 있다. 작가, 그림, 출판사가 모두 그렇다. 나는 <신기한 독>을 골랐다. 선택은 아이들이 하겠지만 아이들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내가 도서관에서 선택한 책의 범위 안에있다.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본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내가 묻는다.

 


 


원님이 그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네. 이것 봐. 원님은 그 신기한 독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느라 완전 즐거운 표정이다, 그치? 근데 이 사람들은 뭐하고 있어? 마을 사람들은 뭐하고 있는 거 같아? 잘 봐봐, 이 사람들, 뭐하고 있는 거 같아? 눈을 흘기면서 입을 삐죽빼죽하고 있잖아, 그치? 이 사람들….. 원님 욕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그래. 원님이 재판 받으러 온 농사꾼과 부자 영감에게 이 신기한 독을 나라에 바치라 하고서, 그 신기한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 가잖아. 그러면 안 되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어, 왜냐하면 원님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뭐해? 욕을 한다, 그렇지? 그때는 여론이라는 말도 없었을 테지만 말이야. 평판은 무시할 수 없거든. 사람들이 욕을 하고 있어. 그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원님이 포졸을 앞세워 그 신기한 독을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욕은 할 수 있으니까. 욕을 해야지, 원님 욕을원님 욕 많이 해야 해. ! 원님 나빴어! 이렇게 욕을

 

 


이제 겨우 1년 지났고, 앞으로도 4년이 남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 탄핵도 어려울 것 같은 상황. 그래도 여기가 내 방이고 내 담벼락이어서, 나는 원님 욕을 여기에 쓴다. 신기한 독 마음에 든다고 집에 가져다 놓으면 아버지 쏙 들어가셨듯이, 검찰 앞세워 수사권 마음대로 휘두르면 결국 신기한 독은 깨지고 마당에 아버지만 가득할 것이다.  

 


 

일본 방사선 오염수 방류 반대한다.

일본에 대한 굴욕 외교 반대한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외교 노선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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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7-01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맘 달랠 500원 어치 옛날 이야기를 원했을 뿐이에요. ㅠ ㅠ 속상한 뉴스에 지쳐서 트위터를 지우고 왔는데 옛 이야기에 용산 발라놓으심;;;

그나저나, 이 “이상한 독”은 제가 읽은 “30일의 밤”에 나오는 ‘이상한 상자/문’과도 닿아 있어요. 나 아닌 다른 나, 멀티버스의 제임스들이 다른 우주를 탐내며 투쟁하는 액션 스릴러 드라마! 추천은 500원 어치만 해드림.

그러니까 원님의 아버지, 본체의 그 분은 호기심에 이상한 독/상자를 통과해 멀티버스를 만든 거죠. 근데 문제는 들어간 곳으로 나왔기에 그 멀티버스는 바로 여기 이곳 현생에 쏟아졌어요. 우짜지요?
도플갱어의 규칙 (서로 만나면 하나만 남고 사.망.)은 통하지 않고 멀티 아닌 멀티버스의 착각으로 또같은 복제 아부지들만 가득. 원님은 강제 복제 멀티 효도로 여생이 꽉 채우실텐데.

독이 깨졌으면 멀티버스 아버지들도 퇴장하셔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 번 이 세상에 올라와 으리으리한 원님이 내 아들이라 기분 좋으신 분들은 그냥 이 세상이 내 세상이다 하며 유병장수 하실 거란 말이죠. 아…. 이거 진정 끔찍하게 다크한 조선시대 sf 이야기네요. 그 뒷수습의 여파가 마을 사람들에게 미칠 테니까요.

마을 사람들이 원님의 독 사유화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이 스토리 라인에서? 아니면 현실에서? 첨에 그 독을 땅에서 파낸 사람이나 욕심쟁이 이웃이나? 결국 누군가의 집에서 ‘이걸 죽이지도 없애지도 못해서 인생의 업보고 저주’가 될 존재들을 잔뜩 불려 놓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른 버전의 수습 못 할 비극을 주위 사람들, 후세에 남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나쁜 원님의 이 우주는 독을 파낸 순간 부터 망조가 들었던 것이고… 이미 원님의 세상은 디스토피아.

아 무섭잖아요.

단발님 좀 밝고 재밌고 뒷처리 깔끔한 옛이야기로 제 맘 달래주세요. 더운데 진땀 나요.

단발머리 2023-07-01 21:11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정말 그랬네요. 옛이야기에 용산 발랐군요. 용산 땅콩쨈 샌드위치....

˝30일의 밤˝의 ‘이상한 상자/문˝ 이야기에 급 관심이 갑니다. 멀티버스가 ㅋㅋㅋㅋㅋ 아, 여기에 멀티버스가 나오는군요.

전 뭐랄까요. 원님에게 남은 것이 아버지라는 점에서, 효를 당연시하고, 강제하고,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 ‘효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것인지를, 특히 아버지요. 강조하고 싶지 않았나 싶어요. 어머니는 가정 경제에 여러모로 보탬이 되니까요. 얼마 전에 여성의 나이가 84세가 되어야 가사 노동에서 ‘비로소‘ 해방된다는 기사를 봤어요. 늙으신 아버지라니, 권위를 내세우는 아버지(이 놈아, 나를 얼른 여기에서 꺼내라!!)가 대청 마루 한 가득 ㅋㅋㅋㅋㅋ 욕심 내고 권력의 사유화 추구하더니ㅋㅋㅋ 원님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용산과 똑같네요. 우앗, 평행우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님의 독 사유화는 막을 수는 없었을것 같아요. 글쎄요, 저는 이 신기한 독이 착한 농사꾼의 집에 계속 있었더라면... 하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저는 못된 짓 하는 원님을 ‘욕해야 한다‘에 방점을 찍다보니, 사실 이 생각을 못 했더랬습니다.

멀티버스와 디스토피아를 소환해주시는 유부만두님 식견에 저는 또 댄스를 ㅋㅋㅋㅋㅋ(오늘 에어켠 켰어요, 그래서 댄스 가능합니다)

깔끔한 옛이야기 만나면 다시 한 번 소개 타임 갖겠습니다. 근데 전반적으로 전래동화는 장르가 호러에요. 그죠? ㅋㅋㅋㅋㅋㅋ

2023-07-01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7-01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 읽어본 듯도 한데… 그런데 끝이 저렇게 무서운 이야기인 줄 몰랐어요. 어릴 때는 무섭다고 생각 못한 거겠죠 ^^;

저도 모르게 누군가가 여러 명인 세상을 상상해 버렸습니다….. 🥶

저는 요즘 ‘장도리’를 보며 후원하며… 그 힘으로 견디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3-07-01 18:19   좋아요 1 | URL
그림이 귀엽고 글씨도 적어 진입 장벽은 낮은데 ㅋㅋㅋ 마무리가 장난 아니죠? 초고령화 사회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되시겠습니다.
저, 장도리 검색하고 왔습니다. 그림이 귀엽네요. 수하님에게 화이팅을 주는 고마운 장도리 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02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심많고 비열한 원님!
부전자전이라고 원님이 닮았을 자기 아버지가 그득하게 되면.....원님만 괴로운 인생이면 될텐데...괜스레 모든 화를 불쌍한 백성들이 뒤집어 쓰게 생겼네요.
현생의 우리처럼요ㅜㅜ

좀 밝은 이야기로 옛이야기 3탄을 기대하겠습니다.
단발 님 참 이야기꾼이십니다.^^
하지만 나라 이야기는...에혀....ㅜㅜ

단발머리 2023-07-04 18:29   좋아요 1 | URL
원님 아버지는 원님처럼 욕심쟁이일테니까요. 원님이 고생 많이 해야할텐데... 책나무님 말씀처럼 불쌍한 백성들이 원님 아버지 봉양해야 하나 급 걱정되네요.

3탄도 기다리시면 제가 또 ㅋㅋㅋㅋㅋㅋ 책을 많이 읽을게요!!

독서괭 2023-07-03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저는 저 이야기에서 독에 빠진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인 걸로 봤었어요. 아버지 쪽이 훨씬 무섭네요;;; 아마도 원님보다 원님 아내가 더 무서웠겠죠? 저라면 도망갈 듯..

단발머리 2023-07-04 18:30   좋아요 1 | URL
아들이 독에 빠져도 큰일이지만 ㅋㅋㅋㅋㅋ 역시 아버지 쪽이 무섭겠죠. 아내, 자식,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여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님은 고생 좀 해야 합니다!!
 




 














이 이야기를 몇 번 쓴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한 번 더 쓴다.

 


내게 하루키는 친구네 집 책장의 그 하루키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노르웨이의 숲>을 보았다. 그때 제목은 <상실의 시대>였고, 책 표지는 하늘색 + 파란색이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공부하느라 바빠 당시 베스트셀러인 하루키의 소설이 엄청 궁금해도, 하루키를 읽을 시간이 없었다.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전교 1, 정확히는 이과 전교 1등인 친구는 하루키를 읽을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고. 내 친구가 전교 1등이라거나 혹은 하루키를 읽어서가 아니라, 하루키를 읽는 전교 1등이어서, 나는 친구가 참 좋았고, 그리고 부러웠다.

 


그러고 나서, 하루키를 많이 읽었느냐, 그건 또 아니다. 내게 하루키는 내가 좋아했던 작품의 작가라기보다는 특별한(?) 정확히는 소탈한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매력이 더 컸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니 그를 알고있다고 말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이미 특별한(?) 경지에 오른 사람, 월요일 아침에 대형 서점 앞에 사람들을 줄 세우는 소설을 쓰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소박하고 평범한 그리고 은둔자같은 그의 생활이 궁금하고 또 한편 신기했다.



 

 















『노르웨이의 숲』 같은 작품을 가진 소설가에게는, 누구도 '재기발랄한 젊은 작가'라는 표현을 더는 쓰지 못한다.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온갖 폄하를 당하고 의심을 받았지만, 거기에는 절대로 깎아내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깎아내릴 수 없으리라. (145)

 



장강명은 37세에서 40세 사이에 하루키에게서 일어난 물리적 변화를 퀀텀 점프라고 부른다.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의 도약. <노르웨이의 숲> <댄스 댄스 댄스>를 집필하면서 그런 일이 하루키에게 일어났다고 쓴다. 재기발랄한 수준을 뛰어넘는 어떤 수준 혹은 어떤 경지.

 

 

그리고, 그런 일, 작가로서 한 번 승부를 거는 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도약을 가늠하는 쓰기에 자신도 도전하고 있다고 쓴다. 초고가 200자 원고지 3,085.6매인 <재수사>를 쓰는 일이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그래24>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이어서, 그 책 <재수사>를 쓰는 도중에 쓰였다. , 미안해요. 강명씨! 내가 그 중요한 책을 못 알아보고. 1권 사두기만 하고 여태 안 읽었….. 좀만 기다려요. 1권 읽고 돌아오리라. 알라딘이, 내가 우리 구 책 구매 843등이라고 말해주더라구요. 기다려요, 강명씨! 얼른 읽고, 내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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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1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0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07-01 1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제가 할 말이 많은데요, 제가 지금 순대국밥 먹는 중이라 집에 가면 본격 댓글 시작할게요. 흠흠.

잠자냥 2023-07-01 14:48   좋아요 0 | URL
이 더위에도….

미미 2023-07-0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 친구 참 훌륭하네요!!
장강명 작가가 이 글을 보면 좋겠어요.ㅎㅎ
저도 고등학교때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발견했고 읽었는데 저랑 학교 성적은 상관없었구나... 하는 슬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흑흑...

단발머리 2023-07-04 18:31   좋아요 1 | URL
그 친구는 그 때도 지금도 훌륭합니다.
장강명 작가가 이 글 꼭 봐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님 고등학교 때 <상실의 시대> 읽으셨다니 오홋! 독서력에 엄지척입니다!!

다락방 2023-07-01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시절 <상실의 시대>를 읽었고 그 당시에 그 책이 딱히 재미있지도 않았고 자위하는 얘기가 나와서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싶어 <양을 좇는 모험> 까지 읽었는데 그래도 뭔가 잡히진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키를 놓고 살다가, 대학 시절 편의점 알바 하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하루키의 단편집 <렉싱턴의 유령>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 완전 반해버렸어요. 너무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스푸트니크의 연인>같은 책은 걸으면서 읽다가 전봇대에 부딪힐뻔 하기도 했고요.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읽었더랬죠.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고들 하지만, 저는 그의 소설이 여전히 더 좋아요. 하루키만 꽂는 책장을 따로 한 칸 만들어둘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저도 이제는 하루키에 대한 예정이 아주 많이 식었습니다.그래도 그가 싫진 않고요, 장편이 나온다면 또 읽을 생각도 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저는 고등학교 시절 <상실의 시대> 읽는 공부 못하는 학생 이었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학교때 성적 안좋았는데, 돌이켜보면 안좋을만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뭐,그렇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의 도약‘ 이라.. 흐음.. 흠... 저는 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찾아오려고 그러는걸까요? 그렇다면, 그때를 기다리며.. 커밍 순!!

책읽는나무 2023-07-01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해변의 카프카>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좋았어요.^^
저도 <상실의 시대> 처음 읽고 좀 충격을 받았던...ㅋㅋㅋ

단발머리 2023-07-04 18:35   좋아요 0 | URL
저는 진짜 두 분이 하루키 작품 이야기 하시는데 너무나 큰 거리감....... 와, 책 읽는 분들은 다르시구나. 저는 하루키 <상실의 시대> 읽고 한참 읽다가 비교적 최근 작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이렇게 달랑 두 권 읽었구요. 에세이는 몇 권 더 읽었는데 제목도 기억 안 나는 ㅋㅋㅋㅋㅋㅋ

여러분 하루키 읽으실 때 저는 어디서 뭐하고 있었을까요? @@

책읽는나무 2023-07-01 1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상실의 시대>하늘색 파란색 그 책이 더 익숙한 책이네요. 책 제목이 바뀌었다는 건 예전에 수이 님이 알려주셔 알게 되었는데 좀 놀랐었다는..ㅋㅋㅋ
근데 저는 20대 초중반에 읽었던 것 같았는데 단발 님과 미미 님 특히나 단발 님 이과 전교 1등 친구분은 고딩 때 읽거나, 알고 계셨다니...조숙하셨군요. 다들~^^
하루키의 소설은 싫고 좋고를 떠나 우리 시대의 청춘 속에 함께 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하루키의 소박하고 성실한 삶이 좋아 그냥 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그렇게 따진다면 장강명 작가도 꽤나 선하고 성실한 작가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장강명 작가가 부인을 너무나 사랑하는 마음이 예뻐서 좋아합니다.^^
그래서 늘 단발 님이 강명씨...하고 연애편지 쓰듯 호명하는 문장으로 쓰는 페이퍼를 보면 대리만족을 얻곤 합니다. 절로 몽글몽글해진달까요? 제가 강명씨가 된 것도 같구요.
계속 강명씨를 불러 주세요.ㅋㅋㅋ

은오 2023-07-02 09:13   좋아요 1 | URL
나무님 저는 강명씨... 이거 반대!! 질투납니다.... 강명씨라니.... 강명씨는 좀.............

책읽는나무 2023-07-02 11:23   좋아요 1 | URL
강명씨!!!!!
저는 넘 로맨틱하게 들리는데...은오 님은 질투를 느끼신다니?ㅋㅋㅋ
도대체 몇 명의 사랑을 받아야 성에 차신단 말입니까????
단발 님은 놔주세요!ㅋㅋㅋ
단발 님은 단발 님 바라기님들이 넘 많아서 좀 바쁘실 껍니다.^^;;;

은오 2023-07-02 23:01   좋아요 1 | URL
놔달라니요!!! 나무님 저랑 단발님 팔 한쪽씩 붙잡기로 했잖아요~!! 😫 사실 그 붙잡음에는 못떠나시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제 사심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7-03 08:48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아!!!! 맞아요. 맞아!!
한 쪽 팔을 한 사람씩 잡기로 했었죠?
아...그새 까먹다니?ㅋㅋㅋ
이렇게 늙어 가는 기억력을 얻따 써먹을까요?ㅜㅜ
자....그럼 우리 월요일이니까 단발 님 팔 한 쪽씩 다시 붙듭시다.^^

단발머리 2023-07-04 18:40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 저도 책나무님 의견에 동의해요. 우리 시대의 청춘 속에 함께 하는 작가... 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설명이 어쩔지 모르겠는데 저는... 하루키는 일본 사람 같다는 느낌도 덜 들거든요. 일본인이라기 보다는 미국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강명씨는... 제가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모르겠지만 저는 강명씨를 계속 좋아하려고 그래요. 사회에 대한 생각, 해결책 이런 것이 저와 통할 때가 많은 거 같아요. 물론 그건 저만의 생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님 / 저는 그래도.... 강명씨를 좋아할려구요. 계속... 질투는 계속 하시구요, 은오님!
그 대신 제 팔 한 쪽을 드리오니 잘 보관 관리 부탁드려요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02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은 놀숲만 읽었는데, 저는 저 수박바 표지로 읽었습니다 ㅋㅋㅋ 개인적으로 제목은 상실의 시대가 맘에 들고 표지는 노르웨이의 숲이 맘에 들어요!!

그레이스 2023-07-02 09:58   좋아요 1 | URL
그 놀숲이 노르웨이의 숲의 약자인가요?
항상 그 상호를 보면서 의미를 생각했는데 은오님 댓글 보면서 아! 했어요.

은오 2023-07-02 09: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네 맞아요!! 노르웨이의 숲 줄여 말할때 놀숲이라고들 하더라고요!! 이렇게 우연히 그레이스님께 도움을 ㅎㅎㅎ

은오 2023-07-02 10:07   좋아요 3 | URL
엥? 저 지금 댓글 다시 읽어보고 “상호”를 발견...... 만화카페 놀숲 말씀이신가요? 검색해보니 그 만화카페는 고양이 품종이랑 관련된 것 같아요(카페 컵에 고양이 그림 있음) 더하기 놀이 숲 이런 느낌....?!
“노르웨이 숲(Norwegian forest cat)은 고양이의 한 품종으로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놀숲˝ 이라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노르웨이의 수목 지대에서 자연발생한 종이며, 1970년대 말 순종 고양이로 인정 받았다.” 라네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7-02 10:08   좋아요 1 | URL
^^
이렇게 상세한 도움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궁금하긴 했는데 찾아볼 생각은 안했어요.

책읽는나무 2023-07-02 11:27   좋아요 2 | URL
ㅋㅋㅋ놀숲!!!
저도 만화카페 놀숲이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의 약자를 따다니??
오....하하 대단한데? 그러고 읽었네요.ㅋㅋ
놀숲 만화카페 하하가 만든 거 맞죠?
근데 고양이 품종이 놀숲!!!!
와...제가 은오 님 덕분에 몇 가지를 새롭게 배우게 되는지 모르겠군요?
더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은오 님!!
딸랑딸랑~^^

독서괭 2023-07-03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 때 <상실의 시대>로 읽었는데, 첨엔 빠져들었다가 음.. 나중엔 별로더라고요. 그다음에 다른 소설, 별로 유명하지 않은 걸 읽었는데 별로여서 그 뒤에는 안 읽게 됐네요. 에세이가 좋다는 분들도 많아서 하루키 언젠가 읽어보리라 하지만 자꾸 뒤로 밀려요^^;
구에서 843등!! 우왕. 앞으로도 힘내주세요(??)

단발머리 2023-07-04 18:42   좋아요 2 | URL
이렇게 유명하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대작가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글 쓰고 수영하고 두부 사서 들어와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를 좋아하신다면 그의 에세이도 좋아하실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힘내서 어제밤에 주문했습니다. 뽜야!!
 
















이제 막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한 학생이 있다. 평소에는 맨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듯싶더니, 3인실을 독방인냥 혼자서 4개월을 지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웠던가. 늦은 저녁, 다림질하려고 스탠딩 다리미판 앞에 서 있는 내 맞은편 자리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앉더니,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 없냐고 묻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고 최근에 읽은 두루미 아내 이야기를 해준다. 아무거나 현재 읽고 있는 책 이야기하는 사람이 자기 엄마인 줄 아는 아이는 고분고분하게 이야기를 듣는다. 이 두루미 아내가, 이게 시리즈더라구. 우리나라에 <우렁각시>가 있잖아. 이게 논농사를 짓는 나라에서는 거의 공통적인 민간 설화라고 하대. 베트남 쪽에도 <우렁각시> 이야기가 있대. 근데 일본에는 두루미 아내가 있다고, 내가 <우렁 각시> 해설편에서 봤거든, 저번 주에. 근데 이번주에 <두루미 아내>가 눈에 띄어서 말이야. 일본 작가가 쓴 거고, 일본 작가가 그린 건데….



가난한 총각 요헤이, 어느 날 눈 쌓인 길에서 화살을 맞은 두루미를 구해준다. (이토록 강한 복선이라니요^^) 그 날 밤, 아리따운 처녀가 요헤이를 찾아오고, 요헤이는 그녀와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는데, 찌들어진 가정 형편을 알게 된 아내는 자신이 베를 짜겠다며, 그 대신 방문 안을 절대 들여다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3일이 지나고, 나흘째 되는 날 해쓱해진 아내는 마치 선녀가 짠 듯한 아름다운 베를 내어놓고, 요헤이는 이 베를 시장에 내다 팔아 한동안 고생을 잊고 산다. 가난한 형편은 금세 나아지지 않는 법. 아내는 한 번 더 베를 짜겠다고 하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이번에는 나흘이 지나서야 방문을 열고 나오는 아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요헤이는 다시 아내의 베를 시장에 내다 판다. 이번 베는 지난번보다 더 비싼 값에 팔렸다. 그러던 중, 요헤이 아내의 베를 본 이웃 남자가 이 귀한 물건을 도성의 부잣집에 팔게 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요헤이를 꼬드긴다. 철없는 남편은 다시 아내에게 베 이야기를 꺼내고, 이 정도면 먹고 살 수 있는데, 왜 욕심을 부리냐는 아내의 말에 요헤이는 금방 포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내들이 항상 수행하는 고도의 감정 노동, 해상도 높은 표정 스캔의 결과, 아내는 요헤이가 앉으나 서나 돈 생각 뿐(책의 표현 그대로임)임을 알게 되고, 한 번만 더 베를 짜기로 결심한다.



    <아내가 건네주는 베를 보며 기뻐하는 요헤이의 모습과 대조되는 해쓱한 아내의 모습> 




이번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거라는 말과 함께 베를 짜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 아내. 그런데 나흘이 지나 닷새째에도 아내가 나오지 않는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요헤이는 방문을 살짝 열어보는데피에 젖은 두루미가 자기 깃털을 부리로 뽑아 베틀에 꽂아 베를 만들고 있는 광경을 목도하고는 그만 그 자리에 혼절하고 만다. 정신을 차린 요헤이에게,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토록 부탁을 드렸건만 흉한 꼴을 보이고 말았으니 더 이상 인간 세상에 머무를 수가 없군요. 저는 언젠가 눈길에서 그대가 구해 준 두루미. 당신의 친절한 마음이 그리워, 그 마음만을 기리며 당신 곁에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목놓아 불러보아도 아무 소용없는 것을두루미 아내는 저 멀리 하늘로 훨훨 날아간다. , 두루미 아내여.



요헤이의 파국의 원인은 무엇일까. 더 큰 돈을 벌고자 하는 탐욕이었을까, 아니면 두루미 아내의 정체를 본 것이었을까. 나는 아내의 참모습을 봐 버린 것이 요헤이 파국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지 않았다면, 들키지 않았다면, 요헤이가 더 큰 욕심을 부려도, 혹은 두루미 아내에게 또 다른 무언가를 요구했어도 나는 두루미 아내가 그의 부탁을 들어 주었을거라 짐작한다. 두루미 아내는 요헤이에게 그런 사랑을 보여줬다. 그런 사랑을 줬다.



아내의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고 요헤이가 혼절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문을 열고 보니, 아내가 앉았던 자리에 두루미가 앉아 있다면, “여보, 여보! 나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다니나 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다니…!!” 라고 말하며 아내를 부둥켜안아도 부족할 판에, 요헤이는 가볍게 기절을 해 버린다. 으악! 나랑 사는 사람이 두루미였어? 나랑 다른 종족? 나랑 다른 족속? 나랑 다른 무엇? 갑자기 생각나는 해러웨이. 생각만 날 뿐, 어떻게 해러웨이랑 연결해야 할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해러웨이가 생각났어요.



요헤이가 목격한 장면 역시 각별하다. 두루미 아내는 방에 갇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요헤이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두루미 아내는 자신을 파괴한다. 자신을 주고, 주고 또 준다. 다른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다른 존재에게서 무언가를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려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장면, 자기희생의 결정적 장면을 요헤이는 감당하지 못한다. 두루미 아내가 지극한 사랑을 주었건만 그는 기절해 버린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 지극한 사랑은, 나 자신을 철저하게 희생하는 그런 찐한 참 사랑은,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을 기절시킨다. 사랑과 기절, 희생과 혼절.




신나게 이야기하다 보니 와이셔츠 두 장을 다 다렸다. “여보! (톤 주의) 제가 다림질하는 동안에는 저를 쳐다보시면 안 돼요. 얼른 안방에 들어가서 다른 셔츠 있나 찾아서 가져오세요.” 남편은 웃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안방으로 들어가 흰색 셔츠 2개와 푸른 계열의 셔츠 하나를 들고나온다. 결혼 22년 차답게 남편은 곁눈질로도 나를 쳐다보지 않아, 나는 여전히 다림질 아내이며, 내 자신을 희생하는 지극한 사랑을 주지 않아 남편을 기절시키지 않았으며,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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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6-26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더위에 다림질하시는 두루…아니 단발님.
500원 안 받겠사오니,
옛날 얘기 더 해줘요.

단발머리 2023-07-01 10:11   좋아요 0 | URL
일단 이번주는 현대 문학 쪽으로 옮겨왔다고 할까요.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를 빌려왔습니다 ㅋㅋㅋ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

책읽는나무 2023-06-26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전래동화를 읽고 너무 슬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었던 감수성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제 깃털을 뽑아 베틀에 꽂아 베를 짜다니요?ㅜㅜ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았잖아요.
쳐다 보면 안되는데 몰래 들여다 보면 아내는 동물의 모습을 하고서 붉은 구슬을 목구멍에서 토해 내어...적다 보니 구미호뎐이군요.ㅋㅋㅋ
드라마 구미호뎐은 잘생긴 이동욱이랑 김범이 남자 구미호로 나와서 백두대간 산신(이동욱 분)이라며 싸움도 잘하고 염라대왕 여동생에게 운명도 바꿔달라고 반말 찍찍하고 그러던데 말입니다.(갑자기 드라마 얘긴 여기서 왜?)

암튼 이야기는 듣는 것이나, 보는 것이나 다 재밌는 것 같아요.
우렁 각시나 두루미 아내 이야기는 맴찢이지만요. (구미호뎐 드라마에 우렁각시 나왔어요.ㅋㅋ)
현대판 아내는 다림질 아내로군요?ㅋㅋ
저는 애를 셋을 낳아버려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남편한테 맨날 항의하고 있습니다만....🙄
암튼 재미납니다.
이야기 또 들려주세요^^

단발머리 2023-07-01 10:14   좋아요 1 | URL
우렁 각시든 두루미 아내든 사회가 여성, 결혼한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밥상 차리기, 청소(우렁 각시), 베짜기(두루미 아내)인데요. 요는 안 보일 때 해야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의 비가시성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불을 거실에 쌓아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그렇다는 걸 꼭 지적은 해야겠네요 ㅎㅎㅎ

책나무님 그거 아세요? 어느 동화에서는 선녀가 얘가 셋이라 못 날아가지만 어느 동화에서는 양쪽에 하나씩 끼고 하나를 업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도 가능하답니다. 그러나 책나무님 하늘로 날아가시면 알라딘 허전해서 안 돼요. 절대 절대 안됩니다!!!
남편분보다 우리가 더 절박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6-30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글을 이제야 봤습니다. 두루미 아내 이야기 전에도 그랬지만 다시 봐도 슬프네요.

다시 한 번 읽었더니 ‘흉한 꼴을 보였으니‘ 더 이상 인간 세상에 (당신 곁에) 머무를 수가 없다는 말이 눈에 밟히네요. 아내는 흉한 꼴을 보여서는 안되는 것인가...


수이 2023-07-01 10:13   좋아요 1 | URL
어여쁘고 아름다운 아내와 어여쁘고 아름다운 딸을 곁에 두면 남자들은 므흣해하더라구요. 왜 그러나 몰라 대체. 이긍. 아침에 쫄반바지 입고 밥 하고 있노라니 엉덩이가 터질 거 같고 허벅지가 터질 거 같아서 이번 여름에도 비키니는 물 건너갔구려 하고 남편이 이야기해서 내 터질 거 같은 엉덩이와 허벅지가 나는 너무 예쁜데 니 눈에는 안 이쁘냐고 흉하기만 하냐고 그럼 나를 당장 버리라고 트로피 아내를 얻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내 흉한 뱃살을 참아주는 당신이 있는데 그 무슨 소리요. 해서 난 네 뱃살 좋은데 했더니 그렇다면 나도 당신의 두꺼운 허벅지를 더 사랑하겠소 해서 오늘 아침 웃었죠. 그러면서 흉한 아내와 예쁜 아내의 차이는 대체 무엇인가 했습니다. 수하님 댓글 읽고 있노라니 아침부터 주절거리고 있네;;;

단발머리 2023-07-01 10:25   좋아요 0 | URL
수하님 / 전 그 점은 생각 못 했어요. 수하님 말씀이 맞네요. 흉한 꼴을 보이면 안 된다는 점에서 아내에게 요구되는 꾸밈노동, 혹은 ‘여자다워야 한다‘는 강요가 존재한다는 걸.... 동화를 통해 알 수 있네요. 전, 그 흉한 모습이 희생의 모습이었다는 게 슬펐거든요. 넘나 희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몸을 다 내어놓는, 자신을 다 내어주는 이런 희생은 안 돼... 이렇게요. 히잉.....

수이님 / 아... 수이님 아침부터 이렇게 섹시하고 아름답고 흐뭇한 대화를 ㅋㅋㅋㅋ 부지러하신 분들 ㅋㅋㅋㅋ 우리집에는 아직 해가 안 떠서요. 블라인드도 안 올려서 겁나 어둡고 저는 아직 요가도 안 했고요. 김연아 유퀴즈 보고 있어요. 우리 연아 멋지다,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수하님이랑 저는 우리 둘이 행복할랍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7-0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단발머리 님, 정말 너무 훌륭하게 성장해서 두루미 얘기에 도나 해러웨이 떠올리게 되었네요. 멋져 😭

단발머리 2023-07-01 11:55   좋아요 0 | URL
<종과 종이 만날 때>를 떠올리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