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여성>은 여성 종속을 역사적 관점에서 추적한다. 여성 종속의 기원과 관련해서, <가부장제의 창조>의 거다 러너의 생각은 레비-스트로스와 클로드 메이야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엥겔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사유재산이 먼저 발달하고이것이 “여성이라는 성의 세계사적 전복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레비-스트로스와 클로드 메이야수는 사유재산이 생기게 된 것은 여성교환을 통해서였다고 믿는다. (<가부장제의 창조>, 87

 

, 재화가 부족했던 신석기 시대에 사유재산의 첫 번째 전유는 재생산이 가능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전유로서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가부장제의 창조>, 91) 이 책 <파묻힌 여성>의 저자 역시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1908~2009)가 여성의 교환을 '긍정적인 거래"라고 불렀다면, 프랑수아즈 에리티에는 남성이 지배권을 가지고 있고 여성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으로 본다. "지구상의 여러 곳에서, 성격이 서로 다른 집단이, 남성이 여성을 교환한다. 이 때문에 나는 인류의 시작부터, 그리고 구석기시대가 시작했을 때부터 성에 따른 차별적 가치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파묻힌 여성>, 35)

 

 















<캘리번과 마녀>의 실비아 페데리치는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 원인으로 일부 여성들이 지목되고, 이들을 마녀로 규정하면서 진행된 마녀사냥이 여성을 종속화하는 데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분만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여성들의 협동적인 작업이 마녀들의 주술 활동으로 정의되면서, 출산에 대한 여성의 제어권이 박탈당하고, 출산 작업 공간에서 산파들이 쫓겨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 의사가 출산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신체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도구, 출산 기계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공동 저자들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합이 제3세계의 여성들뿐 아니라 제1세계의 여성들의 삶도 종속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국제 노동 분업을 통해 유럽과 미국의 여성이 제일 먼저 해고되고, 직장을 잃은 여성들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남편의 임금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제1세계 여성들에게는 가정의 천사로서의 수행이 기대되었다. 한편 제3세계 여성들은 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직장에 나온 가정주부로 인식되어 비인간적 노동시간과 저임금의 횡포에 시달렸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양 세계에 속한 여성들이 모두 억압받게 된 것이다. 


 















<그림자 노동>에서 이반 일리치는 지위가 박탈되면서 전혀 새로운 계급으로 만들어진 가정주부의 탄생을 1830년대로 특정하고 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음식 가공과 저장, 양초와 비누 제조, 실쌈, 제화, 퀼팅, 양탄자 짜기, 소형 가축 기르기, 텃밭 농사 등이 모두 가정 안에서 이루어졌다. … 가정의 자급자족을 유지하는데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집에 가져오는 수입은 비슷했다. 경제적으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 하지만 1830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상업적 영농이 자급농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생활 임금을 버는 일이 상례가 되었으며, 부정기적 임금 노동은 빈곤의 징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여성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정의 안주인에서, 자녀가 일하러 가기 전에 머무는 장소, 또는 남편이 휴식을 취하고 수입을 지출하는 장소의 관리인으로 전락했다. 앤 더글러스는 여성의 이러한 변형을 지위 박탈’(disestablishment)이라고 불렀다. (198)


 




지금은 어떨까. 나는 초소형 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등장이 여성의 종속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화장실에 몰래 설치된 불법 카메라는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는데 쓰이고, 발각되지 않는 경우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은 야동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무법한 사람들이 회식 예약 장소에 미리 방문해 회사 여직원이 사용하게 될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연인 사이의 은밀하고 개인적인 애정사가 불법으로 촬영되어 이별을 전후에 협박용으로 혹은 복수형태로 악용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당사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호소해도 무한 반복되는 가상 세계에서의 추적과 완벽 삭제는 매우 어려운 일임이 분명한다.

 

 


역사를 통해 확인되듯이 여성 혐오는 무한 반복된다. 그 시작점을 추적하려는 것이 <파묻힌 여성>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던 여성 혐오는 과학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가정주부 이상화는 완벽한 워킹우먼에 대한 찬사로 이어진다. 코르셋은 양악 수술로 이어지고...... 



여성 혐오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끝을 내야할지 모르겠다.

여성 혐오는 계속되고 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서괭 2023-12-07 0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저런 사건이 있었어요? 미친넘 🤬🤬🤬
진짜 어떻게 끝을 내야 하나요? ㅠㅠ 어제 본 기사 제목은 “엄마들, 브런치 즐기려 소아과 오픈런” 이었습니다. 🤬🤬🤬 이러면서 애 낳으라니..
단발님의 그동안의 독서가 빛을 발하는 글이군요👍👍👍

다락방 2023-12-07 07:40   좋아요 1 | URL
저도 어제 그 기사 제목 보고 미쳤구나 했어요. 브런치 즐기려고 소아과 오픈런 이라니요. 그게 말입니까 방굽니까. 제 남동생도 아기 진료보려고 오픈런하는데 실상을 이렇게 깔아 뭉개나요. 어휴.. ㅠㅠ

단발머리 2023-12-07 11:04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 아침 6시에 독서괭님의 시원한 분노를 마주하고 저는 굿모닝!으로 답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저 기사 분석기사 나오던데요. 다들 미친거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

다락방님 /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말이에요. 예전에 제가 살던 아파트에서 입주민 회의하는데 놀이터 바닥이 모래여서 다른 소재로 바꾸자는 안건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반대하셨대요. 그 분들 자녀들은 이미 장성했고 결혼해서 다른 지역에 사니까... 현재 이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안 보이는 거에요. 누가 놀이터에서 노냐고. 그 비용이 얼마냐고... 하셨다는 슬프고 어이없는 이야기...............

다락방 2023-12-07 07: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일, 어김없이 매일 불법촬영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는데, 어째서 왜 계속 불법촬영을 할까요? 안들킬 거라고 자신하는 걸까요? 설치할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기사를 보면 아이쿠 잡히면 안된다, 하지 말자,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특히나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서는 열등감이 가해로 이어진다고 보는데, 굳이 숨어서 몰래 훔쳐보는 그 못남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이유가 뭘까요? 타인에 대한 혐오가 이어진다는 것, 한쪽 성별에 대한 혐오가 이렇게나 오래 이어진다는 건, 다른 한쪽의 열등감을 결코 극복하지 못하는 것에 다름 아니겠지요. 못난이들...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3-12-07 11:07   좋아요 2 | URL
오늘 아침에도 불법 촬영에 대한 기사 읽는데 정말.... 밖에서는 화장실 이용을 말라는 건지, 여자들은 다 집에만 있어야 하는지... 막 이런 어이없는 생각도 들고요.
전, 그 사람들이 아이쿠 잡히면 안 된다, 하지 말자... 보다는 나는 안 걸릴 거야... 라고 생각할 거 같아요. 걸리지 않을 것 같고 혹 걸리더라도 그 대가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으니까요.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의 핵심은 수요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트에 가입하고 혹은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사람들....
이걸 어쩌면 좋을지 .... 전 진짜 답을 못 찾겠어요 ㅠㅠㅠ

은오 2023-12-07 2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남 오줌똥 싸는 걸 보고싶나 미친놈들 진심 남자들 똥싸는거 몰래 찍은영상 줘도안보고싶은데 다들진짜 재기(-)했으면

단발머리 2023-12-08 12:25   좋아요 1 | URL
저는 그 심리에 대해 더는........... 진지하게 생각 안 하려고 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 헐....
 
나와 뇌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무엇인가’의 사이에
세계 그 자체 - 현대 과학에 숨어 있는, 실재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울프 다니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주장 8가지는 챕터의 제목과 같다.

 

. 모든 것은 물리학이다

.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다

. 우주는 수학이 아니다

. 모형은 실재와 같지 않다

. 컴퓨터는 의식이 없다

.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 자유의지는 없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문장, 이 책의 결론을 포함하는 문장은 이 책의 첫 문단에 나온다.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다. 살아 있는 존재는 기계가 아니고, 우리 머리 밖에는 수학이 존재하지 않고, 실재하는 세계는 시뮬레이션이 아니고, 컴퓨터는 생각하지 못하고, 의식은 환각이 아니고, 의지는 자유롭지 않다. (21)



이러한 주장, 이러한 결론은 자아라는 의식이 좌뇌의 속임으로써 완벽하게 환상이라는 근래 과학의 최신 유행과는 정반대다. 생명과 의식에 대한 부분이다.

 

 

내가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생명과 의식이 포함된다. 끊임없이 현존하는 불가분의 주관적 1인칭 시점도 그중 하나다. 우리는 세계 바깥에 설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몸으로서 세계 한가운데에 선 채 유일하게 존재하는 시점인 내부로부터 세계를 바라본다. (33)

 

나는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는데, 뇌와 자아, 뇌의 물질성과 영혼에 대해서는 이전에 써놓은 글에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다 한 것 같다. 내 글에 내 글을 인용하는 나의 게으름을 부끄러워하며. <나와 뇌>, <‘나는 누구인가나는 무엇인가의 사이에서>.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의식에 관한 것이다.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의 대니얼 데닛의 주장은 저자의 주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계산주의 마음 이론을 주장하는 대니얼 등은 의식과 계산의 연관성에 방점을 찍는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의 핵심은 의식을 가진 존재가 수를 셀 수 있는 것으로 보건대 의식과 계산이 서로 연관된 듯하다는 관찰로부터 도출된다. 그 둘의 관계는 인과적이며 의식이라는 신비한 현상의 원인이 (우리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산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충분히 복잡한 계산에서는 항상 의식이 생겨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지만. (155)

 

저자는 인공지능이 의식을 갖고 있다고 믿을 때의 위험(178)을 말한다. 이런 착각이 인권 같은 인간적 가치를 상대화할 위험을 가진다고 경고하며, 생명 없는 물건들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대할 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자율 주행차는 물론 챗GPT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대한 논의와 엔트로피, 강한 창발과 약한 창발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모태 문과인 내가 무언가를 서술할 정도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아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만 남겨 둔다.

 


이론 물리학자에게서 들어야 할 이야기라면 수학과 물리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생명과 의식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리학에서 설 자리가 없어 보이는데도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가의 물음(152)에 대해 정의상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사안이라 선언하는 태도 역시 과학의 최첨단을 좌지우지하는 물리학자로서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이어서 읽으면 좋은 책들을 골라본다. 읽으려는 건 아니고, 그냥 골라만 둔다.

 

<괴델, 에셔, 바흐>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생명 속의 마음>

<물고기는 알고 있다>

 






살아 있는 정신은 이 세상 너머에서 비롯한 것이 틀림없었다. 이런 정신이라면 죽음을 이기고 영원히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을 극복할 능력을 가진 정신은 생명이 없는 물질보다 훨씬 거대한 것, 인간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드는 바로 그것임이 틀림없었다. 이것이 이원론의 개념이다. 살아 있는 육체는 생명이 없는 물질로 치부되어 버려졌다. 물론 정교하게 제작되기는 했지만, 불멸하고 비물질적인 정신에 의해 조종되는 기계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 P29

진화와 유전부호가 발견되면서 생명의 본질 자체가 순수한 정보이자 일련의 글자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르면 유전 정보는 유기체를 동물이나 식물의 형태로 조합하는 방법이며, 그 유일한 목적은 자신을 더 많이 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논리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부호는 읽어줄 사람이 없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A, C, G, T라는 글자 수십억 개로 이루어진 인간유전체가 바로 그런 예다. - P45

모든 판단은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동료 인간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묻고 그들의 대답과 우리가 공유하는 경험과 생물학적 기원에 근거해 다른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럴듯하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온전히 이해했다고는 결코 확신할 수 없다. - P222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3-12-05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으로 보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걸요!

단발머리 2023-12-05 16:34   좋아요 1 | URL
Falstaff님의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리뷰일테지요!! @@

다락방 2023-12-05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학과 철학이 같이 들어있다니, 저도 읽어보고싶네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단발머리 2023-12-06 20:38   좋아요 0 | URL
저는 재미있는 챕터가 3-4개였고 나머지는 다 어려웠어요. 글자만 읽는 심정.... 아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저는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쟝쟝 2023-12-05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데닛이랑 도킨스랑 친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최재천 슨생님이 알려주시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잡채를 포함한 박테리아 책들이 집에 꽂혀 있어요. 그런 과학자들의 책들이요. 대체 찐 문과인 제게 왜 있는 걸까요..... 그러니까 저는 궁금합니다. 아메드 식으로요... 감정은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는가. 과학은 무슨 일을 하는가. ...
어쨌든 저는 인간의 정신도 결국 유기체의 한 표현이라는 쪽이고요...... 무엇보다.... 정신과 몸을 나눈 뒤에 위계 지은 서구철학에 비판적이며... 그것을 규정해온 것이 권력이라는.. 희진샘의 주장에 동의하고. 결국은 권력이요... 아직은 여기 머물러있습니다... 여튼 샘의 새 책 <다페도> 부록 제외 마지막 장 너무 어렵고. 선생님이 인용하신 페미니스트 엘리자베스 그로츠의 책은 왜 또 집에 있으며...ㅋㅋㅋㅋ 무엇보다 나 찬드라 모한티 어쩌고의 논문 인용되있는 <탈식민 페미니즘> (미주 352) 책 샀당...!!
단발머리님이 왜 저랑 친구인지 드디어 알 것 같아요. 그냥. 이 글을 본 순간 그렇게 느껴졌어요.

단발머리 2023-12-07 11:18   좋아요 1 | URL
쟝님의 스펙트럼은 넘나 넓어서 보통의 지구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거 같아요. 저같은 소시민은 이 얇은 책을 읽고요. 반도 이해 못 해도 리뷰는 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인간의 정신이 결국 유기체의 한 표현이라면, 그러니까 ‘뇌라는 단백질 덩어리의 전기 신호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런 삶, 이런 삶과 죽음이 왜 소중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의식이 인간 생존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 혹은 인간 문화에 축적된 치밀한 거짓말이라면 말이에요. 그걸 ‘과학적으로‘ 이해한 우리네 삶을, 우리가 왜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말이에요. 전 그 지점이 솔직히 이해가 안 갑니다.

제가 가진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그렇습니다. 나는 전능한 창조주의 창조물이고, 그의 일부(신성)을 소유한 자로서, 지금(현세)과 미래(내세)에 내가 추구해야 하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 말입니다. 인간 중심주의 회개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탈식민 페미니즘> 적어둡니다. 나는 안 살 거에요. 이름만 알아두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2-10 14:52   좋아요 1 | URL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신앙‘ 혹은 ‘믿음‘이라는 측면을 부정할 생각이 저는 없어요. (나는 2주 연속 로또를 믿었지만 로또가 나를 배신한 것은 내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ㅋㅋㅋ)

그러니까 저는 뇌라는 단백질 덩어리의 전기 신호 변화에 경이를 느끼는 쪽입니다. 이를테면 현대의 뇌과학이 밝히는 과정 중인 신경계에 남는다는 물리적 폭력과 고통의 흔적 말예요. 7개월에 거쳐서 세포가 다 교체가 되고 말면 될 일인데 인간은 PTSD를 겪잖아요. 단순히 그 것이 전기 신호의 변화라는 결론이 난다고 한들 01010101010101 2진법으로 다 설명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우리는 굳이 이렇게까지 컴플리케이트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 거기에 대해서는 설명 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부분이잖아요? 이 지점에서 불가지론입니다.

그리고 ‘인간 정신이 유기체의 한표현이다‘라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이건 믿음이라기 보다는 추론에 가까운데, 이 추론의 자세가 제가 세상에 대해 궁금한게 많은 까닭이기에 당분간은 유효할 예정입니다) 생각이 ‘소중하지 않다‘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 지는 단발님의 생각과 저의 다른 지점 (어떤 인식론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소중히 여길 줄 알아요. 그런데 내가 유별나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할 수 있어요. 저는 소중하게 대할 줄 압니다.

이런 저는. 결국 제가 권력(영향력)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신성을 소유한 누군가는 그 자체가 신이라고 스스로를 여기고 신성을 일부 소유한 어떤 사람은 그 신앙을 지구와 인간을 살리는 데 쓰죠.

저는 그냥 유교도 뭣도 아닌 세계관 (굳이 따지자면 자본주의라는 신앙과 믿음에 대해 적대적인?? 세계관인 듯...-_-;;;; 하지만 그러기엔 나 돈 좋아하고요?)이며 내가 가치가 있어서 특별한 존재라기 보다는 내가 나인 까닭과 네가 너인 까닭을 끊임없이 제가 물어보는 종류의 인간(?)이기에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중심주의 덮어놓고 넘어설 게 아니라 인간이 지구(사실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겠죠)의 권력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인식이 위험했는 지는 인간이 셀프로 따져야 한다는 게 요즘 나오는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기독교적 세계관이 풍미했던 시절에는 이런 식의 대량학살+지구파괴가 가능한 세계는 아니었죠.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라고 하자는 해러웨이 주장에 동감) 물론 그 시절보다 지금이 더 나쁜지 역시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금을 사니까요. 해당시기에 사활을 걸고 해체해야할 잘못된 ‘믿음‘이 있다면 그걸 질문해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유기체인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그것은 ‘믿는‘ 존재라는 뜻에 다름아니거든요. 믿음은 귀하고 때로는 위험하죠. 음......... 이글턴 읽다 말았는 데 제 주장이랑 비슷할 것 같닼ㅋㅋㅋ

단발머리 2023-12-12 18:24   좋아요 0 | URL
이 댓글 너무 소듕합니다. 소듕소듕!!
담에 제가 다시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될 때 야무지게 참고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소중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끄네요. 저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데....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이 모두 심하게, 엄청나게,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 ‘과하게‘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담에는 그 이야기도 해보겠습니다. 부제는 ‘생명이라는 기적‘ 정도 되겠네요.

서니데이 2023-12-05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12-06 20:3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올 한 해도 감사했어요. 서니데이님도 마무리 잘하시고요~~~ 행복한 연말 되시기를 바래요!!

수이 2023-12-06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단발님과 친구라니……. 저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년에도 사랑할게요.

단발머리 2023-12-06 20:38   좋아요 2 | URL
이유 없이 사랑하는 그 사랑이야말로





 



















1. 작품제목 : 바삭한 황태칩 




2. 작품제목 : 여전히 미쳐있는 




3. 작품제목 : 마이쮸 



댓글(2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12-05 1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강이요.

단발머리 2023-12-05 10:21   좋아요 2 | URL
이런…. 예리하신 분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2-0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쮸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2-05 10:22   좋아요 0 | URL
4가지 맛 중에 저게 젤 맛나요! 청포도맛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2-05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답. 황태칩!!

단발머리 2023-12-05 11:54   좋아요 0 | URL
1번 정답, 맞추셨구요!

다락방 2023-12-05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답. 형광펜!!

단발머리 2023-12-05 11:54   좋아요 0 | URL
2번 정답, 맞추셨습니다.

다락방 2023-12-05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답. 테일러 스위프트!!!

단발머리 2023-12-05 11:55   좋아요 0 | URL
1, 2번 공통정답 테일러 스위프트 맞추셨고요.

이제 1, 2, 3 공통정답만 맞추시면 됩니다. 갈 길이 멀지 않아요. 화이팅!!!

다락방 2023-12-05 12: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답. 책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2-05 13:05   좋아요 0 | URL
땡! ㅋㅋㅋㅋㅋㅋ 🤪🤪🤪

우끼 2023-12-0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의 도전!!

단발머리 2023-12-06 18:46   좋아요 0 | URL
거의 정답입니다. 다시 도전!!

우끼 2023-12-0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혹은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단발머리 2023-12-06 22:25   좋아요 1 | URL
2개로 도전하시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우끼 2023-12-06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다시페미니즘의 도전으로!!

단발머리 2023-12-06 23:00   좋아요 1 | URL
우끼님~~ 일단 주무시고요 ㅎㅎ
내일 다시 도전!!

우끼 2023-12-06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가고싶어요.. ㅜㅜㅜㅜ(회사입니다..)
안녕히주무세요..

단발머리 2023-12-06 23:03   좋아요 1 | URL
에구 어째요 ㅠㅠㅠ 일이 아직 안 끝났나여? ㅠㅠㅠ 얼른 들어가셔야 하는데….

DYDADDY 2023-12-06 23:46   좋아요 2 | URL
극단적 야근이시군요. 몇년에 한 번 있는 일이기를, 내일은 휴일이시기를 바라요. ㅠㅠ

우끼 2023-12-08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앗..)

단발머리 2023-12-08 13:00   좋아요 1 | URL
어뜩해 ㅋㅋㅋㅋㅋ (제가 생각한) 정답 아닌데 정답으로 해야겠어요! 정답입니다!! 💕

잠자냥 2023-12-08 13:03   좋아요 1 | URL
엥?! ㅋㅋㅋㅋ

우끼 2023-12-0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원래 생각한 정답이 뭔가요 궁금해요!!

단발머리 2023-12-08 14:15   좋아요 1 | URL
원래 정답은 ㅋㅋㅋㅋ 저 혼자 정한ㅋㅋㅋ <연두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입니다ㅋㅋ

독서괭 2023-12-08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두색!!

단발머리 2023-12-08 14:16   좋아요 2 | URL
원래 정답은 ㅋㅋㅋㅋ 저 혼자 정한ㅋㅋㅋ <연두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입니다ㅋㅋ괭님 짱!!
 















책이란 자고로... 읽을 때, 생각이 떠오를 때 바로바로 정리해 두는 게 좋다. 나도 아는데. 그대로 잘 안되고. 새로운 책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오고, 작은 생각 덩어리는 어제의 눈송이처럼 여기저기 떠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어제의 눈송이는 흔적도 찾을 수 없지만 <파묻힌 여성><세계 그 자체> 페이퍼는 그대로 남겨져.

 

 

무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이 책을 읽다가 로맨스 소설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내 로맨스 소설 인생의 시작점인 <The Love Hypothesis> (<사랑의 가설>)을 떠올렸는데, 상황은 이랬다.

 


애덤과 올리브는 장소, 시간, 감정의 3박자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특정한 시점에 도달했다. 진한 키스 후 섹스 직전의 상황인데, 자꾸 머뭇거리는 올리브의 기색을 눈치채고 애덤이 말한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사귀는 사이 아니어서 섹스가 좀 그렇다면, 안 해도 돼. 이런 당연한멘트를 날리는 남자가 신사라고 대접받는 사회. 애덤은 신사다. 올리브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참 길고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나한테는 성적 끌림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근데 나는 널 정말 좋아하고, 또 너를 믿는다, 그래서 나는 너랑.... (이하 생략)

 

그렇다면 성적 '끌림은 특정인을 향한 혹은 특정인에 의해 유발된 꼴림이다. 그 파트너와 성적으로 엮이고 싶은 욕망이다. 표적이 있는 리비도. 음식에 비유하면 이렇다. 사람은 허기를 느끼면서도 먹고 싶은 특정한 음식이 없을 수 있다. 생리적 허기가 성적 충동과 비슷하고, 성적 끌림이 특정요리를 향한 갈망과 가깝다. 사람마다 성적 충동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하는 성적 끌림의 정도도 다르다. (44)

 


경험하는 성적 끌림의 정도는 다르다. 당연히 어떤 대상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냐는 것도 사람마다 다를 테고. 이 책에서 문제 삼는 건 왜 모든 사람이 성적 끌림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냐는 것이다. 당연히 떠오르는 필립 로스. 남녀 사이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섹스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말을 통해 그렇게 말하는 필립 로스를 5초간 생각한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비판한다.


 

강제적 섹슈얼리티의 연장인 섹스 신화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빤하다섹스는 어디에나 있고, 노래 가사부터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지나 립스틱이 발린 채 햄버거를 먹는 여자들의 입과 그 목을 타고 흐르는 육즙을 클로즈업한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거기에 푹 절어 있다는 것. 두 번째는 섹스가 더 특별하고 더 중요하며, 인간이 하는 어떤 행위보다도 더 강력한 짜릿함과 완벽한 쾌락을 선사한다는 믿음이다. 섹스하지 않는 건 쾌락도, 혹은 쾌락을 즐길 능력도 없다는 뜻이다. (71)

 


그럴까. 섹스는 정말 인간의 어떤 행위보다도 더 강렬한 짜릿함과 완벽한 쾌락을 주는 행위일까. 그 쾌락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인간이 누리는 쾌락의 속성상, 동일한 상대와의 동일한 행위가 쾌락의 강도를 보장해 주지는 않을 텐데, 그렇다면 그건 모르는 상대와의 미지의 경험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이 평생 가장 우선시되고 추구되어야만 하는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일까.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 성적 끌림은 육체적 이유로 특정인과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이다. 성적 끌림은 순간적이고,내 뜻과 무관할 수 있다. 의식의 고양, 신체의 각성에 정신의 바람이 합쳐진 것이다. 내 유성애자 친구들은 방금 만난 사람에게, 같이 있어도 즐겁지 않은 사람에게,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멋지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성적 끌림을 느낀다고 한다. - P42

‘강제적 섹슈얼리티’라는 말이 친숙하게 들리는 건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 Adrienne Rich의 강제적 이성애compulsory het-erosexuality 개념을 빌린 말이기 때문이다. 리치는 1980년 에세이 「강제적 이성애와 레즈비언 존재Compulsory Heterosexual-ity and Lesbian Existence」에서 이성애란 그저 어쩌다 대다수의 지향이 된 성적 지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성애는 학습되고 조건화되고 강화된 정치적 제도다. - P68

성 정치학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페미니즘 담론의 중심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활동가 캐서린 매키넌Catha-rine MacKinnon과 앤드리아 드워킨Andrea Dworkin이 훗날 성 부정 페미니즘으로 알려질 운동을 이끌었다. 이성애 섹스는 불균형한 권력 역학 안에서 이루어지며 그렇지 않을 때가 없기에 섹스에 대해 진정한 동의를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논지다. 이들의 구조 분석은 가부장제 아래의 섹스란 어쩔 수 없이 손상되며 자유롭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런 전통에서 등장한 활동 단체는 포르노그래피와 사도마조히즘, 성 노동에 반대했고 이 모두를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상처 입히는 착취의 방식으로 봤다. - P93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3-11-29 1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랑의 가설에서 올리브가 그랬죠.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 페이퍼 읽으면서, 아 맞아 그랬지! 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게 뭐든, 책을 읽는 것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소설을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그들이 그 책으로부터 가져가는 게 없어서라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어떤 책이든 그 안에서 뭔가 건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어도 가져올 게 있지요. <에이스> 읽으며 <사랑의 가설> 가져오는 단발님, 진짜 이 세상 멋짐이 아니네요. 제가 감탄합니다. 그런데,

저는 왜 에이스 읽기 싫죠? 손이 안가네요. 동물성애처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ㅠㅠ

잠자냥 2023-11-29 12:32   좋아요 3 | URL
그런데 왜 샀죠?

단발머리 2023-11-29 13:20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 어떤 책이든 그 안에서 뭔가 건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어도 가져올 게 있지요.

라는 다락방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버섯 책이 그랬고, 코스모스가 그랬죠!! 특히 저는 소설이 ‘쉽게 읽히는‘ 그 ‘용이함‘ 너머에 가르치고 전달하는 많은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설이 최고에요!!

에이스 쉽게 쭉쭉 읽힙니다. 섹스의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깨우침이.... 찬찬히 이어집니다. 저는 반 정도 읽었어요.

잠자냥님 / 곧 읽으실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곧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1-29 13:51   좋아요 2 | URL
그런데 왜 샀죠? ㅋㅋㅋㅋ

다락방 2023-11-29 14:46   좋아요 3 | URL
아니 얘들아, 있어봐. 읽을 거야. 읽을 거라고.. 읽기 싫을 뿐이야. 읽긴 읽을 거라고..

잠자냥 2023-11-29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나는 너랑.... (이하 생략)˝

좀 궁금하네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3-11-29 12:34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이니까 특별히 알려드리는 거에요.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

˝그래서 나는 너랑... 하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9 12:35   좋아요 1 | URL
아.........

단발머리 2023-11-29 12:40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1-2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도 <에이스> 읽고 계시군요!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이유로 별로 안 끌리는 책인데..(저도 단연코 유성애자라 ㅋㅋ) 읽어야하나.. 다들 잘 정리해주시니 안 읽어도 되나... 그러고 있네요 ㅎㅎ

잠자냥 2023-11-29 14:23   좋아요 4 | URL
지독한 유성애자 다락방
단연코 유성애자 독서괭
아이코 반성애자 잠자냥
완전한 무성애자 은바오

다락방 2023-11-29 14:47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사랑해요 ♡

독서괭 2023-11-29 15:00   좋아요 1 | URL
아잉♥️ 우린 또 지독한, 단연코 이성애자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11-29 15:56   좋아요 0 | URL
전 유성에서 무성으로 변태 중이라.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3-12-02 08:54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 저도 물론 그랬는데요. (어디에서 그랬는지는 안 밝힘 ㅋㅋㅋㅋㅋ) 이걸 소수자 문제로 읽을수도 있잖아요. 제게도 겹치고 생각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곧 페이퍼로 돌아올게요. (제가 정말 쓰지도 않고 쓰겠다 공언한 페이퍼가 벌써 몇 개인가요... 한숨.... )

잠자냥님 / 이 깔끔한 정리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가 제일 느긋한가 ㅋㅋㅋㅋㅋㅋ 전 그게 궁금하네요.

다락방님 /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햇살과함께님 /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현재는 아니지만 그 쪽으로 조금씩 가고 있는듯하고요. 햇살과함께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수이 2023-12-01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향이 나오네요 으흠, 흥미로운. 저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가부장제를 벗어나서 섹스를 해야 하는데 남성이랑 하는 이성애 섹스는 모두 가부장제 안으로 포괄되는 거죠?

단발머리 2023-12-02 08:51   좋아요 1 | URL
남성이랑 하는 이성애 섹스가 가부장제 안으로 포괄되는 게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런 방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섹스를 안 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런 거지요. 섹스 없는 세상.... 생각보다 훨씬 진지하고 재미있습니다.

수이 2023-12-02 09:47   좋아요 2 | URL
난 시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2-03 16:14   좋아요 0 | URL
수이님의 ‘시러‘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핫!!

얄라알라 2023-12-04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문단에서 격하게 공감하다가....마치 신문기사인양 제 3자인양 느껴지게 표현하신데서 푸흐흣^^ 웃고갑니다.

글자체는 정갈한 신사임당체, 글은 ^^ <사랑의가설>부터 전 읽어야겠는데요~~에이스는 그 후!

단발머리 2023-12-05 15:49   좋아요 1 | URL
사랑의 가설을 읽고 나시면 에이스가 좀 다르게 읽힐 수도 있을거 같아요.
얄라알라님의 뜨거운(?) 리뷰 기대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소고기미역국을 끓였고 점심 식사 후 우리 여전도회가 식사 당번이라 설거지를 실컷, 맘껏, 양껏 해치웠다. 오후 예배 반주자가 기도 순서를 맡아서 그 자리를 땜빵해주고 부모님 모시고 동네 깐풍기 맛집에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 또 설거지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재활용을 하고 와서.


자리에 앉았다.


10분 내로 취침해야 정상인데 책이 재미있어서 아직 쌩쌩하다. 바로 이 책이다.









견디다 못한 헨리는 끝내 가을에 나와 헤어졌고 그건 마땅한 일이었다. 헨리는 떠났지만, 나는 우리가 개방 연애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놓고 나눴던 끝없는 대화를 이해하려고 계속 골몰했다. 남자에게는 언제나 딴 길로 새려는 마음이있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던, 일대일 관계에 목을 매는 건 구식이고 내가 진짜로 노력하면, 정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 욕망을 누를 수 있으리라던 헨리의 말. - P28

‘무성애’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지 10년 만에 나는 전에 뭘 잘못 이해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주제로 돌아갔다. 성적 끌림과 성적 행동이 같지 않으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꼭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성적 행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으나 성적끌림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동성애자 남성이나 이성애자 여성이 여성과 섹스해도 끌림의 상대는 그대로 남성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무성애는 성적 끌림이 없는 것, 비성관계*는 성적 행동이 없는 것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 P31

중요한 문제다. 언어는 권력의 한 형태이므로. 언어는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범주를 만들며, 언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개념은 사고 과정 자체에서 흔히 간과된다. 언어가 없으면 경험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지지만 어휘가 공유되면 개념에 접근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분리가 가능해진다. - P38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3-11-26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에이스인지 분석 좀 해주세요.

공쟝쟝 2023-11-27 16:20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어제 댓글에 깜빡했는 데요. 저기 과자 에이스 있잖아요. 그거. 말입니다? 단발머리님이 알아봐주기를 원한다는 것을 제가 방금 눈치챘거든요? 혹시 사진찍으면서 기도하셨나요? 카를로 로벨리 신작이 알림이 왔습니다..... 아직 시간이 흐르지 않음을 해명하지 못하였으며.. 보이는 세상이 실재가 아님도 다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하.. 책임져롸....

단발머리 2023-11-27 21:07   좋아요 0 | URL
그건 제가 이 책 좀 읽고 분석을 할지 말지 생각해 볼게요.
카를로 로벨리 신작 보았습니다. 아, 바빠.... <세계그잡채> 리뷰 쓰고 나서 읽어야하는데, 쩝....

수이 2023-11-27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시작하셨군요!

단발머리 2023-11-27 21:08   좋아요 1 | URL
네네네! 그렇습니다! 무성애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다니요! 1독을 권합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