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시리즈레이디 수전 외에는 <레이디 수전>, <왓슨 가족>, <샌디턴> 이렇게 3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악녀 주인공 레이디 수전의 이야기를 서간체로 풀어낸 <레이디 수전>,이모에게 맡겨졌다가 집으로 돌아온 에마와 이웃들의 이야기인 <왓슨 가족>, 그리고 건강이라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샌디턴>이 그것이다.


 

오만과 편견


 













내가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기대하는 장면은 이렇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볼품없고 가난한 집안의 처녀에게 청혼하면서, 자신의 청혼이 100% 받아들여질 것이라 예상했다가 그것이 좌절되자 엄청나게 화를 내는 어떤 남자의 모습.

 


다아시가 응접실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걸어가며 소리쳤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를 어떤 사람으로 보시는지 이제 잘 알아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당신 말씀대로라면, 제가 엄청나게 잘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엘리자베스에게 고개를 돌리며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의 자존심을 긁어 놓지 않았다면, 이런 잘못 정도는 눈감아 주시지 않았겠습니까? 이런저런 망설임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는 제 솔직한 고백에 자존심이 상하셔서 깐깐하게 나오시는 게 아닙니까? … 당신 집안사람들이 신분이 낮은 것을 제가 기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저희 집안보다 한참 밑에 있는 집안과 맺어지는 것을 제가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61)

 


또 하나는 출생 때부터 약속된 결혼과 집안간의 금전적 거래를 이유로, 썸을 타고 있는 남자의 예상 청혼을 거절하라고 요구하는 귀족 부인과 이를 거절하는 어떤 여자의 모습.

 


더 이상은 못 참겠군. 베넷 양, 묻는 말에 바른 대로 말해. 내 조카가 자네한테 청혼했나?”

여사님께서 그런 일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나요?”

내 조카가 정신 나간 게 아니라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내 조카가 자네에게 잠깐 홀려 있는 동안 자네가 술책을 부렸을 수도 있겠지. ... 내가 말할 때는 끼어들지 말고 그냥 들어. 내 딸하고 내 조카는 천생연분이야. 양쪽 어머니 가문은 같은 귀족 혈통이지. 양쪽 아버지 집안은 둘 다 덕망 있고 유서 깊고 지체 높은 그런 가문이야. 작위는 없지만 말이야. 양쪽 다 재산이 엄청나. 양쪽 집안 사람들이 입을 모아 두 사람을 짝지어 주기로 했는데, 그들을 갈라놓을 일이 뭐가 있나? 집안도 천하고, 친척들도 변변찮고, 재산 하나 없는 아가씨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 내가 그걸 두고 볼 것 같아? 천만에. 보고만 있을 수 없지. 보고만 있지 않지. (464)

 


나는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위의 모습을 그러니까, 사랑이 거절돼 거침없이 날뛰는 남자와 부당한 요구를 하는 여자, 그리고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도 의연한 여주인공을 기대한다. 잠깐, 아주 잠깐은 우아한 척, 고상한 척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요구가 거절당했을 때,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소리 지르고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고, 무시하고 화를 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가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바로 그 순간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품성을, 인격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도전 받을 때, 거절 당할 때,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여기가, 내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지점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는 말 그대로 타고난 부자, 훤칠한 외모의 잘난 사람들과 볼품없는 가문의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교양 있는 척, 우아한 척 서로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폭발해버린다. 그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의 본모습, 인간 군상들의 민낯을 가감없이 확인할 수 있다.

 


<왓슨 가족>에서는 조금 다른 장면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차갑고 경솔하지만 멋진 외모, 좋은 집안의 오스본 경이 마음에 드는 왓슨 가의 에마의 환심을 사려고 풀어내는 이 이야기 말이다.

 


궃은 날씨엔 여성분들은 말을 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승마는 하십니까?”

아니요.”

여성분들이 왜 말을 타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말을 탄 여자들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데요.”

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승마를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말을 소유할 돈이 없을 수도 있어요.”

승마가 숙녀들에게 얼마나 어울리는지 안다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할 겁니다. 왓슨 양, 일단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돈은 곧 생겨요.”

경께서는 우리 여자들이 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바로 그 점이 오랫동안 남자와 여자 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지점이죠. 하지만 그건 차치하더라도, 여자들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있지 않겠어요. 오스본 경, 여성이 근검절약하면 꽤 많은 돈을 모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절약해도 적은 수입을 큰 수입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158

 


말을 탄 여자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여자들은 궃은 날씨에 승마를 해야한다는 궤변에서 시작해 일단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돈은 곧 생긴다는 이 억지를 어찌해야 하나. 좋아하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오스본 경의 스텝은 자꾸만 꼬이고, 스스로 만들어낸 궤변과 억지는 본인도 처리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그렇게 오스본 경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에마에게 비호감으로 자리한다. 예상했던 장면, 기다렸던 장면은 아니지만, 특별히 관심이 가는 장면이다. 호감 가는 여자 앞에서 남자가 부리는 호기. 오버하는 남자, 담담한 여자. 꼬이는 스텝, 멀어져 가는 당신.

 

비평 이론을 배울 때, 비평 이론에 근거해 작품을 분석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이론 자체에 대해 배울 때, 난 그 일이 참 필요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당장 교재를 이해하는 건 고사하고, 선생님의 수업 내용도, 선배들의 질문도, 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도, 말 그대로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학점은 진작은 포기했고, 너무 힘든 수업이라 웬만하면 피해간다는 그 수업의 참여(?)에 의의를 뒀다. 작품은 읽고 느끼는게 중요하다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특정한 이론을 배우는 일이 작품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방해가 될 거라 생각했다.

 

모르기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페미니즘 책을 몇 권 읽은 후에는, 책이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읽힌다. 하나의 틀, 하나의 툴만 강요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나는 안다. 물론이다. 세계를 남과 여로만 해석하는 사람과는 길게 이야기할 수 없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페미니즘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100명의 여성이 있다면 100가지 페미니즘 이론이 있다고 말한 정희진님의 말은 옳다(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프롤로그, 9). 참으로 그렇다.

 

그래서 혹은 그렇기 때문에 제인 오스틴이 다르게 읽힌다.노생거 수도원의 맨스플레인도, 이 책 <왓슨 가족>의 오스본 경도 그렇다. 연애, 사랑, 결혼의 주제만을 다루었다고, 여자들만 읽는 이야기를 썼다고 평가 절하되었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 나는 특유의 유머와 은근한 냉소로 잘난 척 하는 남자들과 이에 대항했던 여자들의 당당한 모습과 마주친다. 오늘의 현실로 옮겨와도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그녀의 날카로움에 다시 한 번 와우~~’를 외친다.

 

하여, 문학 비평 이론에 대한 책들을 찾아봤고, 로쟈님의 페이퍼를 살피고는 이렇게 세 권을 추렸다. 국내에서도 그렇고, 영어권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읽히는, 그러니 가장 성공적인 문학이론입문서’ (로쟈님 페이퍼, <문학이론이란 무엇인가, 2011-03-16>)문학이론입문(창비)과 비평이론 개설서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원서로 구해 읽는추천서로 이름을 알린 타이슨의 역작(로쟈님 페이퍼, <비평이론 공부의 로드맵, 2012-04-22)비평이론의 모든 것(앨피, 2012) . 마지막으로문학과 사회 116-2016. 겨울 (별책 <문학과 사회 하이픈: 페미니즘적-비평적> 포함)을 골라 두었다.



 













이렇게 세 권을 골랐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골라놓고, 목차를 본다.

 

비평이론의 모든 것(앨피, 2012)

 

1장    비평이론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한 것들

2장    정신분석 비평

3장    마르크스주의 비평

4장    여성주의 비평

5장    신비평

6장    독자반응 비평

7장    구조주의 비평

8장    해체 비평

9장    신역사주의와 문화비평

10장  레즈비언·게이·퀴어 비평

11장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학비평

12장  탈식민주의 비평.

 

아하이런 분위기구나. 예상을 뛰어넘어 이 분야가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예전에는 들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생각이 솔솔, 솔솔 피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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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7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다 ♡
저도 제인 오스틴의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영화로 [레이디 수전] 너무 재미없었는데 책으로 읽으면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가 뭔가 더 알고 싶어하고 생각하고 그래서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글을 보면 저는 너무 씐나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단발머리님이 이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읽고 써주셔서 저는 진짜 행복합니다. 엉엉 ㅠㅠ

단발머리 2017-03-03 15:16   좋아요 0 | URL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 이해가 되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너무 재밌고, 너무 잘 읽혀요. ㅎㅎ
멈추지 않고 읽고 쓸 때, 누구가 읽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힘이 나요.
저에게 의미 있는 이 일을, 다락방님이 좋아해주고, 응원해줘서,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네요.
우리 계속 생각하고 공부하고, 이야기해요~~~ 하트뿅뿅!!

지금행복하자 2017-02-27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최고의 책 영업은 정성어린 마음이 듬뿍담긴 리뷰에요~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편견밖에 못 읽었는데 급 호기심이 들게 해주세요~~ ㅎㅎ

단발머리 2017-03-03 15:17   좋아요 0 | URL
저의 책 영업을 출판사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제인 오스틴 몇 권 읽었는데, <오만과 편견>이 제일 좋더라구요.

cyrus 2017-02-27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평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일은 어려워도, 비평하는 방식과 관점을 공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남의 글을 비평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하니까요. ^^

단발머리 2017-03-03 15:18   좋아요 1 | URL
<비평 이론의 모든 것> 이제 막 빌려와서요, 읽기 시작하려는데... 오호... 950쪽이네요.
오호.....

moonnight 2017-02-27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는데, 뭔가 저도 모르게 두근두근 침도 꼴깍 삼키게 됩니다^^; 제인 오스틴을 몇권 못 읽었지만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의 숨막힘^^;이 다시 떠오르네요. 보관함에 담으면서, 이렇게 예쁜 책들을 전집으로 갖고 싶은 욕망이. 큰 일ㅠㅠ;;

단발머리 2017-03-03 15:21   좋아요 0 | URL
아하~~ moonnight님을 두근두근하게 했다니, 저도 막 심쿵해지네요. ㅎㅎㅎㅎㅎㅎ
예쁜 전집에 대한 꿈은 언제나 계속되는데요, 저번에 제인오스틴 한정판으로 나왔을 때도 그랬지요.
저는 <오만과 편견>을 두 권을 가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오만과 편견>이 다른 장정으로 나오면 또 구입할 듯 해요. ㅎㅎㅎ

순오기 2017-02-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역시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7-03-03 15:22   좋아요 0 | URL
오호~~ 순오기님~~ 안녕하세요^^
저도 하트발사할래요. 하트뿅뿅!!
 









 








저자 프랜시스 S.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한 세계적인 유전학자이다. 생명의 암호가 작동하는 완벽하고 정교한 질서속에서 과학자 중의 과학자 콜린스는 신의 언어를 발견했다.


신앙은 설명할 수 없다. 믿음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만난 사람. 직접적이고 인격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살아있는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을 안다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역사 속에서 종교의 폐해, 이기적인 종교 지도자들, 그들에 의한 거짓 메시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과 인간, 하나님과 나 자신의 영혼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다.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과학적 근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저자는 그가 발견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험실 속에서,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면서 만나게 된 하나님에 대해 말한다. 또한 같은 톤으로, 이미 축적된 과학적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앙인에게 무조건 과학을 적대시하는 행동이야말로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냉정하게 지적한다.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 중, 10초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빅뱅 이전의 우주, 처음 10초 이전의 우주에 대해 과학자들은 알지 못 한다. 설명하지 못 한다. 이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과학자들도 대답할 수 없는 10초 이전의 일을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지구의 시작, 우주의 시작, 내가 아는 이 세계의 시작을.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무한에 가까운 고밀도에, 크기도 없는 순수한 에너지로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 법칙들이 무너진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학자들도 대폭발이 일어나던 그 첫 순간, 즉 처음 10초 동안 일어난 일을 해석하지 못한다(10초는 1초의 100만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분의 1초다.) 그 뒤부터 오늘날의 관찰 가능한 우주가 탄생하기까지 일어났을 일들은 추측이 가능하다. 물질과 반물질 소멸, 안정된 원자핵 형성, 전자와 최초의 수소, 중수소, 헬륨 형성 등이 그것이다. (71)



저번주에 읽었던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35)



호킹 박사는 시간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주가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 우리 같은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신의 의도적인 행위로밖에는 달리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 (80쪽)



호킹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한다.


우주는 왜 재붕괴하는 모형과 영원히 팽창하는 모형을 가르는 팽창 임계점 근접한 곳에서 시작해 100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임계점에서 팽창하고 있을까? 대폭발이 일어나고 1초 뒤의 팽창률이 1×10만 분의 1(10-)이라도 작았다면, 우주는 현재의 크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붕괴했을 것이다. (78)



저자가 자신이 얻게 된 과학적 지식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설득하려는 쪽은, 하나님 없는 우주를 전제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를 설명하려는 과학자들과 천지를 7일만에 창조한 신이 인간과 동물을 각각 개별적으로 창조했다고 믿는 신앙인들이다. 이번에는 그 신앙인 차례다.



우라늄, 칼륨, 스트론튬 세 가지 방사성원소는 천천히 붕괴해 납, 아르곤, 루비듐으로 변하는데, 이 세 쌍의 원소 중에 어느 한 쌍을 측정하면 어떤 암석이든 그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세 쌍으로 각각 지구의 나이를 측정해보면 놀랍게도 단지 1퍼센트의 오차로 45 5,000년이라는 일치된 결과가 나온다. (94)



다윈의 진화론은 임의로 일어나는 변종에 자연선택이 작용하고 우리는 그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 동일한 조상에게서 진화해왔다는 이론이다. (130) 컴퓨터가 DNA 서열의 유사성만을 기초로 하여 그린 다양한 유기체의 생명계통도, 대단히 정확한 수준까지 밝혀진 인간과 생쥐의 게놈 비교, 공통된 조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인 원시반복요소(ARE)로 알려진 유전자 요소 연구 등은 다윈의 진화론의 주장과 상당수 일치한다.



신은 무력해진 원시반복요소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우리를 혼란케 하고 오도하려 했다고 결론내리지 않는 한, 인간과 생쥐는 조상이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40)







저자는 무신론, 불가지론, 창조론, 지적설계론을 모두 거부한다. 저자는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유신론적 진화를 받아들인다. 미국에서 다윈의 대표적 옹호자였던 아사 그레이와 20세기에 진화론적 사고를 확립한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유신론적 진화론자였다. 약간씩 변형된 형태도 많지만 전형적인 유신론적 진화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초로 한다.


1.     우주는 약 140억 년 전에 무에서 창조되었다.

2.     확률적으로 대단히 희박해보이지만,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정확하게 조율되어 있다.

3.     지구상에 처음 생명이 탄생하게 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생명이 탄생한 뒤로는 대단히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와 자연선택으로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겨났다.

4.     일단 진화가 시작되고부터는 특별히 초자연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5.     인간도 이 과정의 일부이며, 유인원과 조상을 공유한다.

6.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영적 본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도덕법(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고 역사를 통틀어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202)



이런 유신론적 진화는 과학이 자연계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모든 사실과 양립 가능하며, 세계의 주요 일신교들과도 양립 가능하다.(203) 물론 유신론적 진화라는 관점 역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신앙이라는 도약, 믿음이라는 점프대를 통해서만이 인간은 신을 만날 수 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칼 세이건은 진화라는 개념이 없다면 동물이나 인간에 머무는 영혼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 역으로 진화를 믿으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138)”고 말했다. 나 역시 영혼과 진화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었다. 아니었다. 영혼도 진화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을 닮은 영혼이 깃드는 장소로서의 육체가 진화라는 오랜 과정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음을 믿음과 동시에, 내 몸 속의 세포들 역시 하나님의 지혜와 섭리 가운데 있었음을 믿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또한 진화의 놀라운 과정이 대강이라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일인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진화는 우연에 지배되는 듯하지만, 신의 관점으로 보면 그 결과는 하나하나가 전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이다. 이처럼 신은 각각의 종이 창조되는 순간에 일일이 완벽하게 개입할 수 있지만, 시간 개념이 일차원적 수준에 머무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 과정이 방향성도 없는 무차별적 과정으로 보이기 쉽다. (206)



오 그렇습니다. 주께서 내 속과 겉을 빚으시고

모태에서 나를 지으셨습니다.

내 몸과 영혼을 경이롭게 지으신 높으신 하나님,

숨 막히도록 멋지신 주께 감사드립니다!

그 솜씨 너무 놀라워, 내가 주님을 마음 깊이 경배합니다!

주께서는 나를 속속들이 아시며

내 몸속의 뼈 마디마디까지 아십니다.

주께서는 정확히 아십니다.

내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무것도 아니던 내가

어떻게 이처럼 근사한 형상으로 빚어졌는지를.

책을 펼쳐 보시듯, 주께서는 내가 잉태되고 태어나기까지

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셨습니다.

내 생의 모든 시기가 주님 앞에 펼쳐졌습니다.

태어나 하루를 살기도 전에,

이미 내 삶의 모든 날들이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시편 139 13-16) 



진화라는 지난한 과정 속, 신의 섭리와 간섭은 시편 기자의 노래 속에 아름답게 드러난다. 이 놀라운 진화의 결과가 바로 나이고, 나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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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이지 편협한 독서를 하는데 단발머리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 읽으시는군요! 멋져요!! @.@
더 열심히 읽어야지, 불끈! 막 이런 마음이 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17-02-23 12: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이고 부끄럽군요. 저는 아직 <싸울 기회>도 , <맨박스>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도, <라이프오어데스>도 안 읽었는걸요. 다락방님의 독서 이력을 겁나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해주셔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에 아주 쉬운 과학책을 몇 권 읽으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묻고 하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개념이 막 생기려하면 그 분야 책을 연달아 읽는게 좋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래... 페미니즘 책을 그렇게 읽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에 페미니즘 책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기는 한데, 따라 읽기가 좀 버겁기는 해요.
또 우리 모두 알다시피.... 페미니즘 책들 읽다보면 화가 나고.. 그런 순간들이 많잖아요.
저는 원래 여러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고, 소설 읽고 나면 다른 분야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페미니즘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읽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진짜 진지한 책 한 권 들면, 바로 좌절모드. 이 쪽이 아닌가봐~~~ 하게 돼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이 일들이 제일 먼저 제게 의미있는 일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고 같이 생각하는 이웃님들, 그리고 격려해주시는 다락방님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도 불끈!해 지네요. 우리 모두 불끈 불끈, 화이팅입니다. ^^

AgalmA 2017-02-2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교를 신화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세계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으로.

단발머리 2017-02-24 15:3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같은 경우 신화와 종교는 전혀 다르지만요~~~ ㅎㅎ 금요일이네요. 금요일 밤에는 항상 스케쥴이 똑같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불금^^ 🔥금^^
 

내가 바로 평범한 가정주부다.



마트에서 2,000원짜리 고구마츄 하나를
딸롱이에게 사주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아롱이랑 나란히 앉아 jtbc를 본다.
그런데... 참 기가 차서...



최순실이 평범한 가정 주부란다.
낙원상가 앞 청와대 행정관이 대기해놓은
청와대 차를 타고 청와대를 들락거리고
월요일에는 청와대 김밥을
강남아줌마들에게 자랑하고
원하는 학교의 학칙을 변경해 딸을 입학시키고
말을... 아, 연습에 필요하니
삼성에게 말을 사 달라고 하고
투자 이전에 정부의 개발계획을 알고
문체부 차관에게 보고를 받고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이런 사람이 평범한 가정주부란다.
나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가보다.



평범한 가정주부 캐릭터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가정주부도 될 수 없.....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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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02-06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졸지에 평범하지도 못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려 자괴감이 듭니다 ㅜㅜ

단발머리 2017-02-06 21:31   좋아요 1 | URL
성격, 기지, 상식, 재산에서 우리로서는 도무지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 흔한 평범함을 오늘밤에 포기할까봐요. ㅠㅠ

cyrus 2017-02-06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말부터 봤던 막장 고구마 드라마를 끝내기 위해서 ‘탄핵 결정‘이라는 사이다가 시급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6 22:26   좋아요 1 | URL
막장 고구마를 모두 고구마츄로 만들어서 나눠먹고 싶네요 ㅠㅠ
사이다도 먹고 싶구요....

책읽는나무 2017-02-07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국 평범하지 못한 주부였던거 였군요!!

단발머리 2017-02-07 07:27   좋아요 1 | URL
손석희씨가 그러더라구요. 평범한 가정주부의 개념정리부터 다시 해야할 판이라고요. 그 개념이 정말 우리의 생각과 이리 다르다면... 우리 모두 평범한 가정주부는 아닌것 같아요.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대략난감합니다.....

비연 2017-02-07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우기는 모습이 정말 추합니다...

단발머리 2017-02-07 08:43   좋아요 1 | URL
저 이야기에 맞아, 맞아!! 태극기를 흔드는 분들이... 아이구아 ㅠㅠ

아무개 2017-02-07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놔 진짜
박근혜가 생각하는 평범한 주부가 이런것 이였군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요....

단발머리 2017-02-07 11:46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은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있는 듯 하고요. 어떤 정신과 의사 왈...
그냥 이대로 사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탄핵만이 답입니다.

yureka01 2017-02-07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그네는 한 번도 평범한 가정 주부였던 적이 없죠..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평범한 가정 주부를 알겠습니까...

단발머리 2017-02-07 16:41   좋아요 1 | URL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모든 사람이 살아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참...
4살 아래의 평범한 가정주부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연설문 고쳐달라 보내주고, 최선생님이 지시한대로 한 거냐고 확인하고...
참나... 그런 평범한 가정주부, 제가 하고 싶네요...

hnine 2017-02-07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최씨보다 박씨가 더 한심하고요, 박씨를 그 자리에 앉힌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게 절망스러워요 ㅠㅠ

단발머리 2017-02-07 12:02   좋아요 1 | URL
우리의 비극이 거기에 있는거죠. 왜 우리 국민들은 저 사람에게 그 중요한 자리를 맡겼을까.. 촛불이 분노의 성토일 뿐만 아니라 참회의 표현일수도 있을것 같아요.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권을 탄생시켰구나... 아이구머니ㅠㅠ

[그장소] 2017-02-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어죽을 ~!! 평범 , 평범이 아무리 발버둥의 결과라지만 ..참 민망한 표현이 따로 없네요! 그쵸?

단발머리 2017-02-14 09:43   좋아요 1 | URL
네..... 참, 우리는 대통령 잘못 만나 이 모든 일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네요.

실력있는 중소기업이다, 연설문의 표현을 도움받았다,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이고.... ㅠ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21세기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의 섭리와 창조에 대해 굳게 믿는 사람이지만,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는 있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을 연속으로 읽어내는 사람이 있어, 세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가 한국에, 서울에 방문하셨다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생중계 현장 대담을 신청했고, 당첨이 되었다. 알라딘, 땡큐 베리머치.


역시나 타고난 길치답게 한 블럭 앞에서 멋지게 헤매 주시고, 도착한 강연 장소. 입장 전 이름을 확인하고 착석. 물 한 모금 마시고, 기대 및 고대.







입구에서 통역기를 나누어 주던데, “엄마, 필요해?”라는 도전적인 언사에 아니, 나 안 필요하지. 너 필요해?”라며 당당하게 입장했는데, 두 번째 질문부터 급 후회. 받아가지고 왔어야 했어. 여자친구와 같이 온 듯한 왼쪽에 앉은 남자도 통역기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너무 크게 웃더라.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요. 작게 웃어요.







같이 간 1인은 과학자에 대한 설명 중, 과학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름다움beauty을 볼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아름다움과 이유를 찾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나는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파격적인 주장의 주창자로서 인간관계의 어려움과 그 극복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대담 후, 줄 서서 받은 사인은 생각보다 간단해 조금 실망했지만, 다음 사진 하나로 아쉬움을 달랜다.







자신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한 독자가 있다면, 제일 먼저 읽을 책으로 『이기적인 유전자』를 권한다고.

나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결심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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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7-01-2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심만 십년째인듯요.
올해는 우리 같이 도전해볼까요?^^

단발머리 2017-01-26 14:3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올해는 진짜 진짜 강한 결심으로~~ 도전해 볼까나~~ 생각을^^

세실 2017-01-2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통역기 없이 강의를 들으셨다니 부럽습니다. 남들은 웃는데 저만 못 웃는....그런 경험 있어용.
이기적 유전자는 올해 제 독서목록에 들어있어요.

단발머리 2017-01-26 14:41   좋아요 0 | URL
두 번째 질문때부터 후회 많이 했어요 ㅠㅠ 옆에 앉은 남자는 너무 크게 웃더라고요.ㅎㅎ
저는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이 목표예요.^^

다락방 2017-01-2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기적 유전자 읽고 싶다고 생각만 몇 년째... 만들어진 신도 몇 년째....

단발머리 2017-01-26 17:19   좋아요 0 | URL
대담했던 서울대 장대익 교수가 저자 책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고 했더니, <이기적 유전자> 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래..... 저거 하나는 읽어야지, 했어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7-01-2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울집에도 있는 이기적 유전자 앞에서 전 너무도 이기적였어요.
이젠 꼭 읽기로!!!^^^
그나저나 저자를 가까이서~~~~
부럽습니다^^

단발머리 2017-01-26 14:47   좋아요 0 | URL
리처드 도킨스를 가까이에서 본다는 게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근데 나이가 좀 드셔서~~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2권 사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ㅎㅎ

꿈꾸는섬 2017-01-2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멋져요.
좋은 시간 보내셨겠어요.
통역기없이 강의를 듣는다는 걸 저는 상상도 못하는데......
이기적 유전자~찜해둘게요.

단발머리 2017-01-26 14:48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다른 것보다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의 열정이 아주 뜨겁더라구요.
질문하라고 했더니,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영어로 막 질문하고~~~ ㅎㅎ

통역기 없어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ㅠㅠ

서니데이 2017-01-2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듣고 사인도 받고오셨군요. 통역기 없이 듣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 부럽습니다..^^
단발머리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1-26 14:49   좋아요 1 | URL
통역기 없이 듣기는 했는데, 리처드 도킨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상태로 간 거라서 이모저모 아쉬웠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맛난 거 많이 드시기를^^

cyrus 2017-01-2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킨스 선생, 이 분 안 되겠네요. 서민 교수님에게 사인하는 법을 배우셔야할 듯...
도킨스의 책 아니었으면 그냥 낙서인 줄 알겠어요... ㅎㅎ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17-01-26 19:34   좋아요 0 | URL
사인면에서 많이 부족하시더라구요. 저도 직접 본게 아니면 못 믿을 뻔 했어요. 근데 나이가 있으시니까~~~
cyrus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맛난 것도 많이 드시구요 ㅎㅎㅎ

AgalmA 2017-02-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싸인... 제가 시규어 로스 사인 받은 거랑 막상막하네요ㅋㅋ 연세에 유명세에 그러실 만도 하지만ㅎㅎ
너무 크게 웃어도 못 알ㅋㅋ 아, 넘 재밌었어요ㅎㅎ
올해부터는 최소한 한 달에 두 권 이상은 과학책을 보자 결심했는데, 도킨스 옹 책 노력해 봐야 겠습니다^^

단발머리 2017-02-14 09:52   좋아요 0 | URL
제가 아갈마님 댓글 보고 막....... 시규어 로스를 검색해 봤습니다. 우허헝^^
이 멋진 아티스트도 리처드 도킨스급 사인을 남기셨군요.
왜 안 그러하겠습니까. ㅎㅎㅎㅎ

저는 크게 웃지 않았구요. ㅋㅋㅋ 도킨스를 직접 만난것에 큰 의의를 두었더랬죠.
그 다음주던가요. 도킨스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는데요.
사람들이 문자로 물었더랬죠.
도킨스가 누구죠? ㅎㅎㅎ 그래서 김어준이 21세기 유명한 유전학자라고... 설명을^^

AgalmA 2017-02-14 23:42   좋아요 0 | URL
시규어 로스 사인 인증 올린 거 있다는
http://blog.aladin.co.kr/m/durepos/7525940?Partner=maladdin

도킨스 편은 못 들어 봤는데 도킨스가 누구냐니 너무하네요ㅜ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총 다섯 권 읽었다. 나는 제인 오스틴을 아주 늦게 시작했는데, 이제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맨스필드 파크가 남았고, 10대 시절에 쓴 서간체 중편소설 <레이디 수전>과 미완성 소설 <왓슨 가족>, <샌디턴>이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된 레이디 수전 외가 남았다. 굳이 해보면,굳이를 강조해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순위를 매겨본다.

 

 

오늘의 순위 : 오만과 편견 > 노생거 수도원> 설득 > 엠마 > 이성과 감성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여주인공들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다. 당차고 야무진 그녀가 좋다. 잘못을 인정할 때의 쿨한 태도 역시 마음에 든다. 춤 실력, 유머감각까지도 내 스타일이다. 어쩌면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의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가져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 여주인공들은 서로서로 비슷하다. 남자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체의 도움 때문에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가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내가 엘리자베스를 제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여주인공은 노생거 수도원의 캐서린이다.

 

어릴 적 캐서린 몰랜드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녀가 여주인공이 될 운명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타고난 신분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인물들, 그녀 자신의 성격과 기질까지 모든 게 하나같이 소설 속 여주인공과는 정반대였다. .... 그녀의 어머니는 현실적이고 평범한 상식을 지닌 여인으로 명랑했으며 무엇보다 튼튼한 체질이었다. 캐서린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아들 셋을 낳았는데, 흔히 예상하듯이 캐서린을 낳다가 죽기는커녕 멀쩡히 살아서 여섯 명을 더 낳았고, 여전히 자식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며 남다른 건강을 과시하고 있었다. (14)

 

보통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다. 고귀한 혈통,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 가난한 아버지, 병약한 어머니. 여주인공 필요조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뭐든지 좋아했는데, 인형놀이뿐만 아니라 겨울잠쥐를 돌보거나 카나리아에게 먹이 주기, 장미꽃에 물 주기와 같이 어린 시절의 여주인공이 즐길 법한 그런 일들보다 크리켓을 훨씬 더 좋아했다. 특히 정원 일에는 전혀 취미가 없었다. 혹시라도 꽃을 꺾거나 한다면, 그건 순전히 장난치는 재미 때문이었다. 적어도 언제나 하지 말라는 짓만 더 기를 쓰고 하는 걸 보면, 그런 짐작이 들 수밖에 없었다.(14)

 

여성적 취미나 교양을 위한 활동보다 바깥 활동을 더 좋아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녀의 이런 면이 마음에 들었다. 크리켓 같은 바깥 활동을 더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미꽃 물 주기 같은 정원 일에 젬병인지라 베란다 식물들에게 종종 사형을 언도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수도.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비슷하다. 순수하고 똑똑하지만 세상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아가씨가 연애하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해설, 323) 그 과정에서 오해와 착각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지만, 반성하며 스스로를 고쳐가는 과정을 통해 참된 사랑을 깨닫고 관계를 회복한다. 보통 그 관계 회복은 결혼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결론지어진다. 그녀 작품의 의미나 한계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일단 그녀의 작품들은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반짝반짝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고, 인간에 대한 세세한 관찰과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가벼운 연애 이야기로 읽힐 수 있고, 그녀 또한 그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설이 가벼운 이야깃거리로만, 읽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할, 숨어서 읽어야할 책으로 인식되었던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가 최고로 엄선된 언어로 전달된 책이 바로 소설이라는 주장이다.

 

전 소설 독자가 아니에요.” “소설 따위는 읽지 않아요.” “제가 소설을 자주 읽는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소설치고는 괜찮군요.” 이게 흔히 듣는 위선적인 말들이다. “뭘 읽고 있나요, 아가씨?” 물으면, 젊은 아가씨들은 ! 그냥 소설책이에요!”라고 대답하고는 무관심한 척하거나 순간 부끄러워하며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는다. “세실리아, 아니 카밀라든가, 벨린다든가 뭐 그런 책이에요. (각주 :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로, 세 작품 모두 여주인공의 시련과 낭만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46)” 한마디로 가장 위대한 정신력을 드러내고,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지식과 그 다양성에 대한 가장 훌륭한 묘사, 그리고 재치와 유머의 가장 생생한 발산을 최고의 엄선된 언어로 세상에 전달하는 책들인 것이다. (46)

 

소설에 대한 폄하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위대한 소설과 아름다운 소설 속에서 벅찬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쉽게 말해버릴터다. 그냥 그렇게 내버려두자. 그게 그 사람이 받을 벌이다.   

 

나는 한결같은 잘난 척과 거침없는 무례함, 예의를 가장한 거짓말에 능숙한 소프씨 보다는 밋밋하게 느껴지더라도 담백한 느낌의 헨리씨가 좋았다. 모두의 예상대로 캐서린과 헨리 앞의 장애물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둘은 서로를 아끼고 내내 사랑하며 그리고는 행복할 것이다. 로맨스 소설로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캐서린의 적극성에 있다.

 

비록 지금은 헨리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성품을 좋아하고 그녀의 집안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사실 그의 애정이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그를 향한 캐서린의 각별한 애정에 설득당해서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로맨스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며, 여주인공의 품위가 끔찍하게 손상된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만약 이게 평범한 삶에서도 새로운 일이라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펼친 책임은 전적으로 작가인 나의 몫이 될 것이다. (310)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주인공, 남자 주인공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 여주인공은 현대물에서도 흔하지 않다. <남성 공세 여성 거부 남성의 집요한 공세 남성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여성>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요즘에도 그러한대, 1800년대에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는 여주인공이라니. 작가는 시대를 앞서간다, 한결같이.

 

시대를 앞서가는 작가의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을 하나만 더 소개한다. 이건 분명하다. mansplain이라는 단어는 2008년 즈음 레베카 솔닛에 의해 만들어졌다지만 mansplain의 행태는 200년 넘게 지속되어왔다. 한결같이

 

그래도 한번 읽어보면, 우돌포는 좋아하실 것 같아요. 무척 흥미롭거든요.”

절대 아닙니다! 혹시 뭔가 읽는다면, 래드클리프 부인 소설을 읽겠죠. 그래도 그 사람 소설은 꽤 재밌으니까 한번 읽어볼만합니다. 재미도 있고 박진감도 있어요.”

우돌포가 바로 그 래드클리프 부인이 쓴 거예요.” 캐서린이 혹시 그에게 창피를 주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입니까? 이런, 이제 기억나는군요, 맞아요. 다른 한심한 소설로 착각했습니다.... ” (62)

 

 

 

 

 

 

200년 넘는 한결같은 전통이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jtbc <비정상회담> 중 한 장면이다. 캐나다에서는 맨스플레인, 특히 공무원과 판사의 맨스플레인은 절대 금지란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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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1-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만 읽어 봤어요. 근데 단발머리님은 거의 다 읽으셨군요. 열심히 읽는 걸 좀 배워야하는데 요새 책보다 폰 들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ㅜㅜ
반성하고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열심히 따라 읽을게요.^^

단발머리 2017-01-19 09:54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저는 안 읽은 작가가 너무 너무 많아서요. 한 작가에 한두 작품만 읽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인 오스틴 작품은 책장이 잘 넘어가서요. 그래서 여러 작품을 읽게 됐어요. ㅎㅎㅎ

그렇게혜윰 2017-01-15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좋아하면서도 오만과편견허고 엠마밖에 못 읽은 ㅋㅋㅋㅋ 좋아한다고도 말할 수 없는 수준 ㅎㅎㅎ 노생거수도원을 하나 장만해야겠네요^^

단발머리 2017-01-19 09:53   좋아요 0 | URL
저도 뭐..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 권만 좋아도 저는 좋다고 떠벌리는 스타일이기는 한데... ㅎㅎㅎㅎ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 아... 제가 읽은 Cath Kidston 한정판이라 벌써 품절이라고 나오더라구요.
표지만 바뀐 세트가 새로 나온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