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할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외국인 교수와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P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해야 되냐?” P가 말했다. “책을 많이 있어야 돼. 많~~~이“

친구야, 정확하게 알려 줘야지. 500권이라던지, 700권이라던지, 1000권이라던지, 2000권이라던지.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6개월동안 ‘사전 쓰기’를 ‘감행’했고, 필요한 단어들을 외웠다. 사전 외우기 6개월만에 필요한 프랑스어 단어를 모두 마스터(?)한 상태에서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으며, 현재는 73개의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잊으면 안 되는 건, 그녀가 ‘프랑스어’ 공부를 ‘프랑스’에서 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다음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그녀는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웬만한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 (성문기본영어를 다 외우는 수준)

둘째, 처음에는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그녀의 공부법은 사전 단어 칠하기 - 베껴 쓰기- 문법, 숙어 익히기 - 원서 읽기’일반적인 영어 공부 순서와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것.

결국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가녀린 손마디, 마디 굳은살이 배기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와 아주 유사한 학습법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름 그 방법대로 열심히 공부하며 하얀 밤을 지새웠던 지나간 시간들이 떠오르고, 그럼에도 나는 왜 ‘득도’하지 못 했나 하는 생각에 아침부터 울적해지다가, 다시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뒤로 하고, 그렇게 쉬웠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거야,라고 혼잣말을 한다.

사전을 꺼내 자주자주 읽어봐야겠다는 작은 결심과 다니엘 스틸과 시드니 셀던 추천도서 목록을 얻게 된 걸 주요한 소득이라 생각하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작은 한숨. 휴우~ 

 

 

 

 

 

 

결심이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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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5-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개월동안 사전에서 필요한 단어를 모두 외우셨다면 정말 대단하신것 같아요 저는 몇년이 걸릴지 ㅠㅠ 외국어에 대한 갈증은 늘 있는데 막상 시작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리구 ㅠㅠ 완전한 기초 부터 시작해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 있음 좋겠는데...제가 못찾는거겠죠? ㅎ

단발머리 2015-05-26 11:1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정말 대단하죠~~ 6개월만에 이뤄냈다는게 더 대단하구요.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하더라도 저자는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완전한 기초부터 시작해서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게 하는 책이라면, 금방은 떠오르지 않지만, `완전한 기초`에 방점을 찍는다면, `중학교 교과서`를 많이 추천하더라구요. 그걸 그냥, 또 완전, 달달 외우라고 하더라구요.
예전에는 그러니까, 영어 교재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에 영어공부했던 사람들은 다 이 방법을 주창하더라구요. 정철도, 오성식도, 또 누구누구요.
완전히 달달 외웠다. 큰 소리로 외웠다. 거울 보고 외웠다. 미친사람처럼 외웠다, 이런 식으로요.
아.... 그래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어요. 결국은 의지의 문제같기도 하구요. 절실해야 성공하겠지요.
저는, 결심을 안 했어요. 하도 많이 해서, 제 결심이 다 닳았어요.^^
해피북님은 응원합니다. 화이팅!!

해피북 2015-05-26 11: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힘이 불끈불끈 나네요 ㅎ 저도 결심이라는 단어가 겸연쩍고 부끄럽지만 또 남몰래 세워봅니다 ㅋㅂㅋ

중학교 교과서 라는 타이틀달고 나온 책봤어요 고 책을 달달 외우는길이 기초라면 다른 생각 접고 그길부터 시작해봐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ㅎ 단발 머리님두 늘 화이팅하시길~!

단발머리 2015-05-26 11:29   좋아요 1 | URL
제가 영어공부에 한이 맺혀서요. 영어공부는 많이 하지 않았는데, 영어학습법 책은 몇 권 읽어봤거든요.
저의 소박한 결론은요. 위에 파란색 두꺼운 글씨요.

사전 공부하기- 베껴쓰기- 문법, 단어 익히기-원서 읽기 순서로 가더라구요.
물론, 미드 보기랑 뉴스 보기 포함해야지요.
제 화이팅을 해피북님께 드립니다. 화이팅, 화이팅!!! (2인분^^)

해피북 2015-05-26 11:45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 단발머리님^~^ 열심히 해볼께요 맛있는 점심 드세요 ㅋㅂㅋ~♡♡

단발머리 2015-05-26 11:47   좋아요 0 | URL
화이팅 모자르실 때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제가 저희 남편꺼도 보내드릴께요~~
해피북님도 맛난 점심 드세요*^^*

다락방 2015-05-26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단발머리님. 왜 하필이면 `다니엘 스틸`과 `시드니 셀던`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를테면 그들의 영어가 더 쉽다던지, 하는 그런거요. 왜 특별히 다니엘 스틸과 시드니 셀던인지 궁금해요!

산드라 브라운의 원서 읽기에 실패한 저는 이제 다니엘 스틸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이 글을 읽으며 해봅니다. 불끈!

단발머리 2015-05-26 11: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시지요? 다락방님^^
물론, 제 의견 아니구요. 책에서 작가가 한 말입니다.

1. 다니엘 스틸인 이유 : 무겁지 않고, 너무 현학적이거나 전문적인 단어가 없고, 문장이 복잡하지 않다. 달달한 아침드라마용 내용이기는 하지만 깊고 따뜻한 이야기가 많고 역사 배경도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다. 다니엘 스틸의 작품만큼 쉽고, 부담없이 읽으며 기초를 쌓을 수 있는 소설은 별로 없다. 다니엘은 쓰던 단어를 계속 쓰는 경향이 짙은 작가다. 쉽고 평범한 단어들로 책을 이끈다.

2. 시드니 셀던인 이유 : 복선이나 암시가 좀 나오긴 하지만 충분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 한 편의 영화 같아서 매우 흥미진진하다. 책 읽기 속도를 제대로 내게 해준다.

위에 사진에 책 목록이 있잖아요. 처음에 몇 권은 꼭! 순서대로 읽으라고 작가가, 말했어요.
트레이닝북이 같이 있는데 다니엘 책 [Dating Game]의 단어도 챕터별로 정리해 놓았구요.

산드라 브라운이요~~ 오호~~ 저는 줌파 읽다가 책 던지고... ㅋㅎㅎ
저는 다니엘 스틸이나 시드니 셀던 책을 안 읽어봐서요. 어쩔지 모르겠어요.
제 화이팅을 저기 위에 해피북님께 드렸거든요. 다락방님께는 제 불끈!을 드릴께요. 불끈, 불끈!! (2인분^^)

blanca 2015-05-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흥미롭네요. 장바구니에 담아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5-05-26 11:44   좋아요 0 | URL
ㅎㅎ blanca님 안녕하세요~~
아, 그런데요. 일단 고백할께요.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읽은 후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많이 해보았지만, 결심은 아직, 못 했구요.
책 서평을 제가 몇 개 읽어 보았는데, 별로라고 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많더라구요.
저는 말도 안 되는 문장 분석하는 영어 공부는 정말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사전`으로 공부하는 이 책의 공부법에는 완전 동의합니다. 다만 실천이 어려울 뿐이죠.

blanca님 서재에서 `레이먼드 카버` 원서를 중고로 구매하셨다는 페이퍼 읽은 기억이 나네요.
저, 기억력 좋죠? ㅋㅎㅎ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 때...

라로 2015-05-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책 안 믿어요. ^^;; 6개월 사전 공부해서 저렇게 잘 한다면 언어에 천재가 분명해요. 저같은 둔재는 6개월이 아니라 600개월을 해도 안 될 거에요~~~ㅠㅠ

단발머리 2015-05-28 08:4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게요. 6개월만에 가능하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겠....지요?
그럼 어떡하면 좋아요? @@ 어떻게 해야 영어 천재 아닌 사람이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는거지요?
 

 

 

6년 전, 그 날처럼 오늘도 화창한 토요일이다.

  

고마운 사람.

 

많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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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5-2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받았던 충격이란....

단발머리 2015-05-23 10:50   좋아요 1 | URL
네... 벌써 6주기네요.

그 때도, 지금도 먹먹하면서도 억울한 마음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미안한 마음보다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을지.....

해피북 2015-05-23 10:55   좋아요 0 | URL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가는데 변화되는건 없고...저는` 여보 나 좀 도와줘`란 책 읽고나서 팬이 되었었는데.. 정치도 모르고 권력의 구조도 몰라도 책이 참 진솔하구나 싶은 생각을 갖게하는..책이였거든요 ㅎ

단발머리 2015-05-23 11:00   좋아요 1 | URL
저는 팬클럽 홈페이지던가에서 `여보 나 좀 도와줘`를 열독했던 기억이 나네요.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죠.

마음 아픈 일이 많았지만, 이런 분이, 이렇게 순수하고 서민적인 분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고맙고 미안한데, 너무 혼자 애쓰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스토너』를 읽고, 리뷰를 쓰고, ‘읽고있어요’ 책장에서 ‘읽었어요’ 책장으로 옮겼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해냈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4월부터 읽기 시작한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가 40페이지, 아직도(!) 40페이지 정도 남아 있지만, 일단 『전락』을 읽기로 했다. 『전락』을 ‘읽고있어요’ 책장에 넣었다.

 얼른 끝내고, 로스의 다른 책을 찾아 읽자. 원서도 읽고, 해외 주문도 넣어보고. 이번 기회에 아마존에서 주문하는 걸 시도해 볼까. 직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이들 수영 가방을 챙긴다. 둘째가 볼 책을 챙기면서 내 책도 챙기려는 찰나, 내가 가방에 넣은 책은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읽고있어요’ 책장에는 『전락』이, 가방에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의자에 앉는다. ‘알람‘이 울린다. 『전락』을 읽고 있다는 내 페이퍼에 ’좋아요‘가 4개 달린다. 아, 죄송해요. 저는 지금 『전락』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을 읽고 있어요. ’좋아요‘ 4개가 부끄럽지 않도록, 얼른 읽겠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은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처음이었는데, <아무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지금> 이렇게 술술 읽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인생 경험상, 여성의 외모에 대한 그녀의 평, 일테면 ‘24세의 추녀보다 34세의 미인이 여자의 순위에서는 높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지고, 마음에 두었던 ‘나카다’ 매니저와 직장 동료 ‘이와이’의 결혼을 알게 된 날, 잠 못 이루는 ‘수짱’의 모습에 마음 한켠이 짠하다.

수짱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가끔 사랑과 결혼, 그리고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염려하기도 한다.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주부로 살고 있는 내가 그녀의 불안과 외로움을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듣기 싫다고 할 것이다. ‘결혼, 그거 뭐, 별거야!’라고 말한다면, 더더욱. 제일 중요한 건, 그녀, 수짱의 생각이다. 그녀가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는 특히 이 구절에 마음이 갔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111쪽) 

 

나는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상담한 일이 많았는데, 수짱의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에, 다음부터는 ‘내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기 전에, 그 고민을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보기’로 결정한다.

이제 ‘좋아요 4개’의 『전락』에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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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5-1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시시껍줄한 것에서부터 좀 진지하다 싶은 것까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얘기들을 들어보는데, 진짜배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ㅎ 미리씨하고 통하네,, 나.. ㅎㅎ
그랬다가 고민의 상태가 바닥치고 올라오려 할 즈음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요. 가까운 아무한테나는 아니고, 내 얘기 듣고, 그냥 뭐든 지지해 줄것 같은 사람한테... ㅎㅎ

라로 2015-05-15 15:27   좋아요 1 | URL
저도요!!

단발머리 2015-05-15 23:56   좋아요 0 | URL
icaru님, 아롬님 모두 그러시구나. 저도 그런 편이거든요.
진짜 어려운 고민거리는 쉽게 얘기하지 않게 되죠.

그런데, 저 궁금한게 있어서요.
주변 사람들 범주에 `남편`은 들어가나요? 안 들어가나요?
어쩔 때는 남편이 주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어쩔 때는 제 마음을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요. 전, 이런게 궁금하네요*^^*

cyrus 2015-05-15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읽다가 일단 중지하고, 다른 책을 보고 있어요. 저도 《율리시스》를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5-05-15 23:58   좋아요 0 | URL
아, 사실《율리시스》같은 경우, 계속 읽는다는 게 많이 어려울 수도 있고, `읽고있어요` 책장에 오래 놓아두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겠지만, cyrus님의 《율리시스》페이퍼를 기다리는 1인으로서, 어서 돌아가시라, 소심하게 말씀드려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간이야 쥐야?“를 아침저녁으로 이틀간 써먹고, 그리고 그 이틀 안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인간이야 쥐야? http://blog.aladin.co.kr/798187174/7507223)

근 두세달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빠른 속도다. 이 놀랍고, 재미있고, 웃긴, 말 그대로 날 웃게 하는 이 기발한 책을 왜 읽지 않으려 했는지, 역시나 책은 <책소개>만 믿을 일이 아니다. 직접 읽고, 직접 확인하시라.

소설은 우리 삶에 한 면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하나의 사건, 하나의 원인, 하나의 결과로 단정 짓기에는 인과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어떤 경우에는 원인이 하나 이상일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인과관계가 적은 요소가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소설도, 인생도 간단하게 말할 수 없다.

2-3줄의 줄거리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는 소설이라면, 그것 또한 좋은 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싶다. 간단히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401쪽의 페이지를 오직 한 사람 목소리, 오직 한 사람의, 독백으로 채우고 있다. 그는 말하고 또 말한다.

이 소설에서 관심이 가는 첫 번째 이야기는, 물론, 아무렴, 당연히, ‘성적 묘사’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으려 했던 이유이고,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이유이기도 하다. 28페이지 ‘인간이야 쥐야?’ 즈음에서, 나는 이 책이 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섬세하고 창조적인 묘사(책소개) 때문에 발표되자마자 문제작으로 지목되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말하는바, 이 책은 그렇게 야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이 책이 야하지 않다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게 내가 요즘 시간이 좀 된다.), 책 속에 드러난 성적인 집착은 ‘소년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때 소녀였으며, 현재는 성인 여성인 내가 읽기에, 이러한 과도한 성적 집착은 이해되기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는 거다. 이해되지도,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에 대한 묘사는, 내게 ‘야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어떤 감흥도 주지 않는다.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조금 웃기다. 화장실로 뛰어드는 앨릭스가 안타깝다.

두 번째로 이 책이 야하지 않은 이유는, 역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야한 장면이 제시되는 방식이 사춘기 소년이 원하는 대로 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405쪽, ‘옮긴이의 말’). 엄청나게 야한 책이 나왔다는 소문에 종로서적까지 진출, 자신과 친구의 용기를 그러모아 구입했던 책, 기쁨에 들떠 책을 들고 집에 왔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역자는 그 이유를 ‘실망’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기대와 달리 야하지 않았고, 사춘기 소년이 원하는 방식대로 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은 사춘기 소년이 읽기에도 이 책은 야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은, 이 책은 야하지 않다. 이 책은 빨간 책이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제일 중요한 의문은 이것이다.

자식에 대한 강박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 이것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가.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장녀이고, 시아버지와 시어머니의 장남과 결혼했다. 나는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낳았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자랐다. 이 전제는 이 책을 읽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 내가 한국에서 자랐다는 것, 내가 아이 둘의 엄마라는 사실 말이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길어서, 책으로도 쓸 수 있어요, 라고만 말하고 일단은 지나간다. 우리 엄마는, 내 엄마는, 보통의 평범한 한국 엄마다. 자식밖에 모르고, 희생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으며,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신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좋은 것을 자기 입에 넣는 것을 아까워하며 사셨고, 그리고 한평생을 개미 저리가라 부지런히 사셨다. 하지만, 결혼한 지 10년 이상 된 딸의 생활을 ‘간섭‘하신다. 친히, 몸소.

그래도 앨릭스의 어머니, 이 분만큼은 아니다.

“얘가 프렌치프라이를 먹는대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침내 ‘심장이 튀어나도록 울려고’ 주방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학교가 파한 다음 멜빈 와이너하고 가서 프렌치프라이를 처먹는대요. 잭, 당신이 말 좀 해요. 나는 쟤 어머니일 뿐이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쟤한테 얘기 좀 해요, 앨릭스,” 어머니가 주방을 살금살금 빠져나가는 내 쪽을 보며 힘주어 말합니다. “내 귀여운 아이야tateleh, 시작은 설사지만, 끝은 어떤지 아니? 너처럼 배가 민감한 애는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 볼 일을 보기 위해 비닐봉투를 차고 다녀야 돼!” (51쪽)

 

아들이 학교가 끝나고, 프렌치프라이를 사 먹었더니,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한다. 남편에게 자식의 비행을 고자질하고, 자식에게 경고한다. “나중에는 볼 일을 보기 위해 비닐봉투를 차고 다녀야 돼!”

유대인 가정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유대인들에게 불편하고, 가차없이 그들의 위선을 꼬집는 통에, 로스는 유대인 사회에서 ‘배반자’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사회의 제일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민 1세들의 삶이란 피곤하고 고단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자식의 ‘성공’이었다. 이민 2세들 또한 그러한 부모의 바람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부모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들이 대학으로, 주류 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간섭은, 자식의 삶에 대한 집착은 멈춰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식은, 언제나 ‘자식’, 여전히 ‘아직 어린 아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저는 서른셋이에요! 뉴욕 시 인간기회위원회의 부감독관이라고요! 법대를 일등으로 졸업했어요! 기억나세요? 내가 들어간 모든 학교를 다 일등으로 졸업했다고요! 스물다섯에 이미 미합중국 하원 소위원회의 특별 법률 고문이었다고요, 어머니! 미국 하원에서 말이에요!”

..... “하지만 우리한테는. 우리한테 넌 여전히 아기란다, 얘야.” 그다음에는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소피의 유명한 소곤거림이죠. 방 안의 모든 사람이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다 들을 수 있는 소곤거림입니다. 정말 사려 깊은 사람이에요.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뽀뽀해드려. 네 뽀뽀 한 번이면 세상이 바뀔 거야.” (163쪽)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집착을 견디지 못한 로널드 님킨.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거절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견디지 못 했고, 부모들은 죽어버린,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그를 이해하지 못 한다.

로널드 님킨의 자살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그의 어머니가 발견한 유서, 그 헐렁한 구속복, 깨끗하게 빨아 빳빳하게 다림질한 멋진 스포츠셔츠에 핀으로 꽂아둔 유서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죠. 거기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아세요? 알아맞혀 보세요. 로널드가 자기 엄마한테 보낸 마지막 메시지가 뭔지? 한 번 알아맞혀 보세요.

블루멘탈 부인이 전화했어요. 오늘밤 마작할 때 어머니가 적어둔 마작 규칙 좀 가져오래요.

                                                                                                          로널드

자, 마지막 한 방울까지 좋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예요. 착한 아이, 사려 깊은 아이, 친절하고 예의바르고 행실이 바른 아이, 어느 누구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는 멋진 유대인 아이가 바로 이런 아이인 겁니다. 고맙다고 말해야지, 얘야, 괜찮습니다 하고 말해야지, 얘야, 죄송합니다 하고 말해야지, 앨릭스, 죄송하다고 말하라니까! 사과해! 네, 그런데 뭐가 죄송하죠? (177쪽)

 

님킨 부인이 우리 집 주방에서 울고 있습니다. “왜? 왜? 그 아이가 우리한테 왜 이런 거예요? 들립니까? 우리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했느냐는 게 아니에요. 아니죠. 절대 그렇지 않죠. 그 반댑니다. 그 아이가 우리한테 왜 이러지? 우리한테!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그뿐 아니라 유명한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우리 팔다리라도 내주었을 텐데 말이에요! 정말이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눈이 멀 수 있는 걸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끝 간 데 없이 멍청한데도 살아갈 수 있는 걸까요? 이게 믿어지세요? (143-4쪽)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자신을 자신이게 하는 모든 그 모든 것들이 그를 옭죄었기에, 그는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고, 그리고 쾌락에 탐닉한다. 오랜 전통, 폐쇄적 민족관, 종교의 범위를 넘어 일상을 지배하는 오래된 관습에 그는 반항했다.

하지만, 그가 떨쳐내고자 하는 그 모든 것, 유대인의 코, 유대인의 특별한 생김새, 유대인의 억양을 그는 결코 떨쳐낼 수 없었다. 쾌락에 탐닉하는 그 순간, 집중하는 그 순간, 그는 잠시 그것을 잊어버릴 뿐이다.

로스의 책은 한국에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총 9권이며, 이 중에 『미국의 목가』와 『휴먼 스테인』은 2권으로 출간되었다.

 

 

 

 

 

 

 

 

 

 

 

 

 

 

 

 

뭐, 이런 걸 굳이~~ 하겠지만, 난, 뭐, 이런 걸 굳이! 한다.

오늘의 순위!

유령 퇴장 > 휴먼 스테인 > 포트노이의 불평 > 에브리맨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울분 >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의 목가

『미국의 목가』가 싫다는 게 아니다. 『미국의 목가』는 제일 훌륭한 작품이며, 동시에 제일 어려운 작품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40페이지 정도 남았고, 『전락』을 다 읽고 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진지하게 생각중이다.

네이선 주커먼을 사랑하는 나는, 주커먼 시리즈를 찾아보고 있으나, 이번주 교보문고에서 내가 찜한 이 책 『The Ghost Writer』가 영국에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영국은 참 먼데....

그게 안 되면, 이 책을 구입해야 한다. 재고가 있기는 한 건가. 참, 어쩔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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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5-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분과 에브리맨은 엄청 좋게 읽었는데 포트노의의 불평은 뭐지..했거든요. 그런데 단발머리님은 포트노이의 불평이 울분과 에브리맨을 앞서네요! 저는 울분>에브리맨>포트노이의 불평 입니다. 아직 다른 작품들은 읽지 않았어요. 집에 있는 게 확실한 작품이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와 [휴먼스테인] 이에요. 필립 로스에 빠진 단발머리님 좀 멋져요! 헤헷.

단발머리 2015-05-07 14:29   좋아요 0 | URL
아하.... 이런 거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순위. 다락방님 순위가 맘에 드네요^^
에브리맨도 좋았거든요. 근데 근래에 읽어서 포트노이가 더 큰 사랑을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필립 로스에 빠졌어요. 다 읽어갑니다. 신나구요.
9권 다 읽으면 영어로 읽어야 되는데....

10년 만에 다시 생각합니다. 그 때, 영어 좀 열심히 할걸.......

cyrus 2015-05-0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 로스의 작품으로 유일한 게 읽은 책이 ‘울분’이에요. 이 책이 2010년인가 나왔을 때 처음 읽었으니 꽤 오래 되었군요.

단발머리 2015-05-07 20:56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은 정말 일찍히 로스를 만나셨군요.
저는 작년말에 로스를 알아서요. 한 작가의 책을 막 찾아 읽는 정도로 부지런하지는 않은데, 로스 책은 찾아읽게 되네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예요*^^*

AgalmA 2015-05-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작품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의 주요 정서는 울분과 불만 같더군요.
미국 기성세대와 사회의 부조리함과 억압에 이의를 제기하고 항거하는 목소리랄까...

단발머리 2015-05-08 08:5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Agalma 님과 같은 생각 많이 했어요. 필립 로스를 `유대인 사회를 고발하는 유대인 작가` 로만 한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가끔은 기성세대에 대해서만 항거하는게 아니라, 유대인 자녀 세대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2015-05-09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벤져스 스페셜에디션(B+CD)

 

영화처럼 생생한 오디오 CD!! 마블 코믹스 최고의 인기시리즈를 영어 원서로 만나보세요!

세이펜 스티커가 포함되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출판사 : Marvel & Language World

- 판형 및 크기 : 하드커버, 225*278mm

- 페이지수 : 각 권 32~48 페이지

- 도서 구성 : AVENGERS: ASSEMBLE! (B+CD)
                 RETURN OF THE FIRST AVENGER (B+CD)
                 THE KREE-SKRULL WAR (B+CD)
                 THE STORY OF THE AVENGERS (B+CD)
                 THESE ARE THE AVENGERS (B+CD)

 

 

[ 서평단 모집 ]

 

1. 서평도서 : 어벤져스 스페셜에디션(Book&CD) 5종 중, 랜덤 1권

  AVENGERS: ASSEMBLE! (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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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STORY OF THE AVENGERS (B+CD)
  THESE ARE THE AVENGERS (B+CD)

 

2. 모집기간 : 4월 27일 ~ 5월 6일

3. 모집인원 : 10명 (추천대상 : 초등학생)

 

4. 참여방법 (필수)

  - 이벤트 페이지를 본인 블로그 또는 SNS에 스크랩해주세요

  - 스크랩 주소(URL)와 함께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5. 당첨자 발표 : 5월 7일(목)

 

 

 

THE STORY OF THE AVENGERS 중에서..

 

 

 

THE KREE-SKRULL WA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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