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양], 있어 보이는 책

평생을 가도 읽게 되지 않을, 읽을 법 하지 않을 책을 대출했다. 알라딘서재에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아, 책이 너무 있어보인다.’

어렵고 중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을 읽는 사람이 지적으로 변하는 건 아닐 테다. 하지만, 척 봐도 쉽게 읽혀지지 않을 것 같은 책을 쉽게 편안하게 읽어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은 너무 ‘있어 보인다’ 혹은 ‘똑똑해 보인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딱 그랬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 책이었고, 그래서 읽게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도서관 신착도서칸에 잘 정리되어 있어, 대출을 하고 읽기 시작했다. 앞부분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외계인이라니...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있어 보인다. 아니지, 모양 난다.

 

2. [대성당]과 [남해금산]

 

 

 

 

 

 

친구가 책을 사 준다고 했다. 나는 계속 괜찮다고 했는데, 친구는 계속 책이름을 말하라고 했다. 카톡으로 내가 사고 싶었으나 아직 사지 못한 책, 두 권의 사진을 보냈다.

친구가 말했다. “너가 넘 고급져 보여. 너가 나의 친구라니 뿌듯하다.”

내가 답했다. “자랑스럽고 따뜻한 사람이 될게....”

친구가 말했다. “지금도 그려 ㅋㅋㅋ”

교과서 빼고는 읽은 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친구는, 대학교 4학년 때 만났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내게 빌려서 다 읽고 나서는, 새 책을 사서 책장에 고이 꽂아두는걸 좋아라 했다. 사람이, 책을 많이 읽지 않아도 삶에 대한 직관과 통찰력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됐다.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곳은 알라딘서재라, 나는 안다. 뭐, 이런 이야기를...

위의 두 책은 말 그대로 베스트셀러에 속하는 책들이다. 좋은 소설이고, 좋은 시집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많이 읽히는 책들이다. 책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보았고, 알았으며, 이미 읽었을만한 책들이라는 거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하루 평균 독서시간이 23.5분이다. 성인 10명 중 3명은 일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내가 하루키를 읽으면, 음, 하루키 책은 다 읽었지. 내가 밀란 쿤데라를 읽으면, 음, 밀란 쿤데라도 다 찾아 읽었지. [정체성] 이건 못 보던거네, 하는 H언니를 제외하고는, 내 주위 사람들은 대체로 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승우의 신간이 나온 것을 모르고, 고병권의 문장이 좋다는 걸 모르고, 대성당의 저자가 ‘레이몬드 카버’인지 모르고, [남해금산]이 시집 제목인지도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다.

[대성당]과 [남해금산]을 읽는 나를 ‘고급지다’고 생각하는 내 친구가, 보통의 사람, 그냥 평범한 사람이란 얘기다. 하지만, 친구에게서 ‘고급지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기쁘기도 하고, 조금 우쭐해지기도 했다.

그래, 내가 책 좀 읽지.

[모양]과 [대성당], 그리고 [남해금산]을 앞에 두고 하는 생각이다.

“모양 나는군”에 더하여 “고급져 보이기"까지 한다.

전체적으로는 '고급진 모양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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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8-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해금산이 시집인 줄 몰랐으며, 저 모양이란 책도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단발머리님이 고급져 보인다는 겁니다!!

단발머리 2014-08-08 18:42   좋아요 0 | URL
아하하.... 너무 부끄럽습니다.
다락방님이 고급져 보인다니, 완전 으쓱합니다.
고급져 보이는 걸 넘어서서, 실제로도 고급스러워지도록 노력하겠....... 사와요~~~^^

icaru 2014-08-0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모양, 이라는 책 참말 고급져보여요! 저렇게 뭐랄까요? 미시사라고 하나, 모양이면 모양, 의자면 의자 나무면 나무,., ㅎ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길게~~~ 세밀하게 넓고 깊고 자세하게 풀어쓰는 작가도 그렇고, 그런 걸 즐겨 읽는 독자층도 그렇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성복은,, 시인 김수영을 닮지 않았나요? 외모가? 눈이 퀭~
저도 이성복의 시를 찾아 읽었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 시 하나에 꽂혀서요.
제목도 기억 안나고,, 내용은

비오는 날?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본래는 내가 저 속(음악)에서 살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그리고, 책 안 읽어도 통찰력 있는 사람이야기 대박 공감해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4-08-08 18: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내용도 완전 고급져서 조금 읽어보니, 금방 현기증이 납니다. @@ 슬쩍 훑어본 내용중에는, '얼룩말'이야기가 주의집중되더라구요.

저도, 이성복 시인 외모 좋아하지만, 그래도 김수영에.... 김수영 시인은 참, 당시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아름다운 외모인것 같아요. 사람이 좀, 부족한게 있어야지, 너무 이기적입니다.

아무개 2014-08-08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성당 리뷰 기대합니다요
전 이책이 어디가 왜 좋은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고급져보이는 단발머리님의 리뷰는 어떨지
궁금해요 ^^

단발머리 2014-08-08 18:49   좋아요 0 | URL
아.... 아무개님이 모르시면, 저도 모른다는데 일단 한 표를 던지구요. 그래도 읽어보고는 싶어요.
김연수의 번역이니 더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리뷰는 쓰게 되겠지만, 기대는 말아주시구요. 궁금은 해 주세요~~^^

2014-08-08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09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은, 금요일 오전 11시 37분이다.

아니다. 화장실 다녀와서 물 한잔 마시고 나니, 지금은 오전 11시 46분이다. 아롱이는 12시 20분쯤 수업이 끝나고, 걸어서 집으로 오는데 대략 1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집 앞에서 같은 아파트 사는 아이들과 장난과 놀림을 5분 정도 반복하다가 집으로 들어오는데 그 시간이 12시 35분에서 40분 사이이다. 나는 결정해야 한다.

청소기를 돌릴 것이냐, 아니면 이 페이퍼를 마저 쓸 것이냐.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을 분 단위로 사는 것이냐.

나는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놓고, 두꺼운 책을 읽는 삶을 동경해 왔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바램도 시들해졌다.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없어서가 아니다. 요즘엔 아파트 근처 동네에도 나름 근사한 커피숍이 많다.

내가 진짜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건, 출근할 직장이 있고, 밀려있는 업무가 있고, 그런 어떤 1인이 여가 시간에, 퇴근 후 시간에, 혹은 출근 전 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스타벅스를 들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니까 말이다. (갑자기, 어여쁜 어떤 1인이 생각난다. 출근할 직장이 있고, 맡겨진 업무가 있고, 그리고 출근 전에 스벅에 잠깐 들러 읽던 책을 마저 읽는 이 말이다. 참, 샌드위치도 먹어야 한다. 그래야 그림이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식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아직 아침 설거지도 하지 못한 나는, 다시 고민에 빠진다. 청소기를 돌릴 것인가, 이 페이퍼를 마저 쓸 것인가. 아롱이가 돌아오려면 35 더하기 9, 이제 44분이 남았다. ...

35 더하기 5, 이제 40분 남았다.

......

저자 노명우는 ‘사회학, 전문가 집단의 호사스러운 말잔치가 만들어 낸 신기루' 쪽에 서 있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이다. (6쪽)

 

 

 

 

 

’자전적 사회학‘의 실현이라 할 만한 첫 번째 책,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 이어, 이 책은 한 사회학자의 세상 경험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자, 자기도 모르는 채 세속의 사회학자였던 세상 사람들의 경험이 하나로 묶이는 공간(8쪽)으로서 기능한다. 재미있고, 유익하며, 생각할 거리를 주고, 용기 없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1. 강력한 유혹, 명품

피라미드의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흉내 내는 속도보다, 저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유행의 스피드가 늘 더 빠르기 때문이다. 부자들만 진짜 위스키를 마시고 다른 사람들은 양주 흉내를 내는 싸구려 기타제재주를 마실 때는 괜찮다. 위스키가 대중화돼 부자들만 맛보던 위스키를 모두가 마시기 시작하자마자 부자들은 12년산 위스키를 찾고, 12년산 위스키를 흉내 내면 21년산이 등장한다. 2층 양옥집에 살던 부자를 따라서 평생 모든 돈으로 양옥집을 지으면 부자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그들을 따라 아파트로 이사하면 부자는 타운하우스로 거처를 옮긴다. (38쪽)

명품이라는 훈장은 내가 성공했음을, 내가 돈이 있음을 전하는 메시지다. 자본주의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훈장 따위에 아예 관심도 없다. 하지만 한쪽 발은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다른 한쪽 발은 욕심을 충족시켜 줄 만한 돈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딛고 있는 중산층이 가장 가련하다. 중산층은 럭셔리 유행을 따라 하기에는 돈이 너무나 부족하고, 유행과 거리를 두기에는 자본주의의 훈장이 너무도 탐이 난다. (39쪽)

명품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다. 예전에 ‘한국의 명품 열풍’에 대한 글을 읽었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였던 것 같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명품은 과시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 때 마침, 명품 세계에 눈뜬 내가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주었는데, 친구는 크게 실망하며,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진심으로 기분 나빠했다. 실상 나는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건 명품에 대한 내 사랑이, 김어준에 대한 내 신뢰보다 더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김어준을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그 때 당시로서는 이제 막 시작된 명품에 대한 사랑이 가히 콩깍지 수준이었다는 거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논리가 더 논리적이었다거나, 내가 저자 노명우를 김어준보다 더 신뢰하거나 말거나의 의미와 상관 없이, 나는 집에 있는 얼마 안 되는 명품백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그야말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버렸다. 맞아, 그래. 여기에서 시작된 생각은 아, 그래 진짜 이건 아니다,로 발전했고, 급기야는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명품백을 부끄러운 과거로까지 여기게 되었다. 사실 나는 명품백이 많은 것도 아니고, 또 비싼 것들도 아닌데 말이다. 많이 메고 다녀 이제 팔 수도 없는데, 모두 엄마를 줘버려? 

이런 생각 이면에는, 더 큰 걱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건 믿을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한 것이다. 명품 가방 엄마 다 줘버리고, 그리고 나서 또 ‘검색-고민-결정-구매’의 늪에 빠져버리면 어쩌나.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는 ‘나’와 명품을 좋아하는 ‘나’는 ‘나’라는 하나의 인격체 안에 살고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맞아!” 하는 내가, “히야, 저거 진짜 이쁘다!”하는 나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거다. 그럴 수 있겠느냐는 거다.

2. 달콤한 유혹, 자기계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위인전을 아동문학으로 취급한다. 위인전을 읽고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돈의 힘을, 그리고 그 힘이 제공하는 돈맛을 알게 되면 위인전을 덮는다. 위인전을 덮은 어른들이 찾는 책, 그 책을 부르는 일반명사가 자기계발서이다. (121쪽)

[자조론]은 성공과 실패를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는다는 자기계발 장르의 두 번째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성공과 실패는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결과이다. 사회과학이 아프리카 저발전국에서 스티브 잡스가 등장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자기계발서의 장르 규칙에 따르면 그건 핑계다. 스티븐 잡스는 사회 환경의 차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현할 수 있다. 단 전제가 있다.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125쪽)

믿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니다, 정확히는 간절히, 진심으로 믿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노력한 사람들이고,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간절히 바랬던 사람들이다. 실패한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고, 그리고 자신의 성공을 의심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믿음이 확산될수록 사회구조에 대한 개선이나 변혁은 있을 수 없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인생사에서 불행과 행복은 오직 개인, 그 자신에게만 달려있을 뿐이다.

열심히 살고, 또 열심히 일했지만, 가족이 병을 얻어 2-3년의 투병생활로 가정이 해체되어 가더라도, 그 잘못은 그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돈을 저금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잘못이다. 모두 다, 개인의 잘못이다.

3. 그냥 유혹, 섹스

성욕은 기본적으로 휘발적이다. 연애 감정 역시 한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성욕과 연애 감정이 섹스라는 행위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조우하지만, 불꽃처럼 아름다운 오르가슴의 순간은 불행히도 지속될 수 없다. 모든 폭발적인 것은 동시에 휘발적이기도 하다. 충동적인 성욕과 한 개인이 타인과의 합일을 꾀하는 사랑이 조우하여 빚어내는, 에리히 프롬이 언급했던 에로스의 모순에 그들은 노출된다. 에로스는 “흔히 사랑에 ‘빠진다’는 폭발적인 경험, 곧 그 순간까지도 낯선 두 사람 사이에 있던 장벽이 갑자기 무너져버리는 경험과 혼동된다. 그러나 …… 갑작스럽게 친밀해지는 이러한 경험은 본질적으로 오래가지 못한다.” (162쪽)

섹스를 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세대, 섹스가 곧 결혼 약속이 아닌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섹스는 일상적인 요소가 된 것만큼이나 관계의 지속성 불안을 유발하는 근심거리이다. (163쪽)

섹스가 더 이상 금기시되지 않는 시대라는 건, 맞는 말이다. 섹스가 결혼 약속이 아니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런 시대다. 요는 본질적으로 오래가지 못 하는 이러한 정체불명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연애 중’인 남녀의 일상적 요소가 되어버린 ‘섹스‘와 결합했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는 거다. 그것이 무엇이냐.

 

아는 만큼 읽히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불안, 종교, 취미, 자살, 노동과 게으름에 대한 글도 모두 좋았는데, 위의 3개 주제가 잘 읽히고, 잘 보였다. 더 잘 보고, 더 잘 읽기 위해 아래의 책들을 나 자신에게 추천한다.

 

 

 

 

 

 

 

 

 

 

지금은 10시 26분이다. 오늘은 화요일이고, 역시나 아직 아침 먹은 설거지를 하지 못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다.

스벅에서 샌드위치랑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하고, 식탁에서 카누 커피 한 잔 해야겠다.

암튼 기분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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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2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07-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은 식탁에서 책을 읽고 페이퍼를 쓰기도 하고 그래요. 또 어떤 때는 거실이나 방에다 상 펴놓고 놋북 올려놓고 하기도 하고요. ㅎㅎㅎ 스벅에서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고 책을 조금 읽다 회사로 출근하는 1人을 저도 알고 있는데, 제가 알고 있는 1人은 어여쁘진 않습니다. ㅎㅎ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저도 찜해놓고 있어요. 읽으면서 엄청나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요. 그쵸?
단발머리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헤헷

저는 요즘 회사근처 식당에서 오픈 기념으로 준 장바구니를 핸드백 대신 들고 다니는데 실밥이 풀어지고 있어요. 하아- 이젠 비닐봉지로 바꿔서 들고 다닐까, 생각중이에요. -0-

단발머리 2014-07-22 13:42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러시군요. 저도 주로 식탁에서, 책을 읽고, 리뷰를 써요. 쓰다가, 밥 먹을 때, 책 치우고, 밥 먹고 나서 반찬그릇 치우고, 노트북 놓고 하는게, 좀 귀찮기는 합니다. 저도 거실에 상 펼까 합니다^^

스벅에서 커피 마시고 샌드위치도 먹고 책을 조금 읽다 회사로 출근하는, 제가 아는 1인은 매우 어여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실물은 못 봤지만, 오똑한 코에 앵두같은 입술이라고 합니다.

비닐봉지는, 난 반대합니다 *^^*

아무개 2014-07-2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큼..
단발머리님의 명품의 문제는 제게 육식의 문제와 같지 않나 싶네요.
머리로는 아니야!지만 어느 순간 사고 있거나 먹고 있고. 그런 내가 맘에 안들고 뭐 그런....

2.오호 다락님 입술이 앵두같다던가요?
오호...기억이...기억이.................................................안남.





단발머리 2014-07-23 08:30   좋아요 0 | URL
1. 머리로는 아니라는게 이번 책에서 완전 확실해졌는데요. 저도 이 '어느 순간'이 무서워요.
게다가, 육식은.... 오호... 안 되겠는데요^^

2. 잘 아시겠지만, 원래 실제로 본 사람보다 보지 못한 사람의 상상력이.....
미국 안 갔다온 사람이, 미국 갔다 온 사람앞에서.... ㅋㅎㅎ

세실 2014-07-2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하는 직장인이지만 매일 땡순이인지라.....
스벅에서 커피마시고 샌드위치도 먹으면서 책 한줄이라도 읽을 여유가 없답니다.
아참 스벅도 없어요. ㅎㅎㅎ
이 동네 모닝커피 파는데는 있나 모르겠네요^^

단발머리 2014-07-23 08:31   좋아요 0 | URL
으흐흐, 세실님~~ 땡순이시군요.

뭐, 사실 그런 생각도 많이 들어요.
내가 진짜 부러운건, 스벅에 들려 책을 읽고 출근하는게 아니라, 출근인가?
내가 바라는게 출근인가, 이런 생각이요.

갑자기, 땡순이 시절이 부러워진 단발머리였습니다^^

북극곰 2014-07-23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가 오기 전 시계를 보면서 뭔가 다급해지는 건 저뿐만이 아니었네요. 딴짓하다가 저녁때가 되고 남편이 올 때가 되면 또 다급해지지요. 청소 안 한거 티날까봐.... ㅋㅎㅎ 단발머리님 저 상황 너무 공감되어요! ㅜㅜ

단발머리 2014-07-24 16:31   좋아요 0 | URL
북극곰님도 그러셔요~~ 저는 매일매일이 분과 초와의 전쟁이예요.
아이들이 학교간 직후 8시 20분부터 11시까지는 나름 한가하고 우아한데요,
왜, 11시 10분부터는 시간이 이렇게 잘 가나요~~~
게다가 내일부터 아이들 방학이라...
흠... 심호흡 들어갑니다~~~

페크pek0501 2014-07-2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공간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책상을 버렸는데(헌 책상이기도 했고) 4년 전에 다시 책상을 샀답니다.
식탁에 앉아 노트북에 글 쓰자니 밥 먹을 때마다 치우기 불편해서 말이죠.
책상 사면 유리를 깔아야 돼서 아예 유리로 된 책상을 샀어요. 원래 신혼부부의 식탁으로 나온 거라고 하더군요.
유리에다 매트만 깔면 끝~
정사각형인데 예뻐서 만족스러워요.
유리로 된 책상, 추천합니다.

바퀴가 달린 책상도 있더라고요. 크기도 작고 이러저리 끌고 다닐 수 있어 책상 둘 공간이 없다면
이런 책상도 좋을 것 같아요.
바퀴 달린 것으로 살까, 망설였던 기억이 있어요. - 인터넷 검색 해 봤죠.

책상 하나 마련하고 어찌나 기뻤던지... 침대 옆에 놨어요. 지금도 보면 흐뭇합니다. ^^

쓸데없이 책상에 대한 얘기만 하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14-07-24 16:36   좋아요 0 | URL
신혼부부 식탁이요... 완전 좋은 생각인데요.
유리로 된 책상이 1번이구요, 바퀴가 달린 책상은 2번이요.
저도 바로 검색 들어갈려구요!

페크님 글 읽다보니, 갑자기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나는 거 있죠.
페크님 버전으로는,

글 쓰는 사람에겐 자기만의 방과 책상이 필요하다.
괜찮나요? ㅋㅎㅎㅎㅎ

순오기 2014-07-29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전업주부는 누리지 못하고....ㅠ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로망은 현재형으로 지속.... ^^

단발머리 2014-07-30 20:07   좋아요 0 | URL
넹, 맞아요.
저는 직장인이 가지고 있는 걸 많이 부러워하는데요.
특히, 업무와 그 보상을 부러워합니다. 저에게도 현재형이요~~

icaru 2014-07-3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 종교, 취미, 자살, 노동과 게으름에 대한 글.. 캬~ 저도 흥미 동하는 주제들인데요!!!
제가 체스에 미쳐 알라딘 살이를 등한히하던 사이에 주옥같은 텍스트들을 왕창 올려 주셨다는 ㅎㅎ

참,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지식인 서재 주철환 편에서 추천도서로 봤었는데,, 젊은 감각의 책일 거 같다는요~~ ㅎ

단발머리 2014-08-01 14:3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있어요. 맞아요, 젊은 감각^^

아직 주옥같지는 않지만, 앞으로 주옥같은 텍스트를 올려야지, 다짐하는 단발머리가 체스에 정통하신 icaru님께 체스 한 판 승부를 청할테니,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ㅋㅎㅎㅎ
 

 

 

 

 

 

1. 재미있는 이야기

원래 읽으려 했던 책은 [고래]였다.

내가 이용하는 지역 도서관은 모두 6곳인데, 한 곳에서 5권씩 모두 30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 3곳만을 이용했는데, 이용이 소원했던 도서관에서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구입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상호대차로 [고래]를 신청하고 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과천 과학관에 갔던 날, 가져갔던 책이 너무 지루해 아이패드에 저장되어 있는 ebook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읽게 됐다. 후에는 책으로 읽게 되었는데, 두꺼운 책 두 권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 혼자 있으면 심심하다고 느끼지만, 요즘에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는 스마트폰이 있어, 실제로 혼자라는 느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연인이 마주 하고 있어도, 친구를 만났어도 다들 자기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럴거면 왜 만나는 건지.... 묻고 싶다.

나는 핸드폰이 2G라 혼자 있을 때 혼자라고 느끼는데, 소설을 읽고 있으면 혼자라도 심심하지 않다. 이 책처럼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혼자 키득거리며 책을 읽어가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읽고 있는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이런 문장을 써내려간 작가는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그런 생각 말이다.

그리고 10분이 멀다하고 집으로 뻔질나게 전화를 해보더니 급기야 쑥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래도 말도 안 하고 나오는 바람에 곱창녀가 잔뜩 화가 난 것 같다며, 아무래도 임신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 것 같다며, 아무래도 더 늦게 들어갔다가는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아무래도 삼촌은 어리니까 이해를 못하겠지만 나중에 여자가 생기면 자신의 마음을 다 알게 될 거라며, 그러니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빨리 순대라도 사들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1권, 229쪽)

 

그는 한동안 침을 튀기며 으악새 배우로 사는 것에 대한 서러움과 전망의 부재,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개발도상국의 척박한 문화 환경에 대한 개탄과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성토, 그러다 뜬금없이 마누라의 구박과 절대 일찍 장가갈 생각하지 말라는 애잔한 충고, 그러다 또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그때 마누라가 임신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회한과 만일 자신이 오디션에 참가했으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을 거라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신감, 그래서 또 할리우드 가서 말론 브란도 만나고 비비안 리 만났다는 바로 그 얘기! (2권, 30쪽)

 

이들은 활동 근거지에 따라 삼거리파, 사거리파, 오거리파, 중앙시장파, 종점파 등으로 나뉘어 싸웠는데 여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이거파와 라이온파, 타이거파와 라이온파가 연합한 라이거파, 라이거파에 반기를 든 신라이거파, 그 모든 파들이 다시 헤쳐모인 범라이거파가 전쟁에 합세했고 또 여기에 토끼가 헤체한 역전파에 향수를 가진 논두렁건달들이 모여서 만든 구역전파, 신역전파, 신구연합역전파, 범역전파 등 온갖 조직들이 난립해 활개를 쳤다. (1권, 380쪽)

 

이렇게 재미있는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물론, 작가 자신이다. 따라서 이 글을 읽고 제일 먼저 웃음 지은 사람도, 킥킥거린 사람도 바로 글쓴이 자신일 것이다. 제일 먼저 웃는 사람은 글쓴이다.

2. 사람, 사람들

삼촌, 이소룡이기를 원하나 실제로는 무협영화 으악새 배우. 나, 자신없고, 할 줄 아는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는 보통사람. 종태, 이오를 잃고 가정의 비극을 온 몸에 지고 살아야했던 건달. 원정, 너무 큰 가슴 때문에 사랑받고 버림받았던 불운의 여배우. 마사장, 배신한 사랑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순정의 여인. 칼판장, 사랑까지 외면하는 진정한 자유인이자 거짓말 고수. 도치, 호떡 100개를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워낼 수 있는 불굴의 땅딸보. 토끼, 토끼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 폭력배 두목. 오순, 독극물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여고생. 역마, 사형선고와 곡갱이자루.

이 책에는 의도하지 않게 역사의 격랑 속에서 얽히고 섥히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이라는 가정은 이들의 불행 앞에서 너무나 사치스러울 뿐이다. 특히, 이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아팠다.

삼청교육대에 대한 부분은, ‘삼청교육대’라는 단어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삼청교육대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 가장 ‘쎈 이야기’는 아래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텔레비전 뉴스 화면에서 위통을 벗어부친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어깨에 무거운 봉을 메고 체조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들은 사회악 일소를 목적으로 검거된 범죄자와 불량배들로 순화교육을 받는 삼청교육대원들이라고 했다. 하나같이 흉악한 인상에 온 몸에 문신을 하고 있어 한눈에 딱 봐도 사회악이라는 단어에 걸맞는 몰골들이어서 반드시 순화와 정화가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뜩한 두려움이 들게 하는 한편, 이제야 뭔가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구나, 하는 뿌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런 애매한 양가감정이 우리가 처음 목격한 죽음의 순화교육, 삼청교육대의 첫인상이었다. (1권, 294쪽)

 

불량스러워 보이는 사람들, 혐오감을 주는 사람들, 불쾌감을 주는 사람들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갈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외모가 불순하고, 언행이 불량스럽기 때문이다. 말로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모습 자체로도 자신들에게 위화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끌려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과가 없는 사람들이고, 노숙자들처럼 사회 안전망 밖에 있는 약자들이었고, 더 많은 숫자는 반정부 시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었다. ‘교화’와 ‘사회 정의’를 앞세워 자신들의 정권 안위를 보장하려했던 수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행태가 가능했던 것은 일반인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놈들은 혼 좀 나야된다느니, 저런 놈들은 따끔한 맛을 봐야 된다느니. 사람들의 이런 생각이 ‘삼청교육대’라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지옥을 현실에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악의 없는 생각들이, 보통보다 조금 더 못된 사람들을 지옥으로 떠민 것이다.

3. 영화 vs 영화

제목를 보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바로 연상된다. 자동이다.

으악새 배우 삼촌이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무협영화이다. <사대소림사>, <소림대사>, <남소림 북태권>, <기문사육방>, <마검야도>, <소림사 용팔이>.

몸 전체가 에로틱한 원정이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에로물이다. <먹다 버린 능금>, <차라리 불덩이가 되리라>, <몸 전체로 사랑을>.

4. 행복해 하면서 쓰다

이 소설을 즐겁게 썼을거라는 내 예상은 맞았다. 더 정확히는 ‘행복해 하면서’이다.

그러다 봄이 오면서 난생 처음 노트북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가서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원처럼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하듯 카페에 가서 언제나 똑같은 커피를 주문하곤 했지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말소리와 웃음소리 사이로 Laura Fygi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 같은 달콤한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말입니다. 오후의 햇살은 따뜻했고 담배 연기가 떠다니는 카페에서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자주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말, 372쪽)

 

깊은 산 속 동굴 속에서, 새하얀 손수건에 각혈을 토해가며 써 내려간 이야기도 아름답고 소중하지만, 작가 자신이 행복해하며 써내려간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소설 쓰는 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달콤한 추억 하나가 되었다고 작가가 말한다면, 나도 이렇게 말한다.

이 두 권의 소설을 읽었던 그 시간이 제게 행복한 추억이 되었어요. 고마워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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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4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7-1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고래>를 먼저 읽었는데 생각보다 기대이하여서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아무런 기대없이 읽었는데
아 ...정말 눈물콧물나게 재미있었어요.

2.알라딘 알기전에는 저도 주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는데
알라딘의 마수에 걸린뒤로 굳이 사지 않아도 될 책들까지 구매를 ㅜ..ㅜ


단발머리 2014-07-14 13:09   좋아요 0 | URL
1. 저는 지금 목전에 <고래>를 두고 재미난 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개님은 <나의 삼촌>이 재미있으셨군요. 저도 눈물 쪼금 났어요. 저기 위에 이오랑 이오새끼가 불쌍하게 죽을 때요.

2. 사실 저는, 책을 거의 안 사고,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거든요. 아시겠지만, 필요한 책 신청하면 거의 다 사주니까요. 그런데, 저도 알라딘생활이 조금 되니까, 책이 빨리 읽고 싶기도 하고, 이놈의 선물들이 너무 예쁘고, 알차서.... 신랑이 그 노트로 넌, 도대체 뭐할거냐,고 자꾸 물어요.

방금 이승우님 신작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5만원을 채워야 하기에.... 딸롱이의 도움을 받아야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맘도 그래요. T.T

다락방 2014-07-17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재미있겠다. 저도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14-07-17 13:33   좋아요 0 | URL
정말, 정말 재미있어요~~ ^^
삼청교육대 부분은 제가 잘 모르던 거라서, 무척 새롭더라구요. 영화사 변천 이야기도 재미있구요. 평범한 못난이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고, 국회의원이 될 수 있나 그런 이야기도 있구요.
전 좋았어요~~
 

 

1.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파초 화상이 대중들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있다면, 너희에게 주장자를 주겠다. 너희에게 주장자가 없다면, 너희에게서 주장자를 빼앗을 것이다. ”

<<무문관>> 44회, ‘파초주장’

주장자가 있다는 오만도, 그리고 주장자가 없다는 절망도 모두 집착일 뿐입니다. 지금 파초 스님이 주장자로 날려 버리려고 했던 것은 바로 무엇인가 있다는 오만과 무엇인가가 없다는 절망이었던 셈입니다. (59쪽)

 

신주 책 전용 볼펜을 꺼내들고 아껴가며 읽고 있다. 책이 두꺼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불성’, 혹은 ‘본래면목’을 실현한 사람을 상징하는 큰 지팡이, 주장자. 주장자가 있는 자에게 주장자를 준다는 건, ‘지금 너희에게는 주장자가 없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함, 이라고 한다. (52쪽) 그렇다면, ‘주장자가 없는 자에게서 주장자를 빼앗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주장자가 없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주장자가 있다는 오만과 주장자가 없다는 절망. 두 가지 다, 깨달음에 대한 열망, 불성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2. [세상물정의 사회학]

어떤 프랜차이즈이든 개개인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독립 가게를 운영하는 것보다는 표준화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건 더 안전한, 그리고 예측 가능하고 계산 가능한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어이없는 풍경을 빚어낸다. 어느 도시에서나 스타벅스 옆에는 커피빈이, 던킨도너츠 앞에는 미스터도넛이, 둘둘치킨 옆에는 굽네치킨이, 김밥천국 곁에는 김가네김밥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하나하나의 합리성이 모여 비합리성을 연출하는 순간이다. (51쪽)

 

 다락방님의 페이퍼와 아무개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제목은 약간 딱딱한 면이 없지 않지만,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명품, 럭셔리라는 마법의 수수께끼’가 인상깊었는데, 몇 년간 계속된 나의 명품 애호가 심한 타격을 입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3. [미국의 목가 1, 2]

 

 

 

 

형이라는 사람은 늘 온건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남의 감정을 다치게 할 것 같으면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타협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자족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상황의 밝은 면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야. 예의 바른 사람이지. ... 하긴 뭐, 형 딸이 형 대신 침을 뱉고 있네, 안 그래? 네 사람? 형 딸이 예절을 단단히 혼내줬네.“ (2권, 69쪽)

예의바른 형, 스위드의 하나 뿐인 딸이 괴물로 변해버렸다. 예절을 혼내주고 있다. 2권의 앞부분인데 아직도 그 직접적인 이유가 나오지 않아 너무 궁금하다. 완벽하게 행복한 가정이 이렇게까지 파괴된 이유는 무엇일까?

 

4.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정여울의 책을 좋아한다. 젊은 사람이 (나보다는 많겠지만...) 열심히 쓰고 또 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작년에 출간된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이 크게 히트하더니, 최근에는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 10]이 출간됐다. 책으로 묶을 수 있을만한 여행 경험과 그것을 풀어낼만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게, 부럽다.

갑자기 한 구절이 생각나, 책을 찾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책들이 많은데, 어제 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정여울의 책이, 집에 있어서, 찾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재능의 유일한 비결은 매일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조차도, 심지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꿈속에서도,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타오르는 열정 때문에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것. 그리하여 아름다운 재능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대한 무구한 ‘집중’에서 우러나온다. (81쪽)

매일매일 그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이 재능의 비결이라고 정여울이 말했다. 필요한 것은 ‘매일’과 ‘자리’. 일단 ‘매일’은 금방 찾을 수 있을 듯 하니, ‘자리’를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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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7-0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미국의 목가를 사야겠습니다. 이번 7월 구매에 포함해야겠어요. 불끈!
아울러 저 정여울의 책도 말이지요. <내가 사랑한 유럽>을 읽었더니 <나만 알고싶은 유럽>까지 읽지 않아도 좋을것 같아 그다지 관심이 가질 않아요.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사야겠어요. 그렇지만 집에 <마음의 서재>인가 하는 그 책 있는데...안읽었는데..Orz

단발머리 2014-07-03 12:08   좋아요 0 | URL
아하.... 다락방님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이 책이 필립 로스 첫 번째 책이거든요. 완전 신세계예요. 그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더라구요. 전 빨리 책 못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술술 넘어가네요.

저는 <유럽 시리즈>를 갖고 싶어요.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라는 문구에 완전 꽂혔거든요. 그런데 다락방님 이렇게 구매 많이 하시면, 다락방님 다른 책들이 안녕하시겠어요?ㅎㅎ

2014-07-0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3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4-07-03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오호~ 강신주 책 전용 볼펜은 어떤것인가요?
언제 사진 찍어서 올려주시면 안되요? 왠지 궁금해요 @..@
저는 오로지 강신주의 <제자백가 시리즈>만 목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요~

2.철학자가 보는 사회와 사회학자가 보는 사회가 정말 많이 다른거 같지요?
여기저기 여러번 가슴 쿡쿡 찔리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꺼에요. ^^


3.필립 로스의 <울분>을 아마도 다락님의 서재에서 보고 읽게 된거 같은데
아쉽게도 저는 아직 그 매력에 빠지질 못했네요.

4.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 <잘있지 말아요>, <마음의 서재> 이렇게 읽었는데
참 괜찮더라구요. 이렇게 글 쓸수 있으면 좋겠다...하고 부럽기도 했구요.



단발머리 2014-07-03 16:51   좋아요 0 | URL
1. 강신주 책 전용 볼펜은 특별한게 아니구요. (갑자기 특별한 볼펜을 준비하고 싶어지네용~~)
저는 볼펜으로 줄을 그으면서 읽는데, 약간 두껍게 그어지는게 좋더라구요. 담에 사진 한 번 올리고 싶은데, 그전에 볼펜을 좀 더 근사한 걸로 교체할까봐요^^
저도 강신주의 <제자백가 시리즈> 기다리고 있는데, 출판사에 전화 한 번 넣어볼까요? ㅎㅎ

2. 그러게요. 이 책은 재미있는데다가 다른 관점을 엿볼 수 있어 아주 좋더라구요.
저는 더 이상은 쿡쿡 찔릴수가 없어요. 이미 '명품'편에서 완전 너덜너덜했졌습니다.

3. 저는 이 책이 필립 로스 첫번째 책인데요. 아하, 이런 별세계가 있구나 싶어요. 전 사실 안 읽은 책이 아주 많고, 그래서 지금부터 읽어야한다면 고전 쪽으로 읽고 싶거든요. 좋은 작품을 선별할만한 안목이 없어서요.
그런데, <미국의 목가>는 제 스타일이네요. 필립 로스의 <미국 시리즈>에 도전해볼까 하고 있어요.

4. 저는 <마음의 서재>를 읽었고, <잘있지 말아요>는 중간에 도서관 반납 때문에...
정여울의 여행기가 연타석 홈런 같더라구요. 잘 쓰고, 행복하고, 잘 팔리고.... 완전 멋지고, 부러워요.

그렇게혜윰 2014-07-0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씨는 책이 너무 자주...ㅋㅋ 정여울 평론가에 대한 생각에 공감해요 젊은 사람이 ... 말하고 나니 팔십먹은 노인인듯ㅋ

단발머리 2014-07-04 08:3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텀이 좀 짧은 감이 있지요. 저번에 강연에서 그러시더라구요. 자기 목표가 엄청나게 책을 빨리 써서 독자들이 자기의 집필속도를 못 따라오게 하는데 있다*^^*

제가 궁금해서 정여울 프로필을 검색해 봤는데, 나이는 안 나오네요. 참, 괜찮아요, 젊은 사람이.. ㅋㅎㅎㅎㅎ
 

 

 

 

 

 

 

토요일,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1. 문학동네 vs 민음사

 

 

 

 

 

히트작이 많은 출판사들답게 입구쪽,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부스가 있었다. 역시나 제일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할인율로 보자면 큰 혜택은 없어보였는데, 문학동네에서 사고 싶었던 책 [대성당]은 마침 다 판매되고 없었다. appletreeje님의 리뷰를 보았더라면 [버들치]를 사왔을텐데, 시집 이름이랑 시인들 이름만 읽어보다가 그냥 돌아섰다.

민음사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노트를 (노트는 많이 있는데 T.T), 알라딘 노트보다 조금 더 크고, 얇았는데, 하나 샀다. 5,000원. 마음에 든다. 

 

  

2. 세계 속의 한국 작가들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표지는 여러 나라의 표지가 요모조모 다 예쁘다.

 

 

 

바쁜(?) 일정으로 먼저 집에 간 딸애에게 사진을 보며주었더니,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싶다고 했다. 나도 전에 읽었는데, “어린이가 읽어도 되겠지?” 하며 빌려다 주겠다고 했다. 

 

 

 

3. 김중혁 작가

짜잔~~ 토요일의 하이라이트. 이벤트는 이미 마감된 걸 알고 있었지만, 김중혁 작가를 실제로 보고 싶어 이벤트홀로 향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맨 뒤에 서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키가 큰 관계로다가 김중혁 작가가 아주 잘~ 보였다.

작가에 대한, 소설가에 대한 환상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 일테고, 새로운 세계,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사람의 속이야기를 듣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독자들의 질문 하나하나에도 성실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4. 내년에는 평일 오전에 리스트를 준비해 노려보리라,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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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6-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 스케치하고 갑니데이~~~
매년 갔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못 가봤어요~ 작년에 갔을 때, 작가와의 대화 신달자 선생님 할 때 뒤에 앉아서 듣다가 나왔던 기억 나네요 ^^;;;;

단발머리 2014-06-23 13:5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두 번째인데, 재미있었어요.
책을 많이 샀으면 좋았겠지만, 아, 가방이랑 신발이랑...
내년에는 운동화에 백팩 매고 갈려구요^^

2014-06-23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24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6-2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지니아노트 샀어요^^ 안에 줄이 없어서 맘에 들어용^^

단발머리 2014-06-24 09:21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 진짜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시는군요. ㅋㅎㅎ
저도 예쁜 노트들 중에서, 그래도 버지니아, 하면서 그걸 골랐거든요.
저도 줄 없는 노트 좋아하는데..... 어쩜...

그렇게혜윰 2014-06-24 10:05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받은 수많은 노트들의 줄을 볼 때마다 쓰는 걸 망설이고 있어요 ㅠㅠ

단발머리 2014-06-24 15:45   좋아요 0 | URL
알라딘 관리자님~~ 보고 계시나요?
제발 참고해 주세요~
저희는 줄노트를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무선노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