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삶을 위한 철학의 역사 결코 작지 않은 역사 2
나이절 워버턴 지음, 이신철 옮김 / 에코리브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 나이절 워버턴Nigel Warburton은 영국의 철학자이다. 브리스틀 대학교를 졸업하고, 노팅엄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주간 팟캐스트와 통합 철학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테이트 모던에서 정기적으로 예술과 철학에 관한 대중 강좌를 열고 있다.(책날개)

 

<물음을 던진 사람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서 시작해 에픽테토스,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지나 스피노자, 칸트. 존 스튜어트 밀, 다윈,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그리고 알베르 카뮈에서 존 롤스를 거쳐 피터 싱어까지 철학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두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국민 윤리선생님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 대학 출신의 총각 선생님이었다. 여고에서 총각선생님이면 아무 것도 안 하더라도 인기 폭발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 선생님께는 해당되지 않았다. 키도 크시고 인물도 아주 흠잡을 정도는 아니고, 과목도 적당했는데, 문제는 유머였다. 말도 안 되는 선생님의 유머는 어떤 유머든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 이팔청춘의 여고생들마저 한숨 짓게 만들었다. 칠판을 가득채운 필기와 강조점 없이 읽어 내려가는 설명을 통해 한 번 들었던 것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나름 쓰고,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정신으로 찬찬히 읽어보니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결론이다. 일주일에 1시간씩 2년을 배워 뭐를 제대로 배웠겠나 스스로를 타일러보지만 그래도 너무 하다. 그렇게 새롭고 또 새롭다.

 

철학사의 흐름 중에는 에 대한 논쟁이 제일 관심을 끈다. 캔터베리 대주교인 이탈리아인 사제 안셀무스는 존재론적 논증을 통해 우리가 신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신의 실존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59) 선험적 논증, 즉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세계에 관한 어떠한 관찰에도 의지하지 않는 논증의 방법이다.(60)  

 

신학대전의 저자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 역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의 윤곽을 그려 보였다. 우주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제일 원인 논증이다. 이 모든 원인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거듭해서 뒤로 나아갔을 때 원인과 결과, 그 연쇄의 맨 끝은 무엇인가.

 

아퀴나스는 논리적으로 어떤 지점에, 원인과 결과의 연쇄 속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도록 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옳다면, 그 자체는 원인을 지니지 않고 우리를 지금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 원인과 결과의 연속을 발생시킨 것, 즉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 그는 이 최초의 원인이 신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선언했다. 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이다.(63)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인으로서, 원인을 지니지 않은 원인. 그것이 바로 신이라고 아퀴나스는 말한다. 구약성경 출애굽기 313, 모세가 여호와 하나님을 만나 그의 명령을 들은 후, 사람들이 나를 보낸 이가 누구냐고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무엇이라 말하리이까 물었을 때.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출애굽기 314)

 

와 맞닿아 있다고 나는 이해한다. 이후 철학의 역사는 신을 부정한다.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설계 논증이 잘못된 논리에 토대를 두었다고 생각했다. (121) 흄은 세계가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설계되었다거나 신이 그 설계자라는 주장이 따라 나올 수는 없다고 논증했다. 그 이외에도 신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 여러 명의 철학자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역시 찰스 다윈이다.

 

진화는 무심한 과정이다. 그 배후에는 의식이나 신이 없다. 적어도 배후에 그런 것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진화는 비인격적 과정이며, 마치 자동으로 계속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맹목적이며, 산출되는 동물과 식물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돌보지도 않는다. 우리가 진화의 산물 식물과 동물 을 볼 때 그것들을 누군가가 영리하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일 것이다. 다윈의 이론은 훨씬 더 단순하고 좀더 품위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진화론은 또한 자기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적응한 서로 다른 종을 지닌 그토록 많은 유형의 생명체가 왜 존재하는지를 설명해준다.(177)

 

1859년 출간된 다윈의 저작 종의 기원은 출간 직후부터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여겨졌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철학자 보다는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였던 다윈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자연 선택에 따른 적응 이론, 즉 생존을 위해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자기의 특성을 물려주는 과정에 대한 이론을 확립했다.(177)

 

이 과학 이론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가 이전보다 더 쉬워졌다.(174) 다윈주의는 전통적 설계 논증을 파괴했으며, 많은 사람의 종교적 믿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다윈은 동료 과학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실제로는 문제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주제는 인간의 지성으로 파악하기엔 너무 심오하다고 설명했다.(179)

 

제일 마음에 들었던 철학자는 에피쿠로스다. 그의 삶도 주장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런 구절이 좋았다.

 

에피쿠로스에게 삶의 열쇠는 우리 모두가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더 중요한 건, 우리는 가능한 한 고통을 피해 그것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삶에서 고통을 제거하고 행복을 증대시키면 삶을 더 잘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삶의 방법은 매우 단순한 생활양식을 견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친구들에 둘러싸여 사는 것이다. (33)

 

매우 단순하게 생활양식을 견지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며, 친구들에 둘러싸여 사는 삶. 그런 삶에 찬성한다. 에피쿠로스에게 공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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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쿠로스라면 북플을 아주 좋아할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 2017-01-14 16:14   좋아요 0 | URL
그랬을까요? 에피쿠로스도 북플 마니아가 될 수 있었을까요? ㅎㅎㅎ

cyrus 2017-01-14 16:22   좋아요 0 | URL
북플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거의 독서라는 단순한 생활양식을 추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합니다. ^^

단발머리 2017-01-14 16:29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렇군요.
북플에서 활동하기만 해도 cyrus님께 이런 칭찬을 받게 되다니...
더 매진해야겠어요, 북플활동이요.
좋은 주말되세요~~ 많이 춥네요. @@

꿈꾸는섬 2017-01-13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피쿠로스를 잘 모르지만 공감 추가요.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 저도 뭐든 즐거운 게 좋더라구요.

단발머리 2017-01-14 16:16   좋아요 1 | URL
여러 철학자들의 좋은 이야기, 좋은 말씀이 많았는데, 가장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에피쿠로스의 이야기였어요.
단순하게 살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친구들에 둘려싸여 사는 삶.
그러면 행복한 삶이고, 그게 바로 철학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저도 즐거운 게 좋아요. ㅋㅋ

해피북 2017-01-1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서재에 들어와 글을 읽을때면 정리가 잘 되어진 노트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ㅎㅎ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단정한 노트요~ 철학적인 이야기라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깊은 생각에 물꼬를 트고 계시는 과정을 지켜보는듯 했습니다 ㅎㅎ
오늘이 금요일인데 날씨가 영 흐리고 좋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오후 보내시길 바래요^~^

단발머리 2017-01-14 16:17   좋아요 0 | URL
제 노트는 깔끔하지 않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단정 노트라 해주시니 무척 기쁘네요.
오늘은 많이 추워서요. 잠깐 밖에 나오는 길에 5초간 외출을 후회했어요. ㅎㅎㅎ
매섭게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한 주말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