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윌슨은 1929년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엄에서 태어났으며, 개미에 관한 연구로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생물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퓰리처상 2회 수상 저술가이며,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섬 생물 지리학 이론 및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로 명성이 높다. 저서로는 인간 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통섭, 지구의 정복자, 생명의 기억등이 있다.

 

 

 

 

 

 

 

 

 

 

 

 

 

 

 

 

 

칼 세이건과 리차드 도킨스의 대중 맞춤형 글쓰기를 통해 나같은 문외한도 과학 교양서를 읽을 수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글도 마찬가지였다. 3, <진화와 우리의 내면 갈등>이다.

우리는 집단의 뛰어난 협력자일까, 아니면 내부 고발자일까? 관대하게 기부를 하는 쪽일까, 꿍쳐 놓는 쪽일까? 교통 법규 위반을 인정하는 쪽일까, 부정하는 쪽일까? 이 주제를 다루자니, 내 자신의 감정 충돌을 토로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 1978년 칼 세이건(Carl Sagan)이 논픽션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았을 때, 나는 그것이 과학자로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사소한 업적이라고 치부했다. 그러다가 다음 해에 내가 같은 상을 받자, 놀랍게도 그 상은 과학자로서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있는 주요 저술상으로 느껴졌다. (32)

웃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다. 이렇게 나는 에드워드 윌슨과의 거리를 한껏 좁힌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의미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하고, 인간 종의 수수께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새로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왜 마지막까지 인문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하고, 인간보다 훨씬 많은 지구상의 다른 생물종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외계 생명체의 초상을 그려주며, 본능, 종교, 자유의지에 대한 저자의 판단도 포함하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끄는, 내가 좋아하는(?) 외계인에 대해서는, 저자 스스로 엉성하다고 말하는 가설적 초상화가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외계인은 가장 초기 단계를 넘어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즉 불과 고에너지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물 속이 아니라 육지에 사는 존재이다. 외계인은 지구의 가장 지적인 육상 동물들을 토대로 판단할 때, 비교적 커다란 동물이다. 외계인은 생물학적으로 시각과 청각에 주로 의존하며, 머리는 독특하고 크며 앞을 향해 있다. 외계인은 가볍거나 적당한 무게의 턱과 이빨을 지니며, 사회적 지능이 아주 높다. 외계인은 관절로 연결된 몸마디로 이루어지고(사람의 팔꿈치와 무릎처럼), 내부 또는 외부의 뻣뻣한 뼈대의 지렛대 작용을 통해 최대의 힘을 발휘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소수의 부속지와 그 끝에 움켜쥐고 접촉을 감지하는 데 쓰이는 끝이 뭉툭한 마디가 달린 부속지가 적어도 한 쌍은 있다. (128-130)

저자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 그 이유는 지구의 모든 토착 동물, 식물, 균류, 미생물 종들이 외계인들과 그들의 공생체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 우리와 그들의 두 생물 세계가 식민지화를 통해 한 곳에 모일 경우, 각 생명체들을 낳은 기원, 분자 기구, 무수한 진화 경로 측면에서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두 생물 세계는 화합이 불가능하고, 이는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136) 외계 지성체의 지구 방문 혹은 침략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공했던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가설이다.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외계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인간에 대해, 정확히는 우리 인간 종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우리 인간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 존재는 지구에서, 우주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간 존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 생명에는 예정된 목적도, 끝 모를 수수께끼도 같은 것도 없다. 우리의 믿음을 얻고자 다투는 악마와 신도 없다. 대신에 우리는 자수성가한 독립적이고 고독하고, 허약한 생물 세계에서 살아가도록 적응한 생물 종이다. (29)

 

유시민도 이렇게 말했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어떻습니까? 그런 것 같나요? 저는 뭐,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믿으니까요. 우리 삶에는 우리 자신이 부여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이상할 게 없어요.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호모 사피엔스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식을 낳거나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하고, 늙고 병들고, 결국 죽습니다. 하루살이, 나비, 도마뱀, 들소, 산양, 고래나 같습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어요.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이 어느것도 사라지지 않고 우주로 돌아간다는 것도 같습니다. (29)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고향이라고 말하는 작은 파란 점은 우주의 수천 억 개에 이르는 은하 중 하나인 우리 은하수의 가장자리에 놓인 티끌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이제야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행성, , 행성형 천체들의 연속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주에서 우리의 지위를 말할 때 우리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51)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우리는 그렇게 미약한 존재이다. 우주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우주 속에서 한 개인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는 그와 다른 생각이다.

하지만 인류를 낳은 가장 복잡한 수준의 진화는 지구에서 단 한 차례만 일어났으며, 그것도 6억년 넘게 대단히 다양한 동물들이 진화한 뒤에야 비로소 일어났다. (126)

호모 사피엔스까지 이어진 선행 인류 계통은 독특한 기회와 유별난 행운이 결합된 산물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엄청나게 더 높았다. (127)

극도로 희귀하다는 진사회성의 발발, 300만 년 전까지 채식을 하던 인간의 조상들이 불을 다스리며 야영지를 꾸려가는 과정, 연속체라는 개념이 진화 생물학과 진화 기반의 생태학으로 들어가 연속체 개념이 더욱 강력해지는 것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49) 내 질문은 이렇다.

인류를 낳은 가장 복잡한 수준의 진화, 단 한 차례 일어났다고 하는 그 진화가 어쩌면 이렇게도 한결같이 긍정적이고 가장 적합하며 최상의 형태로 진행되었는가. 현대 문명의 파괴적 행태, 탐욕으로 가득한 이기적 행동들, 전 세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는 전쟁과 테러. 이 모든 부정적이고 극악무모한 인류 문명의 사악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도와주며, 배려하는 이런 희생적 인간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그리고 공동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이 세상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가히 하나의 우주라고 말할 만한 이렇게 소중하고 어여쁜 인간 사람들이 독특한 기회와 유별난 행운에 의해 저절로, 말 그대로 저절로 이루어진 진화만의 결과란 말인가.

우리는 초자연적 지성체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을 통해 나온 지구 생물권에 있는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라고 말이다. (195)

저자는 우리 인간종이 우연과 필연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진화적 준비 단계에서 상황들의 희귀한 조합이 행운(파괴적인 기후 변화, 화산 분출, 극심한 전염병도 전혀 없었다.)과 결합되어 초기 인류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주장한다.(198)

상황들의 희귀한 조합, 자연선택이 가져온 일련의 주요한 유전적 변화가 일어날만한 충분한, 아주 아주 충분하고 넉넉한 시간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긍정적인 방향과 더 나은 형태로 이루어졌다는데 아무런 의도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말한바, 문화적 기생 생물 중 가장 병원성이 강한 종교에 이미 오염된 어떤 사람의 생각이다.

무식함을 한껏 뽐낸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저자가 말한대로 정말 겸손한 인간 이해에 관한 것이라면, 나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그가 말한 우연과 필연 중, 나는 우연보다 필연에 밑줄을 긋는 사람이고, 특별히 의미있는 필연을 기다리는 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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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2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0-04 23:0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인간도 지구상의 다양하고 수많은 생물종 중의 하나죠.
다만, 저는 그게 다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많이 알고 싶은 분야예요.

2016-10-03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10-04 22:54   좋아요 1 | URL
많이는 못 읽어요. 많이 노느라 바쁘고... ㅎㅎ 그렇습니다.
저도 그리워요~~ 그리워요, 언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