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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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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유일한 전기는 ‘스티브 잡스’의 것이다. 창의성과 기괴함의 조합이 한 사람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 두꺼운 책을 읽고 결심한 건 의외로 소박했다. “그래, 나도 꼭! 아이폰을 사고야 말겠어!” 

내가 읽은 유일한 정본 자서전은 ‘김대중 자서전’이다. 굴곡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은 말 그대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전부터 김대중 대통령님을 좋아했는데, 자서전을 읽으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해, 탁월한 식견, 국가와 국민,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 읽은 자서전은 ‘살만 루슈디’의 것으로, 나는 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악마의 시’의 작가라는 소박한 설명만으로 장장 824페이지, 1240g으로의 대장정을 떠났다가, 이렇게 피폐해졌다. (T.T)

 

 

 

 

부커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한밤의 아이들』의 저자 살만 루슈디. 행복한 인생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즈음, 1988년 발표한 『악마의 시』라는 소설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출판 직후부터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의 격렬한 비난을 받게 되고, 급기야 이슬람 시아파 루홀라 호메이니가 루슈디에게 처형을 요구하는 종교명령 ‘파트와’를 선포한다. 그에게 현상금이 걸리고, 그는 끝모르는 도피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 <조지프 앤턴>은 도피생활 중 필요에 의해 그가 지은 자신의 새 이름이다. 조지프 앤턴.

루슈디는 자기가 사랑하는 작가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름을 이것저것 조합해보았다. 블라디미르 조이스, 마르셀 베케트, 프란츤 스턴. 그런 식으로 짝을 지어 목록을 만들어 보았는데 모두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우스꽝스럽지 않은 조합을 발견했다. 나란히 적어보았다. 콘래드와 체호프의 이름. 바로 그것이 앞으로 11년 동안 쓰게 될 이름이었다. “조지프 앤턴.” (219쪽)

 

루슈디에 대한 살해 위협은 자극적인 선동에 의해 이루어졌고, 강력하고, 지속적인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라디오로 들었다. 

 

자신의 책이 불타는 광경을 바라보며 루슈디는 자연스럽게 하이네를 떠올렸다. (그러나 점잖은 체하든 노발대발하든 브래드퍼드에 모인 남자들과 소년들에게 하인리히 하이네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이름이었다.) 책을 불태우는 나라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기 마련이다. 나치가 화톳불을 피우기 백여 년 전 [알만조어 Almansor]에 실린 이 예언적인 구절은 나중에 나치가 책을 불사른 베를린 오페라 광장 바닥에 새겨지기도 했다. (176쪽)

 

작가에 대한 적의와 작품에 대한 증오로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많은 나라에서 『악마의 시』는 금서로 지정되었고, 이를 번역하던 일본의 이가라시 히토시 교수가 살해당했으며, 노르웨이의 출판사 사장도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했다.

루슈디는 영국의 도움으로 도피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그를 경호하는 런던경찰청 특수부 A부대의 요원들 뿐만 아니라, 많은 문학계 인사들이 그를 도왔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사람은 ‘수전 손택’과 ‘이언 맥큐언’이다.)  자신들의 집에 그를 초대하고, 지방의 별장들을 빌려 주었다. 그는 전화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를 외면하고, 심지어 성난 군중에 기대어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친구들이 그를 도왔다.

 

케블라 방탄조끼를 입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 거절했다. 그리고 차문에서 건물 입구로, 혹은 그 반대로 걸어갈 때마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걸었다. 종종걸음을 치진 않으리라.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히 걸어가리라.

그는 이렇게 다짐했다. “경호원들이 말하는 이 세상의 현실에 굴복하면 영원히 그 노예가 되고 포로가 된다.” 경호팀의 세계관은 이른바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길을 건널 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트럭에 치이는 일이고, 그렇다면 길을 건너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날마다 길을 건너는데도 트럭에 치이는 일은 좀처럼 없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안전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길을 건너야 할 테니까. (233쪽)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는데, 먼저는 본인을 ‘그’의 3인칭으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반적인 자서전이 부모 혹은 조부모부터 시작해서 출생, 성장, 결혼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사건, 즉 살해위협이 시작된 때부터로 시작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기술된다는 것이다.

『악마의 시』를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슬람의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의 상상력이 지나친 건지, 루슈디의 상상력이 지나친 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악마의 시』는 그래서 아직도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책은 작가를 벗어났다. 작가의 도피생활이 언제 끝나게 될지 이 유명한 책은 알고 있을까.

 

책은 작가의 세상을 떠나면서 변모한다. 아무도 단 한 구절도 읽지 못했을 때부터, 글쓴이 말고는 그 누구의 시선도 스치기 전부터, 책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이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니 더는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이 자유의지를 갖게 되었다고 말해도 좋다. 책은 제멋대로 세상을 여행할 테고, 작가가 간섭할 방법은 없다. 작가 자신도 문장 하나하나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 남들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문장 하나하나가 달라 보인다. 책은 이미 세상으로 나아갔고 세상은 책을 바꿔놓는다. (129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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