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MYSTERY》







인간은 깜짝 반전과 긴장감을 좋아하지만, 질서와 마침표를 갈망하기도 한다. 미스터리 박스의 묘미는 균형에 있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지루해지고, 너무 적게 보여주면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마음을 접는다. - P49

단순하면서 참신하거나, 혹은 복잡하면서 익숙하거나

호크니는 카라바조 작품의 디테일에서 단서를 찾았다. 일례로 〈엠마오에서의 저녁식사〉(1601)은 마치 사진처럼 선명한 작품이다. 윤기가 흐르는 포도, 원근법으로 표현된 예수와 사도들의 팔, 질감이 살아있는 식탁보 위로 얼룩덜룩 두리운 그림자. "어떤 소묘 화가라도 눈대중으로 그렇게 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호크니는 이렇게 말했다. "현역 종사자들만 알 수 있는 사실일 수도 있겠어요. 요즘 미술사학자들은 그림을 그리지 않으니 말이죠." - P89

제이슨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도입부를 예로 들었다. "제가 그 책의 처음 몇 페이지만 읽고 왜 그토록 빠져들었는지 아세요? J. K. 롤링은 마법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주 평범한 동네에서 시작하는데, 그 평범함 때문에 소설의 디테일한 설정들이 흥미롭게 강조된단 말이죠." 고양이가 지도를 읽을 줄 알고, 황갈색 부엉이가 주변을 날아다니며, 기다란 가운을 입은 노교수는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를 운운한다. 이게 다 무슨 소린지 당최 알 수 없지만 궁금해진다. 이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이 한적한 동네에는 어쩐 일로 찾아왔을까?
미스터리 박스의 등장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에서 관객을 냅다 미지의 세계로 내동댕이쳤던 것처럼, J. K. 롤링도 설명을 생략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 일은 픽션을 읽는 거예요. 그런데 세 페이지만 읽어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것 같은 책이나 시나리오가 많거든요. 하지만 『해리 포터』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더라고요." - P224

40년 뒤 뉴욕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가 된 카스는 어린 시절 동네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리곤 했다. 이때의 추억과 비트겐슈타인 정독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는 게임의 본질을 분석한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한계가 있는 게임과 한계가 없는 게임, 이렇게 두 종류의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깨달음의 핵심이었다. - P218

한계없는 게임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고 오로지 플레이어만 존재하므로 - P240

미지의 무언가를 맞닥뜨리는 법 - P241

무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 P241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3-12-2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소설이 아니어도 호기심 유발 코드를 넣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싫지 않고요.
오늘 아침에 날씨가 많이 춥고, 어제 눈이 와서 미끄럽대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3-12-20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0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자 소개를 읽다가 진짜 깜짝 놀랐다. ‘54년차 현역 개그맨‘ 이라니. 와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모양이다. 혹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개그맨을 훨씬 일찍 시작하셨던지..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주변에서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다고 말 하는 사람들도 길어야 20년이고 30년을 넘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그러니 50년이라는 시간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김성근 감독의 《인생은 순간이다》를 읽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두 책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에는 전유성 작가의 선후배들과의 에피소드가 무척 많이 나오는 반면, 《인생은 순간이다》에는 김성근 감독 자신의 생각, 야구에 대한 이야기, 야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다 평생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과,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말로 다 풀고 살아서 글 쓸 필요를 잘 못느낀다는 말이 생각난다. 일리가 있쟎은가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글을 많이 많이 써야한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일기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3:08이라는 시간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다.

3:08
3:09
3:10
3:13
3:14




배삼룡 주례사

지금까지 내가 들은 최고의 주례사는 배삼룡 선배가 하신 주례사였다. 내가 사회를 본 결혼식이었는데 주례를 소개하자 배삼룡 선배님이 말 그대로 ‘한 말씀‘하셨다.

"이봐 신랑."

"네"

"내가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지?"

"네."

"그럼 됐어."

주례사의 전부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배삼룡 선배님께 여쭤봤다.

"무슨 주례를 그렇게 짧게 하셨어요?"

"아, 며칠 전에 그 친구가 우리 집에 왔을 때 한 두어 시간 이야기해줬어. 그래서 그렇게 물어본 거지 뭐. 내가 무슨 말 이야기 하려는지 알지? 안대. 그런데 뭐 하려고 또 해. 또 하면 늙은이 잔소리지."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있다, 없다. 심심하다, 안 심심하다. 반반 섞여 있다. 내 자신, 어떤 이야기는 좋아하고 어떤 이야기는 싫어하는지 체크하면서 연구하는 재미가 있다. 5.5 : 4.5 비율로 재미있는 편. 재미를 떠나 뭉클한 이야기가 많다는 게 특이사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심하십니까?
.
.
.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표지를 넘겼더니 똭

˝심심하십니까?˝

쩜 쩜 쩜.

한참을 멍하게 앉아있었다. 심심한 지 안 심심한 지 그거 하나 대답 못할 정도로 내가 나를 모르는구나 싶다. ˝심심하십니까?˝는 질문인 건가 인삿말인 건가? 중얼대며 페이지를 넘기다가 똭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생님은 나의 스승이시다‘

여기서 또 멈췄다. 후라이보이 곽규석 선생님?
모른다. 근데 뭔가 친근하다. 후라이보이..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 하고 검색해 봤다. 알듯말듯. 금방 포기하고 책으로 돌아왔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심심하다.
안 심심하다.

섞여 있는 책이다.

어떤 거는 심심하고 어떤 거는 안 심심한 지? 따져보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오늘도 일기 썼다.



* 그건 그렇고 이 책에는 전유성 작가님이 곽규석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철철 넘쳐 흘러서 독자를 울리니 주의할 것.


** 곽규석 구봉서 콤비 라면 광고 링크
https://youtu.be/AtBMtbWnQTY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3-12-12 0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80년 방송통폐합 이전 채널 7에서 방송했던 전설적인 가요쇼 <쇼쇼쇼>로 남아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쇼쇼쇼의 후라이보이 곽규석입니다.˝ 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통 희극에도 고 구봉서와 커플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당시는 스튜디오라기보다 정말 무대에 올라 ˝쇼˝ 또는 ˝희극˝을 공연했지요. 미국에 가서 목회활동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 외에도 요한 스트라우스의 오페레타 <박쥐> 세종문화회관 개관공연에서 노래하지 않는 배역인 감방 간수역을 했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본디오 빌라도 역도 했습니다. 이 두 공연은 저도 직접 봤습니다. 아쉽게도 뮤지컬은 립싱크였고요.

잘잘라 2023-12-12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곽규석 님을 기억하실 뿐 아니라 직접 공연을 보셨다구요? 와우 팔스타프 님 추억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알듯말듯 아리송한 기분이지만 다시 한 번 상세 검색을 통하여 다음 영상을 찾아냈습니다. 확실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https://youtu.be/AtBMtbWnQTY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아잉 형님 먼저˝, ˝아휴 아우 먼저˝, ˝그럼 제가 먼저˝, ˝쩝˝ ㅎㅎㅎㅎㅎ 덕분에 또 웃었네요. 팔스타프 님 감사합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대나무살에 얇은 파란색 비닐을 씌운 우산‘만 기억난다. 차륵차륵 찰 찰 촵촵촵 촤압 위 아래로 흔들면서 걸어다년던 성북동 골목길, 담벼락, 보도블록 모양까지 전부.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했지만 뭐. 다시 만나려고, 기억해내려고, 잊지 않으려고 기록하는 것도 좋은 일이야.

어제 경주에 갔다가 대릉원이 무료 입장으로 바뀐 것을 알게 됐다. 검색해보니 지난 4월부터 무료다. 와우!! 누가 이토록 신박한 결정을 한 것일까. 대릉원 안에서 소나무 냄새 맡으면서 걷다가 황리단길에서 십원빵 냄새 맡으며 옥수수튀김이랑 쫀디기랑 탕후루, 아이스크림 온갖 주전부리에 눈돌아가서 헤매다보면 아이쿠 다리야 ˝나 벌써 만보 걸었어!˝

오늘 또 갔다. 경주 대릉원 황리단길 골목 골목 카페 식당 선물 가게 어제보다 사람 더 많아 우후~ 정신없이 사진찍다가 휴대폰 배터리 아웃. CU 들어가서 충전 물어보니 일회용 배터리 판다고 알려준다. 아이쿠야 세상에나 일회용 배터리.. 크하. 4,900원 내고 하나 샀다. 휴대폰에 꼽으니 곧장 전원 들어온다. 당연한 건데 신기하네. ㅎㅎ 아무튼 계속 꽂고 한 시간쯤 돌아다녔는데 25% 충전. 아쉬운대로 급한 불은 껐으니까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편리함은 끝이 없구만.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 만해집니다.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