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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1 예문사 건축사자격시험대비 시리즈 2
김영훈 지음 / 예문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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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 학원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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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느낌 있다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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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가슴속의 덩어리가 쑥 빠져나가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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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6-0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가슴속의 덩어리가 쑥 빠져나가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지고 또 개운해졌다. 그때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어째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림으로 나는 억눌렀던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이해해야 할 시나리오도, 조율해야 할 의견도 없다. 그저 마음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오로지 내 것인 창작물이 생기는 기분 또한 짜릿하다. 거실에 완성한 그림들을 늘어놓으면 나만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편안한 기분이 든다. 누구도 이 세계는 침범하지 못한다.

이제 나는 그림과 연기를 두 바퀴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연기를 하고 돌아오면 팽팽해진 신경과 굳어진 이성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 억눌렀던 감정과 창작욕을 그림을 통해 발산하고 나면 연기를 할 수 있는 텅 빈 상태가 만들어진다. 연기가 그림을 부르고 그림이 연기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그림과 연기는 상호작용을 하며 내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들고 있다. (34,35p.)」

잘잘라 2011-06-05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 배우는 순수한 창조자가 될 수 없다. 영화는 감독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감독의 오브제일 뿐이다. 물론 연기는 내게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감독의 의도를 읽고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힘들지만 희열감을 준다. 그러나 내가 가진 창조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내게 연기란 넘치는 감정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하는 일이다. 연기란 감정의 몰입이 아니라 감정의 배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어느 감정에 몰두하는 것보다 그 감정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재현하는 것, 그것은 엄격한 논리에 의해 이루어진다.(32,34p.)」

비로그인 2011-06-0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탐독중이시군요??

잘잘라 2011-06-05 20:00   좋아요 0 | URL
1박2일 봤어요. ^^
여배우 특집 끝났고 다음주는 남배우 특집인가봐요.
다음주도 챙겨서 봐야지, 그러고 있어요.
ㅎㅎ

항상 바람처럼 다녀가시는 바람결님~~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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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으면 안된다.
낮에 읽으면 안된다.
밤에 읽으면 더 안된다. 

새벽에도 안되고 점심, 저녁 다 안된다. 

그럼 대체 언제 읽으란 말이냐? 

아침도 아니고 낮이나 밤이 아닌 때,
새벽도 아니고 오전이나 오후, 어스름 저녁이 아닌 때,
밥 먹기 전도 아니고 밥 먹고 나서도 아닌
아무 때도 아닌 때에, 

침대 말고 화장실 말고
식탁은 더구나 말고
책상이나 쇼파도 아닌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왜? 

그 어느 때,
그 어느 곳에도
남기고 싶지 않은 냄새거든 

그 냄새는.

 

첫장부터 고비다. 읽기 힘들다. 활자 한 개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마다 시궁창 냄새가 난다. 냄새 뿐인가. 숟가락에 들러붙는 파리는 더 끔찍하다. 파리와 냄새는 실제가 아니지만 희안하지. 실제가 아니면서 느낌은, 몸서리치게 싫은 그 느낌만은 실제다. 포기하고 책을 덮으려는데 땜통이 나타난다. 나처럼 못견디고 뛰쳐나가고만 싶어하는 딱부리 앞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땜통. 둘은 통성명 하자마자 밖으로 나간다. 쓰레기언덕과 오두막동네를 벗어나 땜통이 딱부리를 데리고 간 곳은 '본부'. 강이 보이고 강병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지나 '「키 큰 버드나무와 억새며 부들이 바람에 휘적이는 모래언덕 위(29p.)」본부.  

땜통과 딱부리를 따라 본부에서 나도 겨우 숨을 쉰다. 한 고비 넘는다.   

BUT,

   
  하늘이 붉게 물들면서 동이 터왔다. 쓰레기들은 더럽고 볼썽사나워 보였지만 검고 희고 붉고 푸르고 노랗고 알록달록 반짝이기도 하고 매끈거리기도 하며 네모나고 각지고 둥글고 길쭉하고 흐느적거리고 뻣뻣하고 처박히고 솟아나고 굴러내리고 매캐하고 비릿하고 숨이 막히고 코가 쌔하고 구역질나고 무엇보다 낯설었다. 하나씩 쥐어보면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던 물건들이었는데도 떨어져나온 아기 인형의 다리처럼 어쩐지 무서운 데가 있었다.(41~43p.)  
   

고비 넘어 고비,

   
  반시간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노라니 차츰 분기가 가라앉았고 섭섭한 마음도 사라져버렸다.(49p.)   
   

구비 구비 고비,
이 모양 저 모양 끝도 없는 고비.  

   
  눈치로 자란 세월이라 딱부리도 이 동네 어른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여기 아이들은 제 부모의 일인데도 남의 말 하듯이 킬킬대며 농담을 주고받고는 했다. 다른 동네에서라면 쌍코피가 터지는 싸움이 일어날 만했는데도 서로 실실 웃으며 욕설이나 주고받다가 말았다.(49p.)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무슨 좋은 끝을 보겠다고 이 책을 붙들고 있나. 이유는 한 가지. 땜통이 과연 여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어떻게 벗어날지 궁금하다. 딱 그거 뿐이다. 

이 소설은 분명 소설인데 소설같지가 않다. 그래서 사실 재미가 없다. 읽는 내내, 얘기가 빨리 끝났으면 빨리 끝장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끝이 났다.  

하아, 

이 얼마나 다행인지. 

끝을 보고 나서는 내내, 이런 소설을 왜 쓰지? 누가 이런 책을 좋아한다고? 누가 이런 이야기 듣고 싶을거라고? 이런 생각 뿐이었다. 난지도 이야기? 궁금하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내 돈 주고 사서 내 시간 내서 내 방에서 내 책상에서 읽었다. 황석영 신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렇다면 나는 정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일까? 유명한 작가의 이야기? 유명한 작가가 얼마나 많은데.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라고 다 읽으면 소설 읽다가 죽어도 모자를텐데? 그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 그것도 이상해. 내가 황석영 작가를 언제 봤다고 그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좋아하고 말고 하냐. 참 나. (그리고 사실, TV에 나왔을 때도 보면서 '구라는 구라다' 그랬잖어? 그리구 솔직히 너, 구라발 쎈 사람 별루 안좋아하잖어?) 

뭐가 됐든 나는 책을 읽었고, 다시는 안 읽을 거고, 그러나 한 번으로 충분히 '지울 수 없는' 이미지로 남은 『낯익은 세상』을 낯설은 표정 지으며 생각한다. 아무 때도 아닌 때에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함께 사는 세상은 더욱 아니다. 

그럼 결국 아무도 살지 않는 세상이다. 

아무 때도 아닌 때에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아무도 아닌 아무개와
사는 것도 안 사는 것도 아닌

낯설고 낯익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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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0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별 다섯개를 꾹꾹 눌러주셨지만 말이죠.
저 황석영이 좀 별로여서 말이죠~ㅠㅠ
구라계의 대부인데...건재하시던가요?^^

잘잘라 2011-06-04 22:36   좋아요 0 | URL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름을 얻은 작가라서 쓸 수 있는 이야기라고,
이름을 얻지 못한 작가라면 백날 써봐야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이야기일테니..

저는 여전히 황석영의 책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왜 지나치지 못하는가 하면,
그에게 붙은 '대단한 구라'의 명성 때문이예요.
다음에 또 그의 책이 나오면 절대 예약구매,는 안할거예요.
ㅎㅎ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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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이 고비다. 2장이 고비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이 고비다. 다 읽어내기 힘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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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시계 -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매혹적인 심리 실험
엘렌 랭어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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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시계 거꾸로 돌리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믿으려는 의지가 아니라 찾아내고자 하는 소망이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11쪽

시계를 거꾸로 돌리거나 불가피함과 싸울 방법은 없다. 시간에 잠식당하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고 젊음의 활력은 추억이 될 뿐이다. 고질적인 병이 생겨 건강과 기력을 차츰 좀먹어 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껏해야 품위를 잃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일단 병이 찾아오면 우리는 현대 의학에 의지하며 끝까지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지만, 시간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다. 아니, 혹시 가능할까?-13쪽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는 이후 오랜 시간 이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선택의 힘이, 그리고 그 힘으로 인한 개인의 통제력 증가가 동일한 노인들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꼭 들어맞는 사례를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후속 연구로 이 믿음을 입증할 작정이었다. 우리의 연구가 이루어진 시점은 훗날 '뉴에이지' 운동이라고 불리게 되는 움직임의 초창기로, 미국 내 여러 연구소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연구하기 훨씬 전이었다. 좀체 뇌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나를 괴롭힌 의문 또한 이때 생겨났다. '비물질적인 정신에서 물질적인 육체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의 본질은 무엇일까?'-14쪽

우리는 쥐를 보면 맥박이 빨라지고 피부에 땀이 배어 나오면서 공포의 징후를 나타낸다. 또 소중한 사람을 잃는 상상을 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누군가 구토하는 것을 보면 욕지기를 느낀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예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그 실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험을 직접 실시한 우리에게도, 실험 참가자들에게 단지 조그마한 선택을 내리게끔 했을 뿐인데 그처럼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 후에 나는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 의식의 집중(mindfulness)을 초래함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무심(mindlessness)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의외의 것으로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15쪽

나는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개념에 불과할 뿐, 둘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시각이 더 유용할 수도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정신과 육체를 본래대로 결합하여 다시 한사람이 된다면 우리가 마음을 어디에 두든 몸도 따라가게 될 터였다. 다시 말해서, 마음이 진정 건강한 곳에 있다면 몸도 따를 것이므로, 우리는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몸의 건강도 변화시킬 수 있다. -15쪽

이어지는 의문은 한계에 관한 것이었다. 정신이 육체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갓 구운 도넛의 냄새를 맡으며 그것을 먹는 상상을 한다면 혈당 수치가 따라서 올라갈까? 평소 자신의 이빨이 아주 건강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기 건강 검진에서 이빨 엑스선 촬영 결과가 더 좋게 나올까?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빨리 늙는다고 여긴 나머지 생리적으로도 머리숱이 많은 사람들보다 더 나이 드는 양상을 보일까? 성형 수술을 받아 매일 아침 욕실 거울에서 보다 젊어진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여자들에게는 노화가 더 천천히 일어날까?-15쪽

가능성의 심리학

나의 관심사는 늘 무엇이 될 수 있을지의 가능성, 그리고 어떤 미묘한 차이가 그 가능성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아내는 데 있었다.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는 사용하는 단어에 변화를 주고, 사소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또는 물리적인 환경에 미묘한 변화를 줌으로써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사소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우리는 불가능을 향해 자신을 활짝 열고 가능성의 심리학을 껴안아야 한다. -30쪽

가능성의 심리학은 우리가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즉, 현재의 상태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우리는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지 또는 그 목표를 향해 진전할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지만 일단 잠재성을 깨닫고 나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가령 '시도해 보지 않는 한 알지 못한다.'와 같은 간단한 문장을 살펴보자. 모두들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이 말이 얼마나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시도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시도해서 실패하는 경우에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은 그 시도에서 사용했던 방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그 무언가가 불가능한 것인지는, 즉 우리가 해낼 수 없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30~31쪽

우리는 질병이나 질환에 맞닥뜨렸을 때 현 상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가능성의 심리학에서는 단순히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으려 든다. -31쪽

건강과 관련해서 가능성의 심리학을 추구하면,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성과 외에도 그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자기만의 임무를 갖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전반적으로 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 주며, 다른 사람들도 전례대로 곧 무너지고 말 거라는 생각을 갖지 않게끔 해 준다. 또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또 다른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력의 '한계'에 대해 탐구하면서 나는 집에서 그동안 무시하고 있던 것들을 보게 돌지도 모르고(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한 '보는' 행위), 새 소파를 사야 한다는 사실이나(전에는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너덜너덜해진 모서리를 발견하게 된다거나), 수년 전에 손을 떼긴 했지만 내가 벽에 페인트칠하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 -32쪽

2장 통제력 되찾기

의학 서적을 찾아 읽고 여러 의사의 조언을 구하면서 그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병세의 악화는 워낙 미미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는 하루하루의 차도에서 별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신을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에게 조언을 구해 보면 모든 것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듯해다. 그럼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달 들어서 그는 또 다른 저명한 의사를 찾아갔는데, 그 명의는 그가 처음 만난 의사와 거의 똑같은 소견을 내놓았지만 약간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번 상담은 이반 일리치의 의구심과 공포를 더 악화시켰다. ......
옆구리의 통증은 계속되었는데, 갈수록 심해져 도무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도 점점 더 기묘하게 변해 가며 입에서 뭔가 역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기력과 함께 입맛도 사라졌다.
-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i),『이반 일리치의 죽음(The Death of Ivan Ilyich)』-36쪽

의사이자 저술가인 제롬 그루프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의사들이 더 나은 생각을 하려면 여러분이 우리를 도와야 한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제대로 생각하는지, 언제 어떻게 엉뚱한 길로 빠지는지를 아는 입장에서 여러분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의사 노릇은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환자 노릇은 훨씬 더 어렵다."-40쪽

통제할 수 없는 세상과 규정할 수 없는 세상의 차이를 이해하면 중대한 이점이 생겨난다. 무언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것이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43쪽

건강 통제하기

30년 이상 연구를 해 오면서 나는 인간 심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진실을 발견했다. 바로 확신은 잔인한 사고방식이라는 점이다. 확신은 가능성을 외면하도록 우리 정신을 고정시키고,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과 단절시킨다. 모든 것이 확실할 때는 우리가 선택할 것이 없다. 그리고 의구심이 없다면 선택할 일도 없다. 우리가 확신에 차 있을 때는 인식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세상의 불확실성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껴안아야 할 것은 불확실성으로, 건강에 대해서라면 특히 그렇다. 불확실성을 염두에 둠으로써, 우리는 선택을 내리고 자신의 삶을 통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44~45쪽

사고방식이 우리를 얼마나 제한하는지 우리 스스로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예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믿음 몇 가지를 살펴보자.

의학계가 가장 잘 안다. 물론 의사들이 우리보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확실한 것은,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나 자신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음을 감안할 때, 우리는 자신만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의학계를 이용해야 한다.

건강은 의학적 현상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의학적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슬픔을 경험하기보다는 우울해 하고, 밤에 고민을 하느라 '꼭 필요한' 8시간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스스로 강박증 또는 불면증 환자라고 칭한다. 어떤 일을 할 때는 필요에 의해서든 의미상으로든 하지 않는 다른 일이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인데도,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대신 스스로를 늑장 부리기 선수라 여긴다. 우리는 왜 자신에게 그러한 이름표를 -45~46쪽

붙이는 것을 정당하다고 여길까? 그리고 그 대가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건강한 경험을 의학적인 행위로 바꾸어 왔다. 거의 모든 행동이 병적이 상태나 증후군이 되고, 도전이나 어려움은 질병이 되며, 감각은 증상이 된다. 우리는 대부분의 경험을 병적인 상태 때문이라고 귀결 지으면서, 경험에 대한 이해를 제한한다.(사실 우리는 의사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믿어 처음부터 이해를 거부한다.) 그리고 그 병적인 상태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건강에 대한 통제력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이해를 포기했던 이유들을 이해함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46쪽

의식의 집중에 대한 강연에서 나는 종종 본인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아는 이가 있는지 묻는다. 그러면 대개 건강에 자신이 있는 누군가가 손을 흔들어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 사람이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려 주면, 나는 수치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이 언제인지 묻는다. 대답은 늘 다르지만, 보통은 최소한 한 달 전이다.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그럼 그 뒤로는 먹지도 운동을 하지도 않았나요? 이제 다시는 수치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건강한 사람으로 죽겠군요." 이러한 대꾸는 언제나 웃음을 유발하지만, 사실은 매우 진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의학계는 우리에게 콜레스테롤 수치 같은 숫자를 알려 주고, 우리는 마치 그것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최소한 다시 병원 갈 때까지는 변하지 않을 수치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건강은 과거에 맞춰 고정되거나 과거 경험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46~47쪽

진단: 출발점

수년 전에 나는 제자였던 앤 베네벤토와 함께 이름표가 능력에 대한 우리의 감각에 미치는 영향, 즉 우리가 자발성 의존(self-induced dependence)이라 부른 현상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보조'라는 직함이 우리 능력을 명백히 깎아 먹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이로부터 추정해 보면, 우리가 스스로 의사보다 지식이 적은 환자에 불과하다고 여길 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의사 앞에서 우리 능력은 위축된다. 통제권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고 나면 되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 경우에도 스스로를 무능력하게 여긴다. -50쪽

건강을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의학 정보에 반응하던 방식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의사들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의학이 절대적인 진실의 집약체는 아니라는 점, 불치라는 말은 불확실을 의미한다는 점, 우리의 믿음과 관련된 외부 세계는 대부분 사회적인 구성물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제 우리는 언제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다. -51쪽

건강을 학습하려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가르침에 마음을 열고 큰 일 뿐만 아니라 작은 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작은 변화도 시간이 지나면 중요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어떤 일이 가능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흔하다. 가령 살을 3킬로그램 삔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30그램을 뺀다는 생각에 기가 죽을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는 30그램 만큼의 치유법을 찾아야 한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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