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참았다. 처음 닷새는 참을 만 했다. 아프다 안 아프다 그랬으니까. 엊저녁부터 조짐이 보였다. 쉬지 않고 계속 아픈 것이다. 이미 치과는 문을 닫았을 테고.. 에잇. 이러다 말겠지. 지나가겠지. 그렇게 미련을 떨었던 게 화근이다.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동 틀 무렵에서야 지쳐서 잠이 들었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서 머리부터 감고 대충 옷 입고 동네 치과에 갔다. 젊은 남자 의사다. 안경(뿔테) 썼고 커다란 마스크로 얼굴을 반 이상 가린채 한 번도 벗질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이는 아무리 많이 봐도 30대 중반? 눈빛도 그렇고 환자 응대가 어설프기 짝이 없다. 실력은 알 수 없지만 경험 부족은 확실하다. 도무지 안심이 되질 않는다. 치료는 잘 해 줄지, 돈은 또 얼마나 들지, 치료 기간은? 통증은? 부작용은?... 머릿속이 온통 물음표였지만 나도 끝내 입을 열지는 않았다. (뭐. 틈을 줘야 말이지. 의사가 어떻게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 이러는지 원..)  

 

그건 그렇고. 그것 참 이상하지? 밤새 쉬지 않고 아프던 어금니가 아닌가. 그 지독한 치통이 병원 문 열고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싹 가라앉다니.. 이래가지고 의사 앞에서 엄살을 부릴 수가 있겠나. 쩝.. 아무튼. 엑스레이 찍고 진단 결과 급성 치주염이라고 한다.

 

치주염? 충치가 아니고? 잇몸 질환이라고?

 

나 원..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급성 치주염 역시 스트레스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졌을 때 평소 부실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으아아!

 

그럼 이거를 어쩐다?

청와대에다가 치료비 물어내라고 해야 하나?

언론에다가 해야 하나?

에잇.

 

 



 
 
꿈꾸는섬 2014-05-21 08:46   댓글달기 | URL
밤새 고생하셨군요.
저도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때 가끔 잇몸이 붓고 아플때가 있었어요.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셔요.^^
이젠 괜찮으신거죠?

메리포핀스 2014-05-21 12:16   URL
치통은 정말이지 으으으으으으... 정신을 못차리겠네요. 약 먹고 통증 가라앉았길래 커피를 한 잔 뜨겁고 달달하게 타서 마셨더니만... 아이고... 그래도 안 버리고 식혀서 한번에 쭉 들이켰답니다. ㅋㅋㅋ

icaru 2014-05-21 13:16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휴~~ 저는 꿈에서, 유신공주 님이 대문짝하게 나온 신문을 박박 찢었더래요~ 이렇게라도 해소해야 살어여,,,

그나저나,,, 스트레스에 주의하시고, 아프지 마십셔~~~

메리포핀스 2014-05-21 22:46   URL
ㅋㅋㅋㅋ 그러게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고, 어떻게든 해소하고 살어야지요. ㅎㅎ

세실 2014-05-21 13:30   댓글달기 | URL
앗 치주염이구나.......이런....
저도 얼마전에 밤새 이앓이 하고 병원에 갔는데 충치였어요. 견적 500,000원 나왔어요. ㅜㅜ

메리포핀스 2014-05-22 10:42   URL
아이쿠... 밤새 이앓이.. 정말 괴롭죠. 이 아프니까 아무 일도 못하겠어요. 세수하기도 힘들어요. 어른들이 왜 이빨 건강을 오복 중 하나라고 하시는지 확실하게 알았다는... ㅎㅎ 이제부터라도 일년에 두 번 스케일링! 빼먹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한 번만

내가 썼지만, 읽다보니 반성하게 된다.

사실 어제 성민이와 나를 보고 어른들은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웃었지만,

성민이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어린이라도

이쁘면 이쁜 거고 안 이쁘면 안 이쁜 건데,

안 이쁜 걸 이쁘다고 말하도록 강요하고,

뭐 해주면 뭐 해줄께~ 하는 식으로 조건을 달고,

내가 필요한 걸 상대방에게 얻어내기 위해서는 진짜 내 마음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해도 된다는(적어도, ‘어쩔 수 없이’ 또는 ‘그럴 수 밖에’ 라는 식으로) 생각을 가르친 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성한다.

 

다음에 성민이를 만나면 다시 얘기해줘야겠다.

 

「나는 나를 예쁘다고 생각한다. 니가 나를 안 예쁘다고 생각해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나만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고 최소한 두 사람 정도는 진짜로 나를 예쁘다고 한다. 너도 지금은 나를 안 예쁘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나를 예쁘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ㅋㅋ 이건 뭐.. 거의 뭐.. 이런게 바로 세뇌? 

 

 

 



 
 
2014-05-21 0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리포핀스 2014-05-21 12:36   URL
그러니까요. 그저 재미있자고 한 얘기였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은(조카들이랑 좀 놀아본 경험에 의하면요) 안 듣는 것 같으면서도 어른들 한 마디 한 마디, 허투루 듣지 않더라구요. 그건 그렇고요. 님도 안경 쓴.....??? ㅎㅎㅎ
 

나: 성민아. 너 학교 들어갔다며?
성민: 1학년이요.
나: 선생님, 남자야 여자야?
성민: 여자요.
나: 선생님 예쁘지?
성민: 아니오.
나: 선생님 안 예뻐? 
성민: 안경 썼어요.
 
한 시간 후.
 
나: 성민아. 예쁜 이모라고 불러주면 이모가 가져온 짜파게티 성민이 주고 갈께!
성민: (숨도 안 쉬고 외치듯)그냥 짜파게티 가져가요!
 
띵~. 어질어질. 나 원 참. 내 평생 이렇게 단호한 대답은 처음일세 그려.
"짜파게티 안 좋아하나? 그냥 라면으로 할 걸 그랬나?" 했더니 누군가 한마디 한다.
"아닐걸. 뭘로 해도 안 될 걸? 성민이 기준은 확고해. 일단 안경 썼으면 안 예쁜 거야. 니가 포기해."
"쳇. 야! 성민! 너도 내 타입 아.니.거.든!"
 
네 시간 후.

성민: 나랑 저기 좀 가주면 안되요? 혼자 가면 무서워요.
나: 그래? 이쁜 이모라고 불러주면 같이 가지!
성민: 아휴, 그냥 같이 가요!
나: 그냥은 안 갈 거야. 이쁜 이모라고 불러 주면 갈 거야.
성민: (망설이다가) 두 번은 안 할거예요. 
나: 뭐?
성민: 두 번은 안 한다구요. 절대!
 
흐아~ 졌다 졌어. 크크크
어쨌든 나는 소원 풀었다.
성민이는 정말 딱 한 번, "예쁜 이모~" 하고 불렀다.
한 시간 있다가 다른 일로 또, 「절대 두 번은 안 한다」는 조건을 걸고 
한 번 더 하긴 했다. 흐흐흐.
 
여기까지, 나와 성민이가 딜한 사연.
(성민=가명. 어제 만났다가 오늘 헤어진 초등학교 1학년 개구쟁이..)
(나=안경 썼음. 뿔테, 자주색..)
 
 
 
 

  1. 반성
    from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2014-05-19 11:22 
    내가 썼지만, 읽다보니 반성하게 된다.사실 어제 성민이와 나를 보고 어른들은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웃었지만,성민이한테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이쁘면 이쁜 거고 안 이쁘면 안 이쁜 건데,안 이쁜 걸 이쁘다고 말하도록 강요하고,뭐 해주면 뭐 해줄께~ 이런 식으로 조건을 달고,내가 필요한 걸 상대방에게 얻어내기 위해서는 진짜 내 마음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해도 된다는(적어도, ‘어쩔 수 없이’ 또는 ‘그럴 수 밖에’ 라는 식으로) 생각을 가르친 셈이
 
 
icaru 2014-05-21 13:13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집 초등2학년 남아를 보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제 소시적 앨범을 본 아들이,
"엄마 옛날보다 지금이 뚱뚱하긴 하지만, 얼굴은 지금이 예쁜 거 같아."
"진짜?"
"응, 엄마 옛날엔 안경 썼던데? (아이낳고 바로 라섹 수술했거든요. 저...)"
심지어는 이런 이야기까지 덧붙였어요.
"난 안경 쓴 여자하고는 결혼 안 할 거야..."
 

 

 

그림1.1 함무라비법전 : 건물이 무너졌을 때 건축업자의 처벌을 명시한 것으로서, 기원전 2200년 당시의 건축구조의 중요성을 알 수가 있다.

_『건축, 구조디자인과 모형』(12쪽)

 

 

만일 건축업자가 어떤 사람을 위해 집을 지었을 경우에 공사를 튼튼히 하지 않아서 집이 무너져서, 그 집주인이 죽으면, 그 건축업자는 사형에 처하고, 만약 그 집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그 건축업자의 아들도 사형에 처한다. 또한 그 일로 인해서 그 집주인의 노예가 죽으면, 건축업자는 똑같은 가치의 노예를 집주인에게 바쳐야 한다. 건축업자가 집주인의 재산인 건물을 무너지게 했다면, 그 건축업자는 무너지게 한 만큼 다시 지어 놓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집을 튼튼하게 짓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 건축업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새로 지어 놓아야 한다. 만일 건축업자가 집을 지었는데, 지어진 그 건축구조가 조건에 맞지 않게 지었을 때는, 그 건축업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새로 조건에 맞게 보강해야 한다.

_『건축, 구조디자인과 모형』(11쪽)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법전이 생각날 뿐이다.

 

돈?

보상금??

세재지원???????

유급휴가아?????????????????????????????????????

아아아..

미친 권력

미친 돈

미친..



 
 
2014-05-15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5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4-05-15 21:41   댓글달기 | URL
미친.... ㅠㅠㅠㅠ, 정말 그렇죠?

메리포핀스 2014-05-16 01:27   URL
정말 그래요.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어쨌든 버텨야해요. 정신 차려야해요. 잠을 자야해요. ㅡㅡ;
 

무력감에서 벗어나려고 책도 사고 요리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등산도 하고, 안간힘을 써도 잘 되지 않더니 대통령 출연 뉴스 한방에 무력감 탈출 성공!
참말 고마울 지경이구마잉~!
민생? 서민경제 위축? 소비부진?????????
진짜 이거 국민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냐! 
경기회복 불씨가 어쩌고저째???
으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