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찍고 싶은 인물사진 -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담는, 카메라 레시피
김성연 지음 / 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가을에 가족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제일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긴 머리 소녀는 내 조카다.

조카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여행 중에 조카가 사진을 찍는 것은 처음 보았다.

조카가 찍는 건 하늘일까? 갈대? 길? 바람? ..

구름일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예사롭지 않은 풍경에 나도 폰카를 들고 수십 번 셔터를 눌렀..아니 터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경은 마음에서 지워졌다.

시간이 지나도,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조카의 뒷모습이다.

 

계절이 다시 오면 풍경도 돌아오겠지.

그러나 조카의 뒷모습은?

머릿결은?

손가락은?

눈매는?

볼은?

입꼬리는?

 

만날 때마다 훌쩍 훌쩍 커가는 조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아아 하루 하루가 참 소중하구나.

허투루 살면 안되겠구나.'

 

 

사진은 순간을 잡아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단순히 초점을 잘 잡고 셔터스피드가 빨라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어떤 순간이 나에게 의미 있고 긴 시간인지를 잡아내면 그것은 분명 밀도 높은 사진이 된다. 가끔씩 사진을 찍다보면 뷰파인더 안으로 확 빨려들어갈 것처럼 집중이 될 때가 있다. 모델의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보이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 

 

나는 분명 하루보다 긴 일 분을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잘 찍고 싶은 인물 사진』(367쪽)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아주 잘 찍고 싶은 인물사진』.. 내 마음도 그랬다.

인물 사진,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을 아주 잘 찍고 싶다.

풍경 사진은 아무리 잘 찍어봐야 사진으로 보면 실망한다.

아무리 큰 모니터로 본들 1:1 스케일로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인물 사진은 그렇지 않다.

한 컷 사진으로 ‘고정된’ 사람들을 들여다보면서 흐믓한 기분이 들 때가 얼마나 많은지!

 

요즘은 사진 찍을 일도 별로 없는데다가 어쩌다 찍을 때도, ‘스냅 사진은 기동력이 생명! 기동력 하면 또 폰카를 따를 자가 없고 말이쥐이~’ 이러면서 폰카로 대충 찍고 만다. (지난 1년동안 사진을 한 장이라도 인화한 적 있느냔 말이다. ㅡㅡ;)

 

폰카만 쓰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책엔 ‘그냥 찍으면 되는’ 폰카를 위한 문장은 하나도 없다.(혹시 한 두 문장 쯤은 해당이 될지도..??ㅎㅎ) 그러니까, 설령 인물사진을 아주 잘 찍고 싶은 경우라 해도 순수한 카메라(비싸든 싸든, 크든 작든 그건 문제가 아니지만, 만일 조리개값이나 셔터스피드, ISO 값을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가 아닌 완전 자동 카메라라면 그건 아예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거~~)가 없다면 소용없다. 터치 스크린 말고 진짜 리얼 카메라 셔터 한 번 눌러보지 않으면서 백날 이론 공부만 하면 뭘 하겠노. 공부 한 글자 안했더라도 일단 사진 백 장 찍어보는 게 낫겄지. 이론 알고 찍는 거야 말할 것도 읎고~!!!

 

『아주 잘 찍고 싶은 인물사진』을 찬찬히 읽었다. 이미 아는 내용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어디 하나 지루한 대목은 없다. 설명이 쉬운데다 곁들인 사진들이 설명과 잘 부합되는 것을 보면서 흐믓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아 이제 나는 인물사진을 아주 잘 찍을 일만 남았는데 말이지, 어떤 인물이 아주 잘 찍고 싶어지려는지, 다음 주 휴가가 자못 기다려지는 이유다.

 

 

 

 

 

 

 



 
 
세실 2014-07-28 10:55   댓글달기 | URL
휴가가 지나고나면 멋진 사진이 나오겠군요^^ 기다리고 있겠어요! ㅎㅎ
사진 느낌이 참 좋아요. 맑은 구름이, 억새가, 조카의 뒷모습이....

메리포핀스 2014-07-29 11:40   URL
세실님^^ 항상 밝은 느낌을 주시는 세실님.. 참 좋아요^^ 세실님~ 하고 부를 때 그 뭐랄까 웃음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

순오기 2014-07-29 02:47   댓글달기 | URL
오~ 사진 멋져요!
뒷모습이 오래 남을 사진이네요.

메리포핀스 2014-07-29 11:49   URL
평소에 알고 지내는 사람의 뒷모습 사진을 찍어보면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찍힌 사람에게 보여주면 "내 뒷모습이 이래?" 하면서 신기하게 보더라구요. 저 사진은 조카가 좀 더 크면 액자 만들어서 선물해주려구요. 앞에서 볼 땐 몰랐는데 뒷모습 사진 찍어 보니까 조카 귀가 참 커요. ㅎㅎ

pek0501 2014-07-30 14:03   댓글달기 | URL
사진반에 다니려고 계획 세웠던 적이 있어요. 아침 일찍 야외에 나가 사진을 찍고 모두 같이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경지 좋은 곳은 다 다니는 것 같던데... 티브이에서 봤어요. 재밌어 보이던데...
님도 멋진 사진가 되시길... ^^

메리포핀스 2014-07-31 11:41   URL
딱 한 번, 사진 동호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어요. 모델까지 섭외 해서 동물원으로 갔는데 나중에 제가 찍은 사진들은 전부 꽃과 나무 사진이었다는... ㅋㅋㅋ 저는 그냥 ‘사진 찍기 좋아해서 사진을 많이 찍다보니 사진을 잘 찍게 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순오기 2014-08-11 02:01   댓글달기 | URL
바쁘셨나~ 어째 새글이 안 올라오네요.
여름 휴가를 길게 즐기시는 중인가요?^^

메리포핀스 2014-08-11 12:09   URL
그냥 마음이.. 마음만..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까 책을 읽어도 끝까지 못 읽고 글을 써도 쓰다 말고 그러고 지나가는 여름입니다요. 헤헤..
 
심플 브레드 - 우리밀로 만들어 건강한 쿠키&케이크 레시피 110
이언화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은이 이언화(월인정원) 블로그 http://healingbread.net/

지은이 이언화(월인정원) 카페 http://www.ecobread.com/

 

 

 

 

‘밥맛’이라는 말이 있다. "걔는 참 밥맛이야." 처럼 쓰기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속으로 '아니, 밥맛을 왜 저렇게 안 좋게 쓰구 그런댜? 밥맛이 을메나 좋은 건데 말이지.' 한다. 나는 밥맛이 없을 때가 별로 없다. 밥맛이 없어진다면 다이어트도 되고 식비도 절약하고 좋으련만 얼마 전에 급성 치주염으로 이빨이 그렇게나 아플 때도 밥맛이 없어지지를 않아서 밥은 먹어야겠고 이빨은 아프고 도무지 씹지는 못하겠고 못 씹으니 삼키지를 못하겠고 해서 고생이 더 했다. 그런데 아.. 이젠 밥맛에 빵맛까지 더했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아, 멀어져가는 다이어트여, 희미해지는 결심이여.. 흑.

 

결론은 이 책이 아주 빵맛 돈다는 것이다. 추릅~ 아주 침을 질질 흘리면서, 아니지. 침 흘리지 않으려고 츠르르 꿀꺽 침을 삼키면서 들여다본다. 냄새라도 맡겠다는 듯, 냄새를 상상하며(가만.. 환청, 환시라는 말이 있으니 환향이라는 말도 있나? 있다면 나는 분명 그걸 맡았다고 봐야겠는데 말이지??) 코를 박고 들이 판 결과, 느낀 점은 결국 밥과 빵의 차이는 만드는 방법 차이, 도구 차이라는 건데 이게 참 곤란한 점이다. 이 책에 나오는 것들을 아무리 먹고 싶은들 어디서 파는 것도 아니니 기어이 먹겠다면 누구한테 이 책을 보여주고 책에 나온대로 만들어 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직접 만들어 먹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변인을 하나하나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이 책을 보여준다고 해서 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심성과 식성..은 둘째 치고 그럴 도구를 가진 사람이 없다. 술안주 책이라면 또 모를까. 에구..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하는 수 밖에. 그래서 필요한 도구를 들여다보니.. 으아, 이거 참. 새로 사야할 게 왜 이렇게 많으냐. 오븐,  체, 전자저울, 주걱, 핸드믹서, 스크레이퍼, 속이 깊은 스테인리스 볼, 쿠키 커터, 파운드형 케이크 팬, 원형 케이크 팬, 머핀 팬, 식힘망.. 전부 다 사야 하네 그랴. 흑.. 그래도? 그래도 직접 하겠다? 음....... 그.래.도! 할래. 해볼래! 소리치고 오븐부터 알아봤다. 아 그런데 정말. 오븐 종류는 왜 또 이렇게 많은 건지 원.. 인터넷 검색하다가 밤 새겠다. 오븐 하나 결정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이거 해 먹겠나 싶어서, 그러지 말고 그냥 책에 나온 그거 사면 되지~! 오호~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었네 그랴~ 흐흐 하면서 책에 나온 그거를 사려고 했으나 음....... 책에는 사진만 나오는군. 상표는 안 나오는군. 판매처 역시.. 흑.

 

어쨌든 책에서 「월인정원의 배합표는 일반적인 오븐 기능을 가진 가정용 미니전기오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라고 했으니 그럼 나도 스팀오븐이니 광파오븐이니 외제니 국산이니 중국 OEM이니 뭐니 따지지 않고 '일반적인 오븐 기능을 가진 가정용 미니전기오븐'으로서 대한민국 홈베이킹, 전기오븐 시대를 여는 데 일등공신임을 자처하는 [컨벡스]로 결정! 컨벡스 여러 모델 중 가격, 크기, 용량 등을 살편본 뒤 CK9230HL를 주문했다. 11번가에서 156,520원에..

 

자 그럼 이제 오븐만 오면..? 가만.. 오븐이 오면은... 어디다 놓지? 베이킹파우더랑 베이킹소다, 유정란, 통밀, 생크림, 비정제설탕 그런 건 또 어디서 사 오나? 마트 가면 다 있으려나? 또 인터넷 검색해야하나? 음.. 음.. 음.. 아이쿠우. 그냥 빵집 가서 빵 사 먹는게 낫지 않겠냐? 응? 건강에는 좀 안좋겠지만 말이야. 다이어트에는 정말 도움이 안되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간편하잖아~ 시간 절약되잖아~ 달잖아~ 살살 녹잖아~ 응? 응? 응? ㅎㅎㅎㅎㅎㅎ

 

 

 

*『심플 브레드』는 정말 좋은 책이다. 알차다. 정가 30,000원, 알라딘 판매가 27,000원.  이 가격에 이런 내용 이런 레시피, 이런 사진이라니. 참 고맙다. 이래서 종이책은 없어지면 안 된다. 진짜로...

 

**글쓰기는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처음에 아이패드에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목을 「먹고있어도 먹고싶은 집밥같은, 엄마표, 그리운, 아련한, 그런 빵맛」이라고 했다. 한참 쓰는데 뻑이 났다. 에잇! 화도 나고, 쓰던 내용을 한 순간에 날렸더니 귀찮아서 그냥 밥이나 한 그릇 비벼 먹고 때려치우자고 일어났다가 맘 돌려서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내가 한 건 봉지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신 것 뿐인데 막상 새로 쓰려고 했더니 쓰던 내용이 잘 기억나질 않아서 제목을 바꿨다. 「빵맛 돈다. 추릅~」으로. 그랬더니 완전 다른 리뷰가 되었다. 처음에 쓰던 내용은 그러니까 좀 더 감상적인, 집밥에 대한 그리움, 추억, 향수 등이 묻어나는 거였는데 말이다. 뭐 어쨌든, 진짜 좋은 책이니 좋은 책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쓴 리뷰라는 점은 변함없다. 그러면 됐지 뭐. 끝! 



 
 
hnine 2014-06-08 15:57   댓글달기 | URL
월인정원, 이분 블로그도 한번 가보세요.
저 같은 수준에선 따라하기 쉽지 않아보여 저는 일찌감치 포기했지만요 ^^

메리포핀스 2014-06-08 20:42   URL
블로그를 보면 엄두가 안 나지만요, 책을 보니 '할 만 한데?' 하게 되더라구요. 아마도 편집의 힘, 종이책의 친근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동안 많은 베이킹 책을 보면서 군침을 흘렸지만 저 많은 도구를 새로 장만해야하는 게 부담되서 번번이 '그냥 사 먹고 말지' 했었거든요.
 
나는 참 늦복 터졌다 -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며느리가 함께 쓴 사람 사는 이야기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박덕성 구술 / 푸른숲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이 참..

그것 참..

부부가 따로 나를 울리네 그랴.

 

2년 전엔 바깥주인이 그러더니

이번엔 안주인이 그러네 그랴.

 

어쩐 일이래 그랴?

부부가 쌍으로 아니지 따로 따로 시간차 공격을 하구 그런댜 그랴?

 

『김용택의 어머니』, 『나는 참 늦복 터졌다』를 읽는데

그냥 살아온 얘기, 사는 얘긴데 왜 이리 눈물이 난다냐 그랴?

 

허이 참

그것 참

 

부부가 문제여?

아니여.

인자보니 배후가 따로 있구먼 그랴.

뻔한 것 아녀?

어머니. 세 글자.

어머니, 엄니, 엄마, 울엄마,가 배후 인물이니 아 안 울고 배기간?

당해 낼 재간이 있겄냔 말여.

꼼짝 없이 당한 거여.

아예 쳐다보지를 말었어야 되는 거라고오!

흐미 참말로.

 

 

*『나는 참 늦복 터졌다』는 특히 프롤로그를 읽고 많이 울었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는데, 프롤로그가 좋아서 두 번 읽었더니

다음 구절에서 펑펑 눈물이 났다.

 

나는 그때 내가 맘에 들었다.(7쪽. 프롤로그)

나는 그날 내가 좋았다.(9쪽. 프롤로그)

나는 이런 생각을 해낸 내가 말할 수 없이 기특했다. (12쪽. 프롤로그)

어느 날 병원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이 나이에 내가 뭘 못하겠는가?(17쪽. 프롤로그)

 

엄마는,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 말고

진짜 울엄마는,

.....

경기 민요를 정말 잘 한다. 작년에 우연히 엄마가 민요 하는 것을 휴대폰에 녹음했더랬다. 녹음해서 엄마에게 다시 들려주었더니 엄마가 무척 좋아라 하셨다. 생각해보니 엄마 휴대폰으로도 녹음할 수 있는데 바보같이 내 휴대폰으로만 녹음을 했다. 다음에 만나면 엄마 휴대폰으로 녹음하는 법을 알려드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참 기특하다.

 

 

 

 

 



 
 
순오기 2014-05-27 04:14   댓글달기 | URL
같이 늦복 터지려면 이 책을 봐야겠군요.
비록 눈물을 쏟을지라도...

메리포핀스 2014-05-27 11:40   URL
어머니 말씀과 글씨, 바느질, 삶이 닮았어요. 몹시 닮았어요. 그래서 눈물이 나요. 4월 16일 이후로, 억울해서 흘린 눈물, 분해서 흘린 눈물, 안타까워서 흘린 눈물, 무서워서 흘린 눈물, 가슴 아파서 흘린 눈물.. 그 눈물과는 전혀 다른 눈물이예요. 다르긴 한데... 꾸밀 것 없는(꾸밀 필요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말씀과 글씨, 바느질, 삶때문에 눈물이 날 줄은 몰랐어요. 더구나 내 어머니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시어머니의 삶인데요. 이래저래 서럽고 서럽고 또 서러운 5월이예요.
 
[코멘트]단상(62) 이런 생각, 저런 생각(130605)
요리를 욕망하다 - 요리의 사회문화사
마이클 폴란 지음, 김현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틀댄다.

 

 

욕망.

요리를 하겠다는.

음식을 먹겠다는.

살아야겠다는.

뻗어가겠다는.

욕망.

꿈틀.

 

 

"보면 사게 되 있어."

엄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다.

작년에,

살아있는 가자미를 만 원어치 산 적이 있다.

어쩌자고 샀는지 원.

요리는 커녕 살아있는 그걸 어쩌지 못해서 벌벌 떨다가

저절로 죽기만을, 죽어주기만을 바라며

봉지째로 개수대에 던져놓고 내빼고 말았다.

죽긴 죽었다.

생각보다 아주 오래 걸렸다.

 

뭔가 해야했다.

아무리 그래도 돈 주고 산 거를 그냥 내다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씻자! 물고기니까 비늘을 벗기자! 했다.

아아.. 그러나,

어찌나 미끄럽던지...

기억으로는 정말 밤새 씻었던 것 같다.

비늘 벗기고 지느러미 자르고

배 갈라서 내장 빼고...

다시는!

정말 다시는!

살아있는 가자미를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야식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 따위를 이렇게 잘 지키면 얼마나 좋으냔 말이지..)

그래서

반쯤 말린 가자미를 산다.

만원에 큰 건 네 다섯 마리, 적당한 건 열 마리, 작은 건 스무 마리도 줄 때가 있다.

(아마 내가 이 맛에 계속 울산에 눌러 앉아 있는 모양이다.)

 

 

 

 

 

 

 

정자항에서 오늘 사 온 가자미.

 

빨래 널듯 널었다.

차로는 30분도 안 걸리지만,

산 넘고 터널도 지나야 하기 때문에 걸어갈 엄두는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장도 아닌 그곳을

공공도서관 드나들듯 그렇게 자주 갈 수는 없는 처지라

한 번 가면 이렇게 삼 사 만원 어치씩 사 온다.

뿌듯하다.

냉동실에 넣어도 물기가 있으면 상하니까

하루 이틀 더 말리는 게 좋다.

흐흐흐.

기특해.

 

인제 저거를 구워 먹고 조려 먹고 튀겨 먹고 찜 쪄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을 일이 남았다.

혼자 다 먹을 것인가?

설마..

흐흐

 

지금까지 

내가 가자미를 가지고

음식 재료에 대해서,

저장법에 대해서,

손질법에 대해서,

요리법에 대해서,

먹는법에 대해서,

사적인 이야기를,

썼다.

 

왜 썼느냐!

나는 아는 것도 없고

말주변도 없어서

재미있게 쓰지 못했지만,

이런 이야기를 아주 매우

근거 넘치게

사례 넘치게

설득력 넘치게

써 놓은 책, 『요리를 욕망하다』

추천하기 위해서다.

이유는 그거

하나다.

 

*

맨 위

꿈틀대는 사진,

원본 공개.

대공개!

 

 

 

 

 

‘아, 제발 저 블록 좀 걷어내면 안되나? 쫌!’

 

꿈틀대야 한다.

꿈틀대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핀다.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도

활짝 피어나기를!

 

지금 이 순간,

매화처럼

향기롭게

 

 

 

 

 

 

 

 

 

 

 

* 모든 사진 메레포핀스 2014 울산 경주 일대, 아이폰 촬영

 



 
 
2014-03-2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4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4-05 18:59   댓글달기 | URL
메리포핀스님의 페이퍼는 아름다워요~ ㅎ
 
축농증 학교 - 상쾌한 호흡이 내 몸을 살린다
이우정 지음 / 여름언덕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흐아아. 하다 하다 이제는 콧구멍 안에다가 놓는 침을 다 맞는구나.

 

엉덩이에 놓는 주사도 무서워하는 내가, 서른 살 이후부터는 한의원에 가서 침 맞는 일이 많아졌다. 시작은 턱관절에 이상이 생겼을 때인데, 턱관절도 그렇고 알레르기 비염도 그렇고 가슴답답증도 그렇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녀봐도 낫질 않아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그러다가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동네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약 지어 먹었는데 낫는다! 희안하지~ 흐흐. 그래서 이젠 급체했거나 발목 삐끗했을 때는 물론이고 탈모 증상도 어떻게 좀 침 맞고 낫지 않을까 하며 한의원에 간다.

 

얼마 전에, 『축농증 학교』 저자가 운영하는 두이비안 한의원에 다녀왔다. 책을 읽고 완전히 "심봤다!"하는 심정으로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85-3’ 주소 찍고 무작정 찾아간 것이다.(제가 누군지 궁금하시죠? 이우정 선생님! 흐흐흐) 찾아가서 맞았다. 침을! 콧구멍 속에! 으아아.. 아팠다(요건 엄살이고, 생각보다 훨씬 안 아픔. 엄살 많은 내가 그냥 눈물 한 번 찔끔 한 정도랄까. 흠흠). 실은 침을 맞았다기보다는 침에 찔렸다고 해야 한다. 실제로 침을 꽂아놓고 한참 있는 것이 아니고 선생님이 손에 침을 들고 콧구멍 속을 들여다 보면서 계속 찌른다. 연속적으로 여기 저기, 깊숙한 곳까지. 흐흐.

 

그 다음은 석션! 콧구멍으로 연질의 길고 얇은 관을 넣어 석션기를 가동하면서 콧구멍을 막고 침을 꿀꺽하면 이마, 귀, 뒷골, 머리 전체가 꽉 조이는 느낌이 나면서(선생님 표현으로는 ‘음압이 걸렸다’고 한다.) 구석 구석에 숨어있던 농이 빠져나온다. (연속해서 침으로 찔러놨으니 피도 나온다. ㅋㅋ) 사실 나는 침 찔리는 것보다 음압 걸렸을때 앞골, 뒷골, 머리 전체가 꽉 조여지는 그 느낌이 더 불편했는데, 같이 갔던 사람 왈, "난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새면 그렇게 압이 걸리지 않을거 아냐. 그렇게 세게 압이 걸린다는 건 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니까! 그거 새면 큰일 아냐?" 해서 웃었다. 오오~ 과연!

 

가까우면 매일이라도 다니고 싶은데(사실 예약이 꽉 차서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 워낙 먼 거리라 일주일에 한 번 가기도 어렵다. 그러니 겨우 한 번 다녀온 주제에 어쩌고 저쩌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지만은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저자 얘기처럼, 혹시 비염 수술, 축농증 수술, 코골이 수술, 수면무호흡증 수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잠깐만! 정말 잠깐만 멈춰서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꼭, 꼭, 꼭!

 

쌍커풀 수술, 생명에 지장 없는 ‘별 거 아닌’ 수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쌍커풀 수술도 잘못되면 평생 후회할 일 생긴다.(내 친구 중에는 쌍커풀 수술 잘못되서 두 번이나 재수술했는데 그래도 별로 좋아지지 않아서 두문불출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더니 끝내 독신주의 선언까지 해버린 경우도 있다. ㅠㅠ) 하물며 들숨, 날숨. 숨 쉬는 통로인 코 수술은 말 해 무엇하리. 이 책 읽고 한 번 더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 꼭! 꼭 그렇게 해주시기를!!!

 

혹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기질 가진 분(제가 그래서 잘 알아요.ㅡㅡ;)이라면, 제발 부탁이니 아래 링크(빨간글씨) 클릭이라도 한 번 해보시기를!!! (거기 첫 화면에 동영상 몇 개만이라도 봐주삼~ 그래서 생각이 달라지셨으면 잊지 말고 다시 와서 공감 버튼 한 번 눌러주삼~~)

 

[링크1] 두이비안 한의원

[링크2] 두이비안 한의원 이우정 원장의 블로그

 

[두이비안 한의원]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85-3

TEL. 061-832-6030

 

 

 

.

.

.

(

저는 저자 또는 출판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아! 아닙니다. 저자와 독자 관계, 의사와 환자 관계는 성립합니다.

워낙 책(새로나온 책) 보러 알라딘 들락거리는 재미로 사는지라

얼마 전에 알라딘 [새로나온책]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서점 가서 찾아 읽고 곧장 한의원에 찾아갔습니다.

그뿐인데,

제 마음이 왜 이리 뿌듯할까요.

이상합니다. 하하하.

)

 

 

 

 

 

 

 

어느 정도 치료가 완성이 되었다 싶었을 때, 정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이 치료기술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도 했다.

 

서울에 크게 한의원을 차리면서 치료비 책정을 고민하다가, 10~20회의 치료로 축농증 수술보다 나은 효과를 장담하게 되면서 축농증 수술비에 준하는 치료비를 산정했다. 그리고 나름 유명한 병의원에서 쓰는 방법인 치료 기간 만큼의 치료비를 일시불로 받아내는 술수를 적용하기도 했다. 물론 명분은 있었다. 이 치료방법을 알리자면 자금이 필요한데, 그 자금을 만들자면 어쩔 수 없이 그런 방법을 써야 한다는 조언을 받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 쓰겠다는 알량한 양심도 있었다.

 

축농증 코골이 치료를 특화하여 서울에서 한의원을 열면서 책도 썼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광고를 시작했고 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입소문으로도 많은 환자분들이 치료를 원하며 한의원을 찾아들었다. 탄력이 붙고 잘 나가기 시작할 때, 나는 서울을 접고 고흥에 내려오게 되었다.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접근으로 채식을 지향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생태공동체를 꾸미자는 명상동호회 벗들의 제안에 공동체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과감하게 서울을 접고 지금 살고 있는 고흥의 한 구석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아주 소박한 한의원을 차리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진정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혼자만의 방법으로 독점하려고 했던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 방법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졌다.

 

자가 치료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p.101-102) 3부_스스로 다스린다. 비염 축농증 자가 치료법

 

 

 



 
 
순오기 2014-03-20 01:19   댓글달기 | URL
콧속에도 침을 놓는군요~ ^^
나는 축농증, 비염~ 다 식염수로 고쳤는데....

메리포핀스 2014-03-20 12:49   URL
실은 침을 놓는다기 보다는 '사혈'하는 거래요. 저는 증상이 가벼워서(그리고 워낙 겁을 내니까 덜 찌르신것 같기도..^^;) 피는 얼마 안 나왔어요. 같이 갔던 사람은 흐아아.. ㅎㅎㅎ
요즘 같은 세상에 비염 한 번 안 걸려본 사람은 고조~ 현대인이라고 헐 수가 없는고조~ 고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