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우리집 부엌에 한 가닥 희망을~
- 김치 좀 가져갈래?
- 뭔 김치? 또 했어?
- 응. 열무김치 새로 한 거 좀 가져가라.
- 딴 사람들 태우고 가야되서 김치 냄새 나면 좀 그런데.. 이번엔 그냥 안 가지고 갈래. 근데 엄마. 저번에 오이소배기 진짜 맛있게 먹었어. 그래서 내가 한 번 해볼라구. 오이소배기는 나도 할 수 있겠지?
- 오이소배기는 쉬워. 오이 사다가 재려서 째겨서 속 늫으믄 되.
- 크크크. 엄마한텐 쉬워두 난 자신 없어. 속은 어띃게 만들어?
- 숴('쉬워' 준말인데 발음대로 표기할 방법이 읎네... 그러고 보면 한글이 표음문자라지만 소리를 다 표현하는 데는 뭔가 부족하다.) 부추 한 단 사구 무 좀 있으믄 채 쓸구. 마늘 좀 늫구 고춧가루랑 버무리믄 되는데 뭐.
- 소금은 안 쳐? 뭐 간을 해야할거 아냐.
- 응 그거. 새우젓 즘 늫지. 내가 담근거 맛있는데 그거 갖다가 즘 늫구 해라.
- 새우젓을 집에서 담궜다구?
- 응. 내가 인자 별 걸 다 하지? 흐흐. 작년에 소래에서 새우젓 사다가 집에서 맑게 씻어가지구 건졌다가 간수 뺀 거 그거 맛있는 소금 쳐서 차곡차곡 해서 저 뒤에 김치냉장고에다가 겨우내 익힌거여. 아주 맛있게 잘 됐어. 된장두 담갔는데 익으믄 갔다 먹어라.
아싸아~ 된장 예약! ㅋㅋ
그렇다. 울엄마 참 별 걸 다 한다. 아파트 살믄서 된장 고추장 다 담가 먹고 쑥 나면 캐다가 떡 해 먹고 나물 해다 말리고 도토리 해다 묵 해먹고 아파트 앞 공터에다가 오이, 상추, 고추, 호바, 토마토, 부추, 파.. 별 걸 다 심어 먹는다. 하다 하다 인제 새우젓까지 담궜다하니 우와... 존경스런 울엄마!!!
집밥. 집에서 먹는 밥? 아니. 그러믄 뭐 밖에서 음식 사가지구 가서 집에서 먹으믄 다 집밥이게? 말을 할라믄 정확히 히야제. 집밥이라 하믄 「집에서 해 먹는 밥」을 말함이여. 내한티는 「엄마(옛날 아빠들은 엄마를 '집사람'이라고 불렀지비. 허허.)가 해 주는 밥」으루 듣기지만서두 말여.
아무튼지간에. 집밥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뭐 그런 책두 있는갑지만은 말이시. 요즘은 된장 고추장 다 사먹는 판이니께 집에서 담근 된장 고추장은 기경하기게 쪼까 어렵게 되야부렀다 이거여. (한데 왜 이러까이. 긍께 뭔 말을 하다보믄 말이여. 특히나 집 야그 헐때 더한디. 온갖 사투리가 다 출동해뿐다 이거여. 아따.. 요상허구마.) 아무튼 혀서, 요샌 다 따로 불러야 된다 이거여. 기냥 된장 고추장 이러믄 십중 팔구는 사먹는 거다 이거제. 긍께 집에서 직접 담근건 앞에 집짜를 붙여야 써. 집밥, 이러는거 맹키로 집된장, 집고추장 이래야 된다 말시. 그뿐이여 어디? 집김치, 집간장, 집반찬.. 다 붙여야제.
그렇게 본다믄 우리집은 헐게 더 되야. 지금은 아부지가 안기시니께 집사람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읎어서 그릏지만은 아무튼 오랜 시절 「집사람」이었든 울엄마가 허는건 죄다 '집'을 붙여야 쓰겄다 이거지. 엄마가 물 길어다 줘가매 키워 먹는 야채들 말이여. 거그다 어디 한 번 다 한 번 붙여보드라고! 얼쑤~
집파, 집상추, 집오이, 집가지, 집고추, 집감자, 집고구마, 집옥수수, 집부추, 집토마토, 집깻잎, 집시금치, 집무우, 집배추, 집열무, 집갓... 어느핸가는 말여. 거 뭐드라. 거.. 고구마 맹키로 생겨갖고 맛은 꼭 배 맛이 나는 거 있는디.. 그.. 야 뭐시든가 암튼 그런 요상한 것두 키워봤는데 그 머드라 하이고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그랴.. 야바우? 야.. 야.. 아.. 갑갑혀. 아 맞다! 야콘! 그랴 야콘 야콘 야콘.. 것두 심었다니께! ㅋㅋㅋ
나는 시방 울엄마가 싸준 집떡(쑥버무리라고 들어는 봤당가? 쑥버무리는 파는데가 잘 읎은께 기냥 집 자 빼까이? 그랴도 되겄네 그랴. 거시기)을 먹음서 집커피를 한 잔 땡김서 이 야그를 쓰고 있다네 그랴. 집야그.
아침부텀 미안허게 되얐구만 그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