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9시 20분)에 삼산 롯데백화점 지하에 있는 반디앤루니스 서점에 갔다가 놀랐다. 그 넓은 매장에 손님 딱 두 명. 묻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지만서두 으아으.. 그 넓은 매장을 두고, 그 많은 책을 두고 다들 어데 가셨데요 그래!
개의치 않고 울려퍼지는 캐롤, 캐롤, 또 캐롤을 들으며 궁금한 책 새로나온 책의 실물을 보고 싶어서 검색대 앞에 섰으나, 역시나 보고 싶었던 책은 대부분 '재고없음'.
PC로 알라딘에 접속하니 홈 화면 그 많은 책 중에서 유독 이 책(『모모모모모』)이 눈에 띄어 클릭했다가 빵 터졌네 그랴. 아하하. 즐겁다. 이런 책을 만나다니! 딱이야! 딱 내가 좋아하는 책! 재밌는 그림책! 만화같은 그림책! 색감 좋은 그림책!
당장 주문을~!
외쳐주시고, 그렇다고 달랑 한 권만 어떻게 주문해. 어차피 최소 5만원은 맞춰줘야지이~ 그러고 또 새로나온책 보러 갔다가, 손님 와서 커피 내리다가, 휴대폰으로 다시 접속했다가, 또 이쪽에 손님 와서 나도 왔는데 그 손님이 고르느라 시간 많이 걸리는 손님이라 또 PC로 들어왔다가, 마우스에 손댔다가, 금새 또 저쪽에서 부르네.. 아이구. 운동이 절로 되는구만! 좋구만!
이랬던 책이 또 있다.
표지가, 정확히 말하자면 표지 색감이 너무 너무 딱! 사고 싶은 색감이라서 주문했던 책. 실물로 본 색감은 더 예뻐서 싱글싱글 했던 책. 글도 재미있이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던 책. 사실 다른 그림 중에는 정말 정말 내가 딱 질색하는 색감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 그림은(눈 내린 마을 풍경) 표지 그림보다도 훨씬 더 마음에 드니까 쌤쌤 쳐주시고 성공 주문으로 결론난 책은 무엇이냐? 바로 이 책, 제목도 딱 좋은 이거, 『매우 초록』
『매우 초록』을 사고싶어서 장바구니 채우다가 같이 산 책도 아직 알라딘 박스에 담긴 채 빛을 보지 못했는데 또 금액 맞춘다고 그러고 있다.
책을 쌓다 이젠 알라딘박스를 쌓는구나.
아...
쌓을 수 있는 한, 계속 쌓으리라!
우화화하!
음.. 좋은 주문이야.
음.. 좋은 햇빛이야.
음.. 좋은 시간이야.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
그렇지.
피아니스트는 많지만,
글 잘 쓰는 피아니스트는 드물지.
그렇지.
남자는 많지만,
글 잘 쓰는 남자는 드물지...는 않고,
더러 봤지.
그렇지.
글 잘 쓰는 남자는 더러 봤지만,
글 잘 쓰고 돈 잘 쓰는 남자는 거의 없고,
글 잘 쓰고 돈 잘 쓰는데 마음까지 잘 쓰는 남자는? 없다고 봐야지.
그렇지.
아이고. 네 네 네.
여자도 마찬가지지.
물론이지.
그렇지.
그렇고 말고지.
두 말 하면 잔소리지.
그만!
살까말까 고민되는 책.
왜냐면,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몰라서 책을 보냐 싶어서 말래다가,
이게 또 '아는 맛이 더 무서운' 경우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해서 살래다가.
그렇다고 뭐 그렇까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잖아? 더구나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되고.. 그러니까 결국은 사야되나?
헷갈리는 책.
『도서관의 말들』에 붙은 광고 문구때문에 어젯밤에 갔던 서점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불을 밝히는, 고독한, 무한한, 늘 그 자리에 있는, 비밀스러운, 소중하고 쓸모없으며 썩지 않는 책들로 무장한'
물론, 서점은 상업시설이니까 계속 저렇게 파리 날리다간 늘 그 자리에 있기 어렵겠지.
불이 밝은데 썰렁하고,
음악을 틀었는데 고요하고,
늘 그 자리에 있다가도 어느날 사라지고,
사라지고,
사라지고,
아,
사라지고 싶다.
요즘,
사라지고 싶을 때 읽는 책은 이거,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웃느라 잊는다.
사라지고 싶은 기분.
대신,
웃느라 놓친다.
정신줄.
위험하다.
진짜로 정신과 가긴 싫으니까.
진짜로 만나고 싶지 않은 1인.
의사.
의사 대신 책.
약 대신 책.
만능 책.
책.
책.
책.
책이야!